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아디온·룩손·타키온과 광속 광속보다 빠른 것을 타키온이라고 한다. 타키온은 과연 룩손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물체를 밀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움직이고 있는 물체를 계속해서 밀면 속도가 가속되면서 더욱 더 빨라진다. 그러면 어디에서나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를 한없이 빠르게 할 수 있을까? 우리가 계속해서 밀면 그 속도는 무한히 가속될 수 있는 것인가? 또는 어떤 속도까지 빨라지면 그 이상은 가속될 수 없는 것인가?
어떤 물체가 움직이고 있으면 그 물체에는 운동에너지가 있다. 움직이고 있는 물체가 갖는 운동에너지의 양은 그 물체의 속도와 질량 두가지에 의하여 결정되는데 속도라는 것은 우리가 이해하기 쉬운 간단한 개념이다. 어떤 물체가 빠른 속도, 혹은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하면, 우리 머리에는 그 영상이 분명하게 떠오른다. 그러나 질량은 이해하기가 약간 힘들다.
질량은 어떤 물체를 얼마나 쉽게 가속할 수 있는가와 관련된 성질이다. 가령 두 개의 야구공이 있다고 하자. 하나는 보통의 야구공이고 또 하나는 야구공과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으나 강철로 만든 것이다. 이때 강철공을 던져서 어떤 속도까지 가속하려면 보통 야구공을 던져서 그와 똑같은 속도로 가속시키는 것보다 훨씬 많은 힘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강철공이 보통공보다 많은 질량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인력(중력) 역시 질량에 의해 결정된다. 강철공은 야구공보다 더 강력하게 지구로 끌린다. 왜냐하면 강철공은 더 많은 질량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지구상에서는 질량이 많은 물체는 질량이 적은 물체보다 더 무겁다. 사실 우리는 '질량이 많다'를 의미할 때 '무겁다'라고 하고, '질량이 적다'를 의미할 때 '가볍다'라고 말하는 것이 보통이다(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말이다).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에너지는 속도와 질량의 두가지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였다. 만약 움직이는 물체를 앞에서 말한대로 계속해서 밀어서 빨리 움직이게 한다면, 그 운동에너지는 증가할 것이다. 이같이 증가한 에너지는 운동에너지를 결정하는 두가지 요소, 즉 속도와 질량에 모두 나타난다. 즉 속도도 증가하고 질량도 증가한다.
그러나 우리들 주변 세계에서 주로 일어나는 저속도에서는 증가한 운동에너지의 대부분이 속도를 증가시키는데만 쓰이고 질량을 증가시키는데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실제로 보통 속도에서는 질량의 증가는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미미하다. 따라서 어떤 물체가 운동에너지를 얻었을 때 그 속도만이 증가되고 질량에는 변화가 없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런 이유때문에 질량이란 단순히 어떤 물체의 양이며 속도처럼 변화할 수 없는 그 무엇이라고 흔히 정의해 왔었다. 그러나 이 것은 틀린 생각이다.
가속하면 질량이 커져
이미 1890년대에 질량도 속도가 증가하는 것처럼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론적 근거가 나타났다. 그러다가 1905년 유명한 '앨버트 아인슈타인'이 그의 특수상대성이론으로 이 문제를 분명하게 설명하였다. 그는 속도가 증가하는 것처럼 어떻게 질량이 증가하는가를 밝혀주는 공식을 제시했다.
이 공식을 사용함으로써 우리는 정지상태에서 1㎏되는 질량이 초속 3만㎞로 움직이면 1.005㎏으로 증가되는 사실을 계산해낼 수 있었다. 이 초속 3만㎞는 20세기 이전에 실제로 측정할 수 있었던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 이며 이 속도에서도 질량의 증가율은 0.5%에 불과하다.
속도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질량의 증가율은 급속히 상승하기 시작한다. 초속 15만㎞의 속도가 되면, 그 물체의 질량은 정지상태에서 1㎏이던 것이 1.15㎏으로 증가한다. 초속 27만㎞에서는 그 질량이 2.29㎏으로 크게 증가한다.
