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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쌤의 수학공부법] 슬로우 수학, 도전해볼까요?

독자 여러분은 햄버거 좋아하시나요? 햄버거뿐만 아니라 요즘은 거리마다 패스트푸드가 넘쳐 흐르죠. 2004년 미국에서 개봉한 ‘슈퍼 사이즈 미’는 감독이 30일 동안 햄버거만 먹으면서 일어나는 몸의 변화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감독은 결국 비만을 포함해 몸의 온갖 군데에 탈이 났죠. 그런데 수학에도 이런 패스트푸드가 있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조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고 입맛을 돋우기 위해 소금과 지방을 많이 넣은 패스트푸드는 수학 공식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준비된 공식에 숫자만 대입하면 편리하게 답을 내주는 수학은 언뜻 보면 매우 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편의성에 빠져 공식을 단순히 외워서 사용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슬로우 푸드처럼 수학을 요리하는 법


빠른 시간 안에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는 공식은 매우 편리하고 좋은 도구임에는 틀림 없지만, 공식만 외워 수학 문제를 푼다면 우리는 햄버거만 오랫동안 먹은 감독처럼 ‘수학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죠. n각형의 대각선 개수를 구하는 공식은 입니다. 이 공식을 암기해서 사용하는 사람은 대각선의 개수는 구할 수 있지만, n각형의 한 꼭짓점에서 그을 수 있는 대각선의 개수가 n-3이라는 것과 내각의 크기를 모두 합친 값이 180°×(n-2)라는 것을 또다시 암기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계속 먹어도 허전함이 채워지지 않는 영양가 없는 햄버거처럼 의미 없는 공식을 자꾸 외워서 해결해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슬로우 푸드’를 요리하듯 대각선을 직접 그어 보면 어떨까요? 막상 그려보면 너무 당연해서 그 원리를 이해하고 일반화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정답을 맞히는 게 목표인데 왜 긴 시간을 들여 개념을 이해해야 할까요?


알다시피 인간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고 수학은 한 가지 원리로도 수많은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과목입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핵심원리를 머릿속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다면 편리하지 않을까요? 다각형의 대각선 개수나 내각의 합 모두 다각형을 삼각형으로 나눠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공식을 유추해낼 수 있는 강력한 힌트가 되죠. 즉 ‘모든 다각형은 삼각형으로 쪼갤 수 있다’는 사실이 바로 핵심원리입니다.


우리의 뇌는 경험한 것을 더 잘 기억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귀찮고 힘들게 여겨져도 공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경험하면 수학 문제를 풀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낯선 문제를 만났을 때 용감하려면


개념을 이해하면 생소한 문제를 만났을 때 도전할 수 있는 용기도 생깁니다. 원리를 전혀 모르고 공식만 암기하면 숫자만 대입할 수 있지만, 공식이 생겨난 과정을 경험하면 그 과정의 일부분이 또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재료가 됩니다. 준비한 재료가 많으면 훌륭한 요리를 만들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수학 개념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낯선 문제를 만났을 때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죠.


우리가 살을 찌우기 위해 음식을 먹는 게 아니듯 문제를 많이 풀기 위해 수학 공부를 하는 게 아닙니다. 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건 문제에 익숙해지기 위한 것이죠. 수학을 잘하려면 공식으로 손쉽게 정답이 나오는 문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남들이 생소해 하는 낯선 문제를 풀 줄 알아야죠. 


여러분이 진정한 실력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수학의 좋은 재료인 수학 개념을 철저히 이해하고 쌓아나가야 합니다. 

 

 

오선영 교사는 20년 차 수학 교사이자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로, 현재 파주 율곡중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블로그 ‘자기주도력발전소(blog.naver.com/sunyoh)’를 운영하며, 중학생의 수학 학습법과 고등학교 진학에 대한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고 있다. 

 

※ 편집자 주 
수학을 잘하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학생, 수학 점수를 좀 더 올리고 싶은 학생 모두에게 필요한 수학 학습의 ‘꿀팁’을 연재합니다. 여러분에게 많은 도움이 되길 바라요!

 

 

독자모델

김범준(태랑중2), 김시윤(삼육중1), 김규언(망월초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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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3월 수학동아 정보

  • 오선영(율곡중학교 수학 교사)
  • 진행

    최지원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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