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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매달린 허영심 많은 왕비

9월의 밤하늘

밤바람이 서늘해지면서 계절은 어느덧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여름 해변에서 바라본 여름 밤의 은하수는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그 하늘 아래서 밤새 나누었던 대화는 얼마나 정겨웠던가. 그 밤 떨어지는 별똥별을 헤며 우리는 얼마나 많은 소원을 빌었던가. 이제 사색의 계절 가을을 맞이하여 여름에 느꼈던 아름다운 생각들을 조용히 정리해 보기 바란다.

별이 아름답게 보이는 건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아름답기 때문이리라. 꿈이 있고 환상이 있고 또한 태고 이래의 신비가 숨겨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별을 보며 우리의 꿈을 키우고 태고의 마음으로 돌아가 순수해진다. 저 별 어던가에 숨어 있으리란 어린 왕자의 별은 아마 별을 헤는 우리들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혼한 별자리

이 달에는 북쪽하늘로 시선을 돌려 북쪽의 별자리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밤하늘의 많은 별자리 중에서 유일하게 결혼한 부부의 별자리가 케페우스자리와 카시오페이아자리다. 그리스 신화 속에서 이 둘은 안드로메다의 부모이며 에티오피아의 왕과 왕비로 등장한다. 신화에 따르면 카시오페이아는 한때 네레이드(Nereid)라고 불리는 바다의 요정들보다 자신이 더 아름답다고 자만하고 다녔다. 곧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의 노여움을 사게됐고 결국 그는 무서운 괴물을 보내 에티오피아를 황폐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나라를 구하기 위해 케페우스는 그의 사랑하는 딸 안드로메다를 그 괴물의 재물로 바쳐야만 했다. 그러나 그녀는 페르세우스에 의해 죽음의 고비에서 구출되고 신화의 신비스런 전설은 행복한 결말을 맺게 된다.

카시오페이아와 케페우스는 밤하늘의 북극 지역에서 서로 인접해 위치하고 있다. 카시오페이아가 더 밝게 빛나는데 그녀는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녀는 의자에 거꾸로 매달린채 극 주위를 불안정하게 돌고 있다. 이것은 바다 요정들이 그녀에게 겸손에 대한 교훈을 주기 위함이라고 한다.

카시오페이아자리에서 의자 위에 앉아 있는 왕비를 상상하기 위해서는 주의깊은 상상력이 필요하다. 종종 이 다섯 개의 별 모습은 단순한 왕좌(王座) 자체로 받아들여진다. 사실 우리가 이 별자리를 의자에 앉아 있는 허영심 많은 왕비라고 생각한다면 그녀가 1년 내내 의자에서 떨어지지 않고 머무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북두칠성이 그 위치가 뒤집어졌을 때 그 내용물을 쏟지 않고 있을 수 있는 것과 같은 하늘의 마술 때문일 것이다.

계절에 따라 M자나 W자로 보이는 이 별자리는 확실히 밤하늘에서 가장 친숙한 별무리 중의 하나다. 우리에게 있어서 이 별자리의 별은 주극성들이다. 주극이란 극에 가까이 있어서 결코 지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 별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은 알파별 세다르(Schedar)다. 이 이름은 '가슴'을 뜻한다. 거의 같은 밝기의 베타 별 카프(Caph)는 단지 45광년 거리에 있으며 크기와 온도 면에서는 견우나 프로키온과 매우 비슷한 별이다. 델타 별 루크바(Ruchbah)는 '무릎'을 뜻한다.

W자의 중심에 위치한 감마 별은 맨눈으로도 관측이 가능할 정도로 불규칙한 밝기를 가지고 있다. 그 밝기 변화가 처음으로 발견된 금세기 초기 이래 1.6등급에서 3.0등급사이에서 밝기가 변하고 있다. 이 별을 주위에 있는 2.2등급의 알파 별과 2.7등급의 델타 별에 비교해 보자. 감마 별은 뜨거운 청색 별로 아주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밖으로 가스층을 분출하고 있는데 이것이 밝기변화의 원인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감마별은 대략 태양의 5천배 이상의 밝기를 가지고 있으며 거리는 8백광년 정도일 것이다.

작은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이중성 중의 하나가 바로 3.4등급의 노란색별과 7.5등급의 붉은 색 별로 구성된 에타 별이다. 이 두개의 별은 서로의 주위를 4백80년 주기로 돌고 있다. 지구에서 볼 때 이들은 1889년에 가장 근접했으며 22세기 중반까지 계속해서 서로 멀어질 것이다. 이 쌍은 지구에서 19광년밖에 안 떨어져 있으며 이 거리는 우주에서 상대적으로 아주 가까운 거리다.
 

