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오지로 불리는 극지에 떨어진다면 어떨까.현재 사는 곳과 판이하게 다른 남북극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어떻게 입어야 하고, 무엇을 가져가야 하며,무엇을 조심해야 할까.로빈슨 크루소가 이런 상황에 닥친다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현대적인 탐험이 이루어지기 전, 극지방 탐험에서는 개가 필수적이었다. 특히 그린란드 에스키모인들이 기르는 허스키종 개는 썰매를 끌만큼 힘이 좋고, 추위를 잘 타지 않으며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 극지 탐험의 동반자로 사랑받았다. 영국의 탐험가인 새클턴은 1907년 남극 원정에서 개대신 만주산 조랑말을 짐꾼으로 썼다. 그는 8백kg을 끌 수 있는 조랑말에게 하루 먹이가 5kg 필요한 반면, 50kg을 끌 수 있는 개는 하루 7백50g의 식량이 필요하므로, 조랑말이 능률적이라고 파악했다.
그러나 그의 계산은 빗나갔다. 조랑말은 몸무게가 커서 깊이 쌓인 눈 속에 빠지기 쉬우며, 무엇보다도 눈보라가 치면 몹시 고통스러워했다. 조랑말이 눈보라에 견디기 어려운 이유는 땀이 얼어붙어서 마치 얼음 코트를 입은 것처럼 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땀을 흘린 다음에 추운 곳에서 떠는 것과 같다. 반면에 개는 혀로 땀을 분비하기 때문에 영하 40℃에서도 끄떡없이 지내며 바깥에서 잠을 잔다.
남극 원정에서는 개를 사용하지 않아 여러번 실패했었다. 새클턴의 1907년 원정에서 준비한 10마리의 조랑말 중에서 6마리가 출발도 하기 전에 죽었고, 1910년 스콧의 원정 때도 조랑말이 동원됐으나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1911년 아문젠의 성공에는 개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아문젠의 탐험대에는 개전문가 헬머 한센이 끼어 있었다. 그들은 12마리의 개가 끈 썰매로 매일 24km를 행군해서 극점 정복에 성공했다.
두꺼운 옷보다 얇은 옷 여러벌이 낫다
북극은 사정이 조금 낫다고 하지만,남극의 고원지대는 여름이라 하더라고 영하30℃정도의 극심한 추위가 계속된다.겨울철에는 영하60℃이하로 되는 일이 흔하다.온도가 낮을 때는 모든 물건들의 강도가 약해진다.겨울철에 언 빨래를 부러뜨리면 섬유가 부러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영하60℃이하에서는 고무나 플라스틱조차 유리처럼 부서진다.알루미늄 캔도 부스러진다.끓는 물을 공중으로 던지면 폭발이 일어나기도 한다.뜨거운 기체가 저온의 공기 속에서 갑자기 노출될 때 순간적으로 물리적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영하 60℃ 이하에서 인공섬유는 견디지 못하고 자연섬유인 솜, 늑대가죽, 곰가죽 등만 견딘다. 순록과 북극곰 가죽은 특히 유용하다. 에스키모인들은 옛날부터 곰가죽으로 방한복을 만들고, 해마기름으로 불을 밝혔다. 시베리아의 극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순록 모피옷을 입는다. 1903년 아문젠은 에스키모인들과 겨울을 보내면서 칼과 바늘을 주고 순록 모피옷을 교환했다. 그는 유럽에서 가장 따뜻한 옷보다 순록 모피옷이 더 따뜻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가죽옷은 너무 무거워 최근에는 첨단 소재인 고어텍스로 만들어진 옷이 각광을 받고 있다. 고어텍스는 외부의 비바람을 막아 체온을 유지해주고, 몸에서 나는 땀은 밖으로 배출해주는 특수한 소재다. 고어텍스는 원래 NASA에서 우주복 재료로 개발된 것이다. 때문에 영하 1백50℃에서 영상 1백80℃까지의 극한 환경에서도 끄떡없다.
고어텍스의 재료가 되는 이-피티에프이(e-PTFE)라는 물질의 특수한 구조 때문이다. 이 재료에는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 구멍은 수증기 입자보다 크기가 2만배 이상 크고, 물방울 입자보다는 7백배 이상 작아서 외부의 빗물이나 물방울은 막아주어 방수기능을 하지만, 몸에서 증발되는 땀은 밖으로 배출해준다. 고어텍스 소재의 옷을 입고 물에 빠졌더라도 빨리 건져 올려 옷을 벗겨내면 물이 거의 스며들지 않아 동상을 피할 수 있다.
