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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포장재 랩 논쟁4년 PVC는 랩의 원료로 타당한가

PVC랩에 포함된 발암물질 시비로 시작된 랩 논쟁은 이제 '저가격이면서 인체에 무해한 랩' 의개발 생산에 촛점이 맞춰지고 있다.

랩(wrap) 사용이 늘면서 랩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일고 있다. 맛살 어묵 등 가공식품과 육류 채소류 등의 포장재로서 랩이 각광을 받고 있다. 뿐만아니라 가정에서 반찬류의 보관에, 중국집을 비롯한 각종 음식점의 배달음식에 랩포장은 보편화되고 있다. 또한 제과점 피자파이점 등에서도 투명하면서 통기성이 좋고 수분증발을 억제하는 식품포장재의 사용은 필수적이다.

업계측에서 파악하는 우리나라 시장규모를 보더라도 랩사용량의 증가는 눈에 띄게 나타난다.. 80년대 초만하더라도 불과 20억원에 지나지 않던 것이 86년에 50억원, 87년 90억원에 이르렀다. 올예상치도 가정용랩을 60억원, 영업용(식품가공업자들에게 납품하는 것) 랩은 2백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 식품업계 관련자들의 말을 빌면 90년대에 접어들면 1천억원의 수요가 예상된다는 것.

이처럼 우리의 일상생활과 가까와진 랩에 대한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PVC대(對) PE'의 대결로 일반에게 널리 알려진 랩논쟁은 올해들어 4년째 계속되고 있다. 논쟁의 촛점은 PVC(Poly Vinyl Chloride, 폴리염화비닐)랩에 포함돼있는 VCM(염화비닐단량체)이 발암물질이며, PVC랩을 부드럽고 잘 늘어붙게 하기위해 사용되는 가소제(可塑剤) 중의 일부가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85년까지만 해도 '랩은 PVC'라고 할 정도로 PVC의 독주상태였다. 그런데 86년부터 중소업체인 크린랩사(대표 김병인)가 PE(Poly Ethylene)랩을 생산하면서 PVC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논쟁이 시작되었다. 특히 랩이 국민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식품과 관련된다는 측면에서 소비자단체(한국부인회 등)와 식품영양학자 고분자학자 등이 가세하면서 논쟁의 열기는 더욱 가열화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PVC랩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는 (주)럭키(싱싱랩), (주)서통(유니랩), 삼영화학공업(주)(썬랩), 한국 플라스틱 공업(주) (골드랩), (주)한양화학 (GOOD & CHEAP) 등 5개사. PE랩은 크린랩이 유일하다. 이들의 시장분포를 살펴보면 PVC랩이 가정용시장의 80~90%를, 나머지를 PE랩이 차지하고 있다. 영업용은 1백% PVC랩이 점하고 있다.

발암물질 시비

랩의 종류가 PVC와 PE로 확연하게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PVC에 비해 열에 강한 PVDC(폴리염화비닐덴)가 있고, 새로운 기술로 기존 PE랩(종이와 같이 푸석푸석하고 투명하지도 않음)의 단점을 보완 개발한 LLDPE(선상저밀도PE)도 있다. 86년부터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PE랩은LLDPE다.

또한 이와는 조금 성격이 다르지만 최근 PVC랩에 대해 문제가 되자 우리나라 피자파이점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OPP(Oriented Polyprophylene)필름 등이 있다.

PVDC는 PVC에 비해 열에 강하지만 통기성이 전혀 없어 공기가 통해야만 신선도를 유지할 수있는 야채류의 포장에는 적합치 않다. 그러나 육류 등의 포장에는 장점이 있다. 80년대 초만 하더라도 미국 등에서 고기 버터의 포장재로 많이 활용됐으나 가격이 비싸 LLDPE가 개발되면서 대중적인 식품포장재로는 점차 쇠퇴하고 있는 추세. 하지만 공기가 통해서는 안되는 제품의 보관에는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사란랩'이란 이름으로 미국이나 일본에서 판매하고 있는 것이 PVDC랩이다.

