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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많은 변화를 겪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오랜 역사를 생각하면 1백년이 채 안 되는 인간의 삶은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푸른 행성 지구에 인류가 주인 행세를 해온 몇백만년은 지구의 나이 46억년에 비하면 잠깐일 뿐이다.

둥근 모습에 자전과 공전을 하며 움직이는 지구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현상을 만든다. 위도에 따라 북극성의 고도가 달라지고 별의 뜨고 지는 모습이 달라진다. 또한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어 계절이 변하고, 흔들리며 도는 팽이처럼 세차운동에 따라 북극성의 위치도 변해간다.

창조의 시간

약 46억년 전, 갓 태어난 태양 가까이 한 귀퉁이에 모여 있던 먼지와 가스가 조금씩 뭉치더니 지름이 수km에 이르는 덩어리가 된다. 새로운 행성의 씨앗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씨앗은 서로 부딪치며 더 큰 덩어리로 뭉쳐지고 주변의 물질을 끌어들여 아기 행성의 모습을 갖춘다. 지구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아기 지구 주위에 널려 있는 많은 티끌과 암석조각은 아주 빠르게 지구와 부딪치고, 지표는 1천도 이상으로 타오른다. 지옥 같은 열기와 소동이 수그러들면서 뜨겁게 끓어오르던 표면이 차차 식는다. 하늘에는 구름이 생기고 땅을 적시는 비가 내리면서 생명의 온실인 바다가 만들어진다.

바다에 있는 많은 양의 물이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현재 이를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은, 화산이 터지면서 함께 섞여 나온 수증기가 공기 중에서 응축돼 물로 변하고, 이것이 비가 돼 땅에 내려 바다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다에 있는 물은 지구 외부에서 왔다는 흥미로운 주장도 있다. 지구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무렵, 태양계 가장자리에서 날아온 많은 혜성이 지구와 부딪쳤다. 혜성은 지구 중력에 이끌려 빠른 속도로 부딪치며 굉장한 열을 낸다. 이 열로 혜성이 품고 있던 물도 증발해 버린다. 공기는 수증기의 형태로 혜성의 물을 머금고 있다가 가끔씩 비를 내려 낮은 지대로 빗물이 모이면서 바다가 생겼다. 이 주장에 따르면 지름이 2백km 정도 되는 혜성 2백개 가량이 충돌해야 지금 정도의 바다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가설이지만 혜성이 지구에 생명을 씨를 전해주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혜성에는 물과 더불어 탄화수소와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도 함께 있다. 생명의 씨앗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지구에 떨어진 혜성에서 이들 물질은 온전히 살아남아 바다에서 생명체로 발전했을지 모른다. 어쩌면 인간도 혜성이 가져다 준 생명의 씨앗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

우주로 향한 창문

지구를 당구공 크기로 줄인다면 표면의 솟아나고 들어간 지형의 높이 차이는 0.1mm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당구공 크기의 지구는 눈으로 질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매끈하게 보일 것이다. 그 표면을 얇게 덮은 대기는 지구의 생명체를 보호하는 막이며, 우주로 향하는 창문과 같다.

맑은 날 나무그늘 아래에서 언뜻 바라보는 햇빛이 눈부시다. 그 빛에서 어떤 색깔을 나누기는 어렵지만, 물방울을 뿌려 무지개를 만들거나 삼각형의 프리즘을 사용하면 태양 빛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색을 구별해 볼 수 있다. 빛은 짧은 것에서 긴 것에 이르기까지 여러 파장을 가지며 그 파장에 따라 색이 나뉘어 보인다. 그렇다면 ‘빨주노초파남보’로 나누어지는 색들이 우주에서 오는 빛의 전부일까? 아니다.

보라색보다 파장이 짧은 자외선이나, X선, 감마선 등은 지구 대기권의 공기입자와 부딪혀 통과하지 못한다. 만약 이 빛이 모두 지표면에 이른다면 생명체는 살기 힘들다. 파장이 짧은 빛은 에너지가 강해 생명체에 큰 위험이 된다. 다행히 지구 표면의 대기권은 이런 해로운 빛을 잘 막아주고 있다. 빨간색보다 파장이 더 긴 빛은 대기권을 통과해 들어오지만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다. 결국 우리 눈으로 보는 빛은 전체 파장에서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대낮의 하늘이 파랗게 보이거나 저녁 해질 무렵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도 빛과 대기권의 반응이 만들어내는 결과이다. 파장이 긴 빛은 대기권을 그대로 통과하는 반면, 파장이 짧은 파란색의 빛은 공기 입자와 부딪혀 흩어진다. 이 때문에 대낮에 하늘은 파랗게 물들어 보인다. 만약 달처럼 대기가 없는 행성에서는 대낮에도 하늘은 검은 배경이 된다. 해질 무렵에는 태양빛이 지평선 부근으로 비스듬하게 비춰, 두꺼운 공기층을 여행해온다. 이 때문에 푸른빛은 거의 흡수되고 파장이 긴 붉은 빛이 눈에 다다르면서 붉은 노을이 만들어진다.

