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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숲에서 달을 쫓다

달의 궤적 한 장의 사진에 담기

천체사진을 찍을 때는 카메라를 단단히 고정시킬 삼각대와 셔터를 누를 때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도록 해주는 셔터릴리스(손으로 잡고 있는 리모컨)가 필요하다.

순이가 달아나면 / 기인 담장 위로 / 달님이 따라오고 // 분이가 달아나면 / 기인 담장 밑으로 / 달님이 따라가고 // 하늘에 달이야 하나인데 / 순이는 달님을 데리고 / 집으로 가고 / 분이도 달님을 데리고 / 집으로 가고.

조지훈 시인의 ‘달님’이다.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시골 할아버지 댁에 가던 어린 시절, 창밖으로 밤하늘을 환하게 비추던 둥근달을 보며 이 시를 외곤 했다. 버스가 할아버지 댁을 향해 아무리 빨리 달려도 달은 항상 할아버지 댁까지 바래다줬다.

어른이 된 지금, 할아버지 댁이 아닌 아파트 숲 사이로 퇴근하는 길을 따라오는 달을 마주한다. 어디까지 달이 따라오나, 디카(디지털카메라)로 달의 궤적을 담으며 추억을 떠올려본다.
 
아파트 숲 사이의 달

달이 하염없이 따라오는 이유

할아버지 댁에 갈 때면 들뜬 마음을 알아주는 듯 그 길을 함께 해주던 달. 달은 어째서 모든 사람을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까. 비밀은 달까지의 거리에 있다.

우리 눈은 물체를 보는 각도가 달라지면 물체 또는 자신이 움직였다고 판단한다. 물체를 보는 각도가 변하지 않으면 자신과 물체 모두 정지해 있거나 똑같은 속도로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이때 우리 눈과 물체 사이의 거리는 물체를 보는 각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멀리 있는 물체일수록 각도의 차가 작다는 얘기다. 달리는 버스에서 길가의 가로수를 보면 거리가 매우 가깝기 때문에 휙휙 지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멀리 있는 산은 한참을 달려야 보는 각도가 달라진다.

달은 지구에서 평균 38만4400km 떨어져 있기 때문에 버스가 아무리 빨리 달려도 달을 보는 각도는 거의 변화가 없다. 그런데 나는 내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달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달은 그저 제 갈 길을 가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달은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다른 별과 마찬가지로 하루에 한 바퀴씩 동에서 서로 하늘을 도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달은 지구의 자전방향으로 27.3일마다 한번 지구를 공전하기 때문에 다른 별보다 한 시간에 약 0.5°씩 뒤처진다. 그래서 달이 뜨는 시간이 날마다 50분 정도 늦어진다.

달이 밤하늘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길을 한눈에 볼 수는 없을까. 풍경과 주변 사람을 찍는데만 사용했던 디지털카메라를 밤하늘에 겨눠보자. 모든 이들을 따라가는 것처럼 위장하는 달의 ‘눈속임’을 피해 달의 은근한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다.
 
TIP

달과 배경을 따로 찍어 합성해야

사실 천체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달은 ‘기피대상 1호’다. 달이 너무 밝아 다른 별의 영롱한 빛을 모두 가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외로 천체사진을 찍으러 나갈 때 가장 먼저 달력에서 음력 날짜를 확인한다.

하지만 달은 그 자체로 훌륭한 피사체다. 망원경 같은 값비싼 장비를 갖추지 않아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데다 어두운 곳을 찾아 멀리 나갈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집 베란다와 집 앞 공원, 심지어 도심 한복판에서도 달을 촬영할 수 있다.

오랜 시간 달을 추적할 수 있게 시야가 탁 트인 곳으로 나가보자. 멋진 야경을 함께 찍을 수 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다.

달이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움직인 모습을 한 장의 사진에 담으려면 ‘다중노출’ 기법으로 촬영해야 한다. 필름을 사용하는 카메라는 사진을 찍은 뒤 필름을 감지 않고 한 장의 필름에 사진을 계속 찍을 수 있다.

하지만 필름이 아닌 센서를 사용하는 디지털카메라는 이같은 기법을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일정한 구도에서 3분에서 10분 정도 시간 간격을 두고 찍은 여러 장의 달 사진을 합성해야 한다.

