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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늄·플루토늄·핵무기의 삼각관계

발전용 경수로보다 가스냉각로에서 플루토늄 추출 용이

사용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고 이를 농축시키면 핵무기가 만들어진다. 우라늄 플루토늄 그리고 핵무기의 삼각관계를 살펴보자.

요즘 플루토늄이란 말이 유행어다. '북한 핵' 문제가 전면으로 떠오르면서 플루토늄은 매스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용어가 돼 버렸다. 플루토늄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원소가 아니다. 지구상에서 자연상태로 존재하는 가장 무거운 원소인 우라늄238이 중성자를 흡수해서 생성되는 인공원소인 것이다. 아무튼 플루토늄은 원자력발전에서 부산물로 생성되며, 핵무기를 제조하는데 핵심적인 물질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됐다.

그렇다면 플루토늄이란 어떤 원소인가. 원자로에서 원료인 우라늄을 다 태우고 난 뒤 생성되는 사용후핵연료로부터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재처리과정이란 어떻게 진행되는 것일까. 처음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자.
 

우라늄에서 출발
 

(그림1) 재처리 과정
 

플루토늄의 출발점은 우라늄이다. 우라늄에서 플루토늄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우라늄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둘다 원자 번호(양성자수)가 92지만 중성자 수가 1백43개인것(우라늄235)이 있고 1백46개인 것(우라늄238)이 있다. 우라늄광산에서 캐낸 천연우라늄을 살펴보면 235가 0.7%, 238이 97.3% 들어 있다. 이 두 동위원소의 차이는, 우라늄238은 중성자를 흡수해도 핵분열이 일어나지 않는 반면에, 우라늄235는 중성자를 흡수하면서 두개의 핵으로 분열되면서 평균 2.45개의 중성자를 확대 재생산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 중성자 중의 일부가 옆에 있는 우라늄235를 때려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물론 질량결손분은 한번 핵분열마다 엄청난 에너지(2억4천만eV)로 분출된다.

우라늄238은 핵분열반응이 일어나지 않지만 중성자 하나를 흡수해서 플루토늄239로 변한다. 그렇다면 플루토늄239란 어떤 물질인가. 이 원소도 우라늄235처럼 중성자를 쪼이면 두개의 핵으로 분열되면서 핵분열 연쇄반응이 일어나 많은 에너지를 분출한다. 더구나 한번 분열당 생성되는 중성자수가 우라늄235 보다 많아 연쇄반응의 효과가 크다. 결국 우라늄235와 플루토늄239가 직접적인 핵무기의 원료인 셈이다. 1945년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은 우라늄235로 만들어진 것이며,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폭은 플루토늄239로 만들어진 것이다. 요즘의 핵무기는 대부분 적은 양으로 연쇄반응이 가능한 플루토늄을 원료로 만든다(플루토늄239는 7-8㎏만 있으면 핵분열 연쇄반응이 일어나지만 우라늄235는 20㎏이 넘어야 가능하다). 플루토늄239가 핵무기의 원료로 쓰이려면 우라늄235와 마찬가지로 농축도가 90% 이상 되어야 한다.

여기서 한가지 집고 넘어가야 할 점은 자연 상태의 우라늄235는 워낙 농축도가 낮아 바로 핵무기의 원료로 쓸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농축도를 95% 이상 높여야 핵무기의 원료가 될 수 있다(원자력발전 중 경수로에 사용되는 우라늄235의 농축도는 3% 정도임).

문제는 플루토늄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플루토늄은 핵무기의 원료로 사용될 수 있지만 자연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야 핵무기의 연료로 쓰일 수 있다. 플루토늄이 생성되는 곳은 바로 원자로다. 이곳에서 저농축된 우라늄235가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킬 때 생성되는 일부 중성자가 우라늄235와 섞여 있는 우라늄238에 흡수돼 플루토늄239를 만든다. 따라서 사용후 핵연료봉에는, 즉 다 타버린 저농축우라늄봉에는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섞여 있게 마련이다. 여기에서 필요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행위를 재처리라고 한다. 따라서 재처리시스템을 갖추었느냐는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의 핵심적 관건이다.

