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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볼라 안테나

위성방송 수신기

흔히 파라볼라 안테나로 연상되는 위성방송 수신기는 인공위성에서 보낸 전파신호를 받아 기존의 텔레비전 수상기로 볼 수 있는 전파신호로 바꾸어주는 기능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방송되고 있는 텔레비전 신호전파는 54MHz에서 2백16MHZ 사이의 VHF대 전파 및 4백78MHz에서 8백98MHz 사이의 UHF대 전파다. 이들 주파수는 직진성이 아주 강해서 산이나 건물과 같은 장애물의 뒤편으로는 거의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방송전파를 보다 효과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송신안테나를 되도록 높은 산의 꼭대기에 세워야 한다. 그러나 산악이나 구릉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해도 전파가 제대로 도달하지 못하는 난시청지역이 여전히 생길 수 있다. 송신안테나를 극단적으로 높게 설치해서 이러한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하려는 생각은 위성방송을 탄생시켰다. 즉 방송국에서 인공위성으로 방송신호를 올려 보내주면, 위성에서는 이를 받아 다시 지상으로 내려 보내주는 것이다.

동경 1백16도의 정지궤도(적도 상공의 3만5천7백86km 지점, 보르네오섬 상공)에 놓여질 우리의 무궁화호 위성은, 한반도에서 보면 남남서 방향으로, 지평선으로 부터 약 37도 정도 올려다보이는 곳에 놓이게 된다. 물론 공교롭게도 이 쪽 방향의 시야가 완전히 차단된 곳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위성전파를 수신하는데 별다른 장애가 없을 것이다. 인공위성을 바로 한반도 상공에 머무르도록 한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한 생각이다.

위성방송에 이용되는 전파는 12GHz(기가헤르츠, 1GHz=1천 MHz) 및 14GHz 부근의 대단히 높은 주파수를 갖는데, SHF대 혹은 마이크로파대라고 부르는 영역에 포함된다. 이렇게 높은 주파수의 전파는, 기존방송에서 사용하는 VHF대나 UHF대의 전파보다 훨씬 다루기가 어렵고, 대기 중의 수증기나 구름, 비에 의한 파의 감쇠가 대단히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주파수대가 선택된 데는 몇 가지 이 유가 있다.

우선 VHF대 이하의 전파로는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전리층을 통과할 수 없고, 또 VHF대나 UHF대의 전파는 지상방송으로 이미 이용되고 있다는 이유 외에도, 우주로부터 대단히 큰 잡음이 방출되고 있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인공위성에 이용되는 주파수는 4GHz 부근과 6GHz 부근의 주파수를 이용하고 있고, 그 이상의 나머지 주파수들도 다른 용도의 위성에 배정되어 있어서, 결국 12GHz 및 14GHz 부근 밖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인공위성으로부터 발사된 전파가 지상에 도달하기까지 보통 수만 km라는 거리를 경유하게 되는데, 그 세력은 거리의 제급에 반비례해서 작아진다는 데 있다. 이렇게 미약해진 전파신호를 제대로 수신하기 위해서는 고성능의 안테나를 필요로 하게 되는데, 기존의 주파수대에서 이 정도의 신호를 수신할 수 있는 성능의 안테나를 만들려면, 그 크기나 가격면에서 일반에 도저히 보급될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이다.

또한 이렇듯 약한 전파에서 신호를 제대로 추출해 내기 위해서, 신호의 변조방식도 기존의 지상방식과는 달리 주파수변조(FM)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렇게 하면 지상방송 방식에 비해 주파수공간의 점유폭(대역폭)이 6배 정도로 증가하게 된다. 이 정도의 대역폭을 갖는 신호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사용 주파수대가 반드시 높아져야 한다. 이는 좁은 대역만으로 가능한 AM방식의 라디오방송보다, 보다 넓은 대역을 필요로 하는 FM방식의 라디오방송이 더 높은 주파수대를 이용하고 있는 이유와도 비슷한 것이다.

이런 여러가지 상황들을 고려해서, 주파수문제를 관장하는 세계기구(WARC)에서는,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타당성을 가질 수 있는 주파수 영역인 12GHz 및 14GHz 부근을 위성방송에 이용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지상에서 인공위성으로 신호가 올라가는 과정을 업링크(Up-Link), 위성에서 지상으로 신호가 내려오는 과정을 다운링크(Down Link)라 하는데, 업링크에 14GHz 부근의 주파수를, 다운링크에는 12GHz 부근의 주파수를 사용할 수 있다.
 