그러나 질량이 계속 증가함에 따라서 그 물체의 속도를 가속하는, 즉 더욱더 빨리 움직이게 하는 일이 차츰 더 어렵게 된다. 이것이 질량의 정의이다. 이러한 고속의 물체에 힘을 더 가하면 그 힘이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 그 힘은 속도를 증가시키는 효력을 차츰 상실하게 된다. 대신 질량을 증가시키는 효력만을 더욱 더 나타내게 된다. 속도가 초속 29만9천㎞로 증가하면, 그 물체를 더 밀어냄으로써 얻어지는 에너지의 거의 전부가 질량을 증가시키는데만 돌아가고, 속도 증가에는 극소량이 투입된다.
만약 물체의 속도가 초속 29만9천7백92.5㎞에 달하면, 그 물체를 더 밀어냄으로써 추가되는 운동에너지의 전부가 질량을 증가시키는데만 들어가고, 속도를 증가시키는데는 전혀 쓰여지지 않는다. 만약 이 초속 29만9천7백92.5㎞에 실제로 도달할 수 있다면 정지 질량이 0이라 하더라도 그 질량은 무한대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반면 여기서는 아무리 더 많은 힘을 가하여도 그 물체의 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바로 이 초속 29만9천7백92.5㎞(약 18만 6천마일)가 빛의 속도, 즉 광속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원리는 질량이 있는 어떤 물체도 광속과 똑같이 또는 그 이상으로 가속될 수 없음을 우리에게 말해준다. 즉 광속(진공 속에서)은 우리 자신들과 우주선같은, 질량이 있는 물체가 최대한으로 가질 수 있는 절대속도인 것이다.
과학소설가의 고민
이것은 오로지 이론만이 아니다. 광속에 거의 가까운 속도가 특수상대성이론이 발표된 후에 실제로 측정되었고, 질량이 예언되었던 그대로 증가함이 밝혀졌다.
그러나 좀더 근본적으로 생각해보자. 질량을 가진 물체는 양자 전자 및 중성자등과 같이 극미한 질량을 가진 소립자(원자구성미립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와같은 미립자들은 언제나 광속보다는 느린 속도로 운동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이러한 미립자들을 총칭해서 타아디온(tardions)이라고 하는데, 이 명칭은 물리학자 '빌라뉴크'가 붙인 것이다.
미립자 중에는 정지상태에서 질량이 전혀 없는 것, 즉 정지질량(고유질량)이 0이 되는 것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립자들은 절대로 정지상태에 있지 않으므로 그 정지질량이 얼마인가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측정할 수 밖에 없다.
이 고유질량이 0인 미립자들은 어떤 것이나 초속 29만9천7백92.5㎞, 즉 광속으로 운동해야 하며 광속보다 빨라도 안되고 느려도 안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빛은 고유질량 0인 미립자인 광자(photon)들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항상 초속 29만9천7백92.5㎞로 달리고 있다. 고유질량이 0인 미립자들에는 광자 이외에도 뉴트리노(중성미자)와 그래비톤(중력자)같은 것이 있으며, 모두 광속으로 운동한다. 빌라뉴크씨는 이를 총칭해서 라틴어 '빛'에 해당하는 말인 룩손(luxons)이라 불렀다.
극한의 속도, 즉 광속은 과학소설가들에게 다년간 특별한 고민거리가 되어 왔다. 왜냐하면 속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들의 소설세계가 크게 제한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 항성인 알파 센토라이(Alpha Centauri)별은 약 40조㎞ 떨어져 있으므로 빛의 속도로 여행한다 할지라도 4.3년이 걸린다. 그러므로 특수상대성원리의 속도한계론은 사람이건 물건이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을 왕복여행하고 돌아오는 데도 8.6년이 경과해야 함을 뜻하게 된다. 더구나 북극성을 왕복 비행하려면 최소한 6백년이 걸려야 하고, 또 은하수의 먼 끝쪽에 갔다오려면 최소한 15만년이 걸려야 한다. 만약 안드로메다(Andromeda) 성운계를 왕복 비행한다면 놀랍게도 최소한 5백만년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과학소설가들은 그 작품세계를 태양계 안에만 국한시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첫째로 과학소설가들은 모든 이론이나 사실을 무시하고 속도에는 한계가 없는 것처럼 가정하고 쓸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과학소설이 아니며, 동화에 불과할 것이다. 둘째로 과학소설가는 속도의 한계와 그에 관련되는 모든 복잡성을 받아 들이면서 관성을 0으로 줄이는 장치를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관성의 힘을 0으로 줄이는 방법은 알려져 있지 않다. 설사 그런 방법이 나온다고 할지라도, 이때의 관성은 질량과 완전히 동일한 것이다. 관성을 0으로 줄이는 일은 질량을 0으로 줄이는 것과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질량이 없는 미립자는 무한정 가속될 수 있으나, 그것은 광속까지만 가능하다. 관성을 0으로 만드는 장치는 광속으로 여행하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나 광속보다 빠른 속도의 여행은 실현시키지 못한다.
