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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교, 케이블 부식에 주의해야

새로운 교량설계에 대한 이견

전통적 교량인 현수교(suspension bridge)를 거의 전부 대체하면서 대형교량의 신기원을 이룩했던 혁신적인 설계법에 대해 안정성 문제가 제기돼 화제가 되고 있다.

사장교(斜張橋, cable-stayed bridge)로 알려진 이 교량에 대해 국제적으로 조사를 벌여왔던 두명의 조사자가, 도로판을 지탱하는 케이블에서 심각한 부식현상을 발견한 것. 이들은 최근에 개최된 교량 안정성에 관한 세미나에서 교량에 암세포가 자라고 있다고 표현했다.
 

사장교 모델
 

사장교가 탄생한 독일의 경우 4년에서 10년밖에 안된 교량의 주케이블에서 심각한 부식현상이 발생하여 최소한 몇십년은 안전할 것으로 여겨졌던 교량들이 부식된 케이블의 보수, 교체작업으로 폐쇄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사장교의 필요성은, 세계 각국이 정기적인 보수 정비를 제때에 하지 못해 수명이 줄어든 현수교를, 많은 돈을 들여 대폭 수리하거나 교체해야 하는 어려운 시점에서 생겨났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교량 중, 약 2백여개 이상, 특히 최근 20년간 세계 각 지역에서 건설된 대규모 교량의 대부분이 이 사장교 설계를 채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미 완성된 남해의 돌산교, 진도의 연육교가 사장교이며, 현재 완공단계에 있는 올림픽대교(풍납대교)와 앞으로 설치될 서강대교 등이 사장교이다.

현수교는 교각탑 사이에 아크형으로 매달려 있는 거대한 주케이블에 수직으로 붙어있는 수직케이블이 도로판을 지탱하도록 한 방식. 반면에 교각탑에서 부채꼴 모양의 케이블을 바로 아래로 내려 도로판을 지지하는 방식이 사장교이다.

이 새로운 설계법은 비용도 적게 들뿐 아니라 미관도 수려하다. 2차세계대전 중 폭격에 의해 파괴된 라인강의 주요 횡단교량을 대체하기 위해 사장교가 채택되기 시작했는데, 이때 독일은 받쳐야 할 스팬(span : 徑間 교각과 교각 사이 혹은 교대와 교각사이의 바닥판)의 길이가 7백~2천피트 되는 곳이면 예외없이 모두 사장교로 건설하였다.

사장교의 안정성에 이의를 제기한 두 조사자 ,'슈트어드 왓슨'과 '데이비드 스태포드'씨는 미국 토목공학회의 학술지에서 "세계 사장교의 대부분은 케이블의 부식으로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다양한 부식방지공법이 채택되어야 하며 그 비용은 예상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일의 저명한 교량설계가, '울리히 핀스테르발터'씨도 두사람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그는 사장교의 특수한 구조로 인해 케이블에 과도한 진동이 발생하며, 이것이 금속재료의 피로도를 가중시키기 때문에 케이블은 수분이나 오염공기에 의한 부식에 아주 약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핀스테르 발터박사는 "사장교의 수명은 예상만큼 길지 않으며 그대로 방치할 경우 심각하다. 문제는 설계자들이 이 문제에 관해 아는 바가 별로 없다는 점이며, 이 구조물이 훌륭하다고만 믿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별문제 없다는 주장도
 

현수교 모델
 

미국의 교량설계전문가들은 왓슨씨를 비롯한 몇몇 비판적 인사들이 문제를 너무 확대 과장하여 불필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들에 의하며, 1971년 이래 미국에서 건설된 교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 사장교에는 부식방지를 위한 선진공법이 채용되었기 때문에 문제보다는 장점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사장교를 직접 설계 시공해온 회사에서는 '웃기는 얘기'로 일축하고 두 조사자가 교량의 안전도를 평가할 공인자격을 갖지 못했다고 비난함과 동시에 부식방지시스팀을 팔아먹으려는 속셈이라고 몰아부치고 있다.

