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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와 음악을 잇는 리듬의 비밀 흔들림 현상

인간의 심장고동 리듬이 지닌 흔들림 현상과 음악의 그것이 꼭 같다. 이를 밝혀나가면 자연계의 수수께끼 하나가 풀릴까?

스피커의 전면에 쳐놓은 네트를 떼어내고 자세히보면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올때는 원추상의 막이 진동하고 있는것을 볼수 있다. 소리가 낮아지면 진동폭이 커져 손가락을 대어보아도 그 움직임을 알수있다. 이 막의 진동으로 전면에 있는 공기에 변동이 생겨 이것이 음파(압력파)로서 공기속으로 전하여져 사람의 귀에까지 도달한다. 이 압력파는 사람의 고막을 진동시켜 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소리는 공기의 압력진동이란 것은 잘알려져 있는 시살이다.

음악과 소음은 어떻게 다른가

도로공사를 할때 생기는 소음이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음악도 물리현상으로 볼때는 모두같은 음향진동이다. 그러나 도로공사때나 제트기,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에서 나는 소음은 사람들에게 심한 불쾌감을 주지만 음악은 이와 반대로 사람들의 마음에 위안을 주고 정신을 차분하게하고 쾌감을 준다. 그것은 어째일까.

진동현상은 해석할때 흔히 쓰이는 방법은 복잡한 진동파형을 여러가지 진동수를 가진 정현진동(正弦振動)으로 분해하여 어떤 진동수성분이 어떤 비율로 섞여있나를 살핀다. 이것을 스펙트럼 해석이라 한다. 이 스펙트럼해석에 따르면 음악과 소음의 구성음 상호관계가 다르다는 것을 알수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소음과 음악은 고막이 느끼는 순간적인 진동수의 시간적변동 방법에 큰차이가 있다. 이런 발상을 바탕으로 음악에서의 음향진동의 통계적성질을 상세히 조사하여 본 결과 흥미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음향진동을 음악답게하는 성질이 두가지로 나누어지는 것이다. 그것은 음악이라는 하나의 장르에 공통된 성질과 각각의 작품에 개성이 있게하는 특수성이 분명히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바하, 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여러가가지 작품을 연주한 음을 분석하여 보면 어떤 작품도 음향진동 진동수(피치라고도 한다)의 시간적변동 방법에 어떤 공통의 특징이 있음을 알수있다. 이특징은 음의 피치(pitch)가 시간적으로 이어지는 방법에 나타나고 있다. 악보로 말하면 오선지 위에서 음부가(시간의 장단도 포함하여) 어떻게 배열되어 있는가 하는것이다. 오선지위의 음부의 위치는 그음의 진동수(피치)를 나타내고 있는것으로 음부의 배열은 음의 피치가 시간적으로 어떻게 이어져있는가를 나타낸 것이다.

연주음의 순간적 피치 또는 순간적 진동수(1초간의 음향압력이 평균음향압력을 중심으로하여 변동하는 회수로 정의한다)의 흔들림을 멜러디라 한다면 멜러디의 시간적상관에 음악이 음악답게 특징지우는 공통된 성질이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시간적으로 길게 계속되는 멜러디에서 그 일부를 떼어냈을때 거기에 계속되는 멜러디가 확률적인 법칙성에 기초를 두고 예측될수 있으면 그 멜러디에는 상관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피치의 변화방법이 앞뒤 음의 피치와 전혀 상관이없다면 멜러디를 들으면서 "다음에는 이 멜러디는 이렇게 발전되겠지…"하는 무의식적 기대감이 깨어지고 말것이다.

사람들이 음악을 들을때는 무의식적르로 이런 예측을 하고있는데 너무 무의식 예측감이 무너져나가면 초조하여지게 된다. '기대가 되는것'은 멜러디에 시간적 상관이 있기 때문이다. 또 너무 시간적 상관이 강하면 멜러디가 단조로와져 듣고있으면 따분해진다. 음향진동이 음악이기 위해서는 멜러디변화에 적당한 정도의 시간적상관이 있어야한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음악의 보편성과 개성

여기서 중요한것은 멜러디의 변화를 예측하기위한 확률법칙이 두가지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그 하나가 '음악에 공통된 법칙성(보편성)'이고 다른 하나는 '각각의 작품에 고유한 법칙성(개성)'이다.

