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보금자리 지구는 45억년전 태어난 이래 매우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울창한 숲과 기름진 땅 그리고 넘치는 푸른 바다로 숱한 생물을 키우고 가꿔오던 지구는 인류라는 종(種)의 무모한 생활양식 때문에 마침내 생물이 살기 어려운 행성의 하나로 전락되어 버릴지 모른다.
6천만년 전 공룡이 멸종한 이래 지구 자원을 가장 게걸스럽게 소비하는 종으로 발전한 인류는 앞뒤를 가리지 않고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또 과밀한 인구, 오염 그리고 무자비한 자연환경의 파괴 끝에 마침내는 스스로를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의 길로 몰고 가게 될지 모른다.
더워지는 지구
이런 섬뜩한 징조는 최근 지구 도처에서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새해들어 우리나라는 공식으로 기상을 관측하기 시작한 1904년 이래 85년만의 가장 따뜻한 겨울 날씨를 맞고 있다. 혹한의 나라 소련 모스크바 기온도 지난 1월중 평균 -6.5℃로 1882년 이래 가장 따뜻한 겨울을 기록했다. 그런가 하면 영국과 서유럽도 예년보다 5~10˚나 높은 겨울기온을 맞고 있다.
이런 기상이변은 벌써 몇해 전부터 범(汎)지구적으로 일어 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이른 봄부터 가뭄이 계속되었다. 이어 한여름이 되자 며칠씩 쏟아진 장대비로 물난리 소동을 겪어야 했다. 미국중서부의 곡창지대는 50년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작물의 반이상은 말라죽고 표토(表土)는 먼지가 되어 하늘을 가려 버렸다. 철철 넘치던 미시시피강 하류도 말라붙어 곳곳에 하얀 모래톰만 앙상하게 드러냈다.
세계 곳곳에서 살인적인 더위와 홍수가 엄습하였다. 중국에서는 수천명이 더위로 죽었고 브라질에서는 사상 최악의 홍수가 발생, 수만명의 이재민이 생겼다. 세계의 곡창 미국 중서부일대의 흉작은 세계 양곡시세를 치솟게 만들어 어려운 양곡수입국가들의 호주머니를 더욱 가볍게 만들었다.
지난 해는 지구기온을 공식으로 기록하기 시작한 1850년대 이래 가장 따뜻한해로 기록되었다. 지난 1백50년간 4번의 가장 따뜻했던 해가 모두 1980년대에 일어났으며 1980년대는 사상 가장 따뜻한 10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온실효과라는 주범
세계의 여러 과학자들은 10여년전부터 자동차와 공장에서 뿜어내는 가스가 대기권을 덮어 이른바 ‘온실효과’로 지구의 기온을 상승시키고 마침내는 파괴적인 기후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그러나 최근까지 지구가 더워진다는 과학자들의 이런 예언은 관심을 끌지 못했다. 성서의 아마겟돈(세계의 종말에 선과 악이 싸우는 대결전)이 임박했다고 주장하는 종교광신자와 비슷한 관심밖에 모으지 못했다. 실상 과학자들은 온실효과가 지구기온을 높이는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를 꺼려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1988년 6월 23일 미국립 항공우주국(NASA)의 고다드우주연구소 소장 ‘제임스 한센’은 미상원의 온실효과 공청회에서 오늘날의 지구온난추세의 원인은 온실효과로 확신한다고 증언, 커다란 셴세이션을 일으켰다.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지구 대기권의 이산화탄소(CO₂)의 양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오랜 세월을 두고 대기권의 가스를 고이 간직하고 있는 그린랜드와 남극을 덮은 얼음판을 분석한 결과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인 1750년에는 대기권의 이산화탄소양은 2백80ppm(ppm은 1백만분의 1 이라는 뜻이며 농도등을 나타냄)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그보다 25%나 늘어난 3백44ppm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760년대의 산업혁명이래 세계적으로 공업화가 진전되고 인구가 팽창하고 경제활동의 규모가 커지면서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렇게 늘어나는 에너지수요를 채우기 위해 더 많은 석유와 석탄을 태워야 하기 때문에 대기권으로 뿜어 내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그만큼 늘어나게 마련인 것이다.
컴퓨터 모델에 따르면 이런 추세가 계속될 때 21세기 중반께에 가서는 대기층의 이산화탄소의 양은 산업혁명이전에 비해 약 1.5배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면 온실효과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온도는 오늘날 보다 2~3℃나 더 올라갈 것이다. 이것은 1만8천년전 빙하가 후퇴하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올라간 전체의 기온과 맞먹는 양이다.
두개의 얼굴
그런데 오늘날 문제가 되고 있는 온실효과는 당초 지구를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고장으로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었다. 열을 가둬 두는 자연발생의 이산화탄소가 없었다면 지구의 표면온도는 오늘날처럼 평균 15℃가 아니라 -18℃나 내려갔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이산화탄소가 태양광선 중의 적외선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지구표면이 과외의 열을 내보내면 가시광선이 아니라 적외선 모양으로 방출한다. 그런데 이산화탄소는 적외선을 흡수하므로 방출된 과외의 열은 우주공간으로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대기중에 머물러 있게 된다.