흔히 추운 겨울에는 두꺼운 옷을 입으려고 한다. 그러나 두꺼운 옷 한벌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벌 껴입는 것이 낫다. 두꺼운 옷을 입었다 하더라도 체온이 두꺼운 옷에 전달되고 외부의 찬공기가 옷에 닿아 계속해서 몸의 열을 뺏는다. 그러나 얇은 옷을 여러개 껴입으면 옷의 층과 층 사이에 공기층이 생겨 열 전달이 어려워진다. 그러면 내부의 체온이 밖으로 잘 빠져나가지 않고, 밖의 찬기운도 안으로 잘 전달되지 않는다. 흔히 오리털 파카나 오리털 이불에 사용되는 다운(거위의 앞가슴털)이 따뜻한 것도 마찬가지다. 거위의 앞가슴털은 작은 솜털로 이루어져 솜털 사이사이에 공기를 많이 머금을 수 있다. 이것을 이용해 옷이나 이불을 만들면 솜털 사이에 공기층이 형성돼 열의 이동을 어렵게 한다. 그래서 아무리 추운 날에도 이것을 입고 있으면 체온을 뺏기지 않아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다.
이상한 거리 감각, 여러개의 태양
극지방에서는 기온이 낮기 때문에 구름이 수증기가 아니라 얼음 알갱이들이 모여서 만들어진다.이렇게 얼음 알갱이로 만들어진 구름들은 태양 빛이 산란하거나 반사해 특이한 광학 현상들을 만들어낸다.
극지방에서는 하늘에 먼지가 없고 깨끗하기 때문에 날씨가 좋은 날에는 시계가 매우 넓다. 그러나 이것이 눈에 착각을 일으켜 아주 멀리 있는 대상을 가깝게 느낀다. 이때 목표지점이 보인다고 금방 도착할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시간을 촉박하게 계획하면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언뜻 1-2km 거리로 보이던 대상이 실제로는 그보다 3-4배나 멀리 있기 때문이다.
탐험대를 가장 어렵게 하는 것이 백시(Whiteout)현상이다. 극지에서는 모든 것이 눈으로 덮여 흰색이기 때문에 그림자나 물체간의 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거리 감각을 잃어버린다. 이것을 백시현상이라 한다. 백시현상이 나타나면 바로 수m 앞도 분간할 수 없고 물체가 구분되지 않아 빙벽 사이의 크레바스(깊이가 30-40m에 이르는 얼음층의 큰 균열)에 빠지거나 바다에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기 쉽다. 극지를 비행하는 비행사들도 거리분간을 하지 못해 추락사고를 내기도 한다. 심지어 새들도 백시현상에 속아 빙벽이나 눈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다.
백시현상이 나타나면 무조건 이동을 멈추고 한 장소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백시현상이 나타나기 전에 목표지점을 봐놓았거나, 이미 알고 있는 길이라고 해서 움직였다가는 십중팔구는 조난을 당하고 만다. 특히 사람은 생리적인 특성상 공간지각이 없을 때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없다.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공간 감각이 없는 채로 길을 잃었을 경우, 자신은 무조건 한방향으로만 전진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오른쪽으로 원을 그리며 돌게 된다. 깊은 산속에서 밤중에 길을 잃었을 때 밤새 한방향으로 전진했는데 도리어 원을 그리며 제자리로 돌아오고 마는 경우가 이것이다. 극지에서 백시현상이 생겼을 때도 마찬가지다. 똑바로 직선으로 목표지점을 향해간다고 하더라도 자기도 모르게 큰 원을 그리며 맴돌 뿐이다.
극지에서는 바람에 날려 올라간 눈과 얼음 알갱이가 대기 중에서 햇빛을 산란시켜 태양이 여러개로 보이게 한다. 이것을 환일(Parhelion)현상이라고 한다. 태양 주위에 둥근 모양의 해무리가 여러개 겹쳐 나타나는 것이다. 달이 떴을 때도 마찬가지 현상이 종종 관측된다.
