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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년전 원시숨결 '쇼베동굴예술'의 신비

알타미라 벽화 압도-동물그림 300여점 보존상태 완벽

지난해 말 프랑스 남부에서 발견된 2만년 전 동굴은 현대의 화랑을 방불케 했다. 살아있는 듯 역동성이 넘치는 동물들의 벽화가 무려 3백여점이나 있었다.
 

서유럽의 지도


서유럽에서 가장 풍부하고 아름다운 선사시대 동굴 예술작품들이 지난 해 12월 24일 남프랑스의 한 동굴에서 발견됐다. 3백여점의 그림과 벽에 새겨진 조각들로 가득찬 이 동굴은 프랑스 아르데슈 지방의 협곡지대 콤브 다르크(Combe d'Ark)에 있었다. 동굴속 작품들은 대략 지금으로부터 1만 8천년에서 2만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었다.

역사학자들은 이 발견이 매우 특별한 것이라 말한다. 벽에 그려진 동물의 종류나 작품수도 엄청나지만, 네개의 주 동굴과 이어져 있는 좀 작은 또 하나의 동굴의 크기, 그리고 동굴 사용자가 이 동굴이 발견되지 않도록 감추어놓은 조심성 등에서도 그러하다는 것이다. 그림들은 전혀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보존될 수 있었다.

이 동굴은 아마도 '쇼베 동굴'로 불리게 될 듯하다. 처음 동굴을 발견한 이 지방 고고학 분과의 공무원인 장 마리 쇼베의 이름을 딴 것이다.
지난 달 프랑스 정부가 이 동굴 발견사실을 발표하자 전문가들은 이 동굴의 유물들이 라스코우나 알타미라의 동굴벽화에 비견되거나 이를 압도하는 것이라며 환호했다.

"이는 손이 닿은 일이 없는 유물이다. 거의 완벽하게 보존돼 있고, 예술적으로도 훌륭하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벽화 전문가이자 국제 유물과 유적 협의회 벽화위원회 의장인 장 클로트의 일성이다. 특히 작품의 미학적 예술적 질이 월등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콤브 다르크 동굴벽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종류는 12가지. 그중 말이나 유럽들소(멸종됐음) 들소 산양 사슴 등은 당대에 많이 사냥됐고 다른 동굴벽화에도 많이 등장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매머드, 동굴사자와 동굴곰, 손바닥 자국이나 수많은 발자국들, 상징 등 다른 선사시대 벽화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것들도 있다.

살아 움직이는 12종의 동물들
 

동물벽화들은 검정색과 황토색 붉은색을 주조로 동굴벽의 굴곡을 살려 그려졌다. 동굴에 묘사된 동물은 들소 말 사슴 동굴사자 표범 올빼미 등 12가지나 된다.


과학자들은 특히 하이에나와 표범, 올빼미 등 과거 어떤 벽화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동물들이 그려져 있는데 놀라움을 나타냈다. 드문드문 칠해져 있는 털이 북술북술한 코뿔소 그림도 벽을 장식하고 있다.

그림들은 땅에서 얻을 수 있는 황토와 숯, 적철광 등 자연염료를 사용, 붉은색과 검은색 황토색을 주조로 하여 그려졌다.

50개 정도의 묶음으로 나뉘어진 그림들은 힘과 역동성이 넘치는 게 특징인데, 그중 어떤 것들은 높이가 4m에 이른다. 2만년 전 화가는 동굴벽의 굴곡을 살려 동물의 움직임에 3차원적 효과를 살렸다.

그림의 내용은 현대인의 눈에는 불가사의함에도 불구하고 크로마뇽인들의 삶과 문화에 대한 우리의 추측을 풍부하게 해준다. 클로트에 따르면 대부분의 그림은 다른 동굴 화가보다 훨씬 솜씨가 좋은 한사람의 화가에 의해 그려졌다고 본다. 채색은 그림의 윤기를 주기 위해 손으로 발라졌고 원근화법도 보여주고 있다.

동물들의 윤곽선은 대개 암석 표면에 새겨져 있다. 몇몇은 해부학적으로 너무도 정확해서 종을 알아볼 정도가 아니라 동물의 암수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또 몇몇 그림은 이제는 멸종된 '자이언트 곰'이 긁은 자국 위에 그려졌다. 곰의 뼈들이 동굴 안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역동성과 힘 넘치는 선사인의 솜씨

과학자들은 이 발견으로 선사시대 예술의 중심이 프랑스 남서지방에서 남동쪽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1940년에 발견된 라스코우 동굴 유물에서 최근 또다른 멋진 그림모음들이 발견된 마르세이유 근방의 코스커 동굴과 쇼베 동굴쪽으로.