실상 지난 1만여년을 두고 이산화탄소의 수준과 지구의 온도는 함께 오르내렸다. 대기중에 이산화탄소가 거의 없는 화성의 표면온도는 -30℃ 안팎인 반면 많은 이산화탄소로 덮여 있는 금성의 표면온도는 4백50℃가 넘는다.
냉각제도 한몫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를 부추기는 주범이기는 하지만 그 책임의 반은 다른 가스들에게도 있다. 우리가 분사제나 냉각제로 흔히 쓰고 있는 클로로플루오카본(CFC)은 성층권의 오존층을 파괴할뿐 아니라 온실효과의 강력한 공범구실을 하고 있다. 또 자동차의 배기가스와 발전소의 굴뚝에서 뿜어 내는 오염물질인 산화질소도 공범의 하나이다. 다른 하나는 천연가스의 기본성분인 메탄가스이다.
메탄은 가축과 흰개미의 내장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 논의 퇴비 그리고 썩는 쓰레기에도 생산된다. 그런데 이 세가지 가스는 모두 인간활동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흰개미도 열대의 삼림을 벌채한 뒤 생긴 개간지에서 번창하기 때문이다.
온실효과는 이렇게 여러 갈래의 인간의 기본활동의 결과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진행을 멈추게 할 방법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그 진행속도는 늦춰야 한다는 것이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가장 중요하고도 절실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그것은 인류의 생존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지구의 모습
미국립 대기권 연구 센터 소장 ‘스티븐 슈나이더’는 오늘날 지구의 기후변화는 인류사상 어느 때 보다도 1백배나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생태계가 미처 이런 속도를 따라 갈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온실효과는 과연 지구의 모습을 어떻게 바꿔 놓을 것인가?
온실효과는 강우, 바람, 구름의 층, 해류와 극빙관(極氷冠)의 크기와 같이 기상에 큰 영향을 주는 주요 변수를 바꿔 지구상을 마구 휘저어 놓는다. 과학자들은 온실효과가 진전되면서 앞으로 대륙의 내륙지방은 더욱 건조하게 되는 반면 해안지대는 더욱 많은 비가 올 것이며 추운 계절은 짧아지고 따뜻한 계절은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증발은 더욱 세차게 진행되어 넓은 지역에 걸쳐 땅은 더욱 건조해질 것으로 추측한다.
그런데 온실효과가 빚어낼 가장 두려운 결과는 해면의 상승이다. 온도가 올라가면 물의 양도 늘어난다. 해면의 상승은 서서히 진행될 것이나 네덜란드와 방글라데시와 같이 많은 인구가 해면수준이나 그 이하의 땅에 거주하는 국가에게는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본 기상청은 최근 발표에서 온실효과가 지금처럼 진행된다면 40년 뒤에는 지구 온도가 1.5~3.5℃ 상승하고 해면은 20~1백10cm 올라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바다밑에 잠길 땅
로렌스 리버모어 미국립연구소의 ‘로버트 버디메이어’는 해수면이 1백80cm올라가면 낮은 산호초섬들은 모두 물속에 잠기고 태평양의 마샬군도, 인도 서쪽해안 밖의 말디브섬 그리고 카리브해 국가들은 소멸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대륙의 해안지방이나 큰 섬들도 이 재앙에서 피할 길이 없을 것 같다. 특히 강 하구의 삼각주로 둘러싸인 비옥한 땅과 섬 가장자리의 도시들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갠지즈─브라마푸트라 메그나 델타가 국토의 주요부분을 차지한 방글라데시는 국토의 6분의 1이 사라져 버릴 것이다. 나일강 하구의 삼각주도 같은 운명을 걸어 2050년경 이집트는 경작지의 15%를 잃게 된다.
오스트레일리아나 미국같이 해안지대 도시에 많은 투자를 한 선진국의 피해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이다. 이런 도시가 취할 길은 주변에 높은 벽을 쌓아 올리거나 도망가는 길 밖에 없다. 예컨대 보스턴이나 뉴욕같은 대도시는 벽을 쌓는 방법을 택할 것이다.
