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발 원자력개발 등과 함께 3대 거대과학의 하나로 불리는 해양개발에 우리나라도 적극 참여를 선언했다.
오랜 옛날부터 인류는 바다를 이용해왔다. 물고기나 조개류를 잡는 일로부터 시작해서 다른 세계와 연결하는 교통로로서도 인류에게 바다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 왔다.
그러나 그동안 바다는 결코 인류에게 그 신비의 베일을 모조리 벗어 주지는 않았다. 인류가 마침내 정복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서 굳게 문을 걸어 닫고 침묵해 왔다. 오히려 인류의 과학을 비웃고, 저만큼 떨어져있는 낭만적 공간으로 남아 있으려 부단히 저항하고 있다.
그러나 육상 자원이 점차적으로 고갈되어 가고 있는 현시점에서 인류는 바다의 개발이 이제 여유 있는 시도로서의 접근이 아니라, 절박한 필연적 투쟁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육상 자원이 그 중심을 이루고 있는 자원 이용 환경이 점차 최악의 상태에 다가가고 있기 때문에 이미 세계 각국은 이른바 자원민족주의라는 이름 아래 자원의 무기화를 서두르고 있는 시점에까지 와 있는 것이 아닌가. 이에 따라서 인류는 자원에 대한 보다 높은 부가가치의 창출과 자원 개발의 대상 영역을 확대하고자 하는 문제로 부심하고 있다. 그 새로운 개발영역이 바로 바다일 수밖에는 도리가 없는 것이다.
바다는 이제 더 이상 낭만적 신비의 세계로만 우리곁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본격적인 개발과 이용의 대상으로서 성큼 우리 앞에 다가서 있다. 지구 면적의 72%를 차지하는 바다는 아마도 인류의 생존에 필요한 자원의 마지막 보고가 되리라 믿어진다.
입체적 이용단계
인류는 바다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막대한 자원과 공간을 이용하고자 하는 노력을 크게 강화해 나아가고 있다. 1960년대부터 미미하나마 움트기 시작한 이러한 노력은 대부분의 경우 이제는 실현단계에 와 있다. 과거에는 겨우 어업이나 해상부표 해운 해저터널 등과 같은 점(點) 및 선(線)적인 이용에 한정되어 왔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해상공항이나 해상기지 저장기지 해중공원 해양정보도시 해저광물자원 등 해상 해중 해저에 걸친 면(面) 및 입체적 이용으로 그 형태나 규모가 다양화되고 크게 확대되어 가는 경향에 있다. 육상 자원의 개발 비용이 점차 비싸 지고 있으므로 이젠 해양 개발의 경제성이 상대적으로 강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고도의 과학기술을 필요로 하는 해양공학적 측면에서의 기술 발달을 전제로 하고 있다. 특히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 방면 기술에 대한 연구 개발을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해오고 있다. 원자력개발 우주개발과 함께 3대 거대과학(Big Science)으로 본격 추진 중인 것이 현재 상황이다.
이러한 추세에 부응하여 종래엔 군사적 측면에서 개발되어 왔던 각종 해양 장비들이 이젠 자원의 개발 측면에서 상당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부 장비는 이미 실용화되어 현장에서 활용 중에 있는 것이 많다. 해저탐사 작업 시스템이나 원격 조종 로봇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해양 자원의 개발에 있어서의 성패는 이러한 장비의 성능과 기능이 좌우할 것이라는 인식을 바탕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바다는 육상 환경에 비해 그 자연조건이 몹시 가혹하다. 해저에는 엄청난 수압과 찰흑같은 어둠이 존재한다. 해수 중의 염분은 부식으로 인한 장비의 손상을 심화시킨다. 그 뿐만이 아니다. 조류와 파랑(波浪)도 육상의 자연조건에 비해서 엄청난 악영향을 동반하고 있다. 그러므로 해양을 개발하는 장비는 고도의 과학기술이 복합적으로 응용된 결과로서 창출될 수밖에 없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를 두고 우주개발보다 해양개발이 훨씬 어려운 과제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대륙붕 면적 36만㎢
이젠 우리나라도 해양자원의 개발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인구는 자꾸 증대되어 가는데, 자원은 제한적이다, 식량자원만 해도 그렇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도는 50% 미만에 불과하다. 이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서 매년 18억에서 31억달러 상당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므로 수산자원의 이용 확대는 이 점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요구이다. 지금도 동물성 단백질 수요의 60%를 수산자원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를 더욱 증대시켜 나아가야만 한다.
