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이색동·식물과 민속자료를 한눈에 제두도 민속자연박물관

제주도는 화산활동으로 인해 생겨난 섬으로서 그 자연환경이 독특하다. 화산폭발의 흔적을 보여주는 여러가지 지질학적 현상들을 비롯, 서식하고 있는 각종 동식물들이 육지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며, 여기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풍습도 마찬가지로 이색적이다.

이처럼 육지와는 다른 제주도의 자연환경과 동식물 그리고 민속을 체계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곳이 바로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이다. 제주시의 유서깊은 삼성혈(三姓穴) 부근에 자리잡고 있는 민속자연사박물관은 약 1만평이 조금 못되는 넓은 부지위에 1천6백여평의 규모로 1984년개관, 교육적인 효과와 함께 관광명소로서도 유명하다.

|진기한 해양생물들

자연사박물관의 1층 로비에는 커다란 해양생물이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길이 8.8m에 체중 4천5백kg이나 되는 돌묵상어와 6.5m에 4천kg인 고래상어가 그것. 돌묵상어는 최대 15m까지, 그리고 고래상어는 20m까지 자란다고 하는데, 이것들은 제주도 근해에서 잡힌 것을 기증받은 것이다.

이들과 함께 대형의 가오리도 1층 로비에 전시돼 있다. 대왕쥐가오리는 삼각형 모양인데 폭이 몸길이보다 길다. 몸길이 3.8m에 체중이 1천kg으로 주로 고등어 오징어 등을 먹고 산다. 바로 옆에 전시된 꽁지가오리도 이상스런 모양이 관람객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자연사전시실로 들어서면 관람객들로 하여금 먼저 제주도의 자연환경을 이해하기 쉽게 제주도의 형성과정과 지질암석의 분포 등을 입체적으로 전시해 놓았다. 화산폭발로 제주도가 형성되는 과정을 상상도로 그려 놓았는가하면, 제주도 지질분포모형을 만들어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했다.

지질분포모형은 16개의 각기 다른 지질의 색깔에 따라 입체적으로 표시돼 있다. 또 이 모형에는 성산일출봉이나 산굼부리분화구 등 12개 특수지역이 사진과 함께 설명되고 있는데, 버튼을 누르면 모형도는 해당부분에 불이 켜져 지질상태를 알아볼 수 있다.

제주도의 각종 모래와 토양도 한곳에 모아놓았다. 제주도 연안의 모래는 대부분 조개가 부서진 패사와 하천 및 바다에서 파식된 현무암질의 모래도 퇴적되어 있다. 토양은 75%가 화산회.

한편, 화산폭발이 남긴 흥미로운 지질학적 자료가 박물관 입구에 야외전시되고 있다. 용암수형석은 용암이 분출할 때 주위에 있는 수목을 감싼 후 굳어지면서 수목은 높은 열에 의해 연소돼 버리고 그 자리에 나무껍질이나 나뭇결 등이 남아 있는 암석, 화산탄은 화산이 폭발할 때 화구에서 치솟아 올라간 용암이 공중에서 회전하면서 떨어져 방추형(紡錐形) 또는 접시모양 등의 형태로 된 것이다.

자연사전시실의 지질코너에서 제주도가 어떤 섬인가를 알아본 관람객들은 곧이어 신기한 해양 생물들과 만나게 된다.

제주도는 기후적으로 온대와 아열대에 위치, 서해와 동해에서 유입하는 한류와 대만난류가 교차되고 있어 조경어장(潮境漁場)을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제주도 연근해에는 각종 어패류와 해조류 산호류 등이 7, 8백종이나 될만큼 다양하다는 것.

전시물중 중요한 것은 참돔 돌돔 옥돔 자바리 등 고급어종과 철갑상어 수염상어 백새치 등 휘귀어종 및 산호 갑각류인데, 생태별로 파도조명을 곁들어 전시하고 있다.

백새치는 길이 2.45m에 체중 1백20kg의 것으로서 몸은 길게 빠지고 빛깔은 유백색(乳白色)이다. 앞으로 뾰족 튀어나온 주둥이는 자기보다 더 큰 적과 싸우는데 사용하며 주로 오징어 문어 낙지 등을 먹고 산다. 관광객들에게 인기있는 자바리는 물살이 거센 곳에서 서식하고, 옥돔은 깊은 바다의 뻘밭에서 서식하는데 모두 맛이 좋은 어종으로 유명하다.

