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정보문화의 달'을 맞아 정보문화센터가 전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현상공모한 글짓기 최우수작이다. 한군은 이 글에서 단순히 컴퓨터를 이용해 다른 사람과 통신을 하면서 느낌 점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내가 컴퓨터를 알게 된 것은 7년전이고 정보통신이 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3년전의 일이다. 그런데 나는 지난 1년동안 정보통신망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이런 행운을 다른 친구들과 함께 나누는게 더 큰 의미가 있을 것같아 1년간 정보통신을 이용하면서 갖게된 경험을 글로 옮기게 됐다.
이 경험은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소중한 추억거리로 남을 것이니까 단순하나 글짓기가 아닌 정보화사회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소묘(?)라고 생각하면서 이글을 시작하고 싶다.
작년 6월, D회사에서 국민생활 정보망 무료 이용자를 모집했었는데 운좋게 할머니 댁이 지정되어서, 나는 휴일이면 할머니 댁에서 이 정보통신 서비스를 이용했다. 그러다가 12월 연합고사가 끝나자 회사의 허락을 받아 아예 우리집으로 옮겨 왔다.
나는 국민학교 4학년 때 부모님을 졸라서 8비트짜리 컴퓨터를 샀는데, 집에서는 나 외에 사용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언제나 식구들의 관심밖에 있었다. 그러나 할머니 집에서 16비트 컴퓨터를 집으로 가져와서 집안에서 주식시세를 볼 때부터는 식구들의 컴퓨터를 대하는 눈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국민생활 정보망은 천리안II와 한글전자사서함, 2가지 정보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사서함은 또하나의 새로운 나를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꼭 알아야 할' 정보
그러나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 이 천리안이나 사서함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우리 무료 사용자들은 모르지만, 유료 사용자들 입장에서 볼 때에 정보사용료는 매우 비싼편인 것같았다. 우리같이 무료로 이용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유료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20~30만원씩 낸다는데 그에 비하면 우리는 얼마나 행운인지! 전화도 그랬었지만 정보통신도 이처럼 가격이 높으면 발전하는데 있어서 큰 장애가 되지는 않을른지…
천리안 사서함의 이용자 중에는 불법 이용자 들도 간혹 있는데, 가격이 높은 탓일까? 또 하나 불편한 점은 데이터뱅크 천리안의 내용에 대한 것이다. 이정보들은 수시로 갱신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언젠가 여행을 가려고 정보 검색을 해보니깐 1년전 정보가 아직도 갱신되지 않고 있어서 좀 안타까왔다. 그리고 이정보들이 이용하기 편하도록 되어 있지만은 않았다. 이런 점들이 하루빨리 개선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나는 일 년동안 정보 통신을 이용하면서 너무나도 편리한 헤택을 받아왔고, 유익한 경험도 많이했다.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여건이 그렇게 될른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이용자의 대부분이 부유층이라는 점은 나를 안타깝게 한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이 아직 그렇게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 것같지 않은 것 같은데, 내가 생각 하기에 정보통신이 활발히 이용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국민들이 정보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보에 대한 가치가 별로 높지 않은 것 같다. 이제 정보의 가치를 중요시해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알거나 말거나'하는 정보가 아닌 '꼭 알아야 할' 정보를 값을 치르고 구하는 사람이 많을 때 정보통신의 가치도 높아질 것이다.
둘째, 정보통신서비스가 좀 더 대중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화도 그렇듯이 대중화가 되면 가격도 좀 더 저렴해 지고, 그러면 사용자도 자연스럽게 늘 것이며 이에 따라서 가격 부담도 자연히 줄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천리안 II는 데이터뱅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여기서 주식시세 기상정보 관광 문화행사에서 신간도서 안내까지 우리생활에 편리한 정보들이 들어 있었다. 나도 처음에는 이것이 우리생활에 얼마나 도움을 줄까 하고 그 편리함을 미덥지 않아 했다. 내 생활과는 전혀 관련이 될것 같지 않았다.
그러다가 겨울에 스키타러 갈때 스키장에 대한 정보를 천리안 II서비스를 통해서 자세히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영화구경을 갈때에도···
이런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은 식구 중에 나 뿐이 아니었다. 우리 어머니께서도 주식시세를 알아 보실 때에 힘들게 증권회사까지 가지 않으셔도 안방에서 연결만 하면 수 분내로 원하는 종목의 시세를 아실 수 있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천리안II는 우리집에서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또 하나의 정보통신서비스 한글전자사서함은 이름 그대로 전자사서함으로 컴퓨터로 편지를 주고 받는 기능등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이것을 천리안 보다 더 자주 사용했다. 처음에는 컴퓨터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좀 서먹서먹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여러분들을 알게 되었다. 친한 친구들도 사귈 수 있게 되었고···
컴퓨터로 만난 사람들
사서함 덕분에 내 컴퓨터 실력도 월등히 늘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 서비스가 컴퓨터의 통신기능을 이용한 교재이기 때문에 내가 모르는 것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고, 사서함을 쓰는 사람들이 대부분 컴퓨터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이전에 모르던 것을 상당히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사서함에는 채팅이라는 기능이 있어(채팅은 잡담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그런 뜻이 아니다) 상대방과 키보드를 통한 대화를 할 수 있다.
언젠가는 광주에 사는 아저싸와 채팅을 할 기회가 있었다. 얼마후 이 분께서 서울에 올라오셨을 때, 우리집이 터미털 근처였기 때문에 만나 뵐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사서함을 통해 형과 누나를 사귀게 되었다. 편지를 몇 번 주고 받다가 한번 만나고 부터는 친형제 같은 사이가 되었다. 어려운 고민 거리가 있을 때마다 친형이나 누나가 없는 나에게 이 두분의 조언은 얼마나 되움이 되었는지 모른다.
편지만 주고 받던 사람들을 직접 보게 되었을 때의 기분은 아마도 아마추어무선사들이 서로 만났을 때의 기분과 흡사할 것이다. 그밖에도 나는 친구, 후배등을 사서함을 통해서 사귈 수 있었다.
세째, 주체적인 정보문화 발전을 이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 뿐만이 아니라 컴퓨터 모든 분야에 있어서 그렇지만, 거의 대부분이 영어로 되어있다. 앞으로도 많은 기술이 외국으로부터 유입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 기술을 수용하기만 한다면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이방면에서 확고한 위치를 잡고 있다면, 더 이상의 외국어는 필요없을 것이다.
나는 이 글도 손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워드프로세서로 치고 있다. 그리고 이글을 정보문화센터로 보내는 것도 우편이 아니라 전자사서함을 통해서 보내려고 한다. 십 년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일을 나는 지금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십 년 뒤에는 어떤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질까? 도무지 상상이 되질 않는다. 다만 한가지, 주체적인 정보문화 발전을 위한 작은 디딤돌이 되어 있을 내 모습만은 상상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