또한 해양지향적인 국토 활용의 필요성이 보다 크게 대두되고 있는 점도 해양자원 개발을 재촉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우리나라의 국토중 경작 가능면적은 3만㎢에 불과하다. 그러나 남한 주변 해역의 영해(즉 대륙붕) 면적은 무려 36만㎢에 이른다. 물론 공해(公海)까지도 개발 대상으로 삼는다면 그 면적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오직 하루 빨리 다른 나라보다 먼저 공해에 진출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춰 자원을 개발하는 것만이 이득일 뿐이다. 이러한 방대한 면적의 바다를 국민생활이나 오락, 산업활동 등에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광물자원이나 에너지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공급원을 확보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해양은 우리에게 매우 귀한 개발 영역이다. 우리나라는 석유나 니켈 구리 망간 등 주요 전략 광물의 전량을 외국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자원이 무진장하게 널려 있는 해저개발의 채산성을 확보하는 날이 불원간 다가 올것이다. 또한 조력(潮力)이나 파력(波力)해류 온도차 농도차(濃度差)발전도 새로운 에너지 생산 방식으로 이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러한 사실은 앞으로 해양공학을 근본으로 삼는 신규 산업으로서의 해양산업이 크게 확대되어 갈 것이라는 점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수산업이나 조선공업 해운업 해양엔지니어링을 포함하는 해양산업은 2천년대 초반에는 세계 시장규모가 연간 약 9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가 해저탐사 작업 시스템 등의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기술 진전을 보일 경우, 2천년대초반에는 세계 시장의 약 10%를 점유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예측도 이 방면의 국내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해양개발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차분히 검토해 본다면, 나라의 희망찬 미래가 해양개발에 달려 있다는 말도 결코 아전인수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육지가 휴전선으로 막힌 채 삼면이 바다로 둘러 싸여 있으므로 결국 크게는 민족의 진운이 해양개발을 통해 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가정이 차츰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산업이 고도화되면 될수록, 또한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마침내 우위에 서고자 하면 할수록 아직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는 해양개발은 선진국으로의 발판을 확고히 하는 새로운 무대가 될 것이 틀림없다.
심해탐사 작업 시스템
이에 따라 심해탐사 및 작업 시스템의 개발이 한국기계연구소 대덕선박분소가 중심이 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착수되고 있다. 이 심해탐사 작업시스템은 해양개발에 대응하는 기초적이며 공통적인 기술을 수반하는 장비이다.
해양개발을 위해서는 해상 해중 해저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 및 제반 특성 파악이 필요하다. 물리적이며 화학적 생물학적 지질학적 특성 파악이 가혹한 해양환경을 극복하는 지름길인 것이다. 또한 이러한 특성을 파악한 후에 목적별 용도별로 작업 가능한 각종 장비가 개발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해양개발을 추진하는 데에는 이 시스템의 개발에 그 관건이 달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기계연구소 대덕선박분소는 과학기술처 국가중점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첨단과학기술을 응용한 해저탐사 및 작업시스템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 연구 사업은 1996년까지 총 6백억원을 단계적으로 투입하여 3천미터급 심해탐사선을 비롯하여 5백미터급 구난용 원격조종선(remotely operated vehicle), 3천톤급 SWATH형(최소 수면 쌍동형) 지원모선 등을 개발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금년 중에는 1억원을 들여 3천미터급 심해탐사선의 개발에 따른 타당성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이러한 해저탐사 및 작업시스템을 개발하는 데에도 가혹한 해중 조건에서 견딜 수 있는 생명유지 장치 기술을 비롯하여 내압구조 기술, 해중동력원 매니퓰레이션(manipulation)주행운동제어기술, 시각기술, 정보전달기술등 고도의 첨단기술이 필요하다. 한국 기계연구소는 이들 기술의 확보를 위해서 이미 지난 1985년에 자체 개발하여 건조한 바 있는 2백50미터급 유인 잠수정 개발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의 산업체나 연구기관들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
해저탐사 작업시스템의 개발에 포함된 심해탐사선은 해중해저환경을 측정하고, 정확한 시료를 채취하는 데 이용될 것이며, 구난용(救難用)원격조종선은 해저사고에 따른 구난활동을 비롯하여, 해저탐사, 해양구조물의 검사, 보수와 같은 해저 해중 작업에 다목적으로 이용될 것이다.
