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광선으로 치료한다. 그렇다고 빛만 쪼여주면 멀쩡한 암이 죽어준다는 얘기는 아니다.
먼저 빛(photo)에서 이름을 따온 pho A라는 화학물질을 몸속에 주사한 뒤 빛을 쪼여주면 30분 내에 암이 사멸한다는 것. 그래서 이 방법을 암치료의 광학요법이라고 부른다.
무척 생소한 방법이지만 그 원리는 이미 1900년 초에 발견됐다
당시 광(光)생물학을 연구하던 사람들은 사람의 적혈구 속에 있는 '헤마토포피린'(hematophorpyrin)이란 물질에 적당한 빛을 쪼이면 형광현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런데 이 헤마토포피린은 특이하게도 암세포와 친숙해 암세포에만 달라 붙으려는 성질을 가졌다.
1960년대에 이르렀을 때, 헤마토포피린은 또 하나의 비밀을 털어놓고 만다. 즉 형광을 일으키는 기능외에 발생기 산소를 내서 직접 암을 죽인다는 것. 그래서 이때부터 암의 진단뿐아니라 암을 잡는데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방법은 미국 일본 독일 등지에서 70년대 후반부터 사람에게 적용, 2쳔여명의 암환자 중 80%를 치료해냈다. 헤마토포피린을 주사한 뒤 빛(가시광선)만 주면 암세포가 파괴되었던 것.
하지만 이 방법에는 약점이 둘 있었다. 첫재는 빛을 꼭 조사해 줘야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 그래서 과거에는 빛을 쪼일 수 있는 피부에만 국한하여 사용되었다. 허나 현재 이 문제는 거의 해결되었다. 쉽게 내부장기에 들어가는 내시경이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다. 여기에는 레이저 역할도 컸다.
두번 째 단점은 헤마토포피린이 사람의 피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수혈 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이루어지듯 되도록 사람의 혈액제품은 안쓰는 게 좋다. 사람의 피를 통한 AIDS 간염 등의 전파가 그 까닭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사람의 피가 아닌 것 중에서 헤마토포피린을 대체할 물질은 없을까? 이것을 우리 학자들이 발견해냈다.
사람의 혈액에서 식물의 엽록체로
연세대 미생물과 이원영교수팀(박전한 김병수)은 식물의 엽록소에 헤마토포피린과 화학적인 구조가 비슷한 물질이 있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그래서 아주대 화학팀(한보섭, 한만정 교수)에 의뢰하여 뽕나무의 엽록소에서 추출한 물질을 변조, 헤마토포피린 대체물을 만들어낸 것. 세계최초로 pho A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이박사는 현재 pho A가 정말로 헤마토포피린과 같은 작용을 하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에 관한 실험하고 있다. 적어도 시험관(in Vitro)실험에서는 유효가 확인됐다. 하지만 아직 생체내(in Vivo)실험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확실한 것은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이 획기적인 물질을 개발, 많은 환자로부터 문의를 받고 있는 이교수는 "피부암에는 특효가 있고, 구멍을 가진 암들 즉 식도 폐 자궁 위 방광암 등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빛이 다다를 수 없은 깊은 부위에 생긴 암, 전신에 암이 퍼진 말기 환자에게는 큰 도움이 못될 것이다'라고 들려준다.
또 이교수는 "암치료의 광학용법은 외국에선 오래 전부터 잘 알려진 방법인데, 이제야 도입되었다는 게 놀라울 정도"라고 밝히며 '이 방법은 30분 내에 결정이 되며, 피부발진 정도의 부작용이 있을 뿐이어서 안전성도 높은 편"이라고 자랑했다.
물론 헤마토포피린이나 pho A는 모두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달라 붙는다. 그러나 일부 정상세포와도 결합한다. "그렇다면 정상세포도 파괴할텐데…"라는 질문에 대해 이교수는 "주사한 뒤 7시간만 지나면 정상세포는 헤마토포피린 등을 다 내뱉는다"고 잘라 말했다. 7시간 쯤 지난 다음에 광학요법을 쓰면 암만 가려 죽인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