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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물 5백가지를 바르게 안다

한국 식물 연구회

지난 91년 창립된 한국식물연구회는 주로 초중고 과학주임교사들이 모여 월1회씩 야외관찰회를 갖는데, 매번 30여명이 꾸준히 참가한다.

한국식물연구회(회장 전의식)는 이름이 다소 거창한 느낌을 주지만 우리 식물을 바르게 알자는 소박한 모임이다.

"우리나라에는 4천5백여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그 많은 식물의 이름을 다 알 필요는 없지만 잘못 불리는 이름이 널리 퍼져서는 안되겠습니다. 가장 많이 틀리는 것이 억새와 갈대입니다. 연전에 모 방송국의 인기 드라마 갈대의 타이틀 백에 억새가 바람에 나부끼는 영상을 보여 주어 많은 시청자로 하여금 억새를 갈대로 여기게 한 적이 있습니다. 또 신문이나 잡지에서는 이따금씩 바람에 나부끼는 억새 사진 밑에 가을을 알리는 갈대라고 표제를 다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체로 억새는 건조한 언덕에 자생하며 그 이삭(씨의 털)이 하얘서 시정(詩情)을 돋우는 데 반해 갈대는 갯벌이나 물가에 나며 그 이삭은 희지 않고 연한 밤색을 띄고 있습니다."

잘못 알고 있는 식물이름들

한국식물연구회를 이끄는 전의식 회장(64·서울 천일국민학교장)은 다음으로 잘못 불리고 있는 식물 가운데 붓꽃과 난초를 들었다.

"이 잘못은 화투 때문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다섯 끗을 나타내는 화투에 붓꽃 그림을 그려 놓고 난초라고 부르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는 분명히 아야메(붓꽃의 일본 이름)라고 하는데, 이것이 현해탄을 건너오는 과정에서 난초로 오역된 것 같습니다.

"그는 이밖에도 잘못 불리고 있는 식물 가운데 아카시아를 꼽는다.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 활짝 폈네. 하얀꽃~"이라는 노래 말처럼 아카시나무가 아카시아로 굳어져 가는데, 진짜 아카시아는 노란꽃이 피는 호주산 관목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식물원에서도 보기 힘든 아주 딴 식물이라는 것.

그는 또 잘못 불리고 있는 식물 이름으로 일본목련과 후박나무를 든다. "꽃집에서 일본목련을 후박나무라고 잘못 부르고 있으며, 심지어는 어느 대학 구내에 심어 놓은 이 나무에 후박나무라고 표찰을 붙여 놓아 시정요청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꽃집에서 파는 후박나무는 일본 특산의 낙엽활엽수인 일본 목련이며 진짜 후박나무는 제주도나 울릉도 그리고 남해안 등지에 분포하는 상록활엽수로 그 열매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흑비둘기가 즐겨 먹습니다."

한국식물연구회는 이처럼 우리 국민들이 우리의 식물이름을 잘못 알고 있거나 모르는 것에 대해 바르게 알도록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 회원들은 우리 식물 5백가지 바르게 알기부터 실천하고 있다.

"식물 이름을 바르게 아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모르는 식물을 식물도감과 견주어 보는 것과 검색표를 이용해 실물과 비교해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쉬운 방법은 식물이름을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과 동행, 실물을 보고 익히는 것이죠. 이때에는 개체를 잘 채취해 표본으로 만들거나 사진으로 촬영해야 합니다. 전자는 확실하나 번거롭고 후자는 간편하나 유사종을 정확히 분별하기 힘든 단점이 있죠"

전의식 회장은 우리 식물을 바르게 아는 일 외에 우리 강토에 우리 식물을 심어 가꾸는 일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유적지나 기념관 등의 조경공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유서 깊은 비원에 일본목련을 줄지어 심어 놓은 것은 꼴불견입니다. 현충사나 독립기념관에도 일본목련은 물론 일본특산의 노무라단풍이나 영산홍 등이 식재(植裁)돼 있습니다. 왕벚나무도 제주도와 해남 대둔산 등지에 자생하고 있어 우리나라 원산임이 확인된 지 오래지만 일본국화인 만큼 그런 곳에 심지 말아야했지요."
 

한라산 가야산 등지에 자생하는 희귀한 고산식물 설앵초
 

매월 야외관찰회 갖고 회지도 내

반면에 그는 최근 반가운 현상을 볼 수 있어 흐뭇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한다. 한강 시민공원에 조성된 자연학습원이 그것.

"아름다운 화원을 조성해 여러가지 꽃들을 잘 가꾸어 놓은 것이 볼 만하지만 거기에 보리 밀 메밀 등의 곡식과 채소 외에 엉겅퀴 도라지 붓꽃 억새 애기똥풀 민들레 할미꽃 등을 심어 놓아 여간 보기 좋은 게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생식물인 복수초 처녀치마 은방울꽃 앵초 얼레지 등은 거기에서 제대로 자랄 수 없는 식물들입니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시민공원은 그들의 자생조건과 너무 다르기 때문에 말라 죽거나 겨우 명맥을 유지할 뿐이죠"

이처럼 우리 식물 바르게 아는 모임이라는 말이 제격일 듯 싶은 한국식물연구회는 지난 91년 6월 현 전의식 회장의 주도로 37명이 모여 관악산에서 첫 야외관찰회를 가짐으로써 창립됐다. 회원은 주로 초중고 과학주임 교사가 대부분인데 더러 회사원과 연구원, 주부들도 끼어 있다.