이에 대해 왓슨씨는 "우리는 아무 것도 팔지 않으며 상태를 과장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두 조사자는 특히 서독과 프랑스에서 강선이 부식되는 심각한 사례를 증거로 제시했다. 예를들어 1981년 건설된 함부르크의 '콜브란트 에스튜어리'대교의 경우, 부식현상이 우연히 발견된 이 후 3년만에 케이블을 전부 교체시켜야 했다. 또 최근 만하임에서 라인강을 횡단하는 '쿠르트슈마허'대교를 조사한 결과, 부식방지시스팀 내에 무려 2천5백여 군데의 균열이 생겼음이 드러났다. 건설된지 7년 밖에 안된 이 교량은 다시 엄청난 비용을 들여 완전히 보수해야만 하는 상태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미국내의 사장교에는 유럽에서와 같은 심각한 문제가 없다고 설계자들은 말한다. 미국 정부에서는 사장교를 건설할때, 전체구조를 위협하지 않으면서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각각의 케이블을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하나 또는 몇 개의 케이블이 끊어지더라도 교량이 붕괴되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위험을 줄여보자는 것이고 또 다른 의미로는 보수·수리에 드는 비용을 낮추자는 것이다.

부식방지시스팀은 다양한데, 가장 최근의 사장교에 채택된 것은 먼저 케이블을 시멘트 그라우팅(grouting : 시멘트를 풀처럼 개어 싸바르는 것)하고 이것을 폴리에틸렌 플래스틱 파이프로 완전히 봉하는 방법이다. 또 때때로 이 파이프를 다시 테이프로 둘러싸기도 한다.

왓슨씨와 스태포드씨의 조사에 따르면 거의 모든 교량, 심지어 최근에 완공된 미국내 사장교에까지도 보호파이프가 깨지고 테이프가 닳아 있는 사례가 발견되었다. 그들은 케이블이 부식되고 있는지 어떤지는 케이블이 봉해져 있기 때문에 확실히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부식이 발생하는 화학적인 과정은 물리적 과정, 즉 금속이 약화되는 '퍼티그'현상과 밀접히 관련된다. 이것은 금속재료가 응력을 반복해서 계속 받을 경우 재료의 피로도가 증가하여 약화되는 과정이다. 그러나 아직 이 두 과정의 관련성은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퍼티그를 나타내는 요소의 하나는 금속내에 미세한 금이 점차 성장하는 것. 이 금이 커지고 다른 금과 합쳐져 눈에 보일만큼 커지게 되면, 이 곳에 수분이나 염분 혹은 다른 화학제의 작용으로 부식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두가지 하중

공학자들은 케이블에 걸리는 동력학적인 힘들을 컴퓨터로 계산하고 있는데, 이때 두가지 종류의 하중이 고려된다.

먼저 사하중(dead load)이라 표현되는 구조물 자체가 지니는 무게와 활(活)하중으로 분류되는 교통수단, 바람, 비나 눈, 진동 등 시간에 따른 가변적인 힘이 그것이다. 특이 이 중에서 진동은 현대 사장교에서 제기되는 중요문제로서 공학자들은 이 진동을 감소시키기 위해 케이블에 부착하는 특수장치를 개발해왔다.

왓슨씨와 스태포드씨에 따르면 사장교의 케이블은 과도한 활하중때문에 이완되고, 이것이 그들이 관찰한 놀라운 부식현상을 일으키는 주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워싱턴 소재 미국 과학아카데미의 한 분과인 교통연구부에서는 사장교에 사용되는 케이블의 필요강도를 계산하는 지침을 제공하기 위해서 일련의 연구를 진행시킨 바 있다. 이 연구의 책임자는 사장교에 대한 비판을 '부질없는 걱정'이라고 지적하고 일반적으로 이 설계법은 안전한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현재 어떤 일관된 기준도 마련되어 있지 못하며 특히 금속퍼티그의 결과를 예측할 때 더욱 그러하다고 말한다. "현재 세계의 어떤 설계지침서에도 사장교에 쓰여지는 케이블의 크기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설계자에게 도움을 줄만한 설계법을 담고 있지는 못하다. 교량설계자들의 지침서에는 커다란 구멍이 나 있는 것이다. 퍼티그는 반드시 설명되어야 하는 문제임에도 이 순간 세계 어느 지침서도 이 문제에 대해 설계자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1988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뉴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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