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론조사는 작년 9월 과학동아 창간을 앞두고 동아일보연구실이 과학기술자 5백명을 대상(3백 38명 응답)으로 한 국내 최초의 체계적인 여론조사였다. 과학 기술의 진흥은 무엇보다 실상을 정확히 파악한 뒤 그 시책을 펴나가야 한다는 판단 아래 실시된 이 조사의 설문작성에는 고려대교수 김정흠박사와 과학저널리스트 현원복씨가 협조했고 결과분석은 고려대교수 홍기선박사와 건국대강사 권혁남씨가 맡았다. 본지는 조사결과를 '한국과학 기술의 현주소' '미래에의 전망' '과학 기술자의 생활과 그 의식'이란 주제로 3회에 나누어 싣고있는데 이번이 그 마지막 회이다.
과학기술자로서의 성공요인
훌륭한 과학기술자가 되기 위해서는 선천전 재능과 후천적 노력중 어느것이 더 중요한 요인일까. 이 점에 대해 응답자들은 일반적인 관념처럼 후천적인 노력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그 비율에 있어서 4.5대 5.5로 선천적인 재능이 적지않은 비율을 나타내, 과학기술자들은 과학기술자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후천적인 노력이 더 중요하지만 자질이나 적성등의 선천적인 재능 역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반응을 전공분야별로 보면 물리학전공자와 농·축산학 전공자들이 다른 분야전공자보다 선천적인 재능을 좀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반면에 금속·재료, 생물과학전공자들은 후천적 노력의 중요성을 더 많이 강조하고 있다(표 1).
학위별로는 박사학위소지자들이, 그리고 박사학위소지자중에서도 국내학위취득자보다는 국외학위취득자들이, 연령별로는 나이가 많을수록 선천적인 재능의 중요성을 좀 더 강조했다.
계몽활동은 제대로 못하고 있어
과학기술자들은 하루일과중에서 주로 연구와 강의에 많은 시간을 쏟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에게 하루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상업무 세개를 들라는 물음에 전응답자의 76.6%가 순수연구활동을, 73.5%가 교육활동을 들었으며 이어서 행정 업무(44.5%) 공장 병원 등의 현장지도활동(38.9%) 저술활동(34.0%) 계몽활동(12.1%) 순으로 지적했다(표 2).
여기서 순수연구활동과 교육활동이 가장 많이 지적된 것은 본조사의 응답자 대다수가 교수·연구원들이라는 점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여기서 일반인을 위한 계몽활동이 가장 낮게 나타난 점은 어느정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즉 진정한 과학기술의 발전은 전국민의 과학적 사고방식의 함양과 더불어 과학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를 위한 활동이 적극 유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과학기술자들의 교육 활동과 잡다한 행정업무에 할애되는 시간을 덜어줄 수 있는 여건이 선행되어야 할것이다.
한편 이러한 일상업무는 전공분야보다는 직업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는데, 교수들은 교육활동과 순수연구활동에 절대적인 시간을 할애하고 있으며 회사원, 연구원들은 행정업무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들도 계몽시간에 매우 적은 시간을 보내는 점은 마찬가지이지만 교수보다는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먹고사는 데 지장없으나 연구비에 쪼들려
현재 우리나라 과학기술자들은 개인의 교육 연구비(33.9%)와 자녀교육·양육비(27.5%)에 경제적으로 가장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러니까 응답자들의 61.4%가 자신을 위한 것이든 자녀를 위한 것이든간에 교육비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이어서 세금(9.8%) 주거비(7.6%) 빚·이자·상환금(7.0%) 문화오락비(4.1%) 의료비(1.3%) 등의 순으로 많이 지적되었으나 이러한 항목들에 대한 응답률은 개인의 교육·연구비와 자녀교육·양육비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응답자의 8.9%가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끼고있지 않다고 응답했다(표 3).