또한 낮에 강한 햇빛이 내려 쪼일 때 태양 아래로 강한 서광처럼 빛줄기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무지개가 나타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환일과 무지개, 서광이 동시에 겹쳐지면서 놀이공원에서 레이저쇼를 하는 듯한 환상적인 장관이 나타난다. 남극 탐험가 에드워드 윌슨은 이런 현상을 보고 “최소한 9개의 가짜 태양과 14개 이상의 둥근 띠, 그리고 밝고 하얀 색의 광채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나타났으며 무지개가 주위를 가득 채웠다”고 썼다.
몸에 물이 닿으면 죽음
극지방에서는 얼음이 깨진 곳이나 크레바스에 속아 바다에 빠질 수 있다.그런데 극심한 추위가 계속되는 극지방에서는 물에 빠지면 곧바로 죽음이라고 봐야한다.물에 빠졌을 경우 곧바로 꺼내 응급처치를 하지 않으면,체온이 낮아져 얼어죽는다.체온이 떨어지면 초기에는 몸이 잃어버린 열을 보충하기 위해 근육을 떤다.흔히 추위를 느낄때 몸서리를 치는 것이 이것이다.그러나 체온이 계속 떨어져 34℃이하가 되면 몸서리도 나타나지 않는다.그리고 23-25℃까지 떨어지면 그대로 죽음이다.
체온을 잃으면서 몸은 무력감, 피로, 몸서리가 나타나면서 소위 탈진한 상태가 된다. 졸음이 오고 잠이 들면 그대로 죽음에 이른다. 고산등반을 주제로 한 영화에서 조난을 당했을 때 탈진한 동료에게 잠들면 죽는다며 계속해서 동료를 깨우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저체온증 때문에 졸음이 오는 것이다. 그러나 체온을 올릴 수 있게 다른 조치를 취하거나 정신력으로 버티지 못하고 잠이 들 경우 그것은 곧바로 동사로 이어진다.
동료가 물에 빠졌을 경우에는 재빨리 건져내서 옷을 벗기고 온몸을 맛사지해서 체온을 올려줘야 한다. 1995년 북극점을 정복하고 북극해를 횡단한 허영호 대장의 탐험대 대원 중 한명이 백시로 시야가 어지럽게 되자 불과 2m 앞의 바다를 보지 못하고 빠지고 말았다. 이날 기온은 영하 22℃로 극지에서는 비교적 기온이 높은 편에 속했다. 그러나 동료들의 도움으로 겨우 건져 올려지자마자 온몸이 동태처럼 꽁꽁 얼어버렸다. 동료들은 얼른 대원의 옷을 벗기고 알몸이 된 대원의 온몸을 맛사지했다. 또다른 대원들은 급히 텐트를 치고 버너를 피운 다음, 대원을 텐트로 옮겨 서로 몸을 맞비비며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처치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죽은 체하면 곰이 물지 않는다?
극지방에서 사람을 공격할 만한 맹수는 거의 없지만,단하나 북극곰은 예외다.북극곰은 몸무게가 1-2백kg이 나가는 어린것들도 있지만 키가 3m이상 되고 몸무게도 무려4-5백kg이나 나가는 거구의 수컷들도 있다.이들은 사람에게 익숙하지 않고 호기심이 많기 때문에 사람에게 접근하거나 밤 동안 음식냄새를 맡고 텐트를 공격하기도 한다.특히 최근에 환경 오염으로 붑극해의 생태계가 교란되면서 곰의 먹이가 줄어들자 에스키모 마을까지 내려와 공격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텐트 주변에 음식냄새를 절대로 피우지 않도록 하고,배설물도 깊이 묻어버려 냄새가 퍼지지 않도록 해야한다.
거대한 몸집의 곰은 보통의 위협으로는 물러가지 않는다. 곰이 사람과 맞닥뜨렸을 때 어느 정도 탐색을 하다가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서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곰이 물러가는구나 하고 마음을 놓으면 절대 안된다. 이것이 곧 공격자세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동화에서 본대로 곰을 만났을 때 죽은 척 엎드려 있으면 곰이 공격하지 않는다는 말은 근거없는 말이다. 북극곰은 결코 흥분하거나 서두르지 않고 발자국소리도 내지 않고 탐험대에 접근해 공격한다. 때문에 북극 탐험가들은 사냥용 총을 필수적으로 휴대하고 북극곰이 접근하기 전에 발견해 발포해서 쫓아낸다. 위협만으로 물러가지 않을 때 부득이 몸에 상처를 입히는 경우도 있다. 항상 경계를 철저히 해서 곰과 대결하는 일을 미연에 막는 것이 최선이다.