해조류로는 감태와 우뭇가사리가 대표적이다. 제주도 연안에서 많이 생산되는 감태는 알긴산 원료로 가공돼 각종 화공품의 원료로 공급되고 있고, 우뭇가사리 역시 한천의 원료로 사용되며 화공품으로도 쓰인다.

갑각류중에는 붉은색 바탕에 몸이 크고 살이 많으며 맛이 좋아 고급식품으로 호평받고 있는 닭새우가 인상적이다. 성산포와 서귀포 한림 등지에서 어획되고 있다.

이밖에 전시된 해양생물중에는 고래류중에서 가장 작은 종인 1.5~1.8m 크기의 쇠물돼지와, 붉은색 바탕에 다른 오징어 보다 몸이 매우 크며 육질이 두껍고 맛이 좋은 75cm 가량의 왕오징어가 특기할만 하다.


왕오징어^다른 오징어 보다 크며 육질이 두껍고 맛도 좋은 희귀종


|조류는 풍부, 포유류는 빈약

다음은 식물을 살펴보자, 제주도에 자라는 관속식물은 1천8백여종으로 한반도의 자생식물 4천여종에 비하면 대단히 많은 종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시되고 있는 식물은 약 3백종으로 식물수직분표도를 비롯하여 고사리류 단자엽식물 쌍자엽식물 특산식물 등의 건조표본과 목재의 샘플 및 종자의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제주도식물의 수직분포도는 바닷가와 저지대의 난대식물로부터 온대식물 한대식물이 어떻게 분포돼 있는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해 준다. 특히 한라산은 단순고립봉(單純高立峰)이기 때문에 식물분포대가 뚜렷이 구분되어 식물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제주도식물의 대표적인 것중의 하나가 한란. 한라산 남쪽 상록 수림지대에서 자라며 난과에 속하는 상록다년초로서 반음지성식물이다. 종(種) 자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한란은 잎이 선형(線形)이고 길이는 20~70cm로 꽂은 10~12월에 핀다. 연한 황록색 또는 홍자색 등의 변화가 있으며 향기가 뛰어나다.

곤충전시실에는 벌 나비 메뚜기 딱정벌레 매미 등의 표본을 전시하고 있는데, 특히 곤충의 생태디오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곤충디오라마는 특히 학생들에게 곤충의 서식환경과 생태를 이해할 수 있게 실제의 상황을 연출해놓은 것, 또 곤충의 울음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청취시설도 갖추어 곤충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도록 하고 있다.

제주도 곤충은 1985년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학술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지금까지 조사된 종을 포함하여 1백94과 1천6백1종으로 발표됐으나, 부분적으로 조사된 것을 합하면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은 조류와 포유류의 전시실. 제주도는 지리적으로나 기후적으로 철새들이 머물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반면, 수차에 걸친 화산활동으로 인해 포유류는 매우 빈약하고 맹수류는 서식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까지 발표된 조류는 48과2백36종. 황새 검은목흰따오기 흰꼬리수리 검독수리 등이 종종 날아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박제된 것들 중 사다새는 유럽 동남부 중국 몽고에서 번식하고 인도 이집트에서 월동하는 것으로서 1978년 길을 잃고 가파도에 날아와 죽은 것을 채집한 것이다. 또 천연기념물이며 희귀한 여름새의 팔색조도 전시돼있다. 팰색조는 한라산의 남쪽 기슭과 거제도 진도 등에서 번식하며 인도지나 보르네오 등지에서 월동한다.


제주도식물의 수직분포도^바닷가와 저지대의 난대식물로부터 온대식물, 한대식물에 이르기까지 모두 분포돼있다.


|자연환경에서 비롯된 민속

자연사전시실을 지나면 민속전시실로 연결된다. 이곳에는 제주도 특유의 의식주생활 및 풍습 그리고 제주인의 일생을 알아볼 수 있는 각종 전시물들이 고증을 거쳐 전시되고 있다.