아인슈타인의 속도한계론은 우리주변 우주공간에서만 적용가능한 이론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 우주 너머에 있는 공간, 즉 소위 초공간(hyperspace)에서는 속도제한이 전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초공간에서는 적당량의 에너지만 준다면 정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방법이라면 2백년이 걸려야 하는 여행을 수초간에 마치고 우리 우주로 다시 진입할 수도 있다. 이 초공간은 명백하게 말로 표현되기도 했고, 또는 말없이 가상되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특수상대성이론이 이것을 정당화 해주는것 같이 보이기도 했다.
허질량은 가능한가?
가령 정지질량이 1㎏이고 광속의 1.5배나 빠른 초속 42만5천㎞의 속도로 운동하고 있는 어떤 물체를 생각하여 보자. 물론 실제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무시할 수 있지만 일단 아인슈타인의 공식을 사용, 이 물체가 이러한 속도에 도달했을 때 질량이 얼마나 되는가를 계산해 보았다.
그 결과에 의하면, 정지질량 1㎏의 물체가 초속 42만5천㎞로 움직일 때는 그 질량이 $\sqrt{-1}$kg이 됨을 아인슈타인의 공식이 밝혀준다.
$\sqrt{-1}$이라는 수를 수학에서는 허수라고 부른다. 이러한 수는 정말로 상상적인 것은 아니며 중요한 실용가치를 갖고 있다. 그러나 허수는 질량을 측정하는데 적절한 종류의 수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허질량'은 불합리한것으로 간주될 것이며 또 그렇게 생각되어 왔다.
그런데 1962년에 빌라뉴크 연구반은 이 허질량의 문제를 정면으로 취급, 이것이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가를 알아보기로 결정하였다. 확실치는 않으나 허질량은 보통 질량의 물체들이 갖는 성질과는 판이한 성질을 가질 것으로 생각되었다. 예를 들면 보통 질량을 갖는 물체는 힘을 가하면 속도가 증가되고, 또 어떤 저항력을 받으면 속도가 감소된다. 그러면 만약 허질량을 갖는 어떤 물체가 힘을 가하면 그 속도가 반대로 감소되고 저항력에 부딪치면 그 속도가 반대로 감소되고 저항력에 부딪치면 그 속도가 오히려 증가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와 똑같은 논리로 질량을 갖는 물체는 속도가 빠를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갖는데, 만약 허질량을 갖는 어떤 물체가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 에너지가 적어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러한 개념이 유도된 후, 빌라뉴크 연구반은 허질량을 갖고 광속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가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원리에 어긋나지 않는 점을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미립자들을 희랍어 '속도'에 해당하는 말인 타키온(tachyons)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타키온은 자체의 한계가 있다. 추력을 가하여 타키온의 운동에너지가 증가될수록 그 속도는 감소된다. 그런데 타키온의 속도가 계속 감소될수록 그것을 감속케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진다. 더구나 타키온의 속도가 광속에 도달되면 더는 감속할 수 없게 된다.
