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트로닉스기술은 '인간에 가까와지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몸무게 74kg, 키 1m, 다리 넷 달린 로봇이 ‘기우뚱 기우뚱’어설픈 걸음마를 시작한다. 머리부분에 장치된 시각감지기(카메라)가 눈앞의 물체를 자동으로 식별함으로써 목표 점을 향해 움직여 갈 수 있다. 덩치는 감당하기가 힘든 듯 걸음걸이는 매우 느리다. 키의 3분의 2가 넘는 70cm나 되는 긴 다리를 5cm 높이로 들어올려 나아가지만 보행속도는 분당 33cm에 불과하다.
최근 과학기술원과 기계연구소 전자통신연구소 3개 기관이 공동으로 개발한 ‘걸어다니는 로봇’이 스스로 걷는 모습이다. 로봇 공동연구팀(연구책임자 과학기술원 변증남교수)은 지난 87년부터 시작한 ‘다각보행로봇개발’의 2년간 연구성과를 공개하고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국내 처음으로 걸어다니는 로봇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현재 산업현장에서 이용되는 로봇은 자신의 위치를 고정시키고 긴 팔(arm)을 이리저리 움직여 용접이나 조립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동하는 로봇이 간혹 있지만 발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바퀴나 레일을 이용해 일정한 공간을 반복해서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운동성이 좋은 보행로봇의 개발은 필수적이다. 원자력발전소와 같이 위험하거나 오염이 심한 지역 또는 해저나 화재현장에는 인간을 대신해서 로봇이 활약해야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행로봇을 개발하는 데는 고도의 정밀기계기술 전자기술 컴퓨터기술 등 첨단기술들이 총동원돼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행로봇개발은 커져가는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연구과제로 남아 있었다. 세계적으로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와 일본 동경대 등에서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을 뿐 상품화되어 실제 이용되고 있는 사례는 없다.
공동연구의 성과
이번 보행로봇의 개발은 기계공학자 전자공학자 컴퓨터기술자 등 20여명의 국내 연구진이 힘을 합쳐 만든 합작품의 성격을 띠고 있다. 연구책임자인 과학기술원 변증남교수팀(전기전자과)은 총괄진행과 관리제어시스팀 및 비전(vision) 부분을, 같은 과 정명진교수팀은 시뮬레이션(similation)파트를, 전자통신연구소 황성구박사팀은 걸음새연구를, 기계연구소 김기엽연구원은 모터선정과 컨트롤러제작을, 과학기술원 윤용산교수팀(기계공학과)은 로봇의 설계와 구조를 각각 맡았다. 지리적으로도 떨어진 여러 연구소가 하나의 연구과제를 위해 협력한 것은 우리나라처럼 고립적인 연구풍토에서 귀중한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보행로봇을 개발하는 또다른 동기는 동물이나 사람이 어떻게 다리를 이용하여 걸어가는가를 연구하는데 있다. 이러한 원리를 잘 이해함으로써 그 결과를 장애자를 위한 재활의학이나 스포츠과학 등에 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눈’달린 로봇
4개의 다리를 움직이기 위한 제어시스팀은 3개의 CPU(중앙처리장치)를 사용한 다중프로세서시스팀을 이용했다. 연구팀은 이 시스팀을 응용소프트웨어와 함께 설계해 제작해냄으로써 로봇이 평탄한 지형에서 연속적으로 직선보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로봇이 이동하려면 주위의 상황을 감지할 수 있는 비젼시스팀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로봇에는 시각기능을 하는 카메라를 설치해 보행로봇의 항법장치와 함께 목표물을 스스로 찾아가도록 했다. 이에앞서 시각센서의 기능을 연구하기위해 몸체가 작고 바퀴가 달린 ‘새끼로봇’을 제작하여 비전시스팀의 가능성에 대해 실험했다.
또한 보행로봇을 개발하고 그 성능을 개선하려면 기구학적인 동작특성과 걸음새에 관한 연구도 뒤따라야 한다. 이를 3차원 그래픽을 이용해 컴퓨터화면에서 시뮬레이션하는데 이에따라 개발비와 시간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왜냐하면 복잡한 다리의 이동과 기구학적 특성을 컴퓨터로 분석해 불필요한 시간의 낭비를 없앨수 있기 때문이다.
보행로봇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재질은 알루미늄합금인 Al2024로 제작됐다. 이는 비중면에서 스테인레스강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가 50%에 이르므로 가볍고 강도가 우수한 특성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된 보행로봇은 연구실 수준의 극히 초보적인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실제 이것을 인간이 이용하려면 보다 보행속도가 향상되고 제어기술과 걸음새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로봇은 다리마다 모터가 2개씩 붙어있어 다리를 들어올리고 몸체를 이동시키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아직 앞뒤로 움직일 수 있을뿐 옆걸음이나 회전기능이 없어 완전히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평탄한 길이외에 경사나 장애물이 있을 경우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몸체의 무게는 원래 60kg을 예상했는데 계획보다 14kg더 무거운 74kg으로 늘어났다. 설계당시에 생각하지 못했던 기어박스와 비전시스팀의 모터 그리고 카메라가 10kg이상 더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로봇의 중량이 늘어나고 소모되는 에너지가 증가한 만큼 보행속도는 느려지게 됐다.
변증남교수는“이번에 제작된 로봇은 완전한 것이 아니고 3차년도의 연구과정 가운데 2년동안의 연구성과를 토대로 실험적으로 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내년까지 몸무게를 50kg으로 줄이고 보행속도도 2배이상 빨라진 로봇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