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은 지금까지 자연과학 도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어는 아니었다. 과학보다는 경제나 경영 혹은 정치나 사회 분야에서 쓰이는 경우가 훨씬 흔하고 익숙하다. 우리 공동체를 좀 더 나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지도자의 역량에 우리들의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인 동시에, 우리가 여전히 리더십을 인간 사회의 전유물로 단정하는 경향이 크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이 책은 그런 통념을 가볍게 벗어난다. 저자인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주로 분석해왔던 리더십을,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생명체의 한 형질로 조명했다. 우리 인간은 지난 몇백만 년간 다른 동물과 독립적으로 진화해왔기에, 다른 동물들의 리더십과 인간의 리더십은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구성원 각자의 욕구를 조율해서 공동체로 결합시키는 리더십의 고유한 속성만큼은, 인간과 동물의 리더십 간의 중요한 공통점이라는 점을 이 책은 강조한다.
진화생물학에서 형질은 피부색이나 키, 성격과 같이 생명체의 고유한 특징이다. 한 생명체의 형질은 뚜렷한 기능이 있고, 환경에 적응해 개인의 생존과 번식의 기회를 증진시키며, 오랜 진화의 과정을 거친다.
리더십 역시 리더와 팔로워의 생존과 번식 기회를 증진시키기 위해 긴 진화를 거쳤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따라서 동물들의 리더십이 그들의 집단 속에서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면, 보다 나은 리더십을 찾는 우리 인간에게도 유용한 가르침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불공평하지만 성공적인 꿀벌 사회, 불평등하지만 통합을 이루는 흰동가리, 미어캣 사회는 불평등한 사회에서 리더가 가져야 할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다. 구성원들이 집단을 위해 헌신해야 할 충분한 동기와 이익을 제공하고,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일탈을 통제함으로써, 집단 전체의 존속과 이익을 유지하는 리더의 노력이 있어야만 집단 내의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다고 이 책은 지적한다.
이외에도 이 책은 집단의 결속력을 높여주는 개미와 꿀벌의 의사결정 중심 리더십, 하이에나가 집단 협력을 이루기 위해 신뢰를 쌓는 법 등 20가지 동물의 리더십 이야기를 폭넓은 관점에서 소개하고 있다. 리더십의 기원과 기능, 필요 등 본질을 꿰뚫어보는 일련의 과정에서 탐사팀을 오랫동안 이끌어 온 저자 특유의 리더십이 더욱 부각된다. 다양한 동물 사회의 리더십을 들여다보고 리더십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포괄적으로 사유하는 기회를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