지리학적으로 보아 온실효과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곳은 대체로 앵커리지와 스톡홀름을 잇는 위도인 북위 60도에서 북극에 이르는 북반구의 넓은 지대이다.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북극해에 떠있는 빙산의 표면은 녹아내리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햇빛을 반사할 눈이나 얼음의 양이 줄어들어 더위는 더욱 극성을 부릴 게 분명하다. 결국 더 많은 눈과 얼음이 녹아 내리는 악순환을 거듭할 것이다. 남반구의 얼음도 녹기는 하지만 그리 절박한 위협은 아니다. 육지에 뿌리를 내린 남극의 빙관은 워낙 두꺼워(두께 약 3.2km) 녹아 내리자면 몇세기의 세월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북극을 가로지른 ‘서북항로’
21세기 중반에 들어서면 북반구의 높은 위도지방의 겨울온도는 오늘날보다 화씨로 따져 8˚이상이나 더 더워진다. 지구의 평균온도가 8℉ 올라가면 높은 위도지방의 겨울온도는 19℉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래서 북극을 가로지르는 전설적인 ‘서북항로’가 개통되면 부산과 유럽간의 배편거리는 종전의 반으로 줄어든다.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수로인 미국의 5대호는 온실효과의 영향으로 웃기도하고 울기도 할 것이다. 현재 이 수로는 연간 8.5개월을 운행할 수 있으나 따뜻한 기온으로 얼음이 녹으며 연간 11개월은 운행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건조한 날씨 탓으로 수면이 낮아져서 철광석 곡물 석탄 석회석을 운반하는 기업들은 30%이상의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
반면 곡창지대인 미국의 중서부지방은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온도가 18℉ 올라가고 강우량이 10% 떨어지면 밀의 수확량은 2~5%나 감수된다. 미국의 농업이 계속 피해를 입는 반면 소련의 농경기(期)가 온실효과의 덕으로 길어진다면 “미국은 곡물수입국이 되고 소련은 곡물수출국이 될 수도 있어 중대한 경제 정치 및 사회적인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라고 미국립환경연구센터(NCAR) 명예소장인 ‘월터 로버츠’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길어진 농경기를 제대로 이용하려면 먼저 수백억달러의 자금을 투입, 관개사업부터 벌여야 할 것이다.
한숨돌릴 서유럽
땅덩어리가 비교적 작고 바다와 가까이 하고있는 서유럽 국가들은 온실효과의 영향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카리브해로부터 수천마일 거리까지 멀리 흐르는 멕시코만류는 뉴펀들랜드와 같은 위도상에 있는 서유럽을 계속 추위로부터 막아줄 것이라고 예측하는 과학자들이 많다.
그러나 콜럼비아대 라몬도허티지 지질학연구소의 ‘월레스 브뢰커’는 온실효과가 우리의 예측을 벗어나 해양의 순환을 교란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주전자의 물이 스위치를 넣는 순간부터 끓어오르지 않듯이 최고 7마일이나 되는 깊이를 가진 해양을 데우려면 오랜 시일이 걸린다는 게 그의 논리이다. 따라서 바다가 지구의 온난효과를 완전히 표출하려면 20~60년 정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북상하는 강우대
온실효과가 제3세계와 남반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아직도 연구가 진행중이다. 그런데 아프리카는 적어도 강우량면에서는 덕을 볼 것 같다. 프린스턴대학 지구물리 동력학연구소의 기상모델연구가인 ‘마나베 슈쿠로’의 연구에 따르면 적도를 가로지른 아프리카의 강우대는 북쪽으로 이동, 20세기의 가장 처절한 가뭄으로 시달리던 차드 수단 이디오피아를 포함한 사하라사막지대 국가들에게 넉넉히 비를 뿌려 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농민들은 온실효과로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와 물로 탄수화물을 만든다. 대기속의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지면 이것을 끌어들이는 식물의 기공은 종전보다 덜 열려도 될 것이다. 그렇지만 기공이 오그라 들면 이곳을 통해 증발되는 물의 양도 감소, 결국 식물은 더욱 빨리 그리고 크게 성장한다.
그런데 작물의 성장속도가 빨라지면 토양속의 영양분을 흡수하는 속도도 빨라지게 마련이어서 농민들은 더 많은 비료를 공급해야 한다.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면 작물잎의 탄소함량은 많아지는 반면 질소량은 줄어들어 식품의 질이 나빠질 수도 있다. 더욱이 곤충들은 더 많은 질소를 섭취하기 위해 극성을 부리기 때문에 작물에 극심한 피해를 준다. 이것을 막으려면 농민들은 더 많은 살충제를 뿌려야 할 것이다.
흔들리는 생물학
지구의 기후가 바뀌면 생명체는 과연 살아 남을까? 온실효과에 대해 지구의 생물상(生物相)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기후모델이 맞는다면 50~1백년내에 지구는 지난 1백만년의 기온상승보다 더 가파른 기온상승을 맞을 것인데 과연 식물과 동물은 생리적으로나 생태학적으로 이런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까? 이들은 보다 서늘한 풍토로 옮겨 살 수 있는 시간의 여유를 가질 것인가? 또는 멸종해버릴 것인가?
1988년 10월 초 미국 워싱턴에서는 이런 화제를 놓고 4백여명의 과학자들과 자연보존 전문가들이 세계야생동물재단의 주최로 모임을 가졌다. 이들의 견해는 거의가 음침한 것이었다. 그들은 생물공동체를 교란되고 동식물의 분포 범위는 바뀌며 일부의 종은 멸종되고 범(汎)지구적으로 생물학적 다양성이 줄어들 것으로 보았다.
