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상태에서 결정은 어떤 모습일까? 이를 알기위해 지난 해 9월에 발사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는 3개의 접시를 싣고 우주여행을 떠났다. 프리즘 모양을 한 수십개의 방(chamber)를 갖고 있는 접시였다.
비행이 시작될 때 이 접시에는 단지 몇 방울의 깨끗한 액체가 있었다. 그러나 비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이 액체 위에 소금 알갱이 보다 작은 하나의 완전한 결정이 형성돼 있었다.
중력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 결정들은 거의 완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사진을 통해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사진(1)은 이소시트레이트리아제(isocitrate lyase)의 결정모습인데 곰팡이를 죽이는 약으로 유망하다. 사진(2)는 포스포리파제(phospholipase)의 결정인데 통증과 염증을 치료하는 약으로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3)은 식품첨가물로 활용될 카나발린(canavalin) 결정이며, 사진(4)는 기종(気腫)과 관련된 돼지의 엘라스타제(elastase)결정.
생물학자들은 효소 바이러스 호르몬의 작용을 억제하는 물질의 결정체를 연구해 왔다. 그러나 이 작업은 순탄하지 않았다. 더욱이 지구상에는 거의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무엇보다 지구의 중력 때문이었다.
그래서 무중력 환경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이 아이디어는 1983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의 비행 때 최초로 실현되었다. 이 실험의 주역은 미국 앨라바마대학의 생화학 교수이며 나사(NASA)의 결정체 프로그램 책임자인 '찰스 버그'박사.
대 제약회사들 참여
이번 디스커버리호실험은 업존쉐링등 6개 제약회사가 참여했다. 여기서 주로 다뤄진 단백질 결정체는 3가지였다. 암 치료제로 사용되는 인터페론, 혈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레닌(rennin), AIDS바이러스에서 발견되는 HIV 리버스 트랜스크립타제(reverse transcriptase)등.
우주에서 만들어진 이 결정들은 지구에 도착하자마자 생화학자들에 의해 분석되었다. X선을 쬐어 그 구조를 밝혀나간 것이다.
"X선 사진을 통해 결정의 각 분자들이 어떻게 형성돼 나가는지 알 수 있었다. 모든 분자들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등 거의 완전한 결정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결정을 연구하는데 최적의 재료였다."
'버그'박사의 이런 평가에 걸맞게 결정들은 보다 실제적인 도움을 주었다.
예컨대 인터페론결정체의 경우, 천연 인터페론을 합성물질로 디자인하고 제조하는데 적잖은 도움을 받았다. HIV리버스 트랜스크립타제 효소의 경우도 도움을 받기는 마찬가지. 이 효소는 AIDS바이러스의 증식에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결정체연구를 통해 이 효소기능을 억제할수 있게 되면 AIDS의 치료제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레닌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레닌 억제물질이 등장한다면 고혈압환자들에게는 커다란 희소식이 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그박사를 포함, 어느누구도 이런 '선물'들이 가까운 장래에 우리 앞에 펼쳐질 수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무중력하의 결정체가 앞으로 많은 수수께끼를 푸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믿고 있다.
요컨대 이 반듯한 결정체는 물질의 구조를 밝히는데 매우 유용하다. 단백질의 구조를 모르고 새 단백질을 연구하는 것은 마치 청사진없이 건물을 짓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