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아, 독일, 프랑스, 미국 공동발굴팀이 동유럽 그루지아공화국 드마니시에서 약 1백70만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인류의 두개골 화석을 거의 완벽한 상태로 발굴했다는 소식이 5월 12일자 사이언스지를 통해 전해졌다. 이것은 아프리카 밖에서 발견된 인류 화석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화석이다.
그동안 학자들은 기후나 식량 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유럽으로 이주하는 일은 손도끼와 같은 세련된 석기를 사용할 수 있을 때나 가능하다고 믿어왔다. 유럽의 하이델베르그인, 네안데르탈인, 아시아의 자바인, 베이징인 등은 다양한 석기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이들의 조상인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종이 약 1백만년 전 처음으로 아프리카를 떠나온 인류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두개골과 함께 발견된 석기는 돌을 아무렇게나 깨서 만든 가장 초보적인 형태였다. 게다가 분석 결과 이 화석은 호모 에렉투스보다 앞선 시기에 아프리카에 출현한 호모 에르가스터(Homo ergaster)로 밝혀졌다. 이들은 왜 유럽으로 이주했을까. 또 어떻게 초보적인 석기로 생존할 수 있었을까.
공동 발굴단의 일원인 플로리다 대학의 수잔 안톤 박사는 ‘식량을 찾아서 이동한 것’으로 설명했다. 호모 에르가스터는 이전 인류보다 20-30% 정도 큰 몸을 유지하기 위해 동물성 단백질이 필요했는데, 동물들이 점점 넓어지던 사바나지대를 따라 유럽으로 이동해서 이들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 같은 발굴단원인 노스텍사드 대학의 리드 페링 교수는 “석기 기술은 뒤떨어졌지만, 나무를 사용하거나 사회적 행동을 발달시켜 충분히 난관을 극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발굴에 대해 영국 자연사박물관의 크리스 스트링거 박사는 “드마니시에서 발견된 두개골 화석은 우리의 직계 조상이 아니다” 라고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그는 “오늘날 인류의 직계 조상은 아프리카에서 약 20만년 전 이주해온 호모 사피엔스이다. 호모 에르가스터나 호모 에렉투스도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에서 이주한 종이지만 그 사이에 멸종해 오늘날로 이어지지 못했다” 라고 말했다. 이 설명은 1856년 발굴된 네안데르탈인 화석과 2천명의 현생 인류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비교한 결과 서로 다른 종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1997년의 연구와도 일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