특히 이러한 시스템의 개발은 최근 일본이 개발한 바 있는 6천5백미터급 심해 잠수정과 동일한 고도 첨단기술의 조기확보로, 새로운 산업기술을 창출하여 점차 확대되고 있는 이 분야 세계 시장에 적극 대응한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앞서 밝힌 바처럼 이 분야 시장은 2천년대 초반에 연간 약 9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데, 우리나라가 이러한 시스템을 적극 개발, 상폼화하여야만 비로소 약 10%선의 세계 시장 점유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은 해양구조물의 보수 유지 등에도 활용될 수 있으며, 이 방면의 시장 개척에도 전망이 좋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망간단괴 개발에 적극적
한편 이 분야 기술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프랑스 소련 일본 등이다. 미국은 이미 1958년에 현재 원격조종선의 시초라고 볼 수 있는 2천미터급 무인잠수정 CURV호를 개발한 바 있으며, 1984년도에는 6천96미터급 씨클리프(SEACLIFF)호를 개발했다. 이 씨클리프호는 심해저 열수광상(熱水鑛床)을 탐사했으며, 보물선이라 알려진 타이타닉호의 조사에도 활용되었다. 또한 태평양의 망간단괴 채광에도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미국은 멕시코만의 석유개발이 5백미터급 해역으로 이동함에 따라 이 곳의 석유개발에 동원된 시추선 등 해양구조물의 검사 유지 보수용의 원격조종선은 물론, 중량급 해저작업용의 각종 원격조종선들을 개발하여 활용중이다.
프랑스도 이 분야에 있어서는 상당히 기술이 앞선 나라이다. 무려 1948년에 1천4백미터급 잠수성 FNRS Ⅱ호를 개발한 경험이 있으며, 1954년에는 세계 최초의 심해잠수정이라고 일컬어지는 FNRS Ⅲ호를 개발해냈다. 지난 1985년에는 첨단 장비를 탑재한 6천미터급 노틸(Nautile)호를 개발하여 일본해의 조사에 사용한 바 있다. 또한 이 원격조종선을 태평양의 망간단괴 채취와 타이타닉호 탐사 등에도 활용했다. 프랑스 역시 각종 무인잠수정 및 해저 로봇을 개발하여 해저 유전개발 등에 활용하고 있다.
소련의 경우에 있어서는 이 분야의 기술개발 활동이 잘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1969년도에 2천미터급 잠수정 3척을 건조한 바 있다. 또한 1988년도에는 6천미터급 심해잠수정을 핀란드로부터 5천만달러에 구입한 사실이 알려져 있으며, 6천5백미터급 해저 트랙터를 역시 핀란드에 최근 발주했다. 이 또한 태평양의 망간단괴 채광에 대비한 조치로 보인다.
일본은 1970년부터 국가 대형 연구개발 과제로 '심해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고, 최근에는 이 분야 기술개발이 매우 두드러져 보이고 있다. 1981년도에 2천미터급 잠수정과 이를 지원하는 원격조종선을 개발하더니, 금년 초에는 앞서 밝힌 바처럼 6천5백미터급 잠수정과 이를 지원하는 원격조종선을 개발완료했다. 또한 해저 6천미터급 원격조종선을 망간단괴의 채광용으로 현재 개발중에 있다.
이처럼 해양개발을 위해 각국은 상당한 투자와 연구개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때로는 이러한 연구개발을 극비리에 수행하고 있기도 한데, 특히 공해역에서의 자원 개발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바다의 정복이 세계 제패의 첩경이라는 지난 시대의 구호가 되살아나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도 최근 수년 동안 이 방면의 기술개발 활동을 벌여 왔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고작 착수 단계에 불과한 상태이다. '산넘어 산'처럼 앞으로 해나아가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이의 원만한 조기 해결은 해양개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밀실에서 고뇌하는 소수의 연구원들만의 노력으로는 결코 감당해낼 수가 없다. 그러기에 우주개발보다도 더 어려운 3대 거대과학의 하나로 손꼽고 있지 않는가. 산업계와 학계 연구소 정부가 국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굳건히 손을 맞잡을 때 비로소 산적된 난제들을 풀어갈 수 있을 것이며, 현재 이 방면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