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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니아의 대참사를 계기로 다시 알아본다 지진은 왜, 어떻게 발생하나

지진계가 발견된 이후 지진의 정체는 하나하나 벗겨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지진예보를 내기에 이르렀다.

지난 12월 7일 소련 남부 아르메니아 공화국에서 큰 지진이 발생하여 수만명이 사망했다. 이 지진은 1976년 중국 당산(唐山)에서 일어나 약 65만명의 인명을 앗아간 지진이후 가장 큰 인명피해를 가져온 지진이었다.

이처럼 지진은 우리가 경험하는 자연재해 중에서 가장 급격한 지각변동을 수반, 엄청난 인명과 재산피해를 가져온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지진대(地震帶)에 속하지 않으므로, 지진현상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아르메니아 대참사를 계기로 지진의 정체를 살펴보자.

20세기 초에 지진계가 발명되어 전 지구표면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진앙을 정확히 밝힐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지진이 띠모양의 특정한 지역을 따라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전 지구 표면에서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지역은 없지만 특히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을 지진대라고 부른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지진대로는 남미와 북미의 서해안을 따라 알래스카 캄차카 일본 필리핀을 거쳐 인도네시아로 이어지는 환태평양(環太平洋)지진대와 지중해에서 터키 이란 히말라야산맥 버마를 지나 인도네시아로 연결되는 횡(橫)아시아지진대를 들 수 있다. 이외의 주요한 지진대는 대서양의 중앙지역을 따라오다가 다른 대양으로 갈라지며 길다랗게 이어지는 해저산맥(海底山脈) 지진대이다.

지진이 발생하는 지점을 진원(震源)이라고 부르며 진원의 수직 상방 지표면의 지점이 진앙(震央)이 된다.
지진은 지표에서 대략 7백㎞의 깊이까지 발생하는데 진원의 깊이가 70㎞ 이하인 지진을 천발지진(淺發地震)이라고 부른다. 3백㎞ 이상이면 심발지진(深發地震)이 된다.

지진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천발지진의 경우, 전 세계에서 방출되는 지진에너지의 75%정도가 환태평양대에서 방출되고 약 23%가 횡아세아대에서 방출되며 나머지 2% 정도가 그 외의 지역에서 방출된다.
심발지진의 경우에는 지진에너지가 거의 전부가 환태평양지진대에서 방출된다.


(그림1) 판사이의 상대운동
 

왜 지진대에서만…

천발지진의 발생은 탄성반발설(彈性反撥說)로 설명한다.
가령 나무막대의 양끝에 반대방향의 힘을 작용하면 중간부분이 굽어지다가 변형의 한계에 이르면 막대가 부러진다. 이때 부러진 부분이 격렬하게 진동한다.

지각의 경우도 막대기와 마찬가지다. 지각에 서로 반대 방향의 힘이 작용하면 중간부분이 변형되다가 결국은 깨어지고 만다. 이때 국지적(局地的)으로 모여있던 탄성에너지가 순간적으로 파동에너지로 바뀌며 진동이 사방으로 전파해 나간다. 이 현상이 바로 지진이다.
이와 같이 지각이 깨어진 면(面)을 단층이라 부르며 따라서 지진의 발생은 대부분 단층운동을 수반하게 된다.

또 지진의 발생은 지각이 끊임없이 큰 힘을 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단층은 지각의 다른 부분에 비하여 훨씬 약하므로 쉽사리 깨어진다. 그래서 지진이 발생하는 장소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지구표면의 지진의 거의 전부가 단층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각에 지진을 발생시키는 커다란 힘이 존재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왜 지진들이 지구표면에서 고르게 발생하지 않고 특정한 지진대에서만 많이 발생하는가? 이러한 문제들이 오랫동안 지진학의 기본적인 의문으로 남아 왔었다. 그러나 1960년대에 제창되어 발전된 판구조론은 이러한 문제에 퍽 간단한 해답을 제공하였다.

판구조론에 의하면 지구의 표면에서 대략 1백㎞의 깊이까지가 그 아래의 맨틀에 비하여 비교적 더 단단한 암권(岩圈)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 암권은 대략 12개의 판(板, plate)으로 구성된다. 이 판들은 그 아래의 맨틀 위를 마치 물 위에 뜬 빙산처럼 서로 독립적으로 미끌어져다닌다.

