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10대의 스트레스

'울고 싶어라'라는 노래가 그들사이에 널리 불려지고 있다. 왜 그들은 방황하고, 슬퍼하고, 좌절할까?

최근 연일 보고되고 있는 청소년들의 자살, 가출, 그리고 비행에 관련된 기사를 대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물론 그런 청소년들이 아직 일부에 지나지 않겠지만 최근 점차 증가추세를 보이는 것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이 많은 갈등과 부담속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된다.

청소년기는 신체적, 심리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통하여 어린이에서 성인기로 가는 전환기로 인간발달의 중간구역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급격한 변화로 인해 다소의 정서적 혼란을 겪게 된다. 신체적, 인지(認知)적 발달의 촉진과 급격히 변화되는 부모의 기대와 사회적 요구에 직면하게 되며 그 결과 상당한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청소년기는 장차 부모와 가정으로부터 정신적, 경제적 독립을 이루기 위해서 정신적으로 성숙해져야 되는 시기다. 아울러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결정, 그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시기이다. 뿐만 아니라 성적인 성숙으로 인해서 이성(異性)문제가 대두되므로 그에 수반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 인생과 사회적 역할과 관련된 철학적 사고 및 자기주체성을 확립해야 된다.

그때문에 청소년들은 여러가지 갈등과 부담을 갖게 된다. 청소년들이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성숙한 성인이 되려면 우선 자기 스스로의 결심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부모나 학교선생님, 친척, 사회단체 지도자들, 그리고 다른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중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입시위주의 교육풍토가 조성되어 있기때문에 청손년기에 풀어내야 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 왜냐하면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공부만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인격적으로 미숙하고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며, 공부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더욱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이다

내가 왜 사나

필자가 임상에서 만나는 청소년환자들의 발병동기도 대부분 공부와 관계되어 있다. 중앙대 이길홍교수의 연구논문을 보아도 이는 극명하게 들어난다. 정신과에 입원한 청소년 정신장애자들의 발병 요인중 학교에서 파생된 문제, 특히 성적부진 및 진학문제로 인한 경우가 47.2%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와같이 우리의 청소년들은 마땅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직면하여 충분히 해결할 수 없을 뿐만아니라 치열한 입시경쟁으로 인해서 과중한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도시락을 2개씩 싸들고 학교로 가고 밤늦게 돌아와서는 쉴사이도 없이 또 도서관이나 독서실로 가야된다. 쉴 수 있는 시간은 그나마 몇시간 안되는 잠자는 시간 뿐이다. 그러나 잠자는 시간도 편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악몽에나 시달리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시험시간은 다 되었는데 답을 몰라 쩔쩔 매는 꿈을 꾸기가 일쑤다.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친구도 친구가 아니라 경쟁대상일 뿐이다. 놀고 싶어도 다른 친구들이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불안해서 놀 수도 없다. 영화도 보고 싶고, 운동도 하고 싶고, 이성과 교제도 해보고 싶지만 참을 수밖에 없다. 장래에 먹고 살기 위해서는 대학이라도 나와야 된다는 부모님의 말씀이 항상 뇌리를 스치기 때문이다.

공부가 되건, 안되건 간에 책을 들고 책상에 앉아 있어야만 마음이 놓인다. 어쩌다 TV롤 보거나 문학소설이라도 읽고 있으면 부모님들은 난리가 난다.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는 "야, 이놈아! 지금이 어떤 때인데 그러고 있니? 정신차려라! 문학소설이 밥먹여 주니? 그렇게 놀다간 대학도 못가. 요즘 세상 대학이라도 안나오면 굶어 죽는단 말이야!"하며 호통을 치는 때가 많다.

이런 말 듣고 서운한 표정을 보이면 "이것이 다 너를 위해서 하는 소리야, 고맙게 생각해"하시며 야단치는데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꼭 자기를 위해서만 하는말 같지는 않다. 내 문제 때문에 왜 저렇게들 답답해 할까? 한편으로는 나를 위해서 그런 말씀하신 다고 생각도 해보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도 든다. 부모님이나 담임선생님의 만족을 위해서 내가 희생당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어떤 때에는 다 때려치우고 시골로 내려가서 농사나 짓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단 하루라도 좋으니 어른들의 간섭과 공부로부터 해방이 되어 마음껏 놀아보고도 싶다. 그러나 마음뿐이지 그렇게도 못한다. 큰 맘먹고 옆길로 빠져서 놀다 보면 해방감에서 시원하기도 하지만 한편은 불안하다. 집에 가서 뭐라고 변명하나? 다른 친구들은 공부하고 있을텐데…. 놀아도 노는 것이 아니다. 집에 올 때는 "내가 왜 사나?'하는 의문이 생긴다. 마치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 부모님이나 선생님을 위해서 사는 것처럼 느껴지고 발걸음도 무거워진다.

장차 먹고 살기 위해서는 대학을 가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억제하고 공부만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억지로 하는 공부가 잘될 리 없다. 시험을 못본 날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찡그린 얼굴 모습이 떠오른다. 밥 맛도 없고 울고 싶을 때도 많다. 그래서 이남이의 '울고 싶어라'가 오늘날 크게 히트하는가보다.

이것이 대다수의 청소년학생들의 심정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심리를 나타낸 사진.


당연히 할 일은 저항없이 해야

우리의 10대청소년들이 이런 스트레스속에서 살게 된 것은 경쟁이 치열해진 탓도 있지만 어른들의 책임도 크다. 앞으로 더 향상된 문교정책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시정되어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어른만 원망하고 있을 수도 없다. 10대청소년들은 오늘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에 대처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트레스의 의미에 대해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심리학적 영역에서는 이것을 '한 사람이 감당해 낼 수 있는 능력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조건'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 처하게 될 경우 누구나 심리적, 생리적 변화를 겪게 된다. 이중 심리적 변화를 '심리적 스트레스'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러한 스트레스에 처했을 때 개대는 그 상황으로부터 도망을 감으로써 벗어나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피할 수 없을 때는 스트레스가 만성적으로 지속될 경우에는 식욕부진, 피로, 두통 그리고 능률저하 등을 초해하고 심한 경우에는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스트레스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를 느끼는 정도는 그 사람의 성격이나 사고방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나에게 닥쳐온 일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자세를 가진 사람들은 일이 힘들더라더로 끝내는 해결할 수 있다. 뿐만아니라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며 그만큼 자기발전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하기 싫은 일을 마지못해서 수동적으로 하기 때문에 능률도 오르지 않는다. 또 도중에 포기하기 쉽고, 혹시 일을 끝내더라도 결과가 좋지 못하다. 이런 사람들은 동일한 일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 보다도 몇배의 스트레스를 느끼게 된다. 그 결과 더 큰 갈등과 괴로움을 겪게 됨은 물론이다.

이런 마음 자세는 어릴 적부터 자율적으로 살지 못하고 부모님이나 주위사람들의 강요에 의해서 인생을 살아 왔기때문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몸과 마음이 젖은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원래의 자기 맘이 아니다. 강요에 대한 저항감 때문에 생긴 가짜 마음이다.

이런 사람들은 우선 자기가 당연히 해야할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해야 한다. 또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라면 저항감을 분리시켜야 한다. 그리고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일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의 잔소리가 줄어들 것이고 스트레스도 그만큼 작아질 것이다. 그런 노력을 하는 틈틈이 시간을 내어 휴식을 취하고 자기의 인생을 설계한다면 먼훗날 즐겁고 보람되고 밝은 삶을 얻을 것이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해야 된다는 말이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88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재광 교수

🎓️ 진로 추천

  • 심리학
  • 교육학
  • 사회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