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상 800㎞ 서 본 한반 도
우리별 2호의 지표면촬영카메라는 2백m를 한점으로 인식한다. 비록 성능은 과학위성인 스폿의 카메라에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이를 운용하는 기술은 체계적으로 습득하고 있다.
요즘은 사방에서 환경관측위성 자원탐사위성 기상위성 등 위성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자주 들린다. 선진각국들이 남의 나라 남의 땅을 손바닥 보듯이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막연한 동경내지는 어느 정도 두려움을 갖게 된다. 때로는 필요 이상으로 확대 해석하거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상상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 우리는 좀더 구체적인 사실로서 이해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별 1호와 2호의 카메라에서 나오는 영상과 다양한 경험들은 우리 모두를 한발 더 현실에 접근시켰다고 할 수 있다.
위성에 탑재된 지표면 촬영장치는 위성의 성능을 대변하여 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사람들은 대개의 경우 분해능*이라 불리는 지상물체 식별능력에 따라 무조건 카메라의 성능이 결정된다고 여기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우리별 1호의 협각카메라는 4백m이니까 10m의 분해능을 가지는 전문 원격탐사 위성의 하나인 프랑스 과학위성 스폿(SPOT)보다 1/40정도의 성능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기술 격차가 상황에 따라 이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고 오히려 더 적을 수 있다.
장비의 특성을 결정하기에 앞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그 장비를 가지고 무엇에 이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기상위성으로 이용하고자 한다면 분해능보다는 촬영범위(swath width)나 리비지트(revisit, 같은 장소를 다시 찍는다는 뜻) 주기 등이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된다. 분해능이 중요한 것이라 해도 그것이 도시계획이나 도로건설 등에 사용될 때와 사람이나 차량 등이 식별이 필요한 때(예를 들면 군사적 목적)는 필요한 분해능에 많은 차이를 둔다.
분해능의 결정요소는 또한 다른 여러가지의 요소들을 결정하게 되고 또 그러한 다른 요소들에 의해 제한된다. 예를 들어 송신기가 필요한 만큼 속도를 내주지 못하면 다른 부분이 아무리 좋아도 소용없다. 위성내의 전력과 무게는 물론 광학·신호처리부 등의 연관 요소들과 자세제어 능력에 따라 어느 정도 안정적인 사진을 얻을 수 있는가가 결정된다.
우리별 1호에서 카메라로 우주 사진을 찍고 이를 운용할 수 있는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면, 우리별 2호는 그간의 경험을 국내의 다른 기술인력들과 나눔과 동시에 제작과 운용에서 나름대로의 자신감을 얻는 등 좀더 발전적인 기술을 획득할 역량을 다지는 기회였다.
위성 기술 모두가 그렇듯이 원격탐사 기술 역시 단번에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을 만들 수 없다. 거저 준다 해도 쉽사리 습득하기는 불가능하다.
위성의 제작이나 운용 등에 필요한 광범위한 기반 기술들에 대한 뚜렷한 이론적 연구경험도 변변히 없는 국내 실정에서 당장에 세계의 최첨단 위성을 어떻게 제작하거나 운용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기 때문에 카메라 역시 시간을 두고 처음부터 한단계씩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우리별 1호에서의 카메라 분해능은 4백m였고 2호는 2백m이다. 우리별 2호의 협각카메라는 고도가 낮아진 결과 분해능이 약 4배 정도 향상되었으나 광학부분만이 1호와 같고 카메라회로 자체와 신호처리부는 우리별 1호와는 달리 많은 발전이 있었다.
버스시스템에서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자세제어 열제어 전원을 기본으로 운용되는 카메라 장비는 광학부 신호처리부 정보저장부 전송부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재 전문위성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기반 기술이 각부분에 대해 활발하게 다져져 가고 있다. 그간의 경험으로 미루어 신호처리부와 정보저장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생긴 상태이다. 광학부와 전송부는 앞으로 예정되어진 위성에서 기술을 개발하여 확인하게 되면, 전문적인 위성으로 발전할 수 있는 준비는 마치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단계를 밟아나가면 10년 뒤에는 지금의 스폿과 같은 위성을 제작하고 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것보다 더 발전적인 것이 될 수 있지만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러한 기술을 얻기 위한 능력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이 지금의 우리가 준비해야 할 일이다.