지표로부터 대략 1백~3백㎞의 범위에 걸치는 상부 맨틀을 약권(弱圈)이라 부르는데 이 약권을 이루는 암석들은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인해 분부적으로 녹아있는 상태이다. 이 약권내에서는 유체처럼 물질의 대류현상이 가능하다고 믿어지고 있다. 약권은 그 위의 암권이나 밑의 맨틀층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더 약한 부분이다.

약권에서 대류가 일어나면 판들이 움직이기때문에 판들의 경계에서 암석층이 깨어지며 지진이 발생한다는 것이 판구조론의 이론이다. 따라서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지진대가 판들의 경계가 된다. 판과 지진대를 겹쳐보면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판들간의 상대운동은 서로 멀어지는 경우, 충돌하는 경우, 엇갈리는 경우로 구분된다.
(그림1참조)

이번 아르메니아지진은 오스트레일리아-인도판이 유라시아판과 1년에 대략 3㎝의 속도로 서로 충돌할 때 생기는 힘에 의하여 지각이 깨어지면서 발생한 것이다.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은 태평양판과 북아메리카판이 대략 5.5㎝/년의 속도로 서로 엇갈릴 때 지각이 깨어지며 생긴 것이다.

판은 약권의 물질이 해저산맥에서 지표로 분출되어 만들어지며 다시 주로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해구(海溝)에서 맨틀 속으로 비스듬히 내려간다. 그러다가 대략 7백㎞의 깊이에서 높은 온도와 압력에 의하여 딱딱한 물성(物性)을 잃어버리고 맨틀에 동화된다. 진원의 깊이가 지표에서 대략 7백㎞의 깊이에 걸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해구를 제외한 지표면의 전 지역에서는 대체로 천발지진이 발생하며 해구에서는 대륙쪽으로 비스듬히 경사진 면을 따라서 천발지진에서 심발지진까지 발생한다.

진도와 규모로 나타낸다

지진의 크기를 나타내는 척도로서 진도(震度, intensity)와 규모(規模, magnitude)가 사용된다. 현재 국내 신문에서는 외국에서 발생한 지진을 보도할 때 이 진도와 규모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강도 등의 용어를 사용, 적잖은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규모는 지진이 발생하였을 때 방출되는 파동에너지와 연관되는 양이다. 즉 지진의 진앙 진원깊이 발생시각 등과 같이 특정 지진에 대하여 일정한 값으로 정해지는 양이다. 보통 우리가 지진을 이야기할 때 진앙 진원깊이 발생시각 및 규모를 같이 정해준다.

규모는 1936년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지진학교수였던 '리히터'(Richter)에 의하여 최초로 제안되었다. 보통 우리가 신문에서 보는 리히터 강도는 바로 리히터 규모를 말한다. 지진의 에너지와 규모와의 사이에는 대략 다음의 관계가 성립된다.
logE=12.24+1.44M

위의 식에서 E는 erg단위의 에너지이고 M은 규모를 표시한다. 따라서 규모의 단위가 1 증가할 때 에너지는 25~30배 증가한다.
전세계적으로 지진의 규모가 증가할수록 그 발생빈도는 감소하며 그 통계는 다음과 같다.


지진 규모별 연간 발생횟수
 

규모가 5를 넘으면 건물을 파괴하며 3이 넘으면 대체로 사람들이 느낄 수 있다.
참고로 1976년 중국 당산지진의 규모는 7.6이었으며 1906년 샌프란시스코 지진은 규모 8.25의 지진이었다.

이에 비해 진도는 지진에 의한 효과 즉 건물이나 지형 등에 끼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지진의 크기를 구분한 척도이다.
따라서 같은 지진에 대하여도 진앙지 부근에서는 큰 값을 갖고 먼 곳에서는 작은값을 갖게 된다. 또 규모는 지진계의 기록을 엄밀하게 분석하여 결정함에 비하여 진도는 진도계급을 보고 누구나 정할 수 있다.

진도의 종류에는 미국과 유럽에서 쓰이는 수정머캘리진도(MM진도)와 일본에서 쓰이는 일본기상청진도(JMA진도)등이 있다.
수정머캘리진도는 12계급으로 되어 있고 일본기상청진도는 8 계급으로 나뉘어 있다.