또 위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기온은 더욱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북극지방의 툰드라(동토지대)와 철새에게 심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북반구에서는 삼림과 다른 생태계가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분포범위의 남단에 있는 일부 종은 멸종할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다. 물론 일부 식물은 틀림없이 따뜻한 기후의 덕을 보고 일부지방의 농사도 혜택을 받지만 다른 종에게 손해를 주지 않고 덕을 볼 종은 없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병원균의 전성시대
전문가들은 악어와 거북이의 성비(性比)가 빗나가고 곤충들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혼란이 오며 미국 전역에서 너도밤나무를 비롯한 여러 나무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내다 보았다. 아뭏든 온실효과에 의해 세계는 더 많은 잡초로 덮이고 병원균과 기생균은 전성시대를 맞아 열대의 질병이 온대지방으로 쇄도해 들어올 것이다. 지구의 생명체와 생태계는 종전에도 기후의 변화를 여러번 겪었다. 그러나 이번의 변화는 지난 빙하시대 이래 평균 온난속도보다 수십배나 빠르다. 지난 온난기(期)에는 동식물이 보다 살기 좋은 기후를 찾아 북쪽으로 거주지를 옮겨갔으나 이번의 경우에는 상황이 긴박하다. 생육지가 여러곳에 분산되어 있고 설사 일찌기 없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기후변화에 발맞출 수 있다고 해도 인간이 만들어 낸 도시 도로 농토 등으로 인해 이동루트를 차단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곧 종의 멸종으로 이끌 것이다.
프린스턴대학의 ‘다니엘 루벤스타인’은 온실효과로 동물의 행태와 생식전략 그리고 생활사에 엄청나게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 보았다. 물론 기온과 습기의 변화는 여러 곳에 있는 종에게 같은 영향은 주지는 않을 것이다. 북쪽 가장자리에서는 온도의 변화가 동물에게 서식지를 넓혀주고 적응력을 높여 준다. 그러나 서식지 남쪽 끝 지방에서는 종들이 미처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파멸적인 결과를 빚어 낼 것이다.
기온이나 습기가 올라가면 메뚜기 진딧물 나방들은 더욱 극성을 부리고 더욱 왕성하게 번식한다. 이것은 농사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더욱이 이런 해충들은 높은 기온하에서는 작물의 한 성장계절에 2번의 생활주기를 마칠 수 있다. 따라서 작물중에는 두번이나 피해를 보는 것도 있을 것이다.
뿐만아니라 온실효과에 의해 파충류의 성비가 빗나가게 될지도 모른다. 높은 기온에서는 도마뱀과 악어는 대개 수컷을 낳는 반면 거북이는 거의 암컷을 출산한다.
잠자는 병을 일으키는 트리파노소마를 옮기는 체체 파리(흡혈파리)는 뜻밖의 전환을 한다. 온도 2℃가 올라가면 체체 파리는 현재 극성을 부리고 있는 아프리카 중앙 벨트에서 모습을 감추고 훨씬 남쪽으로 이동한다. 체체 파리가 이동하면 현재 야생동물들이 차지하고 있는 땅에 개간의 손길이 뻗게 될 것이다.
다양한 해결책
온실효과를 멈추게 하거나 그 속도를 줄이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해결책을 알아보자.
온실효과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가장 효율적인 ‘청소부’는 플라타너스 나무로 알려져 있다. 미국립 오크리지연구소는 온실효과를 멈추게 하려면 오스트레일리아대륙의 넓이와 맛먹는 17억 에이커에 플라타너스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또 미국삼림협회는 온실효과를 줄이는 방법의 하나로 미국민에게 1억그루의 새로운 나무심기 운동을 전개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 협회는 1억그루의 나무는 연간 1천8백만t의 이산화탄소를 대기속에서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화석연료로부터 해마다 약 60억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속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볼 때 이 운동은 하나의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를 덜 만들어 내는 대체에너지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다. 예컨대 천연가스는 같은 열량을 생산하는데 석탄의 반, 석유의 3분의 2밖에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천연가스로 에너지원을 대체하려면 줄잡아 20~30년의 세월이 걸린다. 원자력은 이산화탄소를 전혀 만들어내지 않지만 그 안전도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온실효과는 차를 몰고, 온냉방을 하고, 재료를 만드는 일 등 우리의 일상생활과 깊은 연관을 갖고 있다. 그래서 온실효과의 원인을 뿌리뽑기는 어렵지만 그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방출량을 줄여 온실효과의 속도를 늦추는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예컨대 에너지 효율성을 추구하는 일도 그 노력의 일환이 될 수 있다. 미국은 1970년대의 오일쇼크이래 에너지의 효율을 높이고 절약하는데 주력해 왔다. 그 결과 1973년부터 1986년까지 에너지 소비량을 전혀 늘이지 않고서도 경제를 3분의 1이나 더 성장시킬 수 있었다. 미국에너지효율경제위원회는 전세계적으로 에너지효율을 연간 2%만 올려도 경제성장을 희생하지 않고 탄소방출량 수준을 고정시킬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에너지 절약을 부추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화석연료의 값을 올리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현재의 가격제도는 공기중에 방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진정한 환경비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 해답은 이산화탄소 방출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사용세를 과세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1갤론의 가솔린, 1t의 석탄 또는 1m³의 천연가스가 탈 때 나오는 탄산가스의 양이 얼마나 된다는 것을 가려내는 일은 간단한 것이다.