극지에서 겪는 화상
눈에 의해 반사되는 자외선은 일반적인 땅에서보다 30-40%증가한다.극지방을 탐험할 때는 추위를 막기 위해 마스크와 털모자를 쓴다.그러나 눈으로 들어오는 자외선을 피할 수는 없다.때문에 스키고글을 꼭 착용해야 눈의 부상을 막고 얼굴에 화상 입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또한 한참 걷다보면 몸이 더워지기 때문에 극심한 투위가 아니면 얼굴을 모두 덮는 모자를 쓰기 어렵다.따라서 선크림을 바르는 것은 필수다.고산등반가들이 귀국할 때 얼굴을 보면 까맣게 타 있고 군데군데 벌겋게 상처가 난 것을 볼 수 있다.눈에 반사된 자외선에 오랫동안 노출됐기 때문이다.
살이 탈 때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은 자외선B(290-320nm)에 의한 화상 때문이고, 피부가 검게 변하는 것은 자외선A(320-400nm)가 멜라닌 세포와 반응해 멜라닌 색소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고글을 쓰지 않으면 눈이 시리고 눈물이 나는 각막염이 발생한다.
추운 곳을 여행할 때 가장 무서운 것이 동상이다. 차가운 상태에서 계속 노출된 부위는 혈관조직이 파괴되고 세포가 산소공급을 받지 못해 질식사한다. 이것이 동상이다.
추위에 약간 노출됐을 때 혈관은 일시적으로 수축해서 피부가 창백해진다. 그러다가 계속해서 추위에 노출되면 혈관이 아예 마비되기 때문에 확장되고 붉은 빛을 띤다. 더욱 냉각되면 푸른색으로 울혈이 생기면서 붓는다. 처음에는 가벼운 통증이 있고, 저린 느낌을 받는다. 이때 따뜻하게 해주면 가려움증이 생기고 화끈거린다. 그러나 이러한 상태는 비교적 약한 1도 동상에 해당된다.
울혈이 심해지면 혈관이 터져 혈액이 혈관 밖으로 나오고 환부가 저리고 아프며, 큰 수포가 생긴다. 수포가 터지면 염증을 일으킨다. 좀더 진행되면 혈액이 완전히 공급되지 않아 피부가 희게 변하고 감각이 전혀 없어진다. 이것은 피부 괴사로 이어진다. 심한 경우에는 근육, 뼈까지 손상돼 동상부위를 잘라내야 한다.
동상을 막는 방법은 보온을 철저히 하고 동상 취약부위를 문지르고 움직여서 혈액순환을 잘되게 해줘야 한다. 특히 손가락, 발가락, 귀, 코끝, 뺨 등은 동상에 잘 걸리는 부분이다. 동상을 피하기 위해 신발은 발에 조금 큰 것을 신는다. 또한 신발의 습기를 말리고, 발을 깨끗하고 건조하게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구조신호를 보내자
극지방에서는 무전기 같은 통신 수단이 필수적이다.그러나 극단적인 상황에서 무선 교신도 끊기고 아무런 연락 수단이 없을 때도 구조신호를 보내야 한다.보통 실종된 것을 알고 비행기를 띄워 실종자를 찾기 때문에 비행기에 잘 보이도록 구조신호를 보내야 한다.태울만한 것들이 있다면 연기를 피워 신호를 보내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이것도 여의치 않을 때는 거울이 큰 역할을 한다. 공중에서 보면 하얀 눈밭에 있는 사람은 거의 보일락말락할 만큼 작다. 이때 거울을 이용해서 햇빛을 반사시키면 깜박거리는 등불처럼 선명한 신호를 만들 수 있다. 태양과 비행기의 위치를 잘 보고 거울의 방향을 조정해서 비행기에 빛이 비치도록 한다. 계속 한방향으로 비추지 말고 거울을 흔들어 깜박거리는 효과를 내야한다.
또한 비행기에서 보면 사람은 너무 작게 보이므로 커다란 지형지물을 만들어 눈에 띄게 해야한다. 가능하면 평지에서 눈을 높이 쌓아 커다란 그늘이 지게하면 흰 눈밭에 검은 그림자가 크게 지기 때문에 그냥 사람이 서 있는 것보다 훨씬 눈에 잘 띤다. 그밖에 색깔 있는 밧줄이나 옷, 텐트 등을 늘어뜨리거나, 펄럭이게 해서 눈에 띄도록 해야한다.
