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세계에도 사회심리학이 존재하는 걸까. 이는 최근 핵물리학이 제기하는 새로운 화두다. 물질 또한 단위 입자가 모여 만든 ‘사회’이기 때문에 그들을 충돌시켰을 때는 입자 하나가 부딪힐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지난 2월 프랑스 원자력청(CEA) 샤끌레 기초과학연구원에 근무하는 노만규 박사(62세)가 갑자기 한국을 방문한 것도 이 때문.
1997년 대한민국 국민훈장을 받은 노만규 박사는 1964년 캘리포니아대 버클리분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지금까지 30여년 동안 1백80여편의 논문을 발표한 세계적인 핵이론 물리학자다. 그의 대표적인 연구는 일본인 최초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던 유가와 히데키의 중간자이론을 보완하는 여러 이론과 공식을 세운 것. “1960년대 말 유럽핵물리연구소(CERN)에 근무하던 시절 벤자민 리(이휘소) 박사의 도움을 받아 시작했던 연구가 이후 좋은 평가를 받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노박사는 회고했다. 그 공로로 노박사는 1985년 프랑스 물리학회로부터 폴 랑쥬뱅(Paul Lang-vin)상을 수상했다.
노만규 박사가 국제적인 기초과학 연구의 메카로 발돋움하고 있는 한국고등과학원(원장 김정욱)에 머무는 동안 서울대 물리학과의 민동필 교수(52세), 스페인 발렌시아대의 벤토 교수(48세), 충남대 박병윤 교수(40세) 그리고 뉴욕주립대(SUNY) 스토니부룩 캠퍼스에서 연구하고 있는 이창환박사(32세) 등도 연구에 합류했다. 노박사팀은 핵물리학 연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우라늄 핵 충돌 실험에 관한 이론을 탐구하기 위해 결성된 특별연구팀(task force)인 셈이다.
블랙홀, 초신성의 비밀
핵물리학과 입자물리학이 분리된 것은 1950년대. 그전까지 핵물리학 테두리 내에 있던 고에너지 물리학이 입자물리학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며 빠져나간 다음, 핵물리학은 비교적 낮은 에너지 영역의 현상을 주로 연구했다. 그후 입자물리학에서는 초기 우주의 상태 즉 쿼크나 소립자들로 구성된 세계에 관심을 가진 반면, 핵물리학에서는 블랙홀, 초신성 폭발 등 소립자 집단이 만드는 거시현상을 연구해 왔다. 그러나 그 연구방법은 큰 차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