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해수면이 지금보다 60㎝상승하면 대부분의 임해 산업지대가 물에 잠길지도 모른다.
바다와 환경이라고 할때 제일 먼저 생각해 보아야할 것은 바다와 환경이란 낱말이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유추해보는 일이다.
우선 바다라고 하면 어선, 수만t급의 외항선이 드나드는 항구, 모래깔린 해수욕장, 그 앞에 점점이 흩어져있는 크고 작은 섬들, 섬들사이에 하얗게 일렬로 늘어선 양식장, 물목마다 드리운 어장들이 떠오르고 육지에서 점점 더 멀어지면 망망대해에 이르게 된다. 수심을 보면 육지 쪽에서 바다로 향할수록 깊어지는데 다도해 부근이 50m 내외고 제주도 근해가 1백m 정도다. 동지나해 바깥쪽에서부터는 급격히 깊어져 대양의 평균 수심은 5천m 나 된다.
육지에 인접한 얕은 바다와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깊은 바다는 그 성질이 크게 달라서 해양학자들은 대륙붕을 경계로 연안해역과 대양해역으로 나누어 연구를 한다. 연안해역은 전세계 해양총면적의 10%를 차지하는 데 불과하지만 생물생산성은 대양에 비해 23배나 높다. 해안선에 전세계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어서 연안해역의 생물 비생물자원을 최대한으로 이용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인류는 중금속 탄화수소 독성유기물질 방사능물질 등을 연안해역으로 방출하여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있고 또 구조물을 설치함으로써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대양해역은 연안해역에 비해 이러한 인간활동의 직접적인 영양을 훨씬 적게 받는다.
한편 해양은 지구 표면의 71%를 차지하고 열용량도 매우 크며 이산화탄소 등의 온난화 기체를 육상부분보다 20여배나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 지구기후형성에 가장 주요한 부분으로서 지구온난화 등의 기후변동은 바로 해양환경의 변화를 의미한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일기예보도 1주일이 넘는 장기예보를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해양부분이 고려가 된다.
자연의 항상성
환경도 우리에게는 무척이나 귀에 익은 낱말이다. 1970년 미국에서 '제1회 지구의 날'이 제정된 이래 대자연에 대한 관심은 전세계적으로 고조되어 그해 미국에서는 환경청이 생기고 우리나라에서는 1989년에 환경청이 환경처로 승격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환경문제는 누구나 걱정하는 현안이며 여러 이해집단간에 물 공기 땅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충돌이 큰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이렇게 피부로 느낄수 있는 환경문제 이외에도 지구규모에서 일어나는 환경문제도 이제는 우리와 직접적인 관계를 가진다. 근래 남극상공 오존층파괴의 주범이 냉동설비나 분무장치에 사용되는 프레온가스(CCl₂F₂)로 밝혀지자 이 가스의 생산과 사용을 금지하는 '몬트리올 의정서'가 발효돼 산업계는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산업혁명이후 화석연료의 급격한 소비와 삼림벌채의 급속한 팽창으로 대기중 이산화탄소 등 온실화 기체가 증가하여 대기 기온 상승에 따른 생태계 변동, 즉 지구기후변동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계국가의 이산화탄소 방출량(에너지소비량)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정부간 채널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산업전반의 성장전략에 대한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는 환경문제를 인과관계가 뚜렷하고 원인행위를 제거하면 자연상태로 회복이 가능한 오염영향차원의 환경문제와 그 자체가 생태계나 인간에 독성을 미치지는 않으나 지구전체의 기후변화속도를 가속시켜서 인류생존을 위협하는 지구기후환경문제로 나누어서, 두 문제를 개별적인 차원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오염영향차원 환경문제인 적조현상과 지구기후환경의 온난화 현상을 설명하기 전에 왜 우리가 환경문제에 관심을 쏟는지를 한번 짚어 보기로 하자.
우리가 왜 환경문제에 관심을 쏟는가에 대한 답변은 우리의 자연관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동서고금을 통해 자연 즉 주위환경을 바라보는 시각은 '자연은 항상성(恒常性)을 유지하고 있으며, 자연은 교란되면 항상 저절로 돌아오고, 이러한 항상성은 바람직한 것이고 또 좋은 것이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의 항상성은 사회의 규범이며 선한 것이라는 주제는 그리스나 로마시대로 부터 서구사회를 지배해 왔다. 우리나라도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등의 역사기록에서도 잘 나타나 있듯이 지진이나 풍수해 한해 등 자연적인 환경변화를 재앙으로 여겨온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최근 해양학을 비롯한 지구과학의 급진전은 근본적으로 지구표면은 계속적으로 변화해 왔으며, 생물은 이 변화를 이용해 진화해왔음을 밝혀주고 있다. 또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변화해 나갈 것이란 사실을 예고하고 있다.