이미 많은 국가에서는 세를부과하고 있다.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동시에 기업이 공기중의 이산화탄소 제거를 위해 나무를 심었다면 이런 기업에 대해서는 이산화탄소세를 탕감하는 혜택도 주고 있다.
이산화탄소세는 소비자들에게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높은 이산화탄소연료 사용을 억제시킬 것이다. 특히 천연가스와 같이 적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동력원으로 전환시키는 강력한 동기를 제공할 것이다. 메탄이 탈 때는 같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하면서 석탄의 반밖에 이산화탄소를 방출하지 않는다.
촉망받는 태양에너지
그러나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반으로 줄인다고 해도 대기속의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계속 올라갈 것이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비(非)화석에너지원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촉망을 받고 있는 것은 태양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이다. 이 두 에너지는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가스를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태양에너지는 폐기물이 없고 써도써도 자원이 고갈되지 않기 때문에 매우 매력적인 대상이다.
1970년대의 유류파동이래 집중적인 기술개발노력으로 오늘날 햇빛으로부터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 관전지의 자본비용은 피크와트당 50달러에서 10분의 1인 5달러로 떨어졌다. 이제 1달러까지만 낮추면 태양에너지는 다른 에너지원과 거뜬히 경쟁할 수 있게 된다.
태양에너지 전문가들은 각국정부가 이 연구개발에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21세기초에는 본격적으로 광전지로 전기를 생산, 수요자에게 공급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것은 또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이 전기를 사용하여 물에서 수소를 생산할 수 있고 이런 수소로 달리는 승용차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드리마일 아일랜드 핵발전소나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그동안 비판의 과녁이 되어 오던 원자력발전은 요즘 온실효과에 대한 두려움이 차츰 높아짐에 따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의 환경부차관이며 대통령후보로 나서기까지 했던 ‘브리스 라롱드’는 “과거에 나는 프랑스 핵계획의 강력한 반대론자였지만 이제 모든 것을 재평가하고 있다”고 털어놓고 있다. 프랑스는 전력의 70%이상을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하고 있으나 매우 뛰어난 안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의 엔지니어들은 원자력발전사고의 주요한 원인의 하나인 인간의 실수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훨씬 안전한 타입의 핵로설계를 개발했다. 실험용 태양전지와 마찬가지로 이 새로운 핵로는 매우 전망이 밝지만 아직 경제성은 미흡하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의 과감한 연구개발투자로 이런 문제는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구멍뚫린 오존층
1971년 우리 가정에서 흔히 쓰고 있던 에어로졸 분사제와 냉각제가 지구의 위기를 몰고 오는 주요한 공범의 하나라고 밝혀졌을 때 세상사람들은 너무나 뜻밖의 일이어서 벌렸던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놀랐다.
1930년대초 듀퐁사가 처음 염소 불소 그리고 탄소원자를 합성하여 ‘프레온’이라는 상표명을 붙여 시장에 선을 보인 클로로플루오카본(CFC)이라는 화학물질은 낮은 온도에서 증발하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냉장고의 냉제와 스프레이용의 분사제 그리고 플래스틱포말 물질의 재료로서 화학공업계의 사랑을 받아 왔다. 더욱이 제법이 간단하고 값이 싸기때문에 그 응용의 영역은 해마다 늘어났다. 한때 미국의 CFC 사용량은 연간 15억 파운드에 이르렀고 세계 매출고는 연간 23억달러를 넘어 섰다.
그러나 이 편리한 CFC가 일단 대기속으로 방출되면 환경을 파괴하는 무서운 살인자가 된다. CFC 분자 한개는 열을 가둬 두는데 있어 이산화탄소의 분자보다 2만배나 더 큰 능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만큼 온실효과를 부추기는데 큰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CFC가 분해하면서 방출하는 염소가 우리의 생명 보호대인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오존층은 지상 16km에서 48km 사이의 성층권에 자리하면서 지구생명체에게는 매우 위험한 광선인 태양에서 나오는 자외선을 거의 모두 흡수해 준다. 오존(O₃)은 산소이기는 하지만 그 형태는 보통산소와는 다르다. 보통 산소(O₂)는 대개 2개의 산소원자로 되어 있지만 태양에서 나온 자외선은 일부의 산소분자를 쪼개 버린다. 그래서 갈라진 하나하나의 산소원자는 나머지 다른 산소분자와 결합하는 경향이 있어 결국 3개의 산소원자를 가진 오존분자를 만든다.
이것은 비교적 안정된 대기층인 성층권에서 일종의 방어층을 형성, 태양에서 나오는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자외선을 흡수해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 층을 뚫고 나온 극히 적은 양의 자외선은 지상에 도달하여 우리 피부를 검게 태운다. 여름철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햇빛을 오래 쬐면 피부가 거무스름하게 타는 것은 바로 이 자외선이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자외선의 양이 더욱 많아지면 물질의 화학결합을 깨버려 생명의 본질인 DNA 분자를 분리시킨다. 그 결과 피부암의 발생을 부추기고 끝내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가 있다.