*분해능 : 지상물체의 식별능력을 말하며 분해능 50m라 하면 지름이 50m 되는 물체가 사진에서 한점으로 보이게 된다는 뜻이다. 물론 밝은 물체는 약간 크게 보인다. 보통 m 단위의 분해능을 보인다면 CCD 소자를 이용하거나 레이더 기술을 이용한 장비이고 수㎝ 정도로 작다면 필름을 이용한 장비인 것이 보통이다.
2. 우주입자 검출, 지구자기장 교란 원인 밝힌다
우리별 1호에 탑재된 우주입자 검출장치에서의 1차 실험결과가 발표됐다. 그 결과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전하를 띤 입자가 자기장 속으로 들어가면 로렌츠힘을 받아 원운동을 하게 된다(그림1). 지구도 일종의 자석이기 때문에 지구 주변에 자기장을 만드는데, 만약 전하를 띤 입자가 지구 자기장을 만나면 (그림1)에서와 마찬가지로 자기력선을 따라서 원운동을 한다. 결국 이런 전하를 띤 입자는 지구 자기장에 잡혀서 띠모양을 이루게 되는데 이것을 반알렌대(Van Allen Belt)라고 한다.
고도 1천3백㎞의 우리별 1호는 이 반알렌대를 통과하는데,여기에는 에너지가 30MeV이상인 양성자(proton)가 많이 분포하고 있다. 우리별 1호에는 이런 자기장에 붙잡혀 있는 입자들을 측정하기 위해서 CPE(Cosmic Particle Experiment)라는 입자 검출기가 실려 있다. 사진 오른쪽 끝에 반짝거리는 정사각형의 거울같은 것이 이 입자를 검출하는 센서다.
이 센서는 일종의 다이오드로서, 큰 에너지를 가지고 들어오는 입자가 P형과 N형 반도체의 접합면을 지나면서 자신의 에너지를 잃고는 전자(electron)와 전공(hole)쌍을 만들어냄으로써 들어오는 입자의 에너지에 비례하는 전류를 다이오드 센서 양끝에 흐르게 한다. 이 전류 신호를 분석해서 센서에 부딪친 입자들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
브라질 남동쪽에 전하입자들 몰려
지구 자기장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나침반을 보면 지구가 확실히 커다란 자석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지구의 실제 북극과 나침반이 가리키는 북극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지구 자기장에 대해서 알아보면 문제는 이보다 더욱 복잡해진다. 자석이 가리키는 방향이 조금 차이가 있을뿐만 아니라 자석의 축이 지구의 회전축과 방향이 비틀어져 있다.
지구 회전축과 지구의 자석을 그려보면 (그림2)와 같다. 같은 지구의 적도에서도 A지점이 B지점보다 지구자석에 더 가깝기 때문에 자기장이 좀 더 세다. 결국 지구 자기장의 세기를 펼친 지구 지도위에 표시해 본다면 같은 위도에 대해서 대칭적이지 않은, 조금 의외의 모습이 될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지구 자기장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하는 것은 CPE가 관찰할 입자들이 전하를 띠고 지구 자기장에 잡혀 있으므로 지구 자기장의 세기에 따라 그 분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만약 자기장으로 들어오는 입자의 속도가 충분히 크면 자기장의 영향을 무시하고 자기장 영역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의 자기장에 대해서 똑같은 생각을 해보면, 전하를 띤 같은 속도의 입자들은 상대적으로 자기장이 약한 곳에서는 낮은 고도에까지 자기장을 뚫고 들어올 수 있다.
즉 자기장이 약한 곳에는 입자들이 많이 몰려 있다. 2분 30초 동안 CPE의 센서에 부딪힌 입자의 개수를 컴퓨터로 그린 것이 (그림3)이다. 이를 보면 브라질 남동쪽에 굉장히 많은 입자들이 분포함을 알 수 있다. 이곳은 (그림2)의 B지점에 해당하는 곳으로 지구에서 자기장이 가장 약한 곳이다. 이 입자수 분포 모습은 지구 자기장 세기 분포와 일치한다.