지구역사를 살펴보면 초기에 생물권에서의 광합성 진화는 지구대기에 산소를 공급해 주었고, 발생된 산소는 광물의 풍화작용과 유기물의 분해속도를 변화시켰다. 고해양학의 연구는 대기에 노출된 육지의 크기가 계속 변해왔음을 밝혀주었다. 지각의 판구조운동은 해양분지의 형태를 계속 변화시키며, 따라서 해수 순환형태를 변경시켜 왔다. 이는 필연적으로 기후변화를 수반하였다. 실제로 심해저 퇴적물에 보관된 화석을 살펴보면 과거 여러차례 생물 멸종사건들이 지구환경의 교란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구기후환경변화는 지질시대 뿐만아니라 역사시대에 들어와서도 계속되어 왔다. 중세에는 바이킹이 그린란드를 식민지로 개발했고 영국에는 포도농사가 가능할만큼 기후가 온난하였으나, 현재 그린란드는 전체가 빙하로 덮여있어 소수의 에스키모를 제외하면 인간이 살기에는 부적합한 곳으로 변했다. 이러한 지구기후환경의 변화는 지구궤도의 변이, 지각운동 등 지구자체의 요인에 의한 것에 중첩하여 인간활동이 이제는 지구자체 변화요인과 거의 맞먹을 정도의 중요성을 차지하고 있다.
적조와 해양생물의 떼죽음
그러면 이미 발생했거나 발생하고 있는 해양 환경문제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인공위성에 의한 원격탐사방법과 컴퓨터의 발달 등 과학과 기술의 진보는 오염차원의 환경문제와 지구기후차원 환경문제의 본질을 인식시켜 주었으며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 줄 것이다.
먼저 해양오염문제를 살펴보자. 역사시대 이래로 인구의 계속적인 증가와 산업기술의 발달은 필연적으로 인간활동의 부산물인 폐기물의 양과 종류를 증가시켜 왔다. 근래 폐기물 처리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모든 폐기물이 주위환경의 질을 저하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폐기물의 해양방출행위는 국내법 국제법에 의해 계속 규제받고 있다.
그러나 고의든 사고로 인한 것이든 일단 방출된 폐기물이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해역의 물리 화학 생물과 지질학적 현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폐기물은 해수의 흐름을 따라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운반되기도 하고 생물화학작용에 의해 폐기물의 독성이 완화되거나 증대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폐기물 방출에 의한 해양오염중 적조(赤潮)문제를 이해하려면 해양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해양생태계를 단순화시켜 보면 식물성플랑크톤이 영양염류와 빛을 이용하여 유기물질을 생산하고, 식물플랑크톤은 초식동물에 의해 먹히거나 해저에 가라앉게 된다. 해저에 존재하는 박테리아를 포함하는 소비자들은 해저로 도달한 유기물을 섭취하여 호흡하고 재생산에 필용한 에너지를 얻는다. 이러한 2차 이상의 생산자들은 노폐물을 방출함으로써 무기영양염류를 다시 식물플랑크톤에 공급하게 된다.