늘어나는 피부암
그런데 우리에게 이렇게 중요한 오존층이 해마다 줄어든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커다란 충격을 주기 시작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이끄는 국제조사단이 최근 밝힌 분석자료에 따르면 1969년 이래 미국 캐나다 서유럽 소련 중국 및 일본을 포함한 위도 상공의 오존층은 3%나 줄어 들었으며 알래스카와 스칸디나비아 상공에서는 겨울철에 6%나 감소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추정했던 것보다 사태가 3배나 더 심각하다는 것을 뜻한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사용한 CFC가 오존층을 계속 파괴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많은 자외선이 지상에 도달, 피부암환자는 더욱 늘어나고 농사에 피해를 주고 프래스틱을 파괴하며 기상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미국과학아카데미의 한 위원회는 오존층이 감퇴하는 비율을 추정할 정확한 자료는 없으나 대체로 앞으로 1백년간 6~7.5%가 감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행히도 오존이 줄어드는 과정이 느리게 진행되고 있지만 오존층이 조금만 감퇴해도 무서운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다. 미국 환경청은 지구의 오존양이 1%만 줄어들어도 미국에서만 연간 2만명의 피부암환자가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또 오존이 2.5% 줄어들면 47만명의 새로운 피부암환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과학자들은 2백가지의 주요한 작물중에서 75%는 자외선에 대해 맥을 못춘다고 생각하고 있다.
최근 미국 오레곤주립대학 과학자들의 발표에 따르면 오존층이 10% 감퇴할 때 바다표면에서 10m 깊이까지 살고 있는 치어(稚漁)는 15일 내에 전멸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존층의 감퇴에 가장 민감한 지상의 생물은 플랑크톤이라는데 과학자들은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지표에 도달하는 자외선의 양이 10%늘어나면 프랑크톤의 무리들은 생명원인 DNA를 보호하기 위해 더 깊은 물속으로 피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깊은 곳에는 광합성에 필요한 가시광선이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플랑크톤들은 모두 죽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좀 원시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지난날 탄광에서 가스폭발 위험을 알리는 수단의 하나로 카나리아를 사용했던 선례를 따라 플랑크톤을 오존층의 감퇴를 알 수 있는 표본생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핵전쟁과 오존
그런데 핵전쟁이 일어나면 핵분열에서 나오는 직접적인 파괴력으로 당하는 피해보다는 환경파괴에서 오는 간접적인 피해가 더욱 치명적이 될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미국과학아카데미가 발표한 한 보고는 전면적인 핵전쟁이 일어나면 오존을 철저하게 파괴, 지상의 모든 생물은 자외선에 벌거숭이처럼 노출되어 죽게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1메가t 이상의 핵폭발이 일어나면 눈부시게 밝은 불덩어리(火球)가 생긴다. 이 화구는 대류권을 뚫고 나가 성층권까지 상승한다. 파괴력이 1백킬로t에서 1메가t의 핵무기가 폭발할 때도 화구의 일부는 성층권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 화구속의 높은 온도는 공기중의 질소를 화학적으로 태워 질소산화물을 만들고 이것은 성층권의 중간쯤에 있는 오존을 공격하여 파괴해 버린다. 그 결과 성층권의 오존층이 부분적으로 감퇴, 자외선을 흡수하는 역할이 줄어들면 지표에는 많은 자외선이 내리쬐게 된다.
파괴력이 큰 핵무기 수천개가 폭발하는 경우 생물학적으로 위험한 자외선의 양은 평상시의 몇백 퍼센트나 늘게 되고 자외선중에서도 더욱 위험한 짧은 파장의 것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다. 자외선에 특별히 민감한, 생물의 기본분자인 핵산(DNA)이나 단백질은 이런 자외선 앞에서 맥없이 파괴되고 말 것이다.
높아지는 CFC 규제의 소리
1970년대에 과학자들이 CFC가 오존층을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하자 미국은 솔선해서 스프레이 깡통의 CFC 사용을 금지시켰다. 메이커들은 곧 담배 라이터에 사용되는 부탄과 같은 환경에 해가 없는 대용품으로 대치했다. 그러나 나머지 국가에서는 여전히 CFC 에어로졸 캔을 사용하고 있다.
1985년 미국의 남극기지에서 보내온 관측보고가 남극상공의 오존층이 10월께는 40%나 줄어든다는 사실을 밝히자 사태는 심각해졌다. 1986년 여름 미국과 소련을 포함한 24개 국가대표들이 몬트리올에서 모여 CFC생산을 줄이는데 합의했다. 이른바 몬트리올조약을 1999년까지 전세계적으로 CFC생산을 50% 삭감할 것을 설정하고 있으며 31개국이 서명했다. 그동안 화학회사들은 CFC를 대치할 수 있는 물질을 찾기 위한 노력을 정력적으로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밝혀진 가장 유망한 접근방법으로는 환경에 대해 종래의 CFC보다는 위험을 덜 주게 화학적으로 변경시킨 것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시판에 들어 간 대체품에는 HCFC-22가 있는데 오존에 대한 파괴력은 CFC에 비해 95%나 줄어들었지만 값은 50%나 더 비싸다. 또 단열성이 좋지 않아 건축자재로 인기가 없다.
