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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학은 만능박사가 되고 싶었던 나에게 꼭 알맞는 학문. 더욱이 해양실습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체험이 되고…

바다에 관해서 무엇을 아십니까? 이지구 표면의 70%가 물로 덮여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더라면 아마 지구라고 명명하지 않고 ‘해구’라고 이름 지었을 것이다. 물론 나는 해구가 훨씬 마음에 들지만 나 혼자서 지구를 해구라고 외쳐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 나라의 지리적 특성, 즉 삼면이 바다라는 점에 난 항상 자신을 갖는다. 그 곳에는 얼마나 많은 자원이 있을까? 바다라고 생각하면 누구나 물고기만을 생각하겠지만 더 많은 다른 자원이 숨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일까?

항상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있던 나는 자연스레 해양학과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런데 해양학과에 들어오니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보다 더 많은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 계획표 대신 실천표를 작성해

한마디로 해양학(oceanography)은 통합과학이다. 즉 물리 화학 지질 생물 수산이라는 다섯 분야로 나뉘어져 있다. 물리해양학은 해양의 물리적 성질을 이해하는 데에 최대의 목표를 두고 있는데 기후의 조절, 각종 재해나 해난의 방지, 조류나 조석을 활용한 에너지자원 개발을 연구한다. 화학해양학은 해양환경 평가의 기본이 되며 오염방지 대책수립에 기여한다.

지질해양학은 해저에 널리 분포해 있는 망간단괴 석유 등 해저 자원 탐사및 개발, 대륙붕개발에 널리 응용된다. 생물해약학과 수산해양학에서는 우리가 직접 접하는 어류자원을 연구하고 미래의 식량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이처럼 다양한 것을 배우고 익힌다는 사실이 처음엔 부담스럽고 벅찼지만 만능박사가 되고 싶은 나에게는 정말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꼭 하고 싶은 분야를 가려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서 좋았다. 누구보다 과학을 사랑한다고 자부하는 나는 이길에 들어 선것에 금방 자신을 갖게 되었다.

처음엔 해양학과에 다닌다고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면 “너 그 과에 들어가서 뱃사람 되는 거니?” “물귀신이라도 되려는 거야?”하는 걱정섞인 질문을 듣곤 했다. 이러한 질문들이 나에게 쏟아질 때면 나는 항상 “저는요. 망원경을 가진 인어아가씨예요”라고 대답했었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어서인지 나의 대학생활은 항상 바빴고 무언가를 찾으려고 노력하였다. 옛날에 살았더라면 하루에도 짚신이 몇 켤레씩 닳아 없어졌을 정도로 열심히 생활했다. 노력한만큼 얻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문득 목표를 향해 가기까지 길잡이 역할을 한 여고시절의 실천목표가 기억난다.

“얘. 빨리 일어나라”하시는 어머니의 기상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나의 하루 일과는 시작된다. 처음으로 교실에 들어선 나는 교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공기에 감사한다. 빛의 밝음과 공기의 맑음은 나의 마음을 늘 상큼하게 해 주었고 책상에 앉은 나의 기분은 그야말로 최상급이 된다.

이때 나의 실천표에는 동그라미가 그려지게 된다. 왜 계획표라는 이름이 없어지고 실천표가 등장했냐하면 그것이 나의 신조였기 때문이다. 하루에 지켜야 할 일 옆 칸에는 괄호가 그려져 있고 그곳에는 나의 하루일과 성적이 쓰여진다.

실천표에 의해 평가하고 반성한 나는 하루하루를 소중히 지냈고 아침의 맑은 공기와 밤의 초롱한 별빛을 받으며 고3생활을 보냈다. 고지의 목표를 향하여 굳굳이 밀고 나갈 때 마침내 희망의 빛이 비출 것이라는 것을 나는 믿고 있었다.