사람이 어떤 음의 이어짐을 들었을때 '아, 이것은 무슨 곡의 일부구나'라고 느낄수 있기 위해서는 음의 이어짐을 음악답게 하기위한 어떤 법칙성이 있어야한다. 그 법칙성은 각각의 음악작품에 고유한것이 아니고 음악전체에 공통된것이어야한다. 또 한편으로 각각의 음악작품은 서로 다르고 이것이 각작품의 개성을 나타낸다. 이 두가지 확률적법칙성이 수학적으로 분리되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이 두가지의 확률법칙성을 여기에서 수식으로 구체적으로 늘어놓는것은 적당하지 않으므로 이이상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없으나 중요한것은 음악을 음악답게 하는 '공통된 성질'은 생체(인체라고하여도 좋다)에 내재한 보편적인 흔들림과 거의 같은 통계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는것이다. 이점에 대하여는 뒤에 설명하기로 하고 음악의 개성을 어떻게 추출하는가를 설명하여보자.

필터로 음악의 엑스를 추출

개개음악작품의 멜러디의 특징이 파악된다는 것은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멜러디의 일부가 전개되었을때 그 앞으로의 멜러디가 어떻게 전개될것인가를 확률적으로 예측할수 있다는 것인데 그것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디지틀 필터라는것을 각각의 음악작품에 따라 적당하게 설계한다. 전기회로에서 말하는 필터는 저항이나 컨덴서, 인덕턴스로 이루어져 있는데 디지틀 필터란 퍼스널컴퓨터속에 수치로서 존재하는 필터이다. 수치의 계열을 신호로하여 다룰때 그 신호를 필터에 입력한다는 것은 신호를 구성하는 하나의 수치에 수학적인 연산(演算)을 하는것과 같다. 그래서 이런 필터를 디지틀 필터라한다.

어떤 부분의 멜러디를 음의진동수의시간적 계열로하여 적당히 설계된(이 의미는 뒤에 설명한다)필터에 입력해주면 그 다음에 나타날 음의 진동수(피치)가 수치로서 출력된다. 이 출력된 진동수는 멜러디로서 나타날 참된 진동수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으나 이 '예측오차'의 전곡에 걸친 평균치가 최소가 되도록 디지틀필터를 설계하는 것이다. 그림1은 슈베르트의 가곡 겨울나그네 중의 '휴식'이라는 곡의 멜러디(실선·実線)와 그 에측치(점)를 나타내고 있다. 예측치는 실제의 멜러디와 가까운것을 알수있을 것이다.
 

(그림1) 슈베르트곡 「휴식」의 예측오차(위)와 원곡의 예측치. 아래의 실선은 「휴식」원곡의 멜러디이며 점은 멜러디가 어떻게 발전하는가를 확률로 예측한것.


이렇게하여 예측한 멜러디의(진동수로서잰) 예측오차치의 분포를 살펴보면 제로를 중심으로한 분포를 나타낸다.
그림2는 '겨울나그네'의 예측오차 분포를 나타내고 있다. 예측오차의 분포는 가우스분포가되는 수도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여러가지형의 분포가 된다. 이 분포는 곡마다 달라 이것을 기록하여 둔다.


(그림 2) 「겨울나그네」의 예측오차분포

 

(그림3) 심박주기 흔들림 측정결과 심전도의 그래프에 나타나는 심장수축기 피크에서 다음 피크의 시간간격을 재어 심박주기를 기록한다. 일반적으로 규칙적일 것이라고 생각되는 심박도 그림처럼 흔들리고 있다.


디지틀 필터가 만들어지면 이미 알고 있는 멜러디시계열(時系列)의 단편(또는 난수로 정해진 진동수의 계열도 좋다)을 이 필터에 입력하면 거기서 예측되는 다음 음의 진동수(피치)가 출력된다. 이 예측진동수에 '적당한' 난수를 더하여주고 그 값을 다시 이 필터에 입력하여주면 그다음 음에 해당되는 진동수의 예측치가 출력된다.