전통적인 제주도의 민가는 거의 초가였으며, 건물의 외벽은 주위에 흔한 현무암으로 쌓아 보온과 외풍을 방지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지붕을 띠(芽)로 엮은 후 굵은 줄로 이용하여 격자로 얽어 강풍에 견딜 수 있게 한점이 특색이다.

식생활 역시 제주의 자연풍토에 크게 영향받고 있다. 교통이 불편해 다른 지방과 교류가 적었던 까닭에 식료(食料)를 지급하여 음식을 만들었다는 것, 조리법이 간단하고 반찬에 양념을 많이 넣지 않는 게 특징. 논이 경지면적의 0.5%에 불과해 밭에서는 산디(陸稻) 조 보리 콩 등의 잡곡에 의존한 점이 눈에 띄고 해산물을 이용한 죽이나 국, 회 등의 종류가 다양한 것도 자연조건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보인다.

제주인의 생활사와 관련해 볼만한 전시물로는 테우를 들 수 있다. 테우는 통나무 9~10개를 엮은 원시형의 부선(浮船)으로 재료는 구상나무나 삼나무 등 한라산일대에서 구하기 쉬운 것으로 충당했다.

이 배는 돛을 달지 않고 노를 저으며 근해어장에서 자리돔을 잡거나 해조류를 캐는데 이용했다.

|운영체제에 문제점 생겨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이 설립된 것은 1984년 5월, "제주도라는 독특한 환경과 여기서 서식하는 동식물 및 특색있는 민속을 널리 알려 관광자원으로 활요함은 물론, 교육적인 효과를 고려해 박물관을 설립한 것"이라고 김윤기관장을 말하고 있다.

현재 확보하고 있는 전시물은 총 1만6천여점에 달하나 4천여점만 상설전시하고 나머지는 연간 4차례의 특별전시를 통해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 금년도의 특별전시계획을 보면 '제주도의 출토유물전시' '곤충전시' '제주연근해해조류전시'  '제주야생란전시' 등이 순서대로 매분기마다 계속될 예정, 또 전시시설 이외에도 '신비의 섬 탐라'라는 영화가 매일 4회 상영되고 있어 제주도의 자연과 생태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돕고 있다.

한편 박물관에서는 전시업무뿐아니라 연구활동도 수행하고 있다. 고고민속과 동물, 식물·광물, 해양생물 등 4개 분야에 총 9명의 연구원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전시대상물을 수집·분류·연구하고 있는데, 그 결과가 특별전시의 형식으로 나타난다는 것, 식물만 해도 제주산 식물의 20%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연구·수집활동이 더욱 강화돼야 할 것 같다.

개관한지 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모두 3백여만명의 관람객이 이곳을 찾았다는 기록을 세운것도 특기할만 하다. 1일평균 약2천8백명이 입장한 셈인데 연간 15% 정도의 관람객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월별로는 봄철인 4~5월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박물관 직원들에 의하면 전시물들을 둘러본 관람객들은 한결같이 "안보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

이처럼 훌륭한 전시물을 갖추고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는 자연사박물관은 최근 운영되고 있는 자연사박물관은 최근 운영체제가 개편돼 물의를 빚고 있다. 즉 금년 2월 도내에 문화진흥원이 발족되면서 문예부와 민속부를 두었는데, 자연사박물관을 민속부에 흡수해버린 것이다. 따라서 자연사박물관은 독자성이 없어지고 인사·예산 등이 문화진흥원에 종속돼 비능률적인 운영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자체수입만으로도 운영이 잘되던 박물관을 일개 부서에 종속시킴으로써 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며 기능과 성질이 전혀 다른 자연과학분야를 문화진흥원에 포함시킨 것은 현실을 무시한 관료적 발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뭏든 모처럼 호평을 받은 국내유일의 자연사박물관(대학에 설치된 것을 제외한)이 더욱 알찬 박물관으로 발전해갈 수 있는 쪽으로 해결이 돼야 할 듯하다. 개관시간은 평일 9~18시, 하절기 9~19시, 휴관일은 신정, 민속일 추석이며 입장요금은 어른이 5백50원, 어린이 2백70원이며 단체는 할인도 된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88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전민조 기자
  • 황의봉 기자

🎓️ 진로 추천

  • 지구과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 문화인류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