듀퐁사가 개발중인 HFC-134a는 염소를 포함하지 않았으나 승용차 에어콘에 사용되는 냉제와 같은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종래의 CFC는 한단계의 공정으로만 생산할 수 있는데 비해 134a는 최소한 2단계 또는 4단계의 공정이 필요하다. 또 지금까지 알려진 생산공정은 모두 불필요한 부산물을 만들어낸다. 더욱이 이 화합물은 시판하기 전에 수년간의 독성검사 기간을 거쳐야 한다. 134a가 이런 모든 장애를 뛰어넘는다고 해도 일반 CFC보다 3~5배나 더 많은 생산비가 들 것으로 보인다.
CFC 대용품의 공통된 가장 큰 결점은 생산코스트가 비싸게 먹힌다는 점이다. 그래서 생산기술의 향상으로 생산비가 떨어질 때까지는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게 마련이다. 오늘날 CFC를 이용한 상품의 규모는 연간 2백7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것은 온실효과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모든 CFC의 사용을 멈춘다고 해도 오존층의 피해는 오랜 세월을 두고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CFC는 하나가 수천개의 오존분자를 파괴할 수 있는 염소원자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염소원자들은 힘이 꺾이지 않고 1백50년간이나 대기권에서 헤매고 다닐 수 있다.
CFC를 처음 발명한 사람은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태생의 화학자 ‘토마스 미즐리’(1899~1944)였다. 그는 오늘날 자신의 발명품이 지구의 모든 생물을 파멸시킬 정도로 해롭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그는 CFC를 발견한 뒤 이 화학품이 독성이 없고 불에도 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구경꾼 앞에서 CFC 가스를 마음껏 들어 마신 뒤 촛불에다 대고 냅다 불어 대어 갈채를 받았던 것이다.
바람은 독을 태우고
시스키위트호(湖)는 미국 중서부 슈페리어호 북쪽에 있는 로열섬에 자리한 서반구에서는 가장 오염되지 않았다고 믿고 있던 호수였다. 몇해전 이 호수 바닥에서 나온 진흙 속에서 제초제에 함유되는 무서운 탄화수소, 디옥신과 푸란이 발견되었다. 시스키위트호는 슈페리어호보다 15m나 높은 곳에 있어 슈페리어호의 물이 역류하여 이곳으로 흘러 들어 오는 경우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 태고의 호수로 위험물질이 들어 오는 경로는 대기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미량(微量)의 분자군(群)까지 가려낼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장비를 갖춘 환경 화학자들은 최근 시스키위트호와 그밖의 장소에서의 조사를 통해 산업과 농업의 가장 무서운 부산물들이 바람을 타고 미국 전역으로 운반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부산물중에는 돌연변이나 암을 발생시키는 것도 많았다.
문제는 미국국경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번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위험한 화학물은 북극에서 남극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물과 토양 그리고 물고기와 동물과 사람의 조직에서 발견되고 있다. 예컨대 불완전연소의 부산물인 푸란이나 디옥신은 스웨덴에서 온 바다표범 속에서도 탐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뉴욕을 흐르는 허드슨강의 거북이와 미시건주에서 생산되는 우유 속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이 오염은 일반적으로 ‘공기오염’으로 생각되고 있는 일산화탄소 매연 스모그 그리고 황(S)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이것은 산성비도 아니다. 이것은 독성 낙진물인 것이다. 이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스와 미립자이며 세포의 미세한 메커니즘을 뒤틀리게 만들 수 있다.
목화밭의 톡사핀
1982년 미환경청은 슈페리어호에서 암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살충제 톡사핀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것은 이웃 지방에서 온 것은 아니었다. 톡사핀은 날씨가 선선한 북부의 작물에는 사용하지 않고 남부의 목화밭에서 주로 사용했다. 그래서 유일한 가능성은 공기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남부에서 왔다는 것이다. 이런 추측은 바로 적중했다. 시스키위트호에서도 톡사핀이 발견 되었던 것이다. 이곳은 흘러 들어오는 하수도 없고 농장도 없고 독물처리장도 없으며 더욱이 목화밭도 없는 이상적으로 격리된 생태시스팀이었다. 그런데도 톡사핀뿐 아니라 이 호수에서 잡은 물고기에서는 슈페리어호의 물고기보다 2배나 많은 PCB까지 발견된 것이다.
이곳에서 수집한 자료에서 공기는 독 오염의 주요한 소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지난 5~7년간의 조사통계에 따르면 슈페리어호를 포함한 미국 5대호 근처에서 가축과 오리가 불구로 탄생하는 빈도가 두드러지게 잦아지고 있다. 또 물고기를 먹는 새들 중에서 아래 위의 부리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는 불구로 고통받는 새의 수가 늘어났다.