일반적인 발전용 원자로와는 달리 플루토늄 추출을 주목적으로 만든 원자로가 있다. 1942년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한 '맨해턴 프로젝트'의 원자로인 '시카고파일'이나 북한의 영변 원자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영변 원자로는 중성자감속재로 흑연을, 냉각재로 이산화탄소를 사용하는 가스냉각로다. 이는 몇개월만에 플루토늄 양이 최대로 되기 때문에 이때 핵연료봉을 교체해 재처리하면 플루토늄을 많이 얻을 수 있다. 반면에 경수(물)를 냉각재와 감속재로 쓰는 발전용 경수로에서는 3년만에 한번씩 핵연료봉을 교체하는데 플루토늄의 상당 부분이 연소돼 플루토늄 추출 효율이 떨어진다.

최근에는 고속증식로라는 것이 등장해 플루토늄의 대량생산에 기여할 전망이다. 자연상태의 우라늄원광에 우라늄235의 비율이 워낙 떨어지기 때문에 우라늄238을 사용하는 문제가 대두되었다.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우라늄238에 중성자를 흡수시키면 플루토늄239가 된다. 플루토늄239는 핵분열물질이므로 중성자를 쪼이면 핵이 두개 이상으로 쪼개지면서 몇개의 중성자를 생성시키고, 다시 이 중성자는 우라늄238을 플루토늄239로 바꾸고…이를 반복하면 소모된 핵연료(우라늄235)보다 생성된 핵연료(플루토늄239)가 더 많아지기 때문에 증식로라고 부른다(그림2). 고속증식로는 우라늄 자원의 활용도를 60배 이상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고속증식로는 프랑스 일본 러시아 영국 등이 확보하고 있다.
 

(그림2)	고속증식의 개념
 

재처리의 핵심

재처리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다 쓴 핵연료에서 플루토늄과 완전히 타지 않은 우라늄을 다시 추출하는 것이다. 재처리기술로 가장 흔히 사용되는 것은 푸렉스방법. 사용후 핵연료봉을 잘라 껍질을 벗기고 이를 강산성 용액(질산)에 넣으면 플루토늄과 우라늄은 물론 핵분열생성물이 모두 녹게 된다. 여기에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녹게하는 용매를 통과시키면 핵분열 생성물질로부터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분리할 수 있다.

그다음 환원제를 사용해 우라늄의 원자가를 변환시켜주면 우라늄이 더이상 용매에 남아 있을 수 없다. 이렇게 분리한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다시 핵연료로 쓰고 질산에 녹은 핵분열 생성물질은 건조고화시키는데 이를 고준위핵폐기물이라고 한다.

이 작업은 방사화학실험실이라 부르는 곳에서 시행한다. 북한 영변 방사화학단지는 6층건물로 1985년에 착공해 96년에 완공될 예정. 그러나 일부 시설은 이미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처리과정에서는 장갑상자가 쓰이는데, 이는 플루토늄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을 작업자와 격리시키기 위한 장치. 납유리로 만들어진 이 상자 안에는 사람의 손을 집어넣을 수 있는 인공팔이 만들어져 있다. 이 속으로 작업자 손이 들어가 안에 있는 플루토늄을 만지면서 작업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지기는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에서 추출되는 플루토늄은 플루토늄239나 플루토늄241의 농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핵폭탄원료로 쓰이기는 부적당하다는 것(플루토늄의 동위원소도 여럿 있으나 239와 241만이 핵분열이 가능함). 미국이나 러시아 등 핵보유국에서는 발전용원자로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것이 아니고 핵폭탄에 사용하기 위한 플루토늄만을 생성하는 특수원자로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도 발전용원자로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는 질이 떨어지는 핵폭탄으로나마 전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NPT(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한 모든 나라의 원자력발전소는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받고 있다. 재처리공정만을 보면 그다지 복잡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원자로를 가진 어느 나라나 쉽게 가능할 것처럼 보이나, 플루토늄을 안전하게 수송해 관리하는 문제, 재처리된 플루토늄을 농축해 핵무기를 만들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사찰을 피해 모두 눈속임으로 수행하기에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원자로에서 핵연료봉을 교체하는 모습
 

1994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김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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