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가장 강력한 컴퓨터통신망인 '아파네트'에 침입한 컴퓨터바이러스는 컴퓨터에 열광한 한 부자(父子)가 주역이었다.
컴퓨터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몇 개월 전에 국내에서 유행했던 (c)Brain이 서서히 백신프로그램에 의해 퇴치되기 시작하자 새로운 바이러스가 모습을 나타냈다. (n)Vir, 스코어 등이 애플의 매킨토시에서 발견된 것이다.
컴퓨터바이러스는 일종의 프로그램으로 순식간에 데이타나 기존프로그램을 파괴하는 악성도 있고 별 피해를 미치지 않고 간단한 메시지만을 모니터상에 나타내 주는 것도 있다. 국내에서 발견된 바이러스 프로그램은 대부분 악성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언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유행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가까운 일본만해도 발생원인이 분명치 않은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각종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모든 경우를 케이스별로 대응하지 않는한 뾰족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펜타곤의 비상
이러한 상황속에 11월초 미국 전역에는 컴퓨터바이러스 돌풍이 불었다. 펜타곤을 중심으로한 국방네트워크에 컴퓨터바이러스가 침입한 것이다. 곧이어 미국 대통령선거의 선거관리 컴퓨터에도 바이러스가 침입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다행히 국방네트워크에 침입한 바이러스의 유포자와 그 원인이 밝혀져 한때 6천여 컴퓨터를 미비시켰던 공포의 순간은 위기를 넘겼다. 원인은 인간이 사소한 부주의 때문이었다.
미국 전역의 컴퓨터에 전달되는 메시지의 흐름을 통제하는 프로그램의 설계자인 프로그래머는, 작업중에 자신만이 쉽게 프로젝트에 접근할 수 있는 비밀의 '뒷문'을 만들어 놓았다. 프로젝트가 완성되었을 때 그는 '비밀문'을 닫는 것을 잊어버렸다.
그로부터 몇년이 흘렀다. 공교롭게도 그의 둘째 아들인, '로버트 모리스'는 이를 발견하고 바이러스프로그램을 이 '뒷문'을 통해 유포시켰다. 결과 이 네트워크에 연결된 6천여 컴퓨터가 마비되는 상황을 맞았던 것이다. 다행히 사건의 전말이 4일 후에 드러나 컴퓨터바이러스의 공포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교훈만 남긴채 끝이 나고 말았다.
모리스의 친구이기도 한 하버드대학의 '파울 그라함'은 "이번 바이러스 프로그램은 MIT의 인공지능 실험실에 있는 컴퓨터에서 처음 유포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저자는 뉴욕의 코넬대학에서 컴퓨터를 원격 조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어디에서도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원격조종은 모리스의 목표였던 '아파네트(Arpanet)의 특징중의 하나다. 아파네트는 국방네트워크 기업연구소와 대학, 국방 관계기관을 연결하는 강력한 통신망이다. 모리스의 바이러스프로그램은 유닉스운용체계(OS, operating system)를 가진 컴퓨터에만 영향을 미쳤다.
그라함은 '모리스의 바이러스프로그램은 자신의 진원지를 숨기기 위해 정규적으로 UC버클리대학의 컴퓨터대학의 컴퓨터에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메시지를 보냈다. 즉 UC버클리 진원지로 위장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모리스는 프로그램을 네트워크에 투입한 후 저녁을 먹기 위해 자리를 떠났으나 식사후 자신의 프로그램이 어떻게 활약하는지 확인키 위해 되돌아왔다고 그의 친구들은 술회했다. 그는 설계 실수 때문에 프로그램이 순식간에 자기복제해 전체 네트워크에 널리 퍼져가는 것을 보고 공포를 느꼈다. 곧 프로그램의 진행을 멈추게 하기 위해 여러 컴퓨터에 접근해 보려 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화살은 이미 시위를 떠난 것이다.
모리스는 곧 하버드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에게 아파네트에 대한 경보와 함께 바이러스프로그램을 쓸모없이 만들 수 있는 명령어를 알려주었다. 바이러스가 번성할 수 없도록 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기계어로 된 메시지도 보냈다. 그 메시지의 마지막 문장은 "제발, 이것이 도움이 되기를! 더이상… 해프닝으로 끝나기를!" 이렇게 끝났다.
불행하게도 그 메시지는 불분명한 전자게시판 파묻혀 버렸고 이를 받아볼 수 있었던 컴퓨터는 거의 없었다.
