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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유전공학의 존폐론까지 비화되었던 생물적 위험(biohazard). 특히 유전자 재조합 과정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생물체는 인간에게 공포의 대상이 될수 있다.


동물실험 실험동물을 다루는 실험실에서는 인수공통전염병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머지않은 장래 인류는 반도체와 유전공학이라는 두가지 신기술에 의해 그들의 삶의 질이 결정되어 질지도 모른다. 반도체 기술이 인간의 삶을 보다 편리하고 풍요롭게 해준다면 또 하나의 첨단 기술인 유전공학은 인류의 생활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

유전공학은 생물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인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보다 새로운 특성을 갖는 생물체를 제조하는 모든 기술을 일컫는다. 이러한 개념속에는 유전자 재조합기술은 물론이고, 세포융합 기술과 고전적인 육종방법도 포함할 수 있다.

특히 유전자 재조합 기술은 1972년 데이비스(Davis R.W)가 최초로 대장균에서 제한효소를 발견한 시기를 그 기원으로 한다. 불과 20년 남짓 지난 현재 수백종의 유용생체물질들이 이들 신기술에 의해 양산, 일부는 우리의 생활속에 없어서는 안될 만큼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모든 현대 문명의 이기가 인간에게 이로움과 동시에 그에 따른 피해도 가져다주는 양면성을 가지는 것처럼 유전공학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이처럼 생물체에 의해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통상 생물적 위험(biohazard)이라고 한다. 일찌기 생명공학에 뛰어든 몇몇 선진국가에서는 특정정부기관이나 민간단체에서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제재 규정을 입법화해 놓고 있다.

그러면 현재의 생물과학 수준에서 예견되어질 수 있는 생물적위험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또한 이런 위험성에 대한 예방조치는 충분히 강구되어지고 있는가?

새로운 생물의 위협이 더 겁나

현 수준에서 예견될 수 있는 생물적 위험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 첫번째는 기존의 전염성이 강한 병원 미생물을 대상으로하여 실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다. 주로 병균을 취급하게 되는 의학 연구실에서 실험자와 방문객의 부주의에 의해 일어나는 실제적인 위험인것.

두번째는 아직까지 그 예가 보고된 적은 없지만, 근자에 와서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으로 유전공학적 방법에 의해 탄생된 새로운 생물이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경험한 적이 없는 무서운 병원균을 가지거나, 생태계를 파괴시킬만한 가공할 능력을 가질 때 예견되는 가상의 위험이다.

이 두가지 위험중 전자는 병원력(pathogenicity)이나 그 원인균(pathogen)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져 있다. 그위험성에 대해서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엄격한 물리적 규제 조치(환경으로부터 차단)와 함께, 숙련된 실험자가 매우 주의하여 다루면 별 문제가 없다. 혹 실험자의 부주의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지라도, 대부분의 경우 그 피해범위가 크게 확산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후자는 분자생물학 수준에 서는 전문가이지만, 공중보건적 측면에서는 의학적 생태학적인 지식이나 위험성 평가에는 이해력이 부족한 분자생물학자들에 의해 실험이 수행되어지므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 새롭게 탄생한 생명체가 환경에 노출된 경우 그피해를 예측할 수가 없다는 것이, 일반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대기업 연구소의 압력에 의해 규제완화돼

이런 위험성에 대한 경고는 1973년 최초로 유전자재조합이란 신기술이 발표되었을 때 제기되었다. 이 실험에 관여했던 미국내 일단의 과학자들이 미국립과학학술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회장인 필립 헨더씨에게 편지로 경고한 것을 필두로 수많은 경고가 잇따랐다.

1975년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애실모(Asilmor) 회의 센터에서 개최된 국제분자유전학회에서 공식적으로 이 문제가 다시 제기되었다. 여기서 유전자 조작실험은 규제되어야한다는 그룹과 규제 되어질 수 없다는 의견을 가진 그룹간에 격론을 벌였다. 그후 미국 과학위원회는 미국립보건원(NIH : National Institute of Health)을 조정기관으로 지정했다. 그래서 NIH내에 재조합 유전자 규제위원회(RAC : Recombinant DNA Advisory Committee)라는 상설기관이 설치하였다.

1976년 RAC는 첫번째 규제조치로 실험 종류에 따른 위험성을 분류한 유전자 재조합 연구 지침서(NIH Recombinant DNA guide line)를 발표했다. 이 책에는 실험금지 대상과 실험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실험장비, 설비 기준 및 재조합 DNA에 사용되는 숙주생물까지 규제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조치는 발표된 직후부터 논란의 대상이 됐다. 실험결과들이 축적됨에 따라, 과연 이 결정이 정당한 것이었나 하는데 대한 반대의견들이 제시되기 시작한 것이다.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NIH지침서는 거의 법적 구속력이 없을 만큼 완화되었다. 실상에 맞게 개정을 거듭한 것. 단지 NIH와 다른 정부기관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연구에 한해 이들 지침이 적용될 뿐이다. 물론 이런 결과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알렉산더(Alexander)와 리치(Rich)교수의 말처럼, 지금까지 수백만 종류의 DNA 재조합 실험이 수행되었지만, 우려했던 위험이 단 한건도 보고된적이 없었다는데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이유가 숨겨져 있다.

