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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원 PC, 언제 출현할까

컴퓨터대중화의 선결조건

PC의 가격인하와 국내수요의 확대는 밀접한 함수관계를 이루고 있다. 저가 PC의 전망을 알아본다.

'컬러TV가격으로 컴퓨터를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보화시대를 맞아 '컴퓨터 문맹'을 벗어나려고 컴퓨터판매장을 찾아본 사람이면 누구나 갖게되는 생각이다. 그러나 컬러TV를 살 수 있는 50만원정도로 16비트 퍼스널컴퓨터(PC) 1대를 구입하게 될 날은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아마 금년말이나 늦어도 내년쯤이면 이 가격으로 비교적 신뢰할만한 16비트 XT기종 1세트를 갖출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10년새 가격은 5분의 1이하로

호시김으로 요모조모 살펴보지만 아직은 선뜻 살수없는 가격


이러한 사실은 80년대초 국내에 PC가 첫 등장한 이래 그 가격의 변화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면 확연해진다. 83년 처음으로 'PC붐'이 일어나 너도 나도 앞을 다투어 컴퓨터를 구입할때 당시 주종을 이루었던 애플기종등 8비트 PC의 가격은 보통 2백만원을 웃돌았다. 현재 8비트 PC는 애플기종보다 성능이 향상된 MSX 기종이 30~40만원선에 팔리고 있다.

85년 한국IBM은 16비트 XT급에 해당하는 5550기종을 일본에서 수입판매하면서 시판가를 7백만원(본체만 4백50만원)에 내놓았다. 이 컴퓨터는 모델명이 5540이란 형태로 약간 바뀌었지만 현재 4백만원이면 충분히 구입가능하다.

86년부터 국내기업들이 16비트 PC를 생산하면서 국내시장에 평균 2백~3백만원대에 상품을 출하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내수시장에 가격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대기업상표가 붙은 제품이 1백~1백10만 원대, 대만산이나 중소기업 제품은 70만원선이면 사용하는데 불편하지않을 정도의 PC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아직 10년도 채못된 국내 PC보급의 역사를 통해 가격은 무려 5분의 1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과연 '경박단소'(輕薄短小)를 부르짖는 '전자혁명'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컴퓨터는 같은 제품이라도 사용자의 용도와 취향에 따라 구성이 달라지고 따라서 가격도 차이가 생긴다. 16비트 XT기종은 보통 본체에 키보드와 1~2대의 플로피디스크드라이브(FDD)를 포함한 가격으로 선전된다. 여기에 소비자가 불편없이 사용하려면 모니터 한글한자카드 등 하드웨어와 워드프로세서 스프레드시트 디베이스 등 필수적인 소프트웨어를 추가로 구입해야 한다. 보통 이러한 구성에 부가세 10%를 포함하면 PC가격은 업체들이 선전하는 60~80만원보다 늘어난 1백만원이상 주여야 16비트 PC를 살 수 있다.

현재 가장 대중적으로 팔리는 PC는 16비트 XT기종이다. 인텔사의 8086 또는 8088 마이크로프로세서칩을 내장한 XT기종은 교육용이나 워드프로세서 데이타베이스를 주로 쓰는 일반사무용으로 가장 적합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수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고등학생들에게 인기있던 8비트 PC는 아무래도 게임용 이외에는 용량이 부족하고 16비트 AT기종이나 32비트 PC는 아직 일반소비자가 구입하기에는 고급품에 속한다는 것.

PC가격이 이처럼 하락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외시장에서 팔리는 수출가격에 비해서 턱없이 비싸다는 주장도 있다. 대기업들이 미국에 수출한 PC가 현지에서 6백~7백달러선에 판매되고 있고 수출가격은 4백~5백달러(28~35만원)정도로 추정돼 국내가격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논리이다.

이에 대해 대기업들은 "수출용은 10만대 이상 대규모이므로 얼마든지원가절감이 가능하지만 국내물량은 1년에 2번 생산라인을 가동할만큼 물랑이 미미하므로 가격인하에 어려움이 많다"고 강변한다. 이외에도 관세문제나 한글지원 및 애프터서비스가 원가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는 것.