최근들어 익숙한 풍경이 된 아파트촌의 파라볼라 안테나 행렬
 

1만배의 전파집속능력 가져야
 

위송방송의 체계
 

위성방송체계에서 인공위성이 맡고 있는 역할은, 업링크 전파를 받아 신호의 세기를 키우고 주파수를 바꾸어 준 후, 다시 지상으로 되쏘는 다운링크 전파를 만드는 일이다. 흔히 파라볼라 안테나로만 알려져 있는 위성방송수신기는 이 다운링크 전파신호를 받아 기존의 텔레비전으로 볼 수 있는 전파신호로 바꾸어 주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위성방송수신기의 구조는 '안테나부' '증폭 및 주파수 변환부' '튜너부'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위성방송 수신기라고 할 때 곧 연상되는 접시형 안테나는, 포물선의 기하학적 원리를 응용한 것인데 학술적으로는 포물면 반사기 안테나(Parabolic Reflector Antenna) 혹은 줄여서 파라볼라 안테나(Parabola Antenna)라고 부른다. 직경이 1m인 파라볼라 안테나는 다운링크 전파(12GHz)에 대해 약 1만배 정도의 전파집속능력을 갖고 있다(이러한 집속능력을 안테나 이득이라 부른다). 이렇게 고성능의 안테나를 쓰는 이유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하자. 무궁화호 위성이 떠 있을 지점으로부터 한반도까지의 거리는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략 3만7천km 정도인데, 다운링크 전파는 이 과정에서 마이너스 205dB(${10}^{-20.5}$배)로 약화된다. 즉 1백20와트(W)의 출력을 예정하고 있는 무궁화호 위성의 송신안테나가 한반도 방향으로 역시 1만배 정도의 전파집속능력을 갖는다 해 도, 지상에는 1㎡당 1백조 분의 1W(${10}^{-14}$ Watts) 미만의 세력 밖에 도달할 수 없다. 이 정도로 미약한 신호를 가지고 제대로 볼 수 있는 텔레비전 신호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안테나의 성능이 또 1만배 정도는 되어야 한다. 물론 파라볼라 안테나가 아니라도 이 정도의 성능만 갖고 있다면 어떠한 형태의 안테나라도 사용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파라볼라 안테나와 같이 입체적인 모습이 아닌, 얇고 평평한 안테나가 개발되어 실용화되고 있기도 하다.

안테나에서 모아진 신호는 '증폭 및 주파수변환부'로 보내지는데, 이것은 파라볼라 안테나의 앞쪽에 매달려 있는 손바닥만한 뭉치 속에 들어 있다. 이것을 보통 저잡음변환기(Low Noise Block-Down-Converter)라 부르는데, 이곳에서 신호는 약10만배 정도 커지고 주파수는 1GHz정도로 낮아져서, 손쉽게 다룰 수 있는 수준이 된다. 이 신호는 동축케이블을 통해 실내에 설치되는 '튜너부(tuner)'에 공급된다.

튜너부에서 하는 역할은 크게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아직까지도 약하다고 할 수 있는 신호의 세력을 텔레비전 수상기에서 충분히 깨끗한 화면으로 재생할 수 있을 정도로 키워주는 역할이고, 두번째는 주파수변조(FM)방식으로 되어있는 위성방송신호를, 일종의 진폭변조(AM)방식을 이용하는 일반 텔레비전방송의 신호형태에 맞게 바꾸어 주는 역할이다. 세번째 역할은, 수상기의 지정된 채널에 맞게 주파를 다시 한번 바꿔주는 것이다. 즉 동축케이블을 통해 들어온 위성신호의 주파수대는 아직도 1GHz 부근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이를 수상기에서 받아 볼 수 있는 주파수대로 낮춰 주는 역할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한 대의 텔레비전 수상기를 가지고 일반방송과 위성방송을 동시에 받아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995년 봄에 띄워 올려질 무궁화호 인공위성을 통해 우리도 국산 위성방송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저기 아파트의 베란다창에 매달려 있는 파라볼라 안테나가 이제는 그리 낯설거나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눈에 띄는 빈도가 점점 더 해갈수록, 어쩔 수 없이 느끼는 기술당사자로서의 자괴감을 애써 감추며 외면해 오던 터였다. 결코 저렴하다고 할 수 없는 수신기를 파는 사람이나 설치한 당사자들도 그리 떳떳한 기분은 아니었을 것이다.
 

안테나에서 TV 수상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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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허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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