극점은 어디에 있나
극지에서 극점으로 의미있는 곳은 남북에 각각 3곳 있다.일단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이 지리상의 극점이다.북극점은 북위90도 지점.남극점은 남위90도 지점이다.흥미롭게도 극점에서는 방향을 정할 수 없다.북극에서는 어느 방향으로 가나 남쪽 방향이고,남극에서는 어느 방향으로 가나 북쪽 방향이다.극점으로부터 어느 곳으로나 한발짝 벗어났을 때에야 비로소 동서남북 방향이 생긴다.
이 극점은 지구 자전축이 지나는 곳이다. 하지만 지구자전축도 지름 약 21m의 원(챈들러 원)을 그리며 조금씩 이동한다. 그러므로 어느 지점이 정확한 자전축이냐는 매해 달라진다. 이유는 지구 표면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물과 공기로 덮여있기 때문에 회전할 때 약간 떨린다. 겨울 동안 지구에는 최대의 대륙인 유라시아 대륙에 눈이 내린다. 대륙은 냉각되고 그 위에 있는 공기도 냉각된다. 공기는 냉각되면 무거워진다. 무거운 공기가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 위에 모이면 지구 전체적으로 무게 분포가 변한다. 대륙에 실린 눈이나 얼음도 무게의 밸런스를 변화시킨다.
지구는 우주에 떠 있는 구이다. 또한 해류도 마찬가지다. 지구상의 무게 분포가 변화하면 지구의 회전축까지 변화한다. 그런데 여름이 되면 이것이 원상태로 회복돼 지구의 자전축은 극점 주위를 1년 걸려서 이동한다.
또하나 중요한 극점이 지자기극점이다. 지구는 거대한 하나의 막대자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막대자석의 자력선을 따라 나침반이 위치하므로 우리가 남북을 알 수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나침반이 가리키는 곳은 지리적 극점이 아니라 지자기극점인 것이다. 지자기극점은 지리적극점과 일치하지 않고 11.3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 지구라는 커다란 막대자석이 지구 표면과 만나는 점이 바로 지자기극점이다.
세번째는 복각이 90도로 지구 자기력선이 지면과 수직으로 곧게 들어서는 지점이다. 이곳을 자남극, 자북극이라고 한다. 복각을 재는 특수한 나침반으로 측정하면 이곳에서 나침반은 똑바로 서게 된다. 복각은 수평선과 자기력선이 이루는 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자남북극점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 이유는 아직까지 확실하게 설명할 수가 없다. 학자들은 지구내부의 내핵, 외핵, 맨틀을 이루는 물질들의 상대적인 운동에 따라 자북극, 자남극이 변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자남북극점은 나침반을 사용하면서 관심이 크게 증대됐다. 복각이 90도가 되는 지점이 극점이라고 생각하고 이곳에 가보고 싶어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자극점과 지자기극점은 일치하지 않는 것일까. 지구가 막대자석이라면 막대자석의 끝점에서 복각이 90도가 돼 자극점과 지자기극점이 일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구의 자장은 정확한 막대자석이 아니다. 지구 전체가 하나의 막대자석이 아닌 것이다. 지구 전체적으로 하나의 막대자석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자장이 약 10% 정도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 이 오차가 더욱 커지기도 한다. 남대서양에서는 약 50% 정도가 지구의 막대자석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른 성분의 자장이 발견된다. 이곳에서는 나침반이 제대로 방향을 가리키지 못한다.
지구 내부에는 서로 다른 막대자석들이 여러개 분포한다. 지구전체를 관통하는 막대자석의 힘이 가장 세 나침반의 방향을 결정하지만, 다른 작은 자장들의 힘이 합해져서 복각이 90도인 지점과 막대자석의 끝점인 지자기극점이 달라지는 것이다. 결국 자극점은 지구의 모든 자석들이 합쳐서 만드는 극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지구상 극점들의 위치는 다음과 같다.
자북극점 : 북위 78도30분, 서경104도10분. 퀸 엘리자베스군도 서베스트섬 부근.
자남극점 : 남위 65도, 동경 130도. 프랑스 듀봉드류빌 기지 앞 바다.
지자기북극점 : 북위 78도30분, 서경69도. 그린랜드 북서쪽과 엘에스미어섬 사이의 바다.
지자기남극점 : 남위 78도 30분 동경111도.러시아 보스토크기지 부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