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漢)나라 때부터 발달해 온 중국 의약의 본고장이 지금 개방정책에 힘입어 보다 번창하고 있다.
한약의 본고장 안국(安國)은 북경에서 남쪽으로 1백60km떨어진 곳에 있다. 북경에서 유료고속도로를 따라 가다가 유리강이 흐르는 곳에서 일반도로로 들어서면 노새가 짐을 싣고 오가는 농촌풍경이 펼쳐진다. 거기서 좀더 간 곳에 있는 큰 마을이 탁시(涿市)다. 토담에 둘러싸인 농가가 여기 저기에 있는 이 일대가 삼국지에 나오는 '도원결의'의 무대다. 여기서 또 조금 더 가면 보정시(保定市)에 이른다. 이곳은 안국으로 가는 입구마을이다. 여기에는 외국인이 머물 수 있는 호텔이 하나 있다. 이 호텔에서 외국인 출입금지 구역인 안국에 들어갈 허가를 기다려야 한다.
한약의 본고장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국인에게 공개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 왜 안국에 가려고 하느냐, 가서 무엇을 어떻게 하려느냐는 등 까다롭게 따지는 심사를 거쳐 허가서를 얻을 수 있게 되면 행운아다.
그만큼 한약의 본고장은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안국을 통하지 않으면 약이 되지 않는다
안국현(安國縣)은 약도(藥都) 또는 약주(藥州)로도 부르며 먼옛날 기주(祁州)라고 부르던 무렵부터 한약재의 집산지로 유명했다. 명나라시대 말엽부터는 '기주를 통하지 않은 것은 약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게까지 되었다. 그것은 중국 각지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진귀한 약재가 집산되는 곳이 되었기 때문이다.
인도의 우황(牛黃) 인도네시아의 진주(眞珠) 조선의 인삼(人参) 일본의 매화편(梅花片) 등이 이곳에 집하되었다가 한약재로 팔려나갔다. 따라서 약재를 다루는 사람도 많이 모여들어 방(幇)이라는 약재신디케이트가 자연발생적으로 조성되었다. 13개 지역을 대표하는 방이 있는데 예를들면 경통위방(京通衛幇)은 북경 천진 통주 등지를 장악하는 신디케이트다. 방은 내부의 분쟁조정이나 가격결정을 맡아했다.
또 약재를 감정하거나 가공기술에 뛰어난 사람을 약충자(藥忠子)라 했다. 1930년대까지는 이 약충자가 1천8백명이나 활약하여 안국의 약재시장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기주약시(祁州藥市)라고 쓴 간판이 있는 교역장문 옆에는 중국의 의성(医聖) 10명을 모셔놓은 약왕묘(藥王廟)가 있다. 명나라시대에 '본초강목'(本草綱目)이라는 약학서(전52권, 1596년 간행)을 편찬한 이시진(李時珍·1518~93)의 상도 있다. 교역장 문에 들어서면 여러가지 냄새가 섞인 생약냄새가 강하게 코를 찌른다. 근교의 농민이 자전거나 노새달구지에 약재가 가득 든 마대를 싣고와 교역장이 붐비고 있다. 즐비한 점포에는 뱀 전갈을 비롯하여 이름도 모르는 풀뿌리 등이 잔뜩 쌓여 있다.
중국에서는 한방약을 '중약'(中藥)이라한다. 한방약이란 표현은 한국이나 일본에서 쓰는 표현으로 중국에서 온 약이라는 뜻이다. 또 중국에서는 현대의학에서 쓰는 약을 '서약'(西藥)이라한다.
중약은 크게 나누어 식물약 동물약 광물약의 세 종류이고 그중 80%가 식물약이고 나머지 20%가 동물약과 광물약이다.
중약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후한(後漢)무렵(1~2세기)의 '신본약경'(神本藥經)이라는 책속에는 3백65종의 약재가 기재되어 있다. 이 책의 편자로 알려져 있는 '신농'(神農)은 '여러가지 풀을 씹어보거나 핥아 70회나 독성에 중독되어 가면서 약이 되는 재료를 가려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로부터 1천3백년 뒤인 명나라시대에 편찬된 본초강목에 기재된 중약은 1천8백92종이나 된다. 현재 수집되고 있는 것은 이보다 더 많아 5천7백67종이나 된다. 이런 중약은 사람들의 오랜 경험을 통해 발견되고 도태되는 과정을 거쳐 가려낸 약재이다.
중의학(中医學)에서는 중약에는 약재 하나하나마다 다른 약성분이 있고 이것은 크게 '사기오미'(四氣五味)로 분류한다. 약에는 한(寒) 양(涼) 온(溫) 열(熱)이라는 네가지 특질(氣)이 있으며 산(酸) 고(苦) 감(甘) 신(辛)과 짜고 쓴 다섯가지 맛이 있다.
이밖에 장기와 약의 친화성을 가늠하는 귀경(帰経)과 기(氣)의 흐름을 조절하는 승강부침(昇降浮沈)이라는 판단기준이 있다.
이런 생약의 특성을 알고 병자를 진단하는 방법이 '변증론치' (弁証論治)이다. 기술적으로는 '사진'(四診) 즉 망(望) 문(聞) 문(問) 절(切)이다. 예를들면 혓바닥에 태가 낀 상태를 보거나 외모로 신체적 특징을 관찰하거나 진맥을 하여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다. 또 환자에 대한 지역적 기후의 영향과 가정이나 직장의 환경등 외적요인도 살펴 그 데이터를 음양 허실 한열 표리의 팔강(八綱)에 맞춰 분석한다.
그렇게하여 환자 한사람 한사람에게 맞는 약을 처방하는 것이 중국전통 의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