이런 과정을 되풀이하면 새로운 멜러디를 얻을수 있게된다. '적당한 난수'란 그곡에 고유한 예측오차와 같은 분포를 가진 난수란 의미다. 이 예측오차의 분포는 이미 기록되어 있으므로그 분포에 따르도록 난수를 발생하면 좋다.
원래의 예측오차분포와 관계없이 난수의 크기를 설정하면 멜러디의 피치가 점점 상승하거나 또는 점점 내려가버려 적절한 멜러디를 얻을수 없게 될수가 있다.

이렇게하여 만들어진 진동수의 계열은 그대로는 건반악기로는 연주될수없다. 그래서 서양음계로 예를들면 솔장조라든지 하는식으로 희망하는 음계상의 진동수로 고쳐주지 않으면 안된다. 이렇게하여 만들어진 멜러디는 특징을 잘나타내고 듣기에도 좋다.

생체리듬에 있는 리듬

이렇게하여 설계한 디지틀 필터는 그곡 자체의 성질을 모두 표현하고 있는것으로 정확하게 말하면 음악으로서의 공통된 성질과 개성을 모두 포함하고있다.

심장의 박동은 보통상태에서는 대단히 규칙적이다. 갈릴레오가 흔들이의 등시성을 발견했을때 자신의 맥박을 시계대신으로 사용하였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나 상세하게 살펴보면 심박의 주긴는 매회 조금씩 흔들리고 있음을 알수있다. 호흡에 따라서도 심박주기가 조금달라지기도하며 체온의 변동에 따라서도 변한다. 이렇게 여러가지 원인에 따라 조금씩 변동이 생긴다.

심장이 박동할때마다 몸표면에 전위(電位) 분포가 나타난다. 91페이지의 사진은 심장박동측정장치로 잰 몸표면전위분포의 플러스 마이너스 전위를 빨강과 초록으로 브라운관에 나타나게 한것이다. 이 사진의 왼쪽반은 가슴쪽을, 오른쪽 반은 등쪽을 나타낸것이다. 거의 한 가운데 있는 ○표시의 위치에서 잰 전위의 시간변화가 밑쪽의 흰선으로 그려져있다. 이것이 보통의 심전도에 해당된다.

이 흔들림의 통계적성질을 스펙트럼으로 해석하여 보면 신기하게도 음악의 보편적인 부분의 흔들림이 갖는 통계적성질과 거의 같다. 심장의 박동은 우심방 위쪽에 있는 동결절이라는 부분에 있는 세포에서 보내는 전기적 펄스로 기동된다. 따라서 심박주기의 흔들림은 이런 전기적펄스의 시간간격 흔들림에 유래하고 있다. 이런 경우의 전기적 펄스의 시간간격은 여러가지 인자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상황을 간단히 하기위하여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하여 보았다.

생체중에는 자발적으로 전기신호를 발신하고 있는 세포가 있다. 인체에서 이런 세포를 떼어낼 수는 없으므로 '아프리카·마이마이'라는 큰 달팽이에서 자발적으로 전기신호를 내보내는거대한 뉴런(Tonically Autoactive Neurone·TAN)을 실험에 썼다. 이 뉴런을 달팽이의 몸에서 떼어내 생리적 식염수 속에 담아두면 역시 전기적 발진이 계속된다. 그래서 생리적 식염수로 채운 몇 미크론 정도의 가는 유리관(유리전극)을 뉴런속에 꽂으면 뉴런내부의 전위변화를 측정할 수가 있다.

그림4는 이렇게하여 측정한 뉴런내부의 전위변화를 기록한 것이다. 유리전극을 꽂고난뒤 한동안은 대단히 불규칙한 모양을 나타내지만 조금지나면 규칙성있게 반복하는 신호를 내보낸다. 눈으로 보는 바로는 거의 규칙적인 펄스열로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약간이긴 하지만 시간간격이 흔들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흔들림을 계산기로 해석하여 보니 재미있게도 역시 심박주기의 흔들림과 거의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다음으로또 한가지의 흥미있는 예를 들어보자.


