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1년 겨울, 프랑스의 천문학자 메시에는 고물자리 부근을 자신의 소형망원경으로 탐색하다가 두 개의 밝은 성단을 발견했다. 그는 새로운 발견을 기뻐하며 그 두 성단의 위치를 측정해 자신의 목록에 46번째와 47번째의 천체로 기록했다. 그의 위치 측정 방법은 좌표가 이미 알려진 고물자리에 있는 밝은 별에서 이 성단들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측정해 그 위치를 기입하는 식이었다.
그후 이 두 성단은 M46과 M47로 불리게 됐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M46은 다른 관측자들에게도 잘 확인됐으나 M47은 어느 누구도 다시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메시에의 명성이 워낙 높아 사람들은 이 성단이 곧 다시 발견되리라 믿었고 그후로 M47은 잃어버린 성단으로 남게 됐다.
메시에의 실수로 2백년간 실종된 M47
대체 M47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메시에는 헛것을 보았던 것일까? 이 궁금증은 무려 2백년이나 지난 1959년에야 풀렸다. 메시에가 언급한 M47의 위치는 별에 대해 상대적인 위치였는데, 그 위치의 적경방향(동서방향)의 부호를 반대로 바꿨더니 신기하게도 M46 바로 옆에 위치한 거대한 산개성단, NGC2422에 해당했던 것이다. 즉 메시에가 위치를 표기할 때 부호를 잘못 기입하는 실수를 범했던 것이다.
이 M47은 바로 옆의 M46과 함께 한겨울철 가장 멋있는 산개성단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제 이 두 성단을 찾아가면서 2백50년 전 메시에가 느꼈을 그 감동을 재현해보자. 하늘에는 별들이 모인 성단 2개가 나란히 떠있어 한쌍을 이루는 대상이 있다. 이러한 성단을 이중성단이라 부르며 하늘에는 세쌍의 유명한 이중성단이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가을철 페르세우스자리에서 빛나는 이중성단이다. 다른 둘은 겨울 은하수가 머무는 남쪽의 별자리인 고물자리에서 빛나고 있다. 이 중 하나는 매우 남쪽에 위치해 있어 우리나라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어 그 화려한 멋을 온하늘에 떨치고 있다.
이 이중성단이 바로 M46과 M47로 알려져 있는 두 산개성단이다. 이 둘은 그 모습에서 대조를 이루고 있다. M46이 수많은 어두운 별들이 고르게 퍼져있는 산개성단인 반면 M47은 밝은 별들이 보석처럼 빛나는 화려한 성단이다. M46에는 10등급보다 어두운 별들 수백개가 모여 있으며 M47은 10등급보다 밝은 십여개의 별들과 어두운 배경 별들로 구성돼 있다.
M46의 내부에는 신기하게도 작은 행성상성운이 하나 있다. 이 성운은 NGC2438로 이름이 붙여져 있는데 천왕성 발견자인 윌리엄 허셜이 처음 발견했다. 사실 이 성운은 성단에 포함된 것이 아니고 단지 성단의 앞쪽에 위치해 있어서 마치 함께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실제 성운까지의 거리가 3천3백광년 가량인 반면 성단까지의 거리는 5천4백 광년이다.
겨울철 산개성단들이 널려있는 고물자리는 낯설지만 유서깊은 별자리다.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던 48개의 별자리 중 하나로 예전에는 아르고자리로 불렸다. 아르고자리는 헤르메스의 황금양피를 찾아 떠난 그리스 영웅들이 탔던 배 아르고호에서 유래됐다.
아르고자리는 18세기 프랑스의 천문학자 라카이유에 의해 4개의 별자리로 분리됐다. 용골자리, 고물자리, 돛자리, 나침반자리가 그것이다. 고물자리는 아르고호의 끝부분으로 이뤄진 별자리다.
별들이 모래처럼 깔려있는 M46
관측도구의 도움 없이 맨눈으로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이라면 이 기회에 고물자리를 확실히 익혀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고물자리는 겨울철 은하수에 위치해 있어 매우 중요한 별자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고도가 높은 두개의 별만이 두드러지게 보일 뿐이다.
이 별자리는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에서 찾아간다. 시리우스에서 남동쪽으로 10°만큼 움직여보면 나란히 늘어선 밝은 별 둘을 만난다. 이 두별이 바로 고물자리의 배끝 부분을 나타내는 별들로 두 성단을 찾아가는 기준이 된다. 성단은 두별 중 서쪽별에서 약간 떨어진 북쪽에 위치해 있다.
성단은 맨눈으로 보일까? 맑은 날씨에 주변 불빛이 없다면 별들의 집단이 어슴푸레 느껴질 것이다. 은하수가 좀더 뚜렷이 보이는 듯하게 느껴지지만 그 정체는 명확하지 않다. 이제 쌍안경으로 도전해보자. 쌍안경에서는 두 성단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다른 별무리들과는 확연하게 구분돼 성단임을 알 수 있다. 두 성단의 특징도 잘 드러나는데 M46은 성운처럼 뿌옇게 보이며 M47은 별들이 뭉쳐졌다는 것이 확인된다.
소형 천체망원경으로 두 성단을 찾아보면 천체망원경의 새로운 맛을 만끽할 수 있다. 50배 정도의 저배율에서는 두 성단을 한 시야에서 동시에 볼 수 있다. 1백배 정도의 중배율에서는 성단의 세세한 모습을 확인하기엔 그만이다. 특히 M46에는 수백개의 별들이 모래처럼 깔려 있는 장면이 나타나는데 이것은 겨울철 밤하늘에서 가장 멋있는 광경으로 손꼽히고 있다.
숙련된 관측자라면 M46 내부에 존재하는 행성상성운 또한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행성상성운은 그리 인상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2백여년전, 성단 내의 수많은 별들 속에서 새로운 대상을 찾아낸 윌리엄 허셜의 감동을 다시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