그렇다면 이 반알렌대의 입자들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대부분은 태양에서 오고 아주 소수는 먼 우주의 저편에서 온다. 이 들을 합쳐서 우주선(cosmic ray)이라 부른다. 먼 우주에서 오는 입자들(galactic cosmic ray)은 상당히 큰 에너지를 갖지만 지구에 도달하는 그 숫자가 무척 작기 때문에 CPE 실험에서는 무시할 수 있다.
태양은 쉴새없이 많은 전하를 띤 입자들을 밖으로 내뿜는다. 이 입자들을 태양풍(solar wind)이라고 하는데, 초속 수십㎞로 지구는 물론 모든 태양계에 퍼져 나간다. 이 태양풍에 의해 지구는 자기권(magnetosphere) 모습이 태양쪽은 활모양으로 구부러지고 태양 반대쪽은 지구 반지름의 50-1백배 정도의 긴 꼬리 모양이 된다(그림4).
그런데 지구 자기권의 모습이나 반알렌대의 입자 분포는 일정하지 않다. 태양의 표면에서 급격한 활동에 의해 플레어(flare)가 일어나면 태양은 갑자기 많은 수의 입자를 내뿜는다. 이 갑자기 많은 수의 플레어 입자들이 지구에 도착하면 지구의 자기장에 일종의 교란이 생긴다. 그리고 지구 주위 반알렌대의 입자 밀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작년 3월13일 광학적 관측에 의해서 태양 표면에서 플레어가 관측되었는데,이 플레어 입자가 지구에 도착하는 데는 대략 이틀이 소요된다. (그림5)는 실제 CPE의 관측 데이터다. 가로축은 관측된 입자의 에너지에 해당하고 세로축은 2분 30초 동안 센서에 부딪친 입자의 개수다. 3월 15,17,24일의 CPE관측 결과인데, 13일의 태양 플레어의 영향으로 반알렌대의 입자의 밀도가 갑자기 커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차차 줄어들어서 20일쯤해서는 평균 밀도 수준으로 떨어짐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지구 자기장과 자기장에 잡혀 있는 입자들의 분포 밀도가 태양의 활동과 상당히 긴밀한 관계가 있음을 CPE 관측 결과에서 알 수 있었다. 이 입자들은 인공위성의 부품에 계속 부딪치므로 인공위성 내부에서는 메모리나 디스크 상에 저장된 정보가 손상을 입기도 하고 부품 수명 자체를 단축시키기도 한다. 그러므로 CPE관측 결과는 우리별 1호 궤도에서의 이 입자들의 정보를 우리에게 알려주므로 나중에 이 궤도에 올려질 위성을 설계할 때 소중한 자료가 된다.
일상생활과 깊은 관련
우리가 태양, 인공위성, 우주의 입자 등을 이야기할 때 조금 우리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문제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한다면 우리의 일상 생활과 깊이 관계가 있음을 곧 알 수 있다.
TV FM라디오 무선통신 등 전파를 이용한 것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이러한 도구들이 정보를 멀리 전달하는 이유는 지구에 반알렌대와 같은 전리층이 있기 때문이다. 지구 위의 한 곳에서 만들어진 전파는 퍼져 나가서 지구밖 우주 멀리까지 전파되어 가는 것이 아니라 전리층에 반사되어 다시 지구 표면으로 되돌아온다(그림6). 이 때문에 산이 막혀 있고, 바다 건너에 있는 곳까지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 전리층에 변화가 생겨서 전파를 반사하는 경향이 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TV나 FM라디오가 잘 안나오고 무선 통신에 장애가 생길지도 모른다. 우리는 CPE와 같은 실험을 많이 해서 이 반알렌대와 같은 전리층의 정보를 얻음으로써 이런 일들에 대비할 수 있다.
앞에서 우리는 지구의 전리층이 태양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는 것을 CPE관측 결과에서 알았다.
CPE와 같은 실험 데이터들이 많이 모이면 우리는 전리층에 대해 더욱 깊은 이해를 할 수 있고, 태양 플레어와 같은 일이 지구 전리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대비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에는 마치 일기예보처럼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저녁 뉴스에서 듣게될 지도 모른다.
"오늘 태양 표면에서 커다란 플레어가 관측되었습니다. 이번 플레어는 조금 큰 규모이고 모레쯤이면 이 입자들이 지구의 전리층에 도착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므로 2-3일 동안 주파수 1백-5백MHz, 10-1백kHz대를 사용하시는 분들의 전파 사용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