수정머캘리(MM)진도 계급
 

지진의 규모와 그 최대진도의 관계는 이론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통계적인 방법으로 정한다.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결정된 관계식은 다음과 같다.
M = 1 + $\frac{2}{3}$I (M은 규모, I는 최대진도)


판들과 상대운동
 

15~18세기, 한국 지진의 극성기

20세기에 들어와서 한반도에서는 2회의 파괴적인 지진이 발생했다. 즉 1936년 7월4일의 지리산 쌍계사 지진과 1978년 10월7일의 홍성지진이다. 이 지진들의 규모는 대략 5.2정도이며 홍성지진에 의한 재산피해는 당시 화폐가치로 약 4억원으로 측정되었다.
1905년에 인천에 최초로 지진계가 설치되었으며 그 이전에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들은 삼국사기 고려사 이조실록 등의 사료(史料)에 기록되어 있다.

서기 1세기부터 1982년까지 한반도와 그 주변에는 대략 2천3백80여회의 지진발생기록이 있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만한 현상은 15~18세기의 매우 높은 지진활동이다. 이 기간중에 한반도에서 방출된 총 지진에너지는 태반이 방출되었다. 이처럼 시기적으로 집중된 지진활동은 외국의 지진학 교과서에도 서술돼 있다. 지진에 의한 국내 최대의 인명피해는 779년에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에 의하여 일어났다. 당시 기록에는 집들이 무너져 1백여명이 사망했다고 쓰여 있다.

한반도의 지진은 역사적 자료에 의한 역사지진과 지진계설치후의 계기지진으로 대별할 수 있다.
또 지역적으로 조사해 보면 대체로 한반도 남서부의 지진활동이 북동부에 비하여 높다. 지진들이 단층이나 큰 규모의 지질구조가 서로 다른 경계에서 주로 발생했음을 말해준다. 남서부는 단층이 널리 분포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단층에 지진들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특히 지진들이 발생하는 단층을 활성단층(活性斷層)이라 부른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는 많은 활성단층들이 있다.

한반도의 지진활동은 15~18세기의 격랑기를 지난 후 현재는 주춤한 상태에 있다. 앞으로 다시 지진활동이 활발해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정확한 시기를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한반도의 지진활동
 

대부분의 아이러니

지진재해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대책은 일기 예보처럼 큰 지진의 발생을 정확히 예보하는 것이다.
현재 지구물리학자의 노력에 의하여 지진예보는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1975년 중국 동북부 잉코우 지역에서의 지진예보는 완전한 성공이었으며 규모 7.3의 지진이 발생하기 24시간 전에 주민을 대피시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지진예보를 위한 만족스러운 이론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큰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는 지각이 조금씩 깨어지면서 그 부피가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다이래이턴시(dilatancy)라고 부른다. 이 때 작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지면이 부풀어 오르는 일도 일어난다. 동시에 지진파에서 P파의 속도가 감소하며 또 지각의 전기저항의 값도 떨어진다. 아울러 지구내부에서 지표로 방출되는 불활성 기체인 라돈의 양도 증가한다.

따라서 지진발생이 예상되는 지역에서 이러한 물리화학적 변화를 정밀하게 점검하면 큰 규모의 지진을 예보할 수 있다는 것이 다이래이턴시이론이다. 그러나 이 이론이 아직 모든 지진에 적용될 수는 없다.

지진은 지각및 맨틀에서 일어나는 매우 복잡한 과정의 표현이며 따라서 우리에게 매우 위험한 재난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지진을 연구함으로써 지구내부의 구조와 동력학적(動力學的) 상태를 알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내부구조에 관한 지식이 거의 전부가 지진학의 연구결과로 얻어진 것이다. 판구조론도 지진학의 뒷받침없이는 하나의 가공적인 이론의 상태를 벗어날 수 없었다.

큰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우리 인류는 실로 어려운 재난을 겪는다. 하지만 그 반면에 우리는 지구내부의 구조와 거기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하여 더욱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이것은 참으로 이상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한반도 및 그 주변부에서 발생한 지진횟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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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기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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