이같은 결과는 일반국민대상의 여론조사와는 매우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일반인들의 경우에는 자녀교육비와 의식주비가 가장 큰 부담항목인데 비해 과학기술자들은 개인의 교육·연구비가 가장 큰 부담항목이라는 점과 의식주에 대해 별다른 부담을 느끼지않고 있으며 또한 8.9%가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있지 않다고 응답한 점에서 그렇다.
이것은 이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가 그만큼 상류층에 속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사실은 응답자들의 월평균수입이 1백12만원이라는 사실에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경제적 부담항목은 직업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였는데, 교수들은 개인의 교육·연구비에, 의사·약사들은 세금에, 회사원과 연구원들은 자녀교육·양육비에 가장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또 학위별로 보면 박사학위자들은 자신의 교육·연구비를, 석·학사학위자들은 자녀의 교육·양육비를 가장 많이 들었다. 그리고 전공분야별로 보면 대체로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천문학등의 기초과학전공자들이 자신의 교육·연구비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들은 과학자가 되기를 바란다
과학기술자들은 자녀들, 특히 딸보다는 아들이 자기와 같은 계통의 직업을 갖기를 원하고 있다. 자녀들이 어떤 직업을 갖기를 바라느냐는 물음에 대해 아들의 경우는 교수가 33.6%, 과학기술자가 32.9%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서 의사(15.6%) 실업가(5.9%) 외교관(3.1%)의 순으로 많이 들었다. 따라서 절대다수인 82.1%가 자녀들이 자기직업의 계승내지는 같은 계통(교수, 과학기술자, 의사)에 종사하기를 매우 희망하고 있다.(표 4).
한편 딸의 경우에는 아들에 비해 비교적 다양한 직업들을 들었는데 역시 교수(31.0%)에 대한 바램이 가장 컸으나 과학기술자들에 대한 바램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예술가와 교사가 각각 16.8%로 두번째로 많이 지적되었으며 의사가 11.8%, 약사가 8.1%, 문필가가 5.4%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일반인대상의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해보면 과학기술계통과 교수·의사등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직업에 대한 선호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으나 이들 직업에 대한 선호율이 매우 높은 점이 두드러진다.
또한 이것으로 과학기술자들의 자기직업에 대한 만족도를 어느정도 추정할 수 있을 것같다. 이러한 자녀들의 희망직업에 대한 반응은 학문적 사회적 배경의 다름에 따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만족도는 높은편
직무·환경·개인적 만족도등 14개 항목에 대한 과학기술자들의 현재의 만족도에 대해 물어보았다.
먼저 이러한 14개항목중 현직업 만족도(만족 76.4%─불만 5.4%) 연구활동의 자율성(53.0%─15.4%) 연구발표기회(51.2%─7.4%) 동료와의 협조관계(51.1%─9.5%) 승진기회(38.6%─13.3%)등에 있어서는 만족도가 높았다. 반면에 연구비지원(만족 7.3%─불만 63.0%) 연구시설 및 재료(12.4%─57.3%) 직장의 복리후생제도(14.5%─45.9%) 정보입수 및 교환(27.0%─30.5%) 에서는 불만족의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사회적 평가, 자기개발기회, 업적·능력에 대한 인정도, 보수, 연구결과의 응용기회에 있어서는 만족도 불만도 아닌 그저그렇다라는 의견이 많았다(표 5).
이러한 14개 항목을 비슷한 속성끼리 재분류하기 위해 인자분석(factor analysis)을 한 결과 대체로 개인적 사회적 요인(업적·능력에 대한 인정도, 승진기회, 자기개발기회, 사회적 평가, 현직업만족도, 보수) 대내연구활동요인(연구비지원, 연구시설및 재료, 연구활동의 자율성, 직장의 복리후생제도, 동료와의 협조관계) 대외연구활동요인(연구발표기회, 정보입수및 교환, 연구결과의 응용기회) 등의 세가지 요인으로 크게 나뉘어졌다.
이러한 3개요인에 대한 만족도는 전공분야, 직업, 연령, 학위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였다.