OPP필름은 고가이면서 재질이 뻣뻣해 경제성 있고 발암물질 시비가 없는 대체품이 자리잡으면 식품포장재로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랩에 관한 논쟁은 PVC 대(對) LLDPE랩으로 압축된다. 쟁점이 되고 있는 VCM이란 PVC의  원료물질. 지난 70년대 중반, 미국 PVC 제조공장인 '굿리치'사에서 일하던 노동자 3명이 간암으로 사망했다. 사망원인을 조사한 결과, 염화비닐가스에 노출이 심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

그이후 VCM은 일반적으로 발암물질로 규정되고 있다. PVC제품에는 일정 한도 잔류 VCM이 남아 있기 마련인데, 잔류량이 어느 정도이냐는 것이 문제. 최근 한국 부인회가 네덜란드 국가시험연구소(CIVO)에 의뢰하여 나온 재질 시험결과에 따르면 국내 PVC랩의 잔류 VCM량은 0.1ppm 이하. 즉 1㎏의 PVC랩 중에 0.1㎎ 이하의 VCM이 검출되었다는 뜻이다 (표1 참조). 우리나라 보사부의 잔류 VCM 규제치는 1ppm으로 수치상 국내 PVC랩은 규제치를 넘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문제는 1986년 2월 미국 FDA(식품의약국)가 '연질 PVC필름에 대한VCM허용치를 0.05ppm이하로 제정할 것을 제안하였고, 유럽 각국에서도 VCM허용치를 점점 강화하고 있는 추세. 원료자체가 발암물질이므로 아무리 적은 양이 잔류한다 하더라도 꺼림칙한 제품을 식품포장재로 활용한다는데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PVC랩의 잔류VCM CIVO 실험결과가 0.1ppm 이하라는 표시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0.1이하면 0.05일 수도 있고 이보다 더 낮은 수치일 수 있는데 무조건 문제가 된다고 지적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이야기.


(표1) 국내 PCV랩 재질실험 결과 (가정용)

(영업용)


가소제와 열안정제

여기에 가소제까지 등장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원래 PVC는 상온에서 딱딱한 물질. 이를 부드럽고 용기에 잘 달라붙게 하기 위해서는 가소제 사용이 필수적이다. 가소제의 종류는 프탈산계(DOP)와 아디핀산계(DOA) 아세틸구연산계 등의 저 분자가소제와 에폭시화대두유(콩기름류) 등의 고분자가 소제가 있다. 그러나 프탈산계인 DOP는 국제암연구협회가 지난 82년 강력한 발암물질로 지정, 사용을 못 하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 PVC랩 생산 업체도 랩생산 초기에는 가소제로 DOP를 사용했으나 요즘은 사용치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골드랩 제외). 특히 DOP는 몸에 축적되면 배설도 안되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된다.

국내 PVC랩 생산업체가 가소제로 주로 사용하고 있는 DOA는 DOP와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DOA는 아직까지 인체에 유해하다는 공식보고가없고, FDA에서도 DOA를 70년대에 식품포장재랩의 가소제로 사용가능하다고 공식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 일본 등의 식품계의 일각에서 DOA의 유해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고, 82년 국제암협회에서 동물실험 결과, 간암발생 우려가 있으므로 식품포장재로 사용을 권장치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DOA DOP등 가소제는 기름에 잘녹는 지용성 물질이라 기름이 섞인 음식, 분말식품류, 치즈와 같은 유제품, 왁스나 파라핀을 칠한 제품 등에 사용하면 고온이 아니더라도 녹아 식품표면에 흘러 나오기 때문에, 독일 영국 미국 등에서는 PVC랩을 이러한 식품들에 사용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설정. 더군다나 PVC랩은 고온에서 불안정해져 잔류VCM이나 가소제를 용출시키므로 전자렌지 사용을 금하고 냉장 냉동식품에만 사용토록 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김정엽박사(고분자연구실장)는 "PVC나 PE의 원료는 고분자이므로 가소제, 특히 저분자가소제인 DOA나 DOP는 상온에서도 잘섞이지 않고 쉽게 분리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고온에 불안정한 PVC랩에는 가공시 온도가 1백80℃ 정도이므로 첨가제로열안정제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열안정제로는 금속화합물이 주로 쓰이는데 납이나 카드뮴 같은 중금속류는 값이 싸면서 열안정에는 탁월한 효과가 있고, 칼슘이나 바륨은 고가이지만 열안정제로서 효력은 중금속보다 떨어진다. 그러나 열안정제로 중금속을 사용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므로 대부분의 PVC랩에는 칼슘이나 바륨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열안정제로 칼슘 등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E랩에는 이상없나