지상의 광학망원경은 가시광선대의 빛을 주로 관찰하고, 전파망원경은 보다 파장이 긴 영역을 연구한다. 별에서 오는 감마선이나 X선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우주선을 대기권 밖으로 쏘아 올려야 한다.


극지방에서 별의 운동


자전과 공전이 만드는 현상들

먼 우주에서는 여러 종류의 파장을 담은 빛이 지구를 향해 들어오고 있으며 이 속에는 별에 대한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하지만 둥근 모습으로 움직이는 지구는 이 별빛을 관측할 때 여러가지 흥미로운 현상을 만든다. 서울 하늘에서는 북극성이 부산에서 보다 2.5도 가량 높게 떠 있다. 용골자리의 가장 밝은 별 카노푸스는 우리나라에서는 노인성이라 하는데, 이 별을 보면 오래 산다는 전설이 있다. 하지만 카노푸스를 보기 위해서는 제주도까지 내려가야 한다. 위 두 사실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 준다. 공처럼 둥근 지구 표면에서 위도가 다른 곳에 있으면 같은 별이라도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구는 스스로 회전하는 자전 운동을 하므로 우리는 별의 일주운동을 보게 된다. 천체들이 모두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며 천구를 하루에 한 바퀴씩 도는 것이 일주운동이다. 북극성 주위를 여러 시간 노출해 찍은 사진을 보면 북극성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는 별의 일주운동을 알 수 있다. 눈으로 잠깐 보아서는 일주운동을 알아채기 어렵지만 50배 정도의 천체망원경을 1분쯤만 들여다보아도 별이 흘러가는 것, 다시 말해 지구의 자전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적도지방에서 별의 운동을 보여준다.


위도에 따라 일주운동은 조금씩 다르다. 우리나라와 같은 중위도 지방에서는 동쪽에서 오른쪽 위로 비스듬히 별이 떠올라 남쪽에서는 원만한 원을 그리며 지나가 서쪽에 이르면 오른쪽 아래로 비스듬히 떨어진다. 적도 지방에서 별은 지평선과 수직으로 떠오르고 진다. 이때 북극성은 항상 지평선에 걸려 있다. 북극이나 남극에서는 천정을 중심으로 모든 별들이 돌기만 하고 뜨고 지는 별은 없다.

하루 밤사이 별의 움직임으로 지구의 자전을 알 수 있지만, 공전에 따른 밤하늘의 변화를 알기 위해서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지구가 공전하지 않았더라면 매일 밤 똑같은 별자리가 뜨고 지는 것만 보았을 것이다. 지구의 공전은 계절마다 새 별자리를 선물한다. 여름이면 태양과 같은 방향에 있는 별은 태양 빛에 가려서 볼 수 없고 반대쪽에 자리잡은 여름 별자리가 밤 하늘에 나타난다. 6개월이 지나 겨울이 되면 여름 별자리에 태양이 머물게 된다.

태양이 뜨기 직전에 동쪽 지평선이나, 지고 난 후 서쪽 지평선에 보이는 별자리를 여러 달 관찰해 보면 태양이 별자리 사이를 이동해 가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역시 지구의 공전 때문이다.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져 공전하는 지구는 사계절의 변화도 생기게 한다. 계절의 변화는 지구에서 볼 때 태양의 고도와 일조 시간의 변화 때문에 나타난다. 물론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도 계절에 따라 변하지만 지구는 원에 가까운 궤도 운동을 하므로 거리의 변화가 계절에 영향을 줄 정도는 못된다.

기울어진 자전축의 북쪽이 태양을 향하고 있을 때 북반구에서는 태양의 고도가 높아지므로 낮 시간이 길어지고 태양 빛이 내리 쬐어 무더운 여름이 된다. 반대방향으로 있을 때는 태양의 고도는 낮아져 태양이 낮게 뜨고 지므로 일조시간이 짧아지고 대지는 열을 적게 받아 추운 겨울이 찾아온다.