이 동굴의 발견은 또한 오래된, 그러나 해결되지 않은 질문을 다시 던져준다. 언제, 어떻게 그리고 도대체 왜 호모 사피엔스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가라는. 이는 문화사적인 질문이자 인류학적인 질문이다.

선사학자들은 10만년 전 네안데르탈인들이 죽은 자의 시신을 묻을 때 배열한 방식뿐 아니라 주변 자갈과 뼈 등에 새긴 긁은 무늬 등을 통해 이들의 창조적 잠재력을 파악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사학자들은 미술, 즉 시각정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역사를 지금으로부터 4만년 전으로 잡는다. 이는 호모 사피엔스인 크로마뇽인이 중동으로부터 이동을 시작해 빙하기 유럽에 도달한 시기와 일치한다.

크로마뇽인들은 그곳에 살던 그 전 인류인 네안데르탈 인들을 진화적 퇴물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많다. 여기에는 네안데르탈인들이 가지지 않은 발달된 두뇌와 관념적인 연상이 가능한 큰 전두엽이 무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미술의 뿌리는 바로 이 관념적인 연상능력에 있다. 즉 하나의 사물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거나 상징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이다. 상징적인 어떤 표시가 한 동물을 나타내는 것임을 그린 사람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동의하도록 창조해내는 능력이다.

가장 오래된 미술은 구슬이나 팔찌, 목걸이 등의 개인 장식인데, 다른 사람과 자신을 구분하고 종족을 구분하는데 이용됐다. 이와는 한차원 달리하는 것이 영구히 남는 장소(동굴 벽 등)에 미술을 남기려는 염원이다.

이 동굴이 당시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가능하다. 종교적 의식 등 샤머니즘의 장소거나 재판 등이 행해지던 엄숙한 장소였을 수도 있다.

몇몇 동물들은 4개보다 많은 다리를 가지고 있고 기괴하게 과장된 뿔을 가진 경우도 있다. 이것이 그저 특별한 양식을 반영하는 것인지, 종교적인 의미를 지닌 것인지 혹은 화가의 환상을 반영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찌됐건 현대인의 눈에 비치는 미학적 가치는 이들에게는 맨 뒷전의 일이었음은 분명하다.

동굴벽화에서 사용되는 검정색 염료의 원료인 자연산 이산화망간은 인간의 중추신경체계에 독성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프랑스 과학연구자연센터의 의장인 미카엘 로브랑셰에 따르면, 크로마뇽 그림들의 주요기법 중 하나는 붓칠을 하지 않고 입으로 물감을 뿌려 칠하는 방법이라 한다. 염료를 입에 물고 타액에 녹여 벽에 뱉어내는 것이다. 이 기법들을 재현해본 바 있는 로브랑셰는 이 행위를 화법의 하나라기 보다는 일종의 영적 행위라고 본다.

"침을 뱉는 행위는 '자신'을 벽에 바르는 행위다. 자신이 현재 그리고 있는 동물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 행위는 신비에 싸여 있지만 아마도 샤먼들은 이 행위를 저 세상으로 가는 방법으로 택했을 것이다"

쇼베 벽화에도 다른 사람의 손길(혹은 입)이 포함돼 있다. 이는 누구의 손일까?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다.
클로드에 따르면 유물에 관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섯개의 공간 중 한 곳 중앙에 놓인 바위 위에 곰의 해골이 놓여 있는 점이라 한다.

그는 이것이 일종의 제단이었을 것이라 제안한다. 이 벽화들이 샤먼에 쓰인 것임을 입증하는 증거라는 것이다. "아마도 중요했던 것은 사냥의 마법이 아니라 이 동물들의 영혼이었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과학적 연구단서도 많아

2만년 동안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동굴은 과학적으로도 많은 연구단서들을 제공하고 있다. 보르도대학 제4기학회 의장 장 필립 리고드는 동굴의 바닥이 손상되지 않았으므로 그림이 그려질 당시 동굴 바깥 환경을 알아내는데 많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말한다.

가령 남겨진 동물뼈와 꽃가루 알갱이를 분석하면 당시 이 지역에서 살고 자라던 종들에 대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이 지역의 환경은 춥고 불모에 가까웠을 것"이라는 게 리고드의 추측이다. 마치 북러시아의 추운 스텝기후처럼.

이렇게 꽁꽁 숨어 있던 동굴이 어떻게 발견될 수 있었을까. 동굴발견자 쇼베는 두 동료와 함께 협곡을 탐사하다가 땅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이 동굴을 발견했다고 한다. 바위와 먼지로 뒤덮인 입구를 치워내고 암벽 사이 틈으로 기어들어가자 멋진 '갤러리'들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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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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