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국내 미세먼지가 문제가 되고 있잖아요. 중국에서는 거대한 집진 탑을 설치해 미세먼지를 빨아들인다고 들었습니다. 학교 풍력발전 세미나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얻어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풍력발전 장비를 이용한 친환경 미세먼지 집진 장치’를 들고 나온 ‘고등어’ 팀의 김찬수 군(한국과학영재학교 2학년)은 아이디어를 얻은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고등어 팀은 소형 풍력발전기에서 블레이드(날개)가 돌아갈 때 공기의 일부가 아래쪽으로 흐른다는 점에 착안했다. 공기에 미세먼지가 섞여 있다면 무거워서 아래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풍력발전기 아래에 필터를 달아 미세먼지를 걸러내면 어떨까.
고등어 팀은 이 아이디어로 ‘한화 사이언스 챌린지 2018’에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고등어 팀의 허원석 군(한국과학영재학교 2학년)은 “심사위원으로부터 기존 풍력발전기에서 ‘집진’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낸 점이 기발하다는 칭찬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찬수 군은 “이 장치를 전국 곳곳에 보급한다면 에너지를 추가로 투입하지 않아도 미세먼지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624개 팀 중 20개 팀 본선 진출
과학에 재능이 있는 고등학생 과학 영재를 발굴하고 미래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로 길러내자는 취지로 시작한 ‘한화 사이언스 챌린지’가 올해로 8회를 맞았다. 한화그룹이 주최하고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후원하는 이번 대회는 작년에 이어 ‘지구를 살리자(Saving the Earth)’는 주제로 열렸다.
올해는 에너지, 바이오, 물, 기후변화 등 네 개 연구 분야에 전국에서 624개 팀이 참가했다. 4월 온라인 심사를 통과한 104개 팀은 5월 26일 대전 한화케미칼 중앙연구소에 모여 2차 예선을 치렀다. 그리고 5월 30일 본선에 진출할 20개 팀이 최종 선발됐다.
본선 진출 팀들의 연구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가득했다. ‘물로 동작하는 일회성 전지’를 주제로 참가한 ‘워터파워(waterpower)’ 팀은 테이프스티커처럼 물체에 붙일 수 있는 박막형 전지를 고안해 본선에 진출했다. 김혜린 양(창원과학고 3학년)은 “리튬 대신 탄소와 마그네슘, 물을 이용해 전기를 생성하도록 설계해 친환경적”이라며 “콘서트 등 밤에 일정 시간 전기가 필요한 곳에 유용하다”고 말했다.
노력과 정성이 돋보이는 팀도 있었다. 식물의 뿌리에 살면서 생장을 촉진하는 박테리아를 이용해 고구마의 생장을 촉진하는 연구를 제안한 ‘고구마 호박(bac)’ 팀은 실제로 교내 텃밭에서 고구마 농사를 지어가며 생장을 직접 확인했다.
이현규 군(부산과학고 1학년)은 “해안가에 서식하는 뿌리식물인 갯메꽃의 뿌리에서 세균을 채취해 고구마 비료로 활용했다”며 “고구마 농사를 지으면서 연구 성과도 얻었지만 농민들에 대한 존경심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8월 본선, 연구 결과 검증하는 토론의 장 열려
올해 본선은 8월 21일부터 2박 3일간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한화인재경영원에서 열린다. 본선에 진출한 20개 팀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직접 실험으로 구현한 뒤, 그 과정과 결과로 승부를 겨룬다. 본선에서는 팀별로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질 뿐만 아니라, 서로의 연구 결과를 검증하는 등 열띤 토론도 펼쳐질 예정이다.
기후변화 분야에 출전한 ‘부띨’ 팀의 김동원 군(부산과학고 1학년)은 “매서운 질문들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막아낼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같은 팀 김유신 군(부산과학고 1학년)은 “토론을 통해 다른 팀에서 나올 새로운 조언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본선에서 가장 뛰어난 연구 성과를 보인 팀에게는 대상과 상금 4000만 원이 수여된다. 은상 이상을 수상한 다섯 팀에게는 해외특별프로그램 참가 기회도 함께 주어진다. 해외특별프로그램은 한화 사이언스 챌린지의 차별화된 요소 중 하나다.
지난해 ‘한화 사이언스 챌린지 2017’에서 입상해 해외특별프로그램에 참가한 허성범 군(한국과학영재학교 3학년)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 등 쉽게 체험하기 어려운 과학 시설을 견학했다”며 “특히 독일 현지 한화큐셀 공장에서 산업 공정을 눈으로 직접 살펴본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2회 한화 사이언스 챌린지 대회부터 심사위원을 맡았고 올해는 운영위원장을 맡은 김은기 인하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보기 그럴듯한 아이디어보다는 기발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중요하게 여기고, 완성도보다는 가능성을 본다”며 “전문가 흉내를 내기 보다는 자신의 역량 안에서 최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