PVC랩의 발암물질 잔류 내지 첨가문제가 제기되면서 'PE랩에는 첨가제를 사용하지 않는가', 또는 '그 첨가제는 유해하지 않은가' 등의 문제제기가 PVC 랩 생산업체와 일부 학자들 사이에 제기되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산화방지제. 이 문제가 처음 거론된 것은 작년 2월 한국부인회 주최로 개최된 '랩간담회'에서 강사로 나온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고영수교수에 의해서다. 고교수는 "PE랩중에는 페놀계통의 산화방지제를 첨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첨가제도 동물실험 결과 간장의 지방대사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올 3월16일에 고영수교수는 개인적으로 '국내외 랩의 성분분석에 관한 보고'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에서 가지면서 PE랩에 첨가돼있는 산화방지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고교수에 따르면 국내 유일 PE랩인 크린랩에는 DLPT(Dilaurythiopropionate)라는 산화방지제가 쓰였으며, 미국과 일본의 PE랩에는 페놀계통의 '이르가녹스'(Irganox)1010과 1076이 사용됐다는 것. DLPT는 신체를 기형화시키는 원인물질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60℃ 물에 30분간 담궜을 때 용출되는 첨가제를 알아내는 실험에서는 국내 PE랩과 미국과일본의 PE랩 모두 산화방지제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교수는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시판되고 있는 PVC랩(싱싱랩, 유니랩만 실험)과 PE랩(크린랩)은 우리나라의 식품위생법 및 외국의 보건당국에서 정한 허용치보다는 훨씬 낮은치이기 때문에 인체에 대한 안정성이 높다"고 밝히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PVC랩의 가소제에 대해서는 FDA나 일본 등에서 가소제로 안정성이 입증된 DOA를 사용하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PE랩 생산자 대표인 김병인씨는 "랩으로 포장된 식품을 햇빛에 노출시킬 필요가 없으므로 PE랩 생산공정에서는 산화방지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혹시 PE 원료 자체에 산화방지제가 포함될 수도 있지만, 산화방지제는 유성(油性)인 가소제와는 달리 고체이므로 일단 원료에 섞이면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밝히고 "포장된 식품의 유해 여부와 별 관련이 없는 PE랩의 산화방지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PVC랩의 가소제문제를 희석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실험이 어느 기관에서 행해졌느냐는 질문에 고교수가 답변을 회피하면서, 랩에 대한 논쟁이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객관적으로 풀어주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생산업체 학자 소비자단체 등의 알력이 복잡하게 얽혀져 진행되는 '비생산적인 소모전'이라는 의구심을 자아나게 했다.

4년 전쟁

이처럼 랩에 얽힌 논쟁은 사실규명의 차원을 벗어나 기업간의 알력 등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있는 실정이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4년 전쟁'이라 부를 정도.

86년 PE랩 생산업체인 '크린랩' 사가 출범하면서 PVC랩의 잔류VCM과 가소제가 발암성물질이기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PVC제품의 사용을 금하고 있다고 광고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대해 럭키를 비롯한 PVC랩 생산업체들은 크린랩의 광고를 허위과장광고라고 주장, 경제기획원 공정거래실에 제소했다.  공정거래실은 "국립보건원에 감정한 결과, PVC랩은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판정이 났기 때문에, 이에 따라 크린랩의 광고를 허위로 판정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크린랩측은 공정거래실이 대기업과 결탁, 부당한 판정을 내렸다며 검찰에 고발했다.공정거래실도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크린랩사를 검찰에 고소했다. 이 법정싸움은 88년12월 크린랩측이 고등법원서 패소 판결을 받으면서 일단락되었다.