(그림4) 아프리카 마이마이(달팽이)의 세포가 자발적으로 내보내고 있는 전기신호. 자세히 보면 시간간격이 흔들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손으로 박자를 치면서 일정한 리듬이 이루어지도록 한다고 생각하여 보자. 아무리 리듬이 일정하게 되도록 노력하여도 시계처럼 정확한 일정한 시간간격을 이룰수가 없다. 그러면 이럴때의 시간간격의 흔들림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정확하게 리듬의 흔들림을 재기위해서는 스위치를 손가락으로 누르는 방법을 쓴다. 손가락으로 누를 때마다 스위치의 ON과 OFF가 되풀이되므로 이 시간간격을 컴퓨터로 계측하여 기록하면 된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스펙트럼해석을 하면 흔들림의 통계적성질을 바로 얻을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인간이 만들어내는 리듬의 흔들림을 조사하여 보니 이 경우도 심박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명곡에는 반드시 흔들림이 있다


심장박동측정장치로 잰 몸 표면 전위분포


그러면 이쯤에서 다시 화제를 바꾸어 보자. 손가락 끝에는 감각수용기라는 것이 있어 손가락 끝에 자극이 가면 이감각 수용기에서 신경축삭(神經軸索·axial fiber)에 전기펄스를 보내 중추에 이르게 한다. 전기펄스의 빈도는 손가락끝에 오는 자극의 강도에 따라 변한다. 감각수용기에서 내보낸 전기펄스는 신격축삭을 따라 중추에 이르지만 중추에서는 보내온 전기펄스의 빈도를 계측하여 어느정도 강하기의 자극이 손가락끝에 오고 있는가를 판단한다. 사람의 몸속에서는 정보의 상호교환의 일부가 이렇게 전기적 펄스로 이루어지고 있다.

신경축삭에 접할 수 있도록 굵기가 몇 미크론 정도의 아주 작은 텅스텐 전극을 조심스럽게 삽입하고 그 끝을 오실로스코프(Oscilloscope·전류관측용장치)에 접속하면 전기펄스열의 전압파형(波形)이 그대로 브라운관에 나타난다.

신경축삭은 말하자면 전기신호를 전송하는 전송선 역할을 하고 있는데 보통의 전기신호를 전송하는 전송선과는 달리 현저한 비선형성(非線形性)과 메모리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전기신호로서의 펄스열은 축삭을 따라 전해지는 사이에 성질이 변할 가능성이 있다.

몸이 길고 끝이 뾰족한 창오징어는 직경이 1㎜가까운 큰 신경축삭을 가지고 있어 실험에 편리하다. 이 신경축삭을 사용하여 펄스전송 실험을 하여본 결과 전기신호로서의 펄스가 줄을 지은 방식에도 안정된 흔들림이 있으며 그 흔들림 방식도 심박주기의 흔들림과 많이 닮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렇게 몇가지 예를 들면서 설명한 대로 음악이라는 음향진동은 생체내의 흔들림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다. 동서고금의 여러가지 음악작품을 음향진동으로서의 흔들림을 스펙트럼으로 해석하여 보면 '참 좋은 곡이다…'하고 느끼는 곡은 거의 모두가 심박형 진동수의 흔들림을 나타낸다. 현대곡 중에는 들어도 별로 즐겁지도 않고 이해하기 힘든 곡이 더러있다. 그런곡은 이상하게도 심박형의 흔들림을 나타내지 않는다. 그렇다면 듣는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곡은 심박형 흔들림을 나타내고 두뇌로 작곡한 곡은 심박형의 흔들림을 나타내지 않는다고 생각해볼수도 있다.

아직은 이런 단계이지만 이런 연구와 실험이 더욱 발전되면 생체와 음악에 다같이 감추어져있는 흔들린 현상의 수수께끼를 풀게될 날이 있을 것이다.

1989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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