먼저 개인적·사회적 요인에 있어서의 만족도의 차이를 보면 현직업만족도에 있어서 전공분야별로는 물리학, 전기·전자공학, 생물과학, 지구과학·천문학, 농·축산학 전공자들이, 직업에 있어서는 교수들이, 학위에 있어서는 고학위일수록 만족도가 높았다.
승진기회에 있어서는 의사와 교수들의 만족도가 높은 반면 연구원과 회사원들의 만족도는 매우 낮았다. 그리고 박사학위 소지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그러나 업적·능력에 대한 인정도등 나머지 항목에서는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대내연구활동요인중 연구비지원, 연구시설 및 재료, 직장의 복리후생제도에 대한 만족도는 연구원들이 교수, 의사, 회사원보다 두드러지게 높았다.
대외연구활동요인중에서 정보입수및 교환은 직업에 있어서 의사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고 교수들이 가장 낮았다. 연구발표기회에 있어서는 지구과학·천문학, 농·축산학, 전기·전자공학전공자들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직업에서 의사와 교수들이, 그리고 학위가 높을수록 비교적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연구응용 기회는 지구과학·천문학, 농·축산학, 전기·전자공학전공자들이, 직업별로는 의사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이러한 사회적·개인적 요인, 대내외연구활동요인등은 결과적으로 현직업만족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같은 요인들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면 현직업에 대한 만족도 역시 높게 나타난다. 그래서 현직업만족도를 제외한 나머지 13개의 항목들중 어느 항목이 현직업만족도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미치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다변인 회귀분석(multiple regression analysis)을 했다.
분석결과 이러한 13개 항목들이 현직업 만족도에 어느정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자기개발의 기회에 대한 만족도가 여기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어서 동료와의 관계, 사회적 평가, 연구결과의 발표, 연구비지원, 승진의 기회등의 순으로 많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항목들은 개인의 현직업만족도에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과학저널리즘에 불만족
과학기술자들의 우리나라 과학저널리즘관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우리나라의 과학저널리즘에 대해 과학기술자들의 반응은 못하는 편이다가 42.0%, 못하고 있다가 14.1%로 응답자의 과반수(56.1%)가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35.7%가 보통이다에 응답한반면 잘하는 편이다와 잘하고있다라는 반응은 각각 7.8%, 0.3%에 불과하여 긍정적인 평가는 겨우 8.1%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반응을 전공분야별로 보면 물리학,지구과학·천문학, 화학, 금속 및 재료공학전공자들이, 그리고 연령이 낮을수록 비판적인 의견이 강했다.
신문의 과학란에 대한 평가 역시 매우 부정적이었는데 기사의 양과 질에 있어서 질보다는 양에 대해 더욱 비판적이었다(표 6). 기사량에 있어서 대다수인 71.8%가 불만족에, 22.3%가 보통이라고 응답한 반면 만족의 응답은 겨우 3.4%에 지나지 않았다. 또 최신정보제공에 대해서는 47.3%가 불만족을, 40.4%가 보통이다에, 10.6%만이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기사의 정확성에 있어서는 47.6%가 불만족하다고 했으며 41.4%가 보통수준을, 7.2%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기사의 흥미성에 있어서는 다른 분야보다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59.2%가 보통이라고 응답했고 23.9%가 불만족을, 14.1%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결과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과학자들은 신문의 과학란에 대해 매우 높은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데, 특히 과학기술관련기사의 취급량이 매우 부족하며, 그리고 최신정보제공 및 보도의 정확성이 떨어지고 있으나 기사의 흥미성은 어느정도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신문의 과학란에 대한 반응은 전공분야, 학위, 직업 등의 차이에 관계없이 부정적인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한편 이들의 특수분야및 전문잡지를 제외한 국내외 일반과학잡지의 구독률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일반과학잡지의 정기구독률은 겨우 7.8%이며 국외잡지의 구독률은 10.9%이다.
이처럼 과학기술자들의 일반과학잡지 정기구독률이 낮은 것은 이들이 주로 자기 전공분야에만 주된 관심을 쏟고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구독하기에 적절하고 유용한 일반과학잡지의 빈곤에서 오는 것으로도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