현재 회원은1백20여명까지 가입돼 있으나 월1회씩 실시하는 야외관찰회(일요일이나 공휴일)에는 평균 30여명이 꾸준히 참가한다.

이 모임에 가입하고 싶은 사람은 가입회비 1만원만 내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서울 천일국민학교 472-3616〈교장실〉472-8700〈교무실〉).

그동안 한국식물연구회는 계간 형태로 회지를 발행, 벌써 6호까지 선보였다. 4절지 8페이지 규모로 발행되기 시작한 회지는 논단과 회원들의 연구결과가 게재되는데, 점차 페이지를 늘려 6호는 28페이지까지 늘어났다.

이렇듯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전의식 회장의 열정에 기인한다. 그는 청주사범학교 시절 일제(日帝)의 동원에 의해 소백산에서 솔뿌리를 캐다가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당시 최기철 선생(현 서울대 명예교수)은 솔뿌리를 캐는 학생들에게 틈나는 대로 식물을 채집, 검색표를 통해 이름을 찾아내도록 했던 것.

"남보다 더 많은 식물을 찾아내다가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지요. 그 뒤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산야를 헤매며 식물을 채집하고 그의 이름을 찾는 데 열중했습니다.

"그는 충북 일원을 샅샅이 뒤져 1천여 종에 가까운 식물 5천여 점의 표본을 수집, 그 분포를 논해 제1회 전국과학전에서 상위 입상을 하기도 했다. 그 후에도 점차 지역을 넓혀 한라산과 울릉도를 비롯해 크고 작은 산과 많은 섬들에도 찾아가 식물을 관찰하고 채집하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제주도 울릉도 및 남해안에 나는 상록덩굴식물 보리밥나무
 

자연보호 위해 채취지양 촬영위주

이러는 동안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는 식물 가운데 북한 식물을 제외한 나머지 7~8할 종류를 채집했다.

"3천5백여 종에 3만~4만여 표본을 채취했는데, 1만여 점은 대학에 곧 기증하고자 합니다."

그는 산야에 나갔다가 낮선 식물을 발견하면 혹시 신종이 아닐까 하고 가슴부터 뛴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나 집에 돌아와 조사해 보면 이미 오래 전에 명명된 식물임을 알곤 했다. 그러나 자신의 식물목록에 새로운 식물을 추가하는 기쁨만은 남게 마련이었다.

이렇게 모은 표본중에 지금은 거의 절멸상태에 있는 한라산의 암매를 비롯해 속리산의 등대시호, 월악산의 망개나무 등 채집에 따른 사연도 많다. 그 가운데서도 소중히 간직해 놓고 간간이 살펴보는 비장 표본은 만주 바람꽃과 백운란.

"어느 이른 봄날 서울 교외의 백봉(栢峰)에서 식물을 채집하던 중 점심을 먹는데, 우연히 가녀린 풀 한 포기가 눈에 띄더군요. 예의 신종병에 걸려 황홀한 순간을 보낸 후 집에 와서 문헌을 찾았으나 유사한 것을 찾을 길이 없었어요. 이화여대 이영노 교수도 신종일 거라며 기뻐하셨는데, 외국의 문헌을 조사한 결과 1926년 소련의 식물학자 코마로프가 만주에서 발견한 꽃이라고 기록돼 있더군요. 또 백운란은 그 개체가 매우 희소해 동경 대학에 가야 표본이나 볼 수 있는 꽃이죠. 그런데 지난 88년 여름 한국자연보존협회의 내장산 학술조사단에 동행했다가 서울대 이창복 교수와 함께 단 한 포기씩 채집해 비장하고 있지요."

그는 이외에도 강화황기와 가시개올미 등을 국내에서 최초로 발견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동안 표본채취를 위주로 해온 그는 지난해부터 사진으로 기록해 두고 있다.

"금곡릉 바로 옆 백봉산 기슭은 희귀식물 만주바람꽃의 유일한 생육지인데, 바로 코앞에서 스키장공사가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또 이의 자생지인 축령산 기슭은 산림욕 공사로 인해 흔적조차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처럼 날로 파괴돼 가는 자연을 보고 식물 표본채집도 자연파괴가 아닐까 싶어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기로 했습니다. 부득이 표본을 채집하더라도 뿌리만은 남겨야겠습니다.

"전국 산야를 누비다 보니 누구보다 자연파괴 현장을 자주 보게 돼 안타깝다고 말하는 그는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시멘트를 위한 석회암 채취도 자연이 훼손되지 않도록 석탄을 채취하듯이 터널을 파고 할 것을 주장한다.

"환경을 파괴하기는 쉬워도 이의 복원은 거의 불가능하며 또 가능할지라도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콩배나무. 콩만한 열매가 열리는 야생 배나무의 일종이다.
 

1993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전의식 회장
  • 김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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