예상대로 행운의 여신은 나를 해양학도로 유인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대에 살면서 아직 미개발 분야를 공부하는 나로서는 좀더 새로운 것을 찾아 다녀야 했다. 아울러 새 세계를 직접 접해 보아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는 우리과의 공부는 안성맞춤이었다. 강의실에서의 공부뿐만 아니라 실습을 통한 공부였다는 것이 나에게 많은 가능성을 부여한 것이다. 여러 실습 중에서도 덕적도의 해양종합실습은 인상적이었다. 광량한 바다와 멀리 보이는 작은 섬들 하나하나에 뜻을 품고 바다로 나간 우리에게 많은 기억들을 새겨주었던 것이다.

해양조사 장비를 가지고 그곳의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쟀고 플랑크톤(Plankton)도 채집했다. 실습이 끝날 즈음에는 나의 현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으며 바다 밑의 지형도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즐거운 시간은 점심시간이었다. 이곳의 물고기는 어떤 종류인가를 파악하고 표본을 만들고 나머지는 우리의 식사가 되었다. 얼마나 맛이 있는지 세상에서 제일 맛이 있는 요리라고 생각했다.

12시간 이상 배에서 보냈지만 멀미는 하지 않았고 기분은 계속 좋아졌다. 이것이 정말로 산교육이라는 느낌을 받았으며 실습의 지식이 곧 나의 확고한 지식이 되었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그곳은 너무나 평화로왔고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또 모든 사람들과 같이 한 2박3일의 생활은 선배와 후배간의 정을 두텁게 해주었고 교수님과 제자간의 허물을 벗겨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망원경을 가진 인어
 

●─ 영어공부에 대한 아쉬움

하지만 대학 2학년 1학기, 다시 말해 처음 전공을 접했을 때의 암담한 기분은 말로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모든 전공서적이 원서였는데 영어나 일어로 된 책이었다. 한 페이지를 이해하는데 적어도 30분은 넘게 걸렸으며 그럴 때면 너무 속이 상해서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우리 나라의 해양학 분야가 좀 더 발전하고 개발되었더라면 해양학에 관한 책은 우리말로 쓰여졌을 텐데….

하지만 그건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래서 힘들이지 않고 원서를 독파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려고 애썼다. 선진외국의 해양학자들이 연구한 해양학의 모든 지식을 머리속으로 챙겨 넣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각오로 원서와 접하면서 공부했더니 이제는 조금 적응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미숙한 점은 많다. 지금에 와서야 고등학교 때 영어라 하면 책도 보기 싫고 “내가 영문과 갈것도 아닌데…”하는 생각을 한것이 원망스럽다. 그때 좀더 열심히 했더라면 훨씬 쉽고 능률이 오를텐데 하는 후회가 자꾸 드는 것이다.

그것을 극복하려고 방학 때마다 영어특강을 빼놓지 않고 듣고 있지만 다른 나라의 말을 완전하게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모름지기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최선이라는 말을 좋아 한다.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해서 안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나는 바다의 궁금증을 풀려고 노력하고 있다.

육지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오랫동안 바다를 어부의 어장 내지 배의 항로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파도 아래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광대한 처녀 영역은 우주공간과 마찬가지로 우리들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인류가 바다로부터 많은 것을 얻으려면 우선 바다에 대한 지식을 좀 더 늘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케네디 대통령은 “바다에 대한 지식욕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우리들의 생존, 그것이 걸려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아무튼 바다를 실생활에 이용하는 것이 장차 중대한 문제로 떠오를 것이다. 바닷물이나 빙산을 식수로 만들어 볼 수도 있고, 바다의 광물자원이나 에너지자원을 이용하고, 바다를 경작해서 식량을 생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정말로 인류에게는 커다란 수확이며 공헌일 것이다. 특히 자원이 부족한 우리 나라에서는 꼭 필요한 개발이 아닐까?

이것이 해양학을 하는 사람이 연구할 과제이며 개척할 분야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자! 저 넓고 푸른 바다의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라. 한번 도전해 보고 싶지 않은가?

1989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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