새들 가운데는 백내장으로 고통을 받는 새들이 유별나게 늘어났고 머리가 부어 올라 눈을 뜨지 못하는 새들도 발견 되었다. 5대호 근처의 물고기를 먹는 제비갈매기들은 짧고 굷은 기형의 발을 가지고 태어나서 제대로 설 수도 없는 것이 많다.
오늘날 5대호 근처에는 해마다 연소할때 생기는 3만파운드의 독성화합물이 떨어진다.
이밖에도 수천파운드의 독성 살충제가 쏟아져 내린다. 5대호의 물이 야생동물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면 이 물을 마시는 2천6백만의 사람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오염된 공기는 더욱 두려운 존재이다. 사람은 하루 2ℓ의 물을 마시지만 공기는 하루에 1만~2만ℓ나 마시기 때문이다. 한번 호흡에는 우주에 있는 별만큼이나 많은 1백억 X 1조개의 공기분자가 있다. 따라서 한번 호흡으로 줄잡아 1백만개 이상의 디옥신분자를 마신다고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전역에는 1백62.5조g의 인공화합물이 해마다 공기속으로 배출되어 배회한다. 미국의 독성 화합물들은 지구의 자전방향 때문에 동쪽으로 흐르는 바람을 탄다. 따라서 시스키위트호의 디옥신은 아마도 수백마일 떨어진 중서부의 화학공장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국경없는 오염물질
그러나 실은 많은 오염물질들이 입자와 가스의 모양으로 지구를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미국 로드 아일랜드대학의 ‘케니스 란’은 주장하고 있다. 그 좋은 보기가 체르노빌에서 미국까지 오염물질이 도달하는데 11일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로드 아일랜드에서는 사하라사막의 먼지도 발견된다. 대기중의 많은 화학물은 태양과 물과의 상호작용으로 파괴되기는 하지만 우리가 미처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양이 그대로 남는다.
시스키위트호 바닥 진흙에서는 DDT도 발견되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DDT의 사용을 금지한지 15년이나 되었으므로 이것은 아직도 이 살충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아시아나 중남미에서 공기를 타고 온 것이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북극상공을 탄다면 소련에서도 올 수 있는 것이다.
1986년 미국환경청이 사용금지령을 내릴 때까지 미국 가정에서는 흰개미 살충제로 클로데인을 많이 사용했다. 그런데 캐나다 야생동물 보호처가 북극곰을 조사연구한 결과 곰의 지방조직의 클로데인 잔량은 1969년과 1983년 사이에 4배나 늘어났다. 몇해전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모유(母乳)속에서는 목화밭 살충제로 쓰이는 톡사핀이 발견되었다. 이것은 분명히 미국과 같이 목화밭이 많은 나라로부터 바람을 타고 날아 온 것으로 생각된다.
푸란이나 디옥신이나 톡사핀 또는 클로데인을 통해 밝혀진 사실은 이런 독물낙진은 분명히 범지구적인 문제라는 사실이다. 오늘날 우리는 스위스의 호수속에서 시스키위트호에서와 꼭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실상 공기는 세계를 진정으로 하나의 지구촌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들이마시는 공기 속의 한분자는 17세기의 사람이나 또는 2주일전의 미국여성이 내뱉는 것과같은 분자일지 모른다. 또는 바로 몇주전 시스키위트호 상공을 덮은 구름 속에 있던 독성화학물의 분자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다.
산성비가 뿌리는 피해
산성비가 국경없이 넘나들면서 피해를 줌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1950년대 초부터였다. 캐나다 노르웨이 스웨덴에서는 호수나 늪에 사는 물고기가 죽어가고 삼림이 말라죽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일본에서도 1973년 경부터 관동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주민들이 목구멍의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캐나다는 그 주범을 미국 중서부지방의 공장지대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로 지목하고 있으며 북유럽에서는 독일 등의 산업지대에서 배출되는 매연 속에 있다고 보고 있다.
산성비는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나오는 배기가스 등 대기중의 오염물질 속에 포함되어 있는 황산화물이나 질산화물이 수분과 혼합, 황산이나 초산으로 바뀌기때문에 생긴다. 수소이온농도(pH)가 5.5또는 그 이하인 산을 갖고 있는 이 산성비가 내리면 호수나 늪은 산성화되고 농작물과 삼림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이 밖에도 토양을 산성화해서 작물이 자라는데 커다란 피해를 입힌다. 보통 때는 토양입자와 결합되어 있던 철 알루미늄 망간 등 금속이온들이 높은 산성토양 속에서 분리, 뿌리를 통해 흡수되면 식물의 대사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사람과 식물 뿐아니라 뉴욕 앞바다에 우뚝 솟은 ‘자유의 여신’도 이 산성비의 피해를 입었다. 최근 산디아 미국립연구소 연구자들은 수영장에서 염소의 수준을 안정시키기 위해 첨가하는 무해한 화학물인 시아누르산이 연소가스에서 질산화물을 제거하는데 매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국제간의 말썽거리로 등장한 산성비는 인류 모두의 공동노력없이는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