5년 전에 행해진 아버지의 증언
모리스의 아버지는 벨연구소에서 근무한 컴퓨터 보안전문가이다. 그는 5년 전에 컴퓨터바이러스라 불리는 새롭고도 기묘한 현상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었던 의회의 한 위원회에 불러가 증언을 한 적이 있었다. 그의 증언은 현재의 상황을 놓고 볼 때 매우 아이러니 한 것이 돼버렸다.
"컴퓨터에 대해서,미국의 자라나는 세대들이 기술적으로 매우 뛰어나다할지라도 군이나 대기업의 보안전문가의 능력을 넘어서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전적으로 넌센스다. 나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그것은 미래의 테크놀로지 시대를 맞아 미국의 장래를 위해서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지금 자신의 영특한 아들에 의해서 매우 곤혹스런 입장에 처해있다. 이제 모리스의 가족 매우 유명해졌다. 23세의 청년 모리스는 FBI와 검찰 양쪽의 심문을 받고 있다.
그러나 모리스의 행위가 컴퓨터범죄의 일종인지에 대해선 아직 확실치 않다. 컴퓨터 보안전문가들은 누구도 모리스카 범한 행위에 대해 명확히 정의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현재 정부의 국가컴퓨터보안센터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다. 주업무내용은 아파네트를 비롯 국가의 주요 컴퓨터통신망을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이다. 일부에서는 5년전의 그의 증언이 컴퓨터광들인 해커(hacker)들에게 바이러스를 제작하도록 부추겼다고 비난하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은 모두 그들의 동료에 의해 컴퓨터분석가로서 매우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었다. 수학과 논리적인 문제를 푸는데 있어서 주위에서는 당할 사람이 없을 정도.
둘은 모두 우연찮게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빠져들었다. 둘다 하버드대학에서 공부하는 동안 벨연구소에서 여름방학 아르바이트를 하였다. 아버지 모리스는 하버드에서 수학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으나 벨연구소의 아르바이트 경험후 곧 포기하였다. 그후 그는 바로 벨연구소에 남아 근무하였다. 컴퓨터는 그의 유일한 삶이었다.
그에게는 세아들이 있었는데 첫째와 세째는 컴퓨터에 별관심이 없었고, 둘째만이 아버지의 길을 좇았다. 둘째는 어렸을 때부터 벨연구소의 아이들과 함께 컴퓨터게임을 즐겼고 14살 이후부터는 가족보다는 연구소의 컴퓨터를 더 좋아했다고 그의 어머니는 말했다. 모리스의 외모는 아주 조용하고 공손한 모습이다. 겉으로 봐서는 그가 컴퓨터의 화일을 깨고 들어가 전자통신의 안전성을 실험하는, 모험적인 청년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선천적인 모험심
그는 시험하는 자신의 일, 즉 컴퓨터의 안전성에 도전하는 작업이 결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을 철저히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의 아버지 또한 마찬가지다. 15년 동안의 경력이 쌓인 후 컴퓨터코드파괴와 전자통신의 안전에 관한한 전문가가 되었다. AT&T는 그에게 '벨'사의 컴퓨터에 접근할 수있는 특별한 권리를 부여하였고 대신에 어떤 시스팀이 구멍이 났는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메꾸는일을 전담토록 하였다.
1980년대에 들어와서는 암호해독의 전문가가 되었고 전자정보를 보호하는 세계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받았다.
암호해독의 천재, 전자통신 안전 전문가의 아들은 83년에 하버드에 들어갔다. 대학 재학 중 모리스가 친구에게 쓴 한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 3가지 있었다. 그리스어를 배우는것, 행성이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도는 이유를 알아내는 것, 그리고 비밀코드를 푸는 전문가가 되는꿈이다. 나는 이 3가지 꿈을 모두 실현시켰다".
모리스는 아버지와 거의 유사한 과정을 밟았다. 하버드에 들어갔고 여름방학 동안 벨연구소의 컴퓨터와 씨름했고 그 결과 대학내에 있는 '아이켄'컴퓨터센터에 컴퓨터 유지보수원으로 취직했다. 그의 뛰어난 능력때문에 센터의 모든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았고 어떠한 시스팀에도 마음대로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그는 평상시에 '도전이 없는 것은 흥미가 없다'는 말을 자주하였고 이 말을 항상 행동으로 실천하였다.
정부관리자들과 관계자들은 이번 '모리스 사건'이 예민한 군사컴퓨터에 직접적인 피해는 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러한 시스팀이 언제라도 상처받기 쉽다는 것을 확인했으므로 침입에 대비한 어떠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그들은 모리스와 같은 능력을 갖춘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데이타를 파괴하고 거짓명령을 내려 수천개의 컴퓨터로 하여금 어떠한 행동을 하게할지 모른다는데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