태양의 고도가 계절마다 달라지는 것은 그림자의 길이를 비교해 알 수 있다. 하지 근처 여름철 정오 때의 그림자 길이는 자기 키의 약 0.3배가 되고, 동지 근처 겨울철 정오 때는 약 1.8배가 된다. 겨울철에는 태양의 고도가 낮아져 여름철 그림자 길이의 6배나 된다. 친구 위에서 태양이 움직이는 경로인 황도를 따라 12개의 별자리를 배치했다. 각 달마다 대표적인 별자리로 삼아 황도를 따라 12개의 별자리를 배치했다. 각 달마다 대표적인 별자리로 삼아 황도 12궁이라고 한다. 태양은 전갈과 궁수자리 사이에 있는 땅꾼자리도 지나므로 실제로는 13개의 별자리이다.

실험1 - 연주시차 구하기

■준비물
검은 도화지 2장, 색종이, 연필, 풀, 가위

■방법
① 검은 도화지를 가로로 길게 이어 방의 벽에 붙인다.
② 색종이를 지름 1cm가량 둥글게 오려 도화지의 여러 곳에 붙인다.
③ 한 손으로 연필을 들고 도화지와 적당한 거리에 선다.
④ 연필을 두 눈의 가운데에 놓고 양 눈을 번갈아 깜박이면서 연필의 끝이 가리키는 곳을 살핀다.
⑤ 연필을 앞뒤로 움직이면서 4의 과정을 되풀이 해본다.

■확인하기

양눈을 한쪽씩 감아 보면 도화지에 위의 점과 연필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차이는 시차라고 하며 눈과 연필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시차는 커진다. 시차를 이용하면 가까운 별까지의 거리를 알아낼 수 있다.

거리를 재는데 이용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삼각 측량법'이다. 두 장소로 부터 거리를 재고 싶은 곳을 보아서 보이는 방향이 크게 다르다면 가깝고 그다지 다르지 않으면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곳 사이의 거리나 측정하는 대상이 보이는 각도를 알면 정확한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달까지의 거리도 지구상의 두 점에서 보이는 위치를 측정해 구할 수 있다. 우리들이 눈앞에 있는 것의 거리를 알 수 있는 것도 뇌가 오른쪽 눈과 왼쪽 눈에서 보이는 것이 다른점을 이용해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별까지의 거리는 지구상의 두 지점의 관측을 통해서는 구할 수 없다. 별까지의 거리는 대단히 멀어 시차가 너무 작아 관측을 하더라도 그것을 검출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지구의 공전을 이용해 반년 간격으로 행한 두 번의 관측을 비교하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지구는 태양 둘레를 공전하고 있으므로 반년 간격으로 두 번 관측을 함녀 태양을 사이에 둔 지구 공전궤도의 두 지점에서 별을 관측하는 것이 된다. 두 지점의 거리가 커지면 같은 거리의 별이라도 시차가 그만큼 커지며 따라서 관측이 쉬워지게 된다. 이렇게 해서 구한 시차를 '연주시차'라고 한다. 한편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별은 연주시차조차도 너무 작아 거리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 연주시차를 이용해 잴 수 있는 별의 거리는 약 3백광년 이내이다.

백조자리 61번별은 처음으로 연주시차를 이용해 거리를 잰 별로 유명하다. 1838년 독일의 천문학자 베셀은 40m 앞에 있는 한 올의 머리카락 두께를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정밀하게 이 별의 시차를 재 거리를 알아내는데 성공했다.

실험 2 - 세차운동

■준비물
길이가 긴 이쑤시개, 찰흙 또는 방울토마토

■방법
① 찰흙을 알사탕 크기로 둥글게 뭉친다.
② 찰흙 또는 방울토마토의 가운데로 이쑤시개를 찔러 넣어 팽이를 만든다.
③ 팽이를 바닥에 댄 다음 비틀어 돌린다.
④ 이쑤시개 위쪽 끝의 움직임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주의 깊게 관찰한다.

■확인하기

팽이가 처음 돌기 시작했을 때 수직으로 서있는 이쑤시개의 끝은 한 곳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비스듬히 기울어지면 이쑤시개의 끝은 위에서 보았을 때 원을 그리며 돌게 된다.

지구의 자전축도 기울어져 있으므로 위 실험과 같이 원운동을 하게 된다. 이것을 지구의 세차운동이라고 한다. 세차운동은 매우 느려 자전축이 한 바퀴 돌아 원을 그리는데 무려 2만6천년이 걸린다. 세차운동 때문에 지구의 자전축이 향하는 방향이 바뀌므로 하늘의 북극도 바뀐다. 지금은 지구 자전축의 북쪽이 하늘에 닿아 만나는 지점 부근에 북극성이 있지만, 5천년 전 피라미드가 건설될 때만 해도 용자리의 투반이 북극성 자리에 있었다. 북극은 조금씩 이동해 앞으로 1만2천년 후에는 지금의 거문고자리 직녀별이 그 자리를 잇는다. 아마 그 때는 직녀별을 북극성이라 부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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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동훈 아마추어 천문가
  • 김지현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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