소장 과학기술자들이 중심이 되어 지난 6월 창립한「환경과 공해연구회」. 그 인적구성과 활동방향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수돗물이 중금속에 오염돼 더이상 식수로는 부적합하다는 정부발표와 원자력발전소에 근무하던 노동자가 방사능에 오염돼 무뇌아(無腦兒)를 사산(死産)했다는 보도로 최근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월중순 각 신문의 과학면에는 조그맣게 '환경과 공해연구회'의 창립을 알리는 기사가 실렸다. 무심코 지나쳐버릴 수도 있는 작은 기사였지만 이 단체의 결성이 의미하는 바는 결코 작지 않다.
환경과 공해연구회는 6월17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에 위치한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 60여명의 창립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총회를 마쳤다.
초대회장에는 서울대 김정욱교슈(43·환경대학원)가 선출됐다.
이 연구회는 결성취지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환경오염의 궁극적인 해결은 주민 스스로가 그 문제점과 해결의 필요성을 인식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환경운동은 일부 반공해단체를 제외하고는 특정지역의 피해주민들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의 운동은 생존권을 지키려는 치열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이어져 나오지 못했으며, 환경오염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환경오염은 수많은 독성물질들이 다양한 경로를 거쳐 일어나는 매우 복잡한 현상이다. 따라서 환경오염의 원인과 피해 등을 정확히 밝혀내는 과학기술자들의 노력이야말로 올바른 환경대책의 수립은 물론 환경운동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환경운동에 여러분야 과학기술자들의 헌신적이고 조직적인 참여가 요구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과학기술자들의 각성
환경과 공해연구회의 결성이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은 바로 국내 처음으로 여러분야 과학기술자들이 조직적인 틀을 가지고 환경운동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여태까지 우리나라의 환경단체들은 일부 재야단체와 피해지역 주민들이 중심이 된 반공해단체들과 정부측의 논리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기존 학회들로 양분돼 있었다. 이로인해 반공해운동은 전문적인 과학적 지식의 뒷받침이 없이 정부를 공격하는 운동권의 논리로만 간주되는 경향이 있었다. '환경'이란 명칭이 붙은 단체는 정부에 협조적이고 '공해'란 단어가 붙으면 반정부적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환경과 공해연구회는 우리 국토와 국민, 그리고 후손에 까지 영향을 미칠 환경오염을 과학기술자들이 주체가 되어 객관적이고 전문가적인 시각에서 새롭게 접근해 보자는데서 출발했다고 한다. 이 연구회의 주축은 물론 소장학자들과 자연과학계 대학원생들.
연구회의 회원은 크게 전문위원 연구회원 일반회원 등 세부류로 나눠진다.
전문위원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는데 이 연구회의 '간판'에 속한다. 회장인 김정욱교수를 비롯 김상종교수(서울대 미생물학과) 이정학교수(서울대 공업화학과) 황상익교수(서울대 의대) 신동천교수(연대 의대) 조중래교수(한양대 교통공학과) 김환석박사(과학기술연구원) 윤종현변호사 등 8명이 전문위원으로 위촉돼 있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거의 30대중반의 소장학자(김정욱교수만 40대)들로서 토목 미생물 화학 의학 법학 교통 과학정책 등 다양한 전문분야게 걸쳐 있다.
「서울시 대기오염 실태」를 발표하기도
연구회원은 이 연구회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주력 멤버들. 전문위원들은 정기적인 모임보다 사안에 따라 참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연구회원들은 4개 분과로 나뉘어 정기적인 모임과 학술연구 조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연구회원의 수는 현재 30여명에 이르는데 절반이상이 자연과학계 대학원생들이고 일부 직장인과 주부들까지고 포함돼 있다고 한다.
연구회원들은 각자 자신의 관심분야에 따라 환경보건 환경정책 환경기술 핵 등 4개분과로 나뉘어 활동한다.
환경보건분과는 현재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대기오염 수질오염 산업폐기물 식품오염 등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와 과학적원인 대책 등을 활동목표로 잡고 있는 이 모임은 지난 6월 서울시의 대기오염상태를 발표,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현재 수질오염에 관한 연구과 과학기술자들이 보는 공해문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계획하고 있다.
환경정책분과는 환경과 관련한 법률·정책의 연구와 환경문제의 대중적 인식확산및 교육문제를 맡고 있다. 현재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거론될 환경관계법 개정안시안을 나름대로 만들어 보는 문제와 교과서에 나타난 환경공해부분을 분석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환경기술분과는 환경오염의 기술적인 측면을 주로 연구하는데 아직 활동은 미약하다. 핵분과도 아직 원전문제에 대한 연구회 전체의 시각도 정립하지 못하는 등 체계적인 활동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지만 최근 회원들 사이에 관심이 커지고 있고 사회적인 요구도 커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비중을 둘 계획이다.
연구회원은 각 분과별로 매주 세미나와 조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일반회원은 이 연구회의 취지에 동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데 연구회에서 발간하는 자료를 받고 집회에 참석하며 일정액의 회비를 내는 소극적인 역할을 한다.
연구회의 위상에 관해 사무국장 장현식씨(29)는 먼저 이론적 과학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공해추방운동연합이 출범하면서 산하에 들어오라는 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이들 단체들이 직접 일선에서 뛰는 운동체라면 환경과 공해연구회는 과학기술자들이 이를 과학적으로 논리화하고 대중들에게 쉽게 설명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측면에서 별도로 창립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단체들과 항상 유기적인 관련을 맺고 현안에 대해 서로 토의하는 자리를 자주 가질 계획으로 있다.
실제 이들 반공해단체들 뿐아니라 한국부인회 등 여성단체들과 지역 주민들로부터 여러가지 문의와 조사의뢰가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이는 환경오염에 관한 의문이 발생하면 믿고 찾아갈 수 있는 전문가집단이 부재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연구회는 정부당국과도 대화의 채널을 항상 열어놓고 있다고 한다. 연구회의 지향하는 바가 환경오염문제의 과학적 분석 및 이의 해결이지 반정부운동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7월초 김정욱교수를 비롯한 전문위원 몇명이 환경청을 방문, 창립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한데서도 이러한 사실은 잘 나타난다.
8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등장한 환경오염문제. 이는 경제개발에만 눈이 어두워 환경훼손을 방치하고 선진국의 공해산업마저 무분별하게 도입한 결과이다.
우리나라에도 젊고 패기만만한 과학기술자들을 중심으로 이제 전문적 과학적인 지식을 토대로 한 환경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환경과 공해연구회의 결성도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이다. 일본에서 이따이이따이병(病)의 실체를 밝혀낸 과학자들과 소련에서 체르노빌 참사이후 반핵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핵전문가들처럼 우리나라에서도 과학기술자들이 환경공해문제에 주체적으로 떨쳐 일어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