한편 소비자단체인 한국부인회는 랩이 국민건강과 직결된 식품포장재이기 때문에 더이상 보고있을 수 없다고 판단, 식품영양학자의 자문을 받고 간담회 등을 개최하면서 PVC랩의 유해가능성을 여론화시켰다. PVC랩 생산업체들도 한국소비자연맹과 함께 방어작전에 나섰다.

한국부인회측은 "처음 PVC랩 유해성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보사부와 국립보건원에 수차례 공문을 보냈으나 시원스런 답변을 한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그동안 일부 학자들에게만 자문을 구하다가 국제소비자기구에서 네덜란드 방문기회를 줘, 네덜란드국가시험연구소를 견학하던 중 우연찮게 랩실험을 하는 것을 목격하고 이곳에 국내랩 샘플을 시험 의뢰했다"고 경위를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어 국내 소비자에게 권장한다고 밝혔다.

첫째 잘붙는 랩은 가소제가 많아 인체에 유해하니 사용하지 말 것, 둘째 전자렌지에는 랩을 사용하지 말 것, 세째 PVC랩은 냉동식품에만 사용할 것, 네째 음식점과 백화점 등의 식품점에서 냉장·냉동식품 외에 PVC랩을 사용할 경우는 PE랩으로 바꿔줄 것을 건의할 것 등이다.

"주부님들! 동네방네 크린랩 소문좀 내 주십시요"라는 광고에 "럭키 싱싱랩! 안심하고 사용하십시요"로 대항하던 양측의 광고 전쟁은 법정싸움으로 비화했고 급기야는 작년, 16년만에 부활된 국회 국정감사의 도마위에 오르게 되었다.

신기술 보호 논쟁

86년 9월 크린랩사는 3년동안 4억원의 개발비를 들여 LLDPE랩을 가정용으로는 세계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히고 미국 일본 등에 특허공개와 함께 우리나라 과학 기술처에 3차례에 걸쳐 신기술보호신청을 냈다. 과기처는 그동안 크린랩의 신기술보호요청에 대해 상공부와 보사부의 의견을 들어 보호받을 기술이 못된다고 판단, 계속 기각시켰다.

기각 이유는 크린랩사가 △한·일합작 회사이며 △기술개발자가 일본인이고 △신고시기가 시범제작단계와 공업화완료 단계를 넘어 이미 시판되고 있는 상태이며 △타사에서 개발 예정이라는 등이다. 이는 과기처 상공부 보사부 등의 종합된 의견.

이에 대해 크린랩측의 주장은 다르다. 크린랩사는 한·일합작회사가 아니며 신기술개발을 위해 전문가를 초청하는 것은 신기술보호관계법에 허용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시판중'이라는 기각사유에 대해 제작단계에서의 시험판매는 인정되는 것이며 타사에서 개발예정이란 사유는 세계특허까지 공개된 상황에서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문제는 88년 과기처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되었다. 강금식의원(평민)은 "중소기업에서 개발한 기술이 미국 일본등에서 특허를 얻고 있는 신기술인데도 이를 보호하지 않는 것은 중소기업 고유업종인 랩제조분야에 이미 침투해있는 대기업을 위한 것이 아니냐"고 따지면서 이제까지의 자료공개를 요구했다. 또한 상공위의 이돈만의원(평민)도 "중소기업 보호육성을 소리높여 떠드는 상공부가 기술이 우수한 것으로 인정되는데도 애매한 이유를 들어 기술보호의 타당성이 없다고 한 처사가 타당하느냐"고 따졌다.

