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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성 비염의 원인과 치료

다양한 항원에 일어나는 '비정상적'면역 반응

지속적으로 맑은 콧물과 재채기를 일으키는 귀찮은 증세 알레르기성 비염. 그 원인을 파고 들어가보면 면역체계, 자율신경계, 내분비계 등 엄청나게 복잡한 몸의 메커니즘과 만나게 된다.

알레르기 증세는 재채기 정도의 가벼운 자극에서부터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상황으로 발전한 것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맑은 콧물이 계속 나오고 재채기를 거듭하는 알레르기성 비염은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많이 발병, 수험생들을 괴롭힌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알레르기 중에서도 가장 흔한 것. 코막힘, 코점막부종, 호흡곤란, 가려움증, 심해지면 비강의 염증도 일어난다. 발작은 주기적·계절적으로 나타나지만 항상 알레르기 항원에 노출될 때는 지속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연세대 의대 이비인후과학 교실 이정권 교수는 알레르기성 비염은 여러 알레르기 반응 중 하나일 뿐이고 그 주범은 면역 글로불린 E(IgE)라는 항체라고 밝힌다.

"알레르기가 일어나는 매커니즘은 면역과 관계가 깊습니다. 인체는 이물질이 침입한 경우 이를 배제하는 기능이 움직여 몸에 다시 같은 물질이 침입하면 이에 대항하도록 항체를 만듭니다. 대개 IgG, IgM, IgA, IgD, IgE 등의 다섯가지로 대별됩니다. 이들 항체가 종류에 따라 질병과 싸우는 면역기능을 수행하기도 하고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하지요."

이중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아토피성 피부염, 기관지천식, 두드러기, 화분증 등을 일으키는 것이 항체 IgE에 의한 아낙팔락시형 반응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이 반응이 코점막에서 일어난다는 점이 특별할 뿐이다.

알레르겐(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이 침입하면 IgE항체는 그 알레르겐을 둘러싸 몸밖으로 내보내기 위한 활동을 시작한다. IgE와 항원이 결합함으로써 비만세포에서 화학물질 히스타민이나 로이코트리엔 등을 분비한다. 이들 물질이 알레르기의 여러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증상이 일어나는 곳이 기관지라면 알레르기성 기관지천식, 피부라면 두드러기나 아토피성 피부염, 코점막이라면 알레르기성 비염이 된다. 외국에서 많이 문제가 되는 화분증도 꽃가루가 알레르겐이 된 알레르기성 비염이다.

결국 알레르기성 비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알레르기 자체를 알아야 한다.

"알레르기란 특수체질을 가진 사람에게서 비정상적으로 나타나는 면역학적인 현상이나 질병입니다. 흔히 '알레르기 체질'이라는 말을 하는데, 이는 유전적으로 IgE를 잘 만들어내는 체질을 타고난 사람을 일컫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알레르기 체질은 선천적인 것이라는 말이 된다. 일반적으로 IgE는 사람의 성장에 따라 특정 시기에 특정 부위에서 많아진다고 한다. 즉 태어나자 마자는 피부에 많은데, 흔히 '태열'이라 불리는 아토피성 피부염이 그 증세다. 피부가 어느 정도 튼튼해지게 되면(면역학적으로 성숙하면) 2-3세경부터는 기관지로 옮아가 천식을 일으킨다.

국민학교 무렵부터는 코점막으로 가서 알레르기성 비염이 많이 일어난다. 몸의 면역체계가 완성되는 사춘기 무렵에는 웬만한 자극에는 반응이 없어진다. 그러다가 어른이 된 뒤 사람에 따라 체력이 떨어질 때 알레르기성 비염부터 역순으로 증세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고.

결국 알레르기 문제는 몸의 전체적인 면역체계의 밸런스와 관계가 있다는 게 이교수의 결론. 여기에 자율신경계나 내분비계가 복잡하게 관계한다.
 

알레르기성 비염 어떻게 일어나나^①알레르겐이 들어오면 ②비만세포에 부착된 lgE 항체가 이를 포착한다. ③비만세포에서 화학물질이 분비된다. ④화학물질에 의해 알레르기반응이 일어난다.
 

면역체계의 밸런스와 관계

그래서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도 기전에 따라 달라진다. 우선 약물치료가 있다. 두통에 대증(對症) 요법으로 두통약을 쓰듯 알레르기 반응을 일정 단계에서 차단하는 약물을 쓰는 것이다.

IgE가 비만세포에 붙지 못하도록 하는 약, 비만세포가 폭발해도 화학적 수용체가 나오지 못하게 하는 '비만세포막 안정제', 화학적 수용체가 나오더라도 코점막에 붙지 못하게 하는 항히스타민제 등 단계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약이 있다. 방식도 직접 뿌리는 것, 먹는 것 등 다양하다. 또 스테로이드 제제로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면역요법도 있다. 항원에 대한 면역을 길러줌으로써 알레르기를 치료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치료라고 할 수 있지만, 듣는 사람에게만 듣는 등 '특이성'이 있고 오랜 시간 치료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셋째는 항원을 피하는 방법. 특히 우리나라는 지방마다 특정한 알레르겐이 있는 것은 아니고, 꽃가루 등에 의한 계절성 알레르기보다는 집진드기나 집먼지 등에 의한 통년성 알레르기가 많은데, 이들 항원을 원천적으로 피하는 방법이다. 집진드기의 경우 시중에 살충제가 나와 있기도 하다.

이밖에 물리요법도 병행할 수 있다. 사우나에서 더운김을 쐼으로써 코점막을 튼튼하게 하는 '온열요법' 등이 일본에서는 각광을 받고 있다. 또 코나 점막이 부어 있을 때는 몸이 지쳐 있다는 표시이므로 코로 숨을 쉬지 않고 휴식을 취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알레르기성 비염이 오래돼 비점막의 조직변형이 온 경우는 우선 알레르기 반응을 조장하는 구조적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수술을 하기도 한다. 레이저나 내시경, 구조성형술 등이 이에 들어간다.

이같은 치료법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히 배합시켜 적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알레르기는 자율신경과 관계된다는 점을 중시한다면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교수는 강조한다.

현대사회로 들어올수록 환경오염과 스트레스 증가, 식생활의 부조 등으로 알레르기 환자는 늘고 있는 추세. 이를 이겨내기 위한 적극적인 사고방식과 생활습관이 그 어떤 치료보다 중요하다는 것.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은 어찌보면 행복한 사람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몸의 밸런스가 무너지면 민감하게 경종을 울리는 보초병이 있다는 말이 되니까요. '알레르기 환자는 큰 병 걸릴 틈이 없다'는 말도 있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알레르기성 비염을 일으키는 대표적 항원은 집진드기와 집먼지다. 사진은 진드기의 확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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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서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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