(그림 1)카시오페이아 자리


망원경 속의 보석

은하수가 하늘의 북극에 가장 가까이 뻗어 있는 곳이 카시오페이아자리 근처다. 이곳은 '우유'가 두껍게 흐르는 물줄기의 한 부분이다. 이런 이유로 이 별자리에는 놀랄만큼 많은 성단이 모여 있는데, 이들은 은하의 '가스상태'로 된 팔에 있는 전형적인 젊은 별들의 산개 은하 성단이다. 이들은 작은 망원경 속에서 보석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케페우스자리와의 경계에 위치한 M52는 쌍안경으로도 희미한 빛의 덩어리로 보이며 망원경의 시야에서는 작은 별들을 서로 구별해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8등급의 오렌지 색 별이 나머지 별들에 비해 가장 밝게 빛난다. 쌍안경으로 관측할 수 있는 또다른 성단은 M103이다. 이것은 망원경으로 볼 때 그 중심에 희미한 별들이 다이아몬드 형태로 흩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근처에 있는 NGC 663은 다양한 밝기의 별들로 구성된 커다란 산개 성단이다.

카시오페이아자리에는 아마추어들의 장비로는 관측이 불가능하지만 특별히 언급할만한 가치가 있는 또 다른 두 가지 대상이 있다. 그들은 폭발한 별, 즉 초신성의 잔해다. 하나는 티코의 별로 알려진 것으로 1572년 카파별 근처에서 나타났다. 그것은 최고로 밝았을 때 금성과 같은 밝기로 빛났으며 열여섯달 동안 맨 눈으로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덴마크의 위대한 천문가 티코브라헤에 의해 세밀히 관측됐고 그의 이름을 따서 이름 붙여졌다. 티코별의 남은 잔해들은 고도의 정밀도를 가진 망원경 사진에서만이 볼 수 있는 희미한 가스층이다.

밤 하늘에서 가장 강력한 전파 원인 카시오페이아 A는 M52의 남쪽으로 약간 떨어진 위치에 놓여 있다. 카시오페이아 A는 그 팽창 속도로 계산해 볼 때 17세기에 폭발한 또다른 초신성의 잔해다. 그러나 그 당시에 명백하게 관측된 것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것은 비정상적으로 희미하게 나타났을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아직도 카시오페이아A의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고 있다.
 

(그림 2)케폐우스 자리


북극성을 디디고 선 왕권

카시오페이아의 남편인 케페우스는 천구의 북극 근처에 가까이 놓여 있다. 서양에서 왕권의 개념은 기원 훨씬 이전에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강 유역의 고대 문명들 속에서 비롯됐다. 케페우스자리의 별들을 왕의 모습으로 인식한 것은 이 시기였을 것이다. 흔히 이 별자리는 기원전의 앗시리아 군주로도 표현된다. 그는 북극성 위에 발을 올려 놓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후 세월이 흘러 그리스 시대로 오면서 이 하늘의 왕은 카시오페이아의 남편인 에티오피아의 왕 케페우스가 되었다.

그 모습은 뽀족 지붕을 가진 작은 집처럼 보인다. 우선 집 바닥 바로 아래에 있는 뮤별을 보자. 이 별은 밤하늘에서 가장 뚜렷한 색을 가진 별 중의 하나다. 월리엄 허셜 경은 그 진한 붉은 색을 따라서 이 별에 '가네트 스타'(석류석 별)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별은 쌍안경이나 작은 망원경, 심지어 맨눈으로도 관측이 가능하다. 뮤별은 적색의 초거성으로 태양의 5만배에 이르는 밝기를 가지고 있으며 그 밝기는 3.4에서 5.1등급 사이에서 변한다. 이 별을 관측할 기회가 있다면 옆에 있는 3.4등급의 제타별, 4.2등급의 엡실론별 그리고 5.0등급의 람다 별과 그 밝기를 비교해보라.

케페우스 오각형의 중심에 있는 크사이 별은 작은 망원경으로 관측이 가능한 이중성이다. 이 별은 4.4등급과 6.5등급 별이 흰색과 노란색의 쌍을 이루고 있다. 이 두 별은 실제로 쌍을 이루고 있는데 매 4천년 정도의 주기로 서로의 둘레를 회전하고 있다. 또 다른 이중성은 3.2등급의 주성과 8등급의 반성으로 이루어진 베타 별로 이 별은 그 밝기 차이가 가장 작은 망원경으로도 구별이 가능하다. 이 별 자체는 대략 0.1등급 정도의 밝기 변화를 가지고 있는데 맨눈으로는 그 변화를 알기가 불가능하다.