산업지대가 바다속으로…
지구차원의 환경문제인 지구 온난화현상을 살펴보자. 온난화 과정 혹은 온실효과란 지구표면이 냉동상태로 되는 것을 방지하는 자연적인 과정이다. 대기중에 이산화탄소 등의 온난화 기체가 전혀 존재하지 않으면 지구 표면의 평균기온은 현재보다 33℃나 낮아지게 된다. 문제는 인류활동의 부산물로 온실효과 기체총량이 과거 1백년동안 크게 증가하여 왔기 때문에 다음 세기에는 지구전체적으로 대기 기온이 3℃증가하고 온난화 현상이 도래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최근 지구온난화의 결과로 태평양지역에서 나타나는 엘니뇨 현상은 온난화와 기후변동이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지구대기 기온상승은 해수의 열팽창과 빙하의 해빙으로 해수면 상승을 필연적으로 수반하게 되어 21세기 말에는 현재보다 60㎝ 가량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이는 지구 평균치이고 실제로는 해안의 지형구조와 퇴적물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해안 평야지대에서는 육상 풍화퇴적물의 축적, 개펄의 성장, 육지-해양 경계면을 따라 퇴적물이 쌓여서 해수면의 완만한 상승은 주목할만한 지형변화를 초래하지 않는다. 그러나 도시화된 해안역(대부분의 우리나라 해안)에서는 침강이 일어나고 강어귀에는 염수가 육지쪽으로 침투해와서 퇴적물의 침전과 운반을 크게 변화시킨다. 이들 변화를 종합적으로 보면 향후 1백년후 해안선은 현재의 위치로부터 내륙으로 20㎞정도 후퇴하게 된다. 이 평균치를 그대로 적용시키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업기지가 바다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사용중인 지구 기후모델로 장기적인 예측을 하는데에는 여러 불확실성이 내포되어 있다. 즉 실제 지구기후과정에서 해양은 50~1백년간 대기중 온실화 기체의 농도를 결정하는 주요 부분이지만, 해양내에서의 이산화탄소의 거동과 해양-대기간의 상호작용을 고려한 기후 모델은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현재 전세계 해양과학자들은 기후예측의 불확실성을 배제하기 위해 10년이상 장기적인 국제공동연구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국지적인 기후변동은 지구 평균치와는 크게 다르며 기후변화 속도 또한 점진적인 것이 아니므로 지역별 기후변동의 예측과 대비책은 지역별로 강구해야 한다. 해수면 상승에 대처하는 공학적 기술은 이미 네덜란드에서 성공적으로 시행된 바 있으므로 자연과학적인 지식과 해양공학적인 기술을 상호보완하여 해수면 상승 등 지구 온난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일시적인 오염현상이건 수백년에 걸친 지구온난화현상이건 지질학적 시간규모에서 변화해가는 지구과정에 중첩되어 일어나며, 지구과정 해양과정의 일부로서 현상을 과학적으로 인식하면 우리가 가진 공학적 기술이 그 대응책을 마련해 주게 된다는 점을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해양개발의 기초자료 「종합해양관측망」
해마다 여름철이면 태풍이라는 반갑지않은 손님이 찾아와 적잖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히곤 한다. 그러나 기상예보는 기압분포와 경험에만 의존해 '서해 먼바다 파고 2~5m' 등 허술한 점이 많다. 만약 바다 위에 무인관측기기를 여러 군데 설치해 놓고 이곳에서 측정된 정보를 이용한다면 보다 정확한 예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해양자원개발, 해양공간 이용 및 환경보전, 자연재해방지, 해양산업지원 등에 필요한 자료를 얻기 위해 오는 2001년까지 국가종합해양관측망을 구축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기술개발연구를 장기국책과제로 선정, 지난해 7월부터 작업에 들어갔다.
이 연구과제는 △한반도 주변해역의 관측에 필요한 각종 해양관측기기를 개발하고 △해양관측기술과 자료분석기술을 높이고 △관측소가 없는 지역에는 원격탐사기술과 해양수치모델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즉 해양관측기술을 비롯해 현장실험 및 해양모니터링시스템 해양수치모델 원격해양탐사기술 해양자료 관리기술 등이 각각 개발되고 이를 하나로 묶는 관측망이 구성된다.
해운항만청은 지난 86년부터 한반도 연안해역 10군데에 관측점을 설치해 파랑관측망을 운영해오고 있다. 정부의 이번 종합해양관측망 계획은 파도 뿐만 아니라 기온 풍향 풍속 수온 탁도(濁度) 엽록소(chlorophyl) 해조류 등을 다양하게 측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상예보외에도 항만건설 시에나 해양환경이 위태로울 경우에도 이 자료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제주도 서남쪽 85해리 떨어져 있는 전설의 섬 '파랑도'(수심 5.5m)도 해양관측점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종합해양관측망이 구축되면 수집된 자료를 분석 정리해 관련기관에 배포할 종합해양정보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 관측망계획에는 해양연구소 외에도 중앙기상대 해운항만청 교통부(수로국) 수산청 건설부 해군 해양경찰대 등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가종합해양관측망 연구과제에는 해양연구소 이동연 박사(해양환경공학연구실장)를 책임자로 과학기술연구원 현대중공업 기상연구소 서울대 인하대 부산대 등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