결국 미립자에는 세 종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로는 타아디온인데 0보다 큰 고유질량을 가지며 광속보다 작은 어떠한 속도로도 운동할 수 있다. 그러나 광속이나 광속보다 빠른 속도로는 운동할 수 없다. 둘째로는 룩손인데 이것은 고유질량이 0이며 오직 광속으로만 운동한다. 세째로는 타키오인데 이것은 상상적인 고유질량을 가지며 광속보다 큰 속도로 운동할 수 있다. 하지만 광속이나 광속보다 작은 속도로는 움직일 수 없다.
그러면 세번째 종류인 타키온의 존재가 특수상대성이론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인정할 때, 타키온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그러면 우리는 그것을 검출할 수 있을 것인가?
이론상으로는 검출방법이 성립된다. 즉 타키온이 진공속을 광속 이상의 속도로 통과할 때, 그것은 그 뒤에 어떤 섬광을 남긴다. 만약 그 섬광을 검출한다면 그 성질을 분석함으로써 통과한 타키온을 밝혀내고 또 그 특성을 가려낼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광속 이상으로 통과하는 타키온은 어떤 특수한 곳, 예컨대 검출장치 부근에 1초의 수억분의 1도 못되는 믿을 수 없을만큼 짧은 순간만 나타난다. 그러므로 타키온을 검출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미미하며 지금까지는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그렇다고 이 사실이 타키온의 존재를 부인하는 증거는 못된다).
타아디온을 타키온으로
한 종류의 미립자를 다른 종류의 미립자로 전환하는 일은 실제로 가능하다. 예를 들면 타아디온인 전자와 양자는 결합하여 감마선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감마선은 룩손으로 구성되며 또 전자와 양자로 다시 전환될 수 있다. 그러므로 타아디온을 타키온으로 전환하고 다시 타키온을 타아디온으로 전환하는데는 이론적 난관이 없는 것 같다. 오로지 그렇게 전환하는 적당한 방법을 발견해 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어떤 우주선 안에 있는 모든 타아디온, 즉 우주선 자체와 그 내부장치와 승무원 전부를 이에 상응하는 타키온으로 전환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상상해보자. 이렇게 전환된 타키온우주선은 어떤시간 간격을 두고 가속할 필요도 없이 광속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비행할것이다. 예컨대 광속의 1천배로 비행한다면 알파 센토라이 별에 하루 남짓한 시간에 도달할 것이며 그 별에서 타아디온으로 다시 전환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려운 문제는 인체내에서와 같이 타아디온미립자들 사이의 정교하고 복잡한 모든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어떻게 타아디온 전부를 타키온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또 어떻게 타아디온여행의 정확한 속도와 방향을 조정할 것이며, 타키온을 다시 타아디온으로 전환함에 있어서 생명이라는 미묘한 현상을 교란함이 없이 모든 것을 정확히 원상태 그대로 복원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만약 이런 일들을 모두 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타키온우주선을 이용하여 먼 항성이나 성운계로 여행하는 일은 초공간을 이용하여 여행하는 과학소설의 꿈을 그대로 성취하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속도의 한계는 제거될 것인가? 최소한 이론상으로 우리는 대우주를 정복할 수 있을 것인가?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룩손벽'을 경계선으로 하는 두개의 우주, 즉 우리 쪽의 타아디온우주와 다른쪽의 타키온우주가 하나의 비대칭(asymmetry)을 이룬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법칙은 근본적으로 대칭적인 것이며 룩손벽의 한쪽에서는 광속보다 작은 속도, 다른 쪽에서는 광속보다 빠른 속도를 상상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사는 곳이 룩손벽의 어느쪽이건 간에 그곳은 항상 타아디온우주이고 또 다른 쪽은 언제나 타키온우주일 것이기 때문이다. 즉 양측은 모두 그 자체에 대해서는 타아디온이고, 양쪽은 모두 상대쪽에 대해서는 타키온이 된다는 뜻이다.
요컨대 우주선들이 두 우주 사이를 왕래하는 방법이 어떻건 간에 그들은 언제나 타아디온이다. 따라서 광속보다 빠른 속도를 보이는 곳은 다른 쪽 우주고, 속도의 한계는 계속 존재하게 된다. 결국 타키온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므로 과학소설가들은 그들의 초공간을 다른 곳에서 찾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