그러나 내수시장규모에 관한한 대기업들의 변명은 점차 설득력을 잃고 있다. 몇년전까지만 하더라도 불과 연간 2~3만대에 그쳤던 국내 PC시장은 지난해 업체들의 가격경쟁과 때를 맞추어 8만대 정도로 늘어났다. '값싸고 좋은 PC가 나오면 국내수요는 그만큼 증거한다'는 논리를 보기좋게 증명한 셈이 됐다. 올해부터 중학교를 필두로 초·중등학교 컴퓨터교육이 본격적으로 실시됨에 따라 PC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PC수요가 지난해보다 갑절 이상 늘어난 15~20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기업들의 수출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한국산 PC의 수출물량이 늘어나자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보호장벽을 높이고 있고 원화절상으로 채산성도 나빠지는 등 내수시장은 무시하고 수출만 고집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에 따라 컴퓨터업체들은 필연적으로 내수시장을 중시하고 국내소비자들의 구미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는 한편 당분간 PC의 가격인하경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PC의 기본구성. 본체외의 키보드 모니터와 프린터가 추가


더 나은 성능 더 싼 가격
 

"가격인하는 필연적인 추세입니다. 단지 어떤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눈속임이 되지 않고 필요한 기능을 갖추면서 원가를 절감하느냐가 모든 기업의 과제입니다." 삼보컴퓨터 박종일부장은 가격인하가 품질저하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한다.

사실 최근PC 가격경쟁이 가열되면서 '50~60만원으로 PC를 살 수 있다'는 선전을 보고 막상 찾아가면 모니터 한글카드 메모리추가 등이 불가피해 어쩔 수 없이 예상했던 가격보다 더 부담해야하는 등 얄팍한 상술에 피해를 입는 사례가 빈번하다. 또 대만산 PC나 중소기업제품의 경우 고장이 나면 애프터서비스에 불편을 겪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누구나 컴퓨터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컴퓨터대중화시대'를 위해서는 우선 가격이 싸야 한다. 현재 기업과 PC소비자들 사이에는 '50만원 정도에 기업들이 16비트 XT기종을 내놓을 능력이 있는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컴퓨터업체들은 현시점에서 '50만원 PC는 아무래도 무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소비자들과 중소기업측에서는 '적어도 몇몇 대기업들은 충분히 그럴만한 기술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모컴퓨터전문지에서 대만산 마더보드(Mother Board)를 장착하고 나머지 부품은 대기업 제품과 동일한 것을 사용한 16비트 PC의 생산원가가 43만1천2백원에 불과하다고 발표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더구나 이 가격은 20대를 생산할 때 부품구입가격에 근거하는 것이므로 수천~수만대를 생산하는 경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부품가격이 낮아진다는 것. 가령 2백56KD램의 경우 PC 20대분의 1백80개를 한꺼번에 구입할 때 그 단가는 7달러 5센트이지만 1만대에 소요되는 9만개의 D램을 구매하년 단가는 2~3달러로 크게 떨어진다.

물론 대기업에서는 PC가격에 광고비 판촉비 인건비 운임비 등이 포함되어야 하고 엄청난 시설투자에 따르는 비용과 연구개발비 및 로열티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패로 끝난 국민보급형 PC
 

실패로 끝난 국민보급형 PC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금년말이나 늦어도 내년쯤이면 충분히 16비트PC가격이 50만원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다. 왜냐하면 수출시장에만 주력하던 대기업들이 내수시장의 매력을 뒤늦게 느끼고 있고 국내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으므로 대기업들이 은밀히 국내실정에 알맞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가PC하면 몇해전 정부가 '40만원대 PC'라는 구호를 내세워 추진했다가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난 '국민보급형 PC'를 기억할 독자도 있을 것이다. 87년 과기처가 3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해 특정연구사업으로 국내유수의 7개 컴퓨터업체들과 공동으로 추진했던 국민보급형 PC는 최종생산단계에서 대기업들이 기존모델과의 생산중복을 이유로 생산을 기피함으로써 실패작으로 끝났다. 마지막까지 남아 몇백대 국민보급형PC를 생산했던 H전자도 자금난과 재고에 대한 압박으로 이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초기단계에 '남에게 뒤질 수 없다'라는 생각으로 개발에 참여했던 대기업들은 막상 개발이 끝나자 서로 눈치를 보다가 약속이나 한듯이 한꺼번에 물러섰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보급형 PC 개발계획이 이처럼 흐지부지된 것에 비해 공동개발로 원가를 절감시킨 대표적인 사례는 대만을 꼽을 수 있다. 대만은 수백개의 중소기업들이 분업체계를 통해 세계시장에 경쟁력있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대만의 컴퓨터회사들은 적게는 몇명에서 많게는 수십명의 인원을 보유하고 특정의 상품을 개발할 경우 수십개의 회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때 선진국의 기술을 한꺼번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도입하는 것은 물론 부품도 공동구매의 방식으로 싼 값에 다량으로 수입해 원가를 절감한다.