이 결과 보사부는 "크린랩사가 만든 랩은 제품의 원료가 기존 제품과 같은 PVC이며 일본회사와 기술제휴를 하고 있고 일본인 기술자를 초청해 제품을 만들었고 랩제조기술은 새로운 소재개발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호할 기술이 못된다"고 과기처에 통보했으며, 과기처는 한국과학기술원의 고분자연구실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는 기술'이라는 통보를 받았으나 보사부 상공부 등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를 묵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기술평가를 담당했던 김정엽박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기술적인 문제에 국한시켜 이야기한다면 PE를 원료로 투명하면서 박막필름을 만든 것은 새로운 기술임에 틀림없다. 기술수준 또한 단순한 것이 아니므로 보호할 가치가 있다. 저밀도 PE(LDPE)는 1930년대 중반 개발되었지만 결정이 있어 빛이 산란되기 때문에 투명하지 않다. 이를 해결한 LLDPE가 개발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최근 5년 이내의 일이다. 크린랩측의 가정용 LLDPE도 이러한 기술개발 추세의 하나라고 본다."
신기술보호논쟁은 중소기업 대 대기업의 싸움으로 인정되어 크린랩측이 매스컴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았으나, 아지까지 별진전 없이 소강상태.

그런데 최근들어 조심스럽게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즉 크린랩사가 형식적으로는 어떤 형태를 취하고 있든지 실제적으로 일본에서 출발한 기업이 아니냐는 것. 기술개발자가 일본인이며 우리나라에서 그를 초청해서 개발한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 개발해 국내에 생산공장을 차린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최근에 개최된 고영수교수 발표회에서 일본에서의 PE랩과 PVC랩의 시장점유율을 묻는 질문에 럭키연구소의 윤여경부장이 '3천5백t 대 3천5백t'이라고 답하자, 크린랩 대표인 김병인 사장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가정용랩의 PVC점유율은 매우 낮다"고 응수하면서 이에 대한 신빙성을 높이기 위한 보조발언으로 "우리 회사의 본사가 일본에 있다. 사실 우리는 한국에서 PVC랩만이 판매되는 것에 착안, 국내에 회사를 차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까지 김병인 사장은 일부 매스컴에서 밝히기를 "크린랩은 한국 국적을 가진 재일동포 전병수씨가 투자했을뿐 한일합작회사도 아닌 우리나라 중소기업"이라고 말했다.

저가격 안전 랩


가공식품 포장에 널리 사용되는 랩.


랩논쟁에 있어서 고분자학자들은 조금 색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PVC는 인간에게 매우 유익한 합성수지이다. 우리 주변에는 PVC로 만든 물질이 상상외로 많다. 최근에 나오고 있는 고급 플래스틱 제품 들은 대부분이 PVC다. 그런데 이처럼 유익한 PVC를 식품포장용 랩의 원료로 사용해 소비자들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는지 모르겠다. 대체품이 없다고 하면 모르겠지만, 요즘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상식화된 PE를 가지고 랩을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어 PVC를 굳이 랩의 원료로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실제로 PVC랩을 만드는 경우 원료가격보다 가소제나 열안정제의 가격이 2~3배 이상 비싸다. 정상적으로 가격경쟁을 하면 PVC랩은 PE랩을 따라갈 수 없다. 그런데 시중에는 PE랩의 가격이 더 비싼 것으로 안다. 하루빨리 PE랩 기술을 보편화시켜 랩논쟁의 시비를 마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식품가공학'(유태종 이상건 저, 문운당)과 '식품포장학'(박영호 저, 수학사) 등의 대학교재에도 "PVC는 식품포장재로 적합지 않다"고 나와 있다.

PVC랩에 포함돼 있는 잔류 VCM과 가소제 등의 발암성물질 시비는 국내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기준치 이하이므로 안전하다든가, 무조건 PVC랩은 안된다든가 하는 논쟁은 소비자측면에서 혼란만을 가중시킬 따름이다. 실제로 위험가능성이 있는 것은 가능한한 자제하고 사용을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사부는 하루빨리 자체 조사를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PVC랩의 사용한도를 명확히 하고, 과학기술처는 식품포장랩의 새로운 기술을 개발보급하는 노력을 기울여 저가격이면서도 인체에 무해한 랩을 보편화시켜야 할 것이다.

PVC랩 생산업자들도 현재 상황에 안주해 방어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PVC랩 사용한도를 보다 분명히 하고 세계적인 기술개발 추세에 발맞춰 인체에 무해한 가정용랩 제조기술을 받아들이고 자체기술화하는 것만이 랩논쟁을 생산적으로 마감하는 길임이 분명하다.

1989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정경택 기자
  • 김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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