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시설이 모두 땅 속 깊은 곳에 설치되어 있고 가동은 지상의 제어실에서 자동으로 조정하는 특이한 전력생산시설.
산속의 암반을 뚫어 만든 굴속을 1천3백m나 들어간 곳에 최고용량 40만kw의 발전기를 갖춘 색다른 발전소가 있다. 서울에서 동북쪽으로 45km지점인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복장리 호명산의 43만여평 부지에 있는 순 양수식지하발전소(underground pumped storage power plant)인 청평양수발전소(소장·공소열)가 바로 그 발전소다.
암반을 산꼭대기에서 3백50m 파고 내려가
양수발전(揚水發電)이란 전력소비가 적은 밤중에 남아도는 전기를 이용하여 낮은 곳에있는 저수지의 물을 높은곳에 만들어놓은 저수지로 끌어올려 저장하여 놓았다가 전력수요가 가장 많은 낮시간이나 전력계통 사고발생시에 높은곳에 저장했던 물을 낮은 곳으로 방류하면서 발전하는 방식이다.
이 발전방식은 원자력발전소의 출력증감 운전때 생기는 수명단축이나 효율저하를 비롯하여 수력발전소 화력발전소등 대용량발전소의 불의의 정지때 즉각 대응할수 있는 기동성과 예비전력을 확보하여 종합효율을 높이며 값이 싸고 안정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청평양수발전소는 지난 75년 12월에 착공하여 6백80억원을 들여 80년 4월에 완공했다. 이 발전소의 주요시설은 거의가 암석을 뚫어 만든 지하공간에 설치되어 있고 땅위에 있는것은 사무실과 제어실이 있는 본건물과 변전소 뿐이다.
호명산 꼭대기에 만수위 깊이 31m의 상부저수지(바닥해발 5백4m. 만수위해발 5백35m)를 만들어 최고 2백67만t을 저수할수 있게 했다. 이 저수지 바닥에서 밑으로 암반층 7백32m를 두줄로 뚫었다. 여기에는 아래쪽은 직경 1.9m, 위쪽은 직경 3.6m의 철관을 설치하고 바위를 뚫은 굴과 철관 사이는 콘크리트로 메웠다. 이 철관을 통해 물을 상부저수지까지 끌어올렸다가 또 밑으로 쏟아져 내려가게 하면서 발전을 할수 있게 했다.
이 철관이 끝난곳(해발 8.5m)에 용량 20만6천kw의 양수용 터빈펌프2기와 발전용량 22만kw의 발전기를 갖춘 발전실을 만들었다.
발전실에서 발전에 쓰인물은 하부저수지로 이용되는 청평저수지(해발 51m)까지 역시 암반을 뚫어(직경 5.1m)만든 2천4백70m의 방수로로 빠져나가게 된다. 발전소위치가 해발 8.5m이고 청평저수지가 해발 51m로 저수지가 높은 곳에 있으므로 물을 끌어들여 높은 곳으로 올릴때 저수지의 수압으로 쉽게 되고, 발전을하고 저수지로 다시 방류할때도 높은곳에서 내려오는 낙차로 수월해진다.
전 자동시스팀으로 원자력발전소의 기능을 보완
발전기 가동을 자동조정하는 제어실과 사무실이 있는 본건물및 변전소는 호명산 중턱 해발 2백25m 지점의 지표에 있다. 이곳과 발전실 사이에는 발전실에서 생산한 전력을 밖으로 보내는 전력선이 부설되어 있는 케이블터널 5백70m로 연결되어 있다. 이 터널과는 달리 본건물 뒤쪽에서는 상부저수지에서 발전실까지 내리 뻗어있는 수압철관을 점검할 수 있는 중간 작업터널이 수평으로 뚫려있다.
그리고 본건물에서 아래로 내려와 해발 1백50m되는 지점에는 발전실로 들어가는 진입터널이 있다. 이곳 역시 암반을 높이 5.1m 폭 6.5m로 뚫은 것인데 길이가 1천3백23m나 되며 트럭도 드나들수가 있다.
이렇게 암반을 뚫어 이 발전소의 여러 시설을 연결한 터널과 수로의 연장은 모두 8천3백m나 된다.
양수발전소의 가동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전력소비가 가장 적은 밤에 남아도는 전력으로 청평저수지의 물을 터빈펌프로 끌어 방수로 터널 2천4백75m→수압철관 7백32m를 거쳐 해발 5백4m 위 상부저수지로 올린다.
그런뒤 전력수요가 가장 많은 낮시간이나 한강계의 여러 수력발전소등 전력계통에 사고가 났을때 상부저수지에 저장했던 2백60만t이 넘는 물을 방류하면서 발전기를 가동한다. 이때 내려온 물은 그대로 방수로 터널을 거쳐 청평저수지로 빠져나간다.
이 발전소는 지상에서 자동제어로 가동하면서 지하발전실에는 단 1명이 교대로 발전기 상태를 살필뿐인 전자동시스팀이다. 그래서 지하에는 곳곳에 폐쇄회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지상과 연락하기 위한 전화박스도 여러 곳에 있다. 그러나 1일 6시간 최대출력으로 발전할수 있는 이 발전소는 원자력발전소의 출력증감운전때 생기는 수명단축과 효율저하를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청평양수발전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발전소가 우리나라에는 삼랑진에 한곳 더 있고 전남지방에 현재 한곳이 95년 가동 예정으로 건설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청평저수지옆의 한적한 호명산 위에 호수가 하나 있고 그 중턱에 직원 90명이 근무하는 사무실건물과 직원사택이 있을뿐인 한가하게 보이는 청평양수발전소. 여기에서는 보통 사람들이 잘 모르는 값싼 전기를 안전하게 생산하여 공급하는 중요한 일을 맡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