국내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외국기술을 도입해 중복된 기술제휴계약을 맺고 부품구매에서도 비싼 값을 주면서도 저자세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만산 PC는 현재 국내에 낮은 가격으로 유입돼 세운상가 등에서 60~70만원선에 팔리고 있다. 국산제품과 성능에서는 별차이가 없지만 애프터서비스에는 곤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의 판매대리점을 맞고 있는 D시스템의 K과장은 "국내대기업들의 기술역량으로 볼 때 현재 50만원에 16비트 PC를 내놓아도 충분히 남는다고 봅니다. 단지 PC생산을 시작할 당시에 투자한 설비비용의 회수를 위해 기존제품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라고 말하며 신속한 사업결정과 방향전환이 가능한 중소기업이 어떤 면에서는 컴퓨터사업에 유리하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 최근 국내에서도 대만스타일을 본받아 10여개 중소기업들이 공동으로 40만원대PC를 개발하기로 결정해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들은 PCB (인쇄회로기판) 설계 칩세트 D램 케이스 전원공급장치 등 부품을 각각 나눠서 개발하고 공동구매·공동생산을 통해 38~43만원대의 PC를 금년말경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들 기업들의 노력이 중소기업의 기민한 특성을 살릴 것인지 또는 국민보급형 PC의 재판이 될 지는 더 지켜 봐야겠지만 대기업들을 자극시켜 저가PC개발을 가속화시킬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1메가D램 기술이 관건

PC가격을 50만원 이하의 대중적인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국내실정에 맞는 고유의 독자적인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소리도 높다. 국내기업들이 생산하고 있는 제품들은 모두 IBM의 XT, AT와 호환성이 있는 상품들이므로 수출에는 알맞지만 한글지원 등 우리 실정에는 부족한 점이 많고 대폭적인 가격인하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

일본의 경우 3백만대에 달하는 수출물량은 IBM호환기종이며, 1백만대정도의 내수물량은 '일본형퍼스컴'으로 불리는 AX기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국내기업들은 독자적인 모델을 개발하기는 커녕 대부분 수출용 모델에 일부 기능을 제외시켜 '교육용'이라는 명목으로 낮은 가격에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PC를 구입할 때 무조건 낮은 가격만 따질 것이 아니라 사용할 용도에 따라 그 컴퓨터가 필요한 기능을 갖추고 있는지를 사전에 알아봐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저가PC모델이 출현하기 위해서는 1MB D램을 사용한PC를 개발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미 양산단계에 들어가 있는 1MB 칩을 이용할 경우 기존의 2백56KB 칩보다 4배나 빨라 칩가격만으로도 7~8만원정도 원가를 낮출수 있다고 한다. 더구나 1MB 칩을 이용하면 PCB 전원공급장치 등도 소형화가 가능해져 그 효과는 중복된다.

지난해 2백56KD램은 심각한 품귀현상을 빚었고 따라서 1MD램과의 가격 차이도 점점 좁혀지고 있다.
'국내기술수준이 1MB PC를 개발 생산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와있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하려고만 들면 못 할 것도 없다'고 진단한다. 다만 기업들이 막대한 설비투자에 대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순간까지 주판알을 튕길 것이라는 얘기다.

PC가격이 갈수록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과는 대조적으로 현재 대부분 무료나 아주 싼값으로 살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비용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PC를 살 때 복제된 디스켓을 몇장 끼워주는 형식이 아니라 특정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위해 PC를 구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이미 지적소유권의 일부로 규정되어 '프로그램보호법'의 적용을 받고 있으므로 복제는 점점 어려워진다. 따라서 앞으로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되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10년전의 PC에 비해 현재의 PC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와 기능을 갖추고 있다. 아마 당시에 대형컴퓨터가 처리하던 작업을 오늘날 책상위에 놓인 자그마한 PC가 더빨리 끝낼 수 있을 정도로 컴퓨터기술은 향상되고 있다.

이에비해 PC의 가격은 지난날에 비해 훨씬 손쉽게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 인플레를 감안하면 그폭은 더욱 커질 것이다. 금년말쯤 50만원 PC가 등장하면 혼수품목으로도 인기있는 상품이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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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지재만 기자
  • 김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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