이 별자리에서 마지막으로 관심을 가질만한 대상은 델타 별이다. 이 별은 작은 망원경으로도 구별이 쉬운 노란색의 4등급과 푸른색의 6.3등급 별로 이루어진 매혹적인 이중성이다. 이 별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매 5일 9시간을 주기로 규칙적으로 밝기가 변하는 노란색 초거성인 주성이다. 델타 별의 최대 밝기는 3.6등급으로 가장 어두울때인 4.3등급의 대략 두 배 밝기다. 이 변화는 맨눈으로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별의 크기가 변화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델타 별의 경우 태양에 비해 그 지름이 32배에서 35배까지 변한다.
 

(그림3)케페우스자리 델타별의 밝기 변화 상상도^이 가상의 사진들은 두 개의 밝은 이웃별 엡실론과 제타를 배경으로 델타 별의 밝기가 커지고 줄어드는 것을 5일 반마다 '스냅'한 것이다. 왕의 눈에 해당하는 델타 별의 깜빡임은 20세기 천문학의 가장 어려운 문제 중 일부를 푸는 중요한 열쇠를 제공하고 있다.


우주의 이정표 케페이드

델타 별의 변화는 1784년 존 구드리크라는 19살난 영국의 아마추어 천문학도가 발견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는 이 별을 관측하는 동안 얻은 폐렴으로 21살의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했다.

델타 별과 같은 종류의 변광성을 간단히 케페이드라고 부르며 천문가들한테는 특별히 중요한 대상이다. 케페이드는 태양과 비슷한 5천~6천도 정도의 표면 온도를 가지고 있는 초거성이다. 그러나 그 크기는 태양보다 훨씬 크며 밝기도 훨씬 더 밝다(델타별의 경우 태양보다 5천배 밝다). 따라서 이들은 그 먼거리에도 불구하고 쉽게 볼 수 있다. 델타별의 경우 1천3백광년 거리에 있다.

케페이드가 1등급 정도의 밝기 변화를 가지고 있으며 변광 주기는 1에서 70일 사이다. 지금까지 우리 은하에서 대략 1백개정도의 케페이드가 알려져 있으며(북극성도 여기에 포함) 다른 은하들에서도 역시 발견되고 있다.

케페이드가 천문가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의 실질 밝기와 변광 주기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 때문이다. 케페이드의 밝기가 밝을수록 그 변광 주기는 길어진다. 이 관계를 이용해 천문가들은 그 밝기의 변화 주기를 알아내 본래의 밝기를 밝혀낼 수 있다.

그러나 지구로부터 보여지는 이 별의 밝기는 그 거리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천문가들은 이들의 실제 밝기와 우리가 보는 밝기를 비교해서 그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따라서 케페이드들은 우주에서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

이달의 길잡이 별들

9월 하늘에 어둠이 깃들면 머리 위에는 여름철의 대삼각형이 그 우아한 모습을 자랑하며 밝게 빛난다. 봄부터 타오르던 아크투루스의 오렌지색 불꽃은 이제 북서쪽 지평선 아래로 꺼져가고 있다. 은하수의 성신들은 여름철의 대삼각형을 지나 동쪽으로 카시오페이아와 페르세우스에 이르고 있다. 페가수스 사각형은 남동쪽 높이 있고 그 아래 지평선 바로 위에서 '가을의 별' 포말하우트가 외로이 빛나고 있다. 동쪽하늘에는 알데바란을 비롯한 황소자리의 별들이 나타나 가을이 왔음을 알린다. 북극에 가장 가까운 1등성 카펠라는 북동쪽 하늘에 보이기 시작했고 북두칠성은 그 반대편에서 아래로 잠기고 있다.

이달의 행성

금성/사자자리에 있게 되는데 초순경에는 아침 여명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하순경에는 -4.3등급의 밝기로 보일 것이다.

화성/처녀자리에서 2등급으로 보인다. 중순 이후에는 저녁 황혼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목성/두번째 주 동안은 아침 여명 때문에 보이지 않으며 그 외에는 사자자리의 레굴루스 근처에서 -1.3등급으로 빛난다.

토성/염소자리에서 보이며 밝기는 0.5등급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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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이태형 총무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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