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천재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필자(마이클 하우·영국 엑스터대학)의 대답은 ‘노’이다.
분명 천재는 특별한 창조력을 갖고 있어 보통사람과 다르며 일반인들은 ‘천재들은 별종(別種)의 인간’이란 인식을 깊이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천재의 재능과 그들의 현란한 업적만을 강조해 온 우리의 전통 때문에 생겨난 것으로 이는 ‘어떻게 해서 천재가 탄생되는가’에 대한 진지하고 과학적인 노력을 방해해 왔다.
모차르트의 숨겨진 12년
예를 들어보자. 흔히 모차르트는 대부분의 전기에서 어렸을 때부터 연주나 작곡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다고 쓰여져 있으며 따라서 사람들은 모차르트는 타고난 천재라고 그냥 믿고 있다. 물론 모차르트가 상당한 재능을 타고난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허나 보다 면밀히 그의 생애를 연구해보면 그가 음악수업을 시작한지 12년이 지나기까지 걸작으로 불릴 작품은 쓰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 12년간 그는 피나는 노력을 해왔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밖에 심리학자들이 70여명의 유명한 작곡가의 초기 경력을 조사해본 결과 한 사람 예외없이 최소 10년 이상 음악에만 전심전력을 다한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천재를 만드는데 노력을 대체할만한 것은 없다’라는 ‘에디슨’의 말이 진실임을 느끼게 해준다.
천재에 관한 오해는 인간연구가 불충분하고 또 실험 심리학자들의 잘못된 조사에서 나온 예가 많다. 몇가지 떠들석했던 예를 회고해 보면···.
숫자 80개를 외우는 실험이 있었다. 보통사람은 아무렇게나 선택한 80개의 숫자를 한번 보게하고 이를 다시 외우게 하면 8~9개 정도 기억해 낸다. 그런데 한 친구가 80개 모두를 외웠다. 실험자들은 이것이야말로 어떤 특수한 재능은 타고난 것이라는 증거가 된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려진 바로는 80개를 다 외운 청년은 보수를 받고 숫자 외우는 실험대상에 뽑혔으며 실험실시 전 2년동안 매일 외우는 연습을 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유명한 예로는 3살짜리 아이가 수영도 잘하고 심지어 어려운 커누도 젓는다는 것이 있었다. 이는 분명 타고난 재능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아기의 배경을 조사해 보니 태생은 ‘뉴기니아’의 해안가였고 겨우 아장아장 걸을때부터 해안에서 놀았으며 큰 아이들이 커누를 젓는 것을 줄곧 보면서 자랐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이밖에도 많이 있다.
집중력과 조기교육
현대의 심리학자나 두뇌 연구자들은 인간의 두뇌 신경이 어지러울 정도로 제멋대로 퍼져있다가 자극과 훈련에 의해 10살이 조금 넘으면 정리가 돼 이 상태가 평생 지속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실제 음악이나 일부 예능 부분에서 조기교육을 잘 받은 사람이 나중에 대성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생리적으로 말하면 뇌의 신경이 리듬에 반응하게 좋게끔 정비가 됐다는 얘기가 된다.
소위 세상에서 말하는 천재들의 생애를 자세히 검토해 보면 어떻게 해서 천재가 탄생하는가에 대해 어느 정도의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첫째로 주목되는 것은 편집광이라고 불릴 정도로 한가지 일에 골몰하는 사람들이 천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집중력이 굉장한 사람을 말하는데 주위에서는 바보로 취급하기 일쑤이다. 영어로는 ‘Idiots Savants’이라고 말한다.(Savant은 프랑스어로 박식한·학자등의 뜻)
이 똑똑한 바보라는 말은 사실 그럴듯한 별명이다. 왜냐하면 집중력이 강하면 평범한 일에 무관심해져 이웃 사람에게 멍청하게 보일뿐만 아니라 실제로 지능 발달이 더딘 아이들중에 집중력이 강한 아이가 많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런 아이들중에 나중에 유명한 음악가 등 예술인, 위대한 발명가 등 소위 천재형 인간들이 많이 나왔다.
천재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대학자나 기타 지적인 면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룩한 사람들도 거의 예외없는 집중형 인간들이다. 바보처럼 보이지는 않더라도 극히 단순해서 한가지 주제에 대해 하루에 몇시간씩 몰두하던가 몇 달을 두고 한가지 문제에 대해서만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걸출한 업적을 내 놓는다.
뉴톤이나 아인슈타인 등 뛰어난 물리학자들이 대부분 이런 형의 인간들이고 과거 철학자중에도 이런 사람이 많았다.
우리는 이러한 사례로 미뤄보아 ‘고도의 집중력 즉 각고의 노력이 영감(靈感)을 가져온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타고난 지적 잠재력을 전적으로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노력 없이는 그런 잠재력을 꽃 피우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한가지 역사적 예를 들어보자.
1703년 4계(季)로 유명한 작곡가 ‘안토니아 비발디’가 베니스시의 ‘라 피에타’고아원에 바이얼린 교사로 초빙되었다. 이 고아원에는 출신이 별로 좋지 않은, 따라서 가정적으로 지적 자극과 훈련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는 어린애들이 수용돼 있었다.
이 아이들을 상대로 비발디는 음악을 가르치고 그들의 성취욕을 북돋았다. 이 아이들이 성년이 되었을때 그중 3분의 1은 세계 최고 수준급의 연주자가 되었으며 이탈리아의 ‘라 피에타’고아 악단이라고 하면 당시 세계의 몇개 안되는 우수한 악단으로 평가받았다는 것이다. 만약 비발디가 ‘천재는 타고난것’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었다면 그는 이 고아원의 음악 교사로 아예 부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