이때 달의 밝기에 노출시간을 맞추면 도시의 야경이 너무 어둡게 찍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같은 구도에서 배경사진을 따로 찍어 달 궤적이 담긴 사진에 함께 합성한다.

이제 달이 도심 밤하늘을 배경으로 위치를 옮기는 장면을 실제로 담아보자. 사진을 찍을 장소를 선택한 뒤 카메라의 위치와 사진의 구도를 잡는다.

이때 카메라를 단단히 고정시킬 삼각대와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도록 해주는 셔터 릴리즈가 필요하다. 셔터 릴리스가 없는 경우 셀프타이머 기능을 이용하면 셔터를 누른 몇 초 뒤 사진이 찍히기 때문에 흔들림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멋진 배경으로 구도를 잡았으면 노출시간을 결정한다. 카메라가 자동으로 빛의 양과 노출시간을 결정하는 자동모드를 사용하면 토끼가 방아 찧는 모습을 닮은 달의 지형을 사진에 담기 어렵다. 자동모드에서는 사진 전체의 평균 빛 양을 고려해 노출시간을 결정하기 때문에 노출시간이 길어지고 그 결과 달이 하얗게 찍히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촬영모드를 완전수동모드(M)나 노출시간 우선모드(S)으로 바꾼 뒤 노출시간을 1초 이내로 짧게 조절한다.

이때 달이 어떤 모양인지 고려해 노출시간을 세밀하게 조정하면 달의 지형을 더욱 생생하게 찍을 수 있다. 달은 모양에 따라 밝기 차이가 매우 크다. 반달일 때는 밝기가 -9.9등급이지만 보름달일 경우는 -12.6등급이다.

보름달은 반달에 비해 보이는 면적이 2배이므로 밝기도 2배일 것 같지만 실제 밝기 차는 약 10배에 이른다. 조리개(f수)를 8로 설정했을 때를 기준으로 보름달인 경우 보통 1/250~1/1000로, 반달인 경우는 1/60~1/250로 노출시간을 조정한다.

달을 수 분 간격으로 찍고 난 다음 마지막으로 달이 사진의 구도에서 완전히 벗어나면 도시의 배경을 따로 찍는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카메라 조리개(f)를 8~16으로 하고 노출시간을 15~30초 정도로 설정하면 무난하다.

이렇게 찍은 사진들을 포토샵 같은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에서 합성하면 도시의 멋진 야경을 배경으로 달이 움직이는 궤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달은 제 갈 길을 향해 발길을 옮길 뿐이다. 하지만 저녁 무렵 달을 한번쯤 올려다볼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만은 ‘친절한 에스코트’를 베푼다.
 
1월 4일 새벽, 한 시간에 60~200개의 유성을 볼 수 있는 사분의자리 유성우가 펼쳐진다. 복사점을 중심으로 떨어지는 별똥별을 관찰해보자.

이달의 천문현상

● 1월 4일 사분의자리 유성우


8월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와 12월 쌍둥이자리 유성우와 함께 3대 유성우로 꼽히는 유성우다. 사분의자리는 용자리 사이에 있던 작은 별자리로 현재 쓰지 않는 별자리지만 예전부터 부르던 관습에 따라 사분의자리 유성우로 부른다. 올해 유성이 가장 많이 떨어지는 시각은 4일 새벽 3시 40분으로 예상한다. 용자리와 목동자리 사이 복사점(유성이 출발한 곳처럼 보이는 위치) 부근에서 한 시간에 60~200개의 유성을 볼 수 있다. 한겨울 새벽 하늘을 수놓는 별똥별을 바라보며 한해 소원을 빌어보자.

● 1월 22일 수성 동방최대이각

태양에 가장 가까이 있는 행성인 수성이 지구에서 볼 때 가장 동쪽으로 치우친다. 저녁 해가 진 직후 서쪽 하늘에 고도 18° 정도(한 손을 앞으로 쭉 뻗어 손바닥을 폈을 때 엄지와 새끼손가락 한 뼘 높이)로 낮게 뜬다.

2008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임상균 아마추어 천체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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