상품가치가 높은 생물제품들을 연구하는데, 다른 경쟁국가(유럽 공동체나 일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제약을 받게되는 미국내 대기업 연구소들의 압력에 의해 NIH지침서의 구속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즉 사전규제 성격이 강한 RAC 권한이 사후 관리 기능을 가진 미 식품의약국(FDA ; The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이나 환경보호청(EPA ;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으로 이관되게 된 것에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 참고로 현재 미국의 NIH에서 권장하고 있는 안전수칙에 관한 지침을 보면 다음 표1과 같다.


(표1) 미국 국립보건원 권장 안전수칙


이들 수칙은 실험대상 숙주를 기준으로한 생물적 규제요강과 실험 설비 기준으로 한 물리적 규제요강으로 나누어 표기하고 있다. 또 위험도에 따라 기준등급을 명시하고 있다.

낯선 생명체가 기존의 생태계를 깨뜨릴까?

그러면 정말 유전자 재조합 기술에 의한 생물적 위험은 무시되어도 좋을 만큼 안전한가?

이문제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생명체를 위험한 생물로 인정하는데 필요한 조건을 알아야 한다. 또 모든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조사함으로써 사실 여부를 판단할수 있다.

코넬 대학의 마틴 알렉산더(Martin Alexander)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5가지 독립적 요인을 제시하였다. 그래서 이들 조건이 모두 타탕한 것으로 확인될 때 위험한 생물로 간주하였다. 마틴 알렉산더의 5가지 조건은 아래와 같다.

(1) 새 환경으로 유출되어 질 수 있는가?
(2) 유출된 생명체가 바깥 환경에서 생존하고 증식할 수 있는가?
(3) 영향력을 미치는 지역으로 이동될 수 있는가?
(4) 이들 생명체에 의해 일어날 수 있는 직접적인 영향은 어떤 종류인가?
(5) 다른 생명체들과 유전자 교환 가능성이 있는가?

위의 조건중 (1)~(3)번항은 NIH지침에 의해 그 위험성을 배제할 수 있다. 또 실험자의 부주의나 사고에 의해 (1)번 조건이 충족될 경우에도 큰 문제는 없다. 현재 유전공학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숙주생물들은 유전적 변이를 통해 실험조건이외의 외부환경에서 적응능력이 상실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설혹 재조합 유전자를 가진 생명체가 환경내에서 충분한 생존능력을 획득하였다 할지라도 (4)번 항의 질문에서처럼 우려할 만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쪽에 가깝다.

자연 생태계에서 오랜 세월동안 진화를 거쳐 일정한 장소에 서식하게 된 동물·식물및 미생물들은 어느 한 종류의 생명체가 지나친 우세를 이룰 수 없도록 서로 견제하고 감시하는 속에서 평형상태를 이루어 왔다. 때문에 낯선 생명체가 갑자기 이들 평형을 깨뜨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생태학자들은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그 반대의 예를 들어, 오히려 더욱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극성을 부렸던 집시나방,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와 크게 번졌던 흰불나방 등이 그 좋은 예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적인 차이일뿐 결국 이들도 어느 수준에 이르러 평형을 이루게 된다.

또한 일반인들이 가장 염려하는 유전자재조합에 의한 새로운 병원체의 출현 가능성도 사실은 희박하다. 병원체의 병원성은 하나의 특정 유전자에 의해 결정 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병원체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유전자와 함께 숙주와의 관계에 의해 결정 되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태계내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은 유성, 무성생식을 통해 유전자를 교환할 수 있으므로 마틴이 말한 5번째 조건은 매우 염려스럽다.

가상의 위험에 대비해야 무환(無患)

유전자 재조합기술에 의해 생장을 억제하는 자연환경에 대한 저항성을 획득한 생명체가 획득형질을 인류에게 유해한 생명체에 전달할 가능성은 이론적으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허나 불행하게도 이러한 변화는 수년 혹은 수십년이 지난 후에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장기간동안 감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이 따른다 할지라도 인류가 얻을 수 있는 이익과 비교할 때, 그 위험성은 상당히 불확실한 것이기 때문에 결코 생명공학에 대한 연구는 포기되어질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비록 유전자 재조합 기술에 의한 생물적 위험이 현상태에서는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안전하다 할지라도 이에 대한 대비는 게을리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들의 과학기술수준으로 예견할 수는 없지만 존재할 수 있는 가상의 위험에 대해 깨어있어야 뜻밖의 화를 면할 수 있다는 말이다.

기존의 병원체에 의한 위험은 물론, 유전자 재조합에 의해 일어날 수 있는 가상의 생물적 위험을 재제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규제지침과 함께 교육적인 훈련이 효과적일 것이다. 즉 실험자가 이러한 위험을 인식하도록 유도하고 대학생물교육에 있어서도 평형을 유지해야 한다. 분자생물에 대한 지나친 편향교육에 치우쳐 간과하기 쉬운 고전적인 기초 실험기술의 습득을 강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1988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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