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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III 인접 연안국간의 협력연구가 필요 - 환경 특성을 공동으로 조사해야

원래 육지였던 황해는 보통의 바다와 다른 점이 많으나 아직 전모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황해(黃海)는 오늘날 지구상에 남아 있는 몇 안되는 연해(沿海) 또는 내해(內海)중의 하나로서, 그 자연적 특성 때문에 해양과학자들의 큰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약 1만5천년전만 하더라도 육지였던 황해는 해저면이 편편하고, 두꺼운 퇴적물로 덮여져 있으며, 수심이 매우 얕은 바다이다. 고대(古代)만 하더라도 이러한 유형의 바다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오늘날에는 그 예를 찾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바다에 대한 연구도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황해의 독특한 환경
 

(그림1) 황해를 이용한 대(対)중공수출량(1985)


좀더 구체적으로, 황해는 원래 육지였기 때문에 해저지질이 일반적인 바다와는 달리 매우 다양하고 구조적으로 변화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직도 황해에 분포해 있는 분지(basin)의 기반암(基盤岩)의 구조, 연령, 변화과정은 물론, 퇴적물의 퇴적률과 그 구조 등 과학적으로 설명되어지지 못한 부분들이 많다. 따라서 황해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그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해역에서의 국지적 조사에 의존하는 일반적인 해양조사방법으로는 충분치 못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황해는 중국 한국 및 일본에 의해 둘러싸여 있는 반폐쇄해(Semi-enclosed Sea)로서, 하나의 독특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전해역이 하나의 환경영향권에 속하여 있다. 따라서 정치·경제적으로도 바다의 이용이나 자원의 개발에 관한 인접 연안국간의 이해가 상충될 소지가 많은 바다이기도 하다.

따라서 연안 각국의 협력이 없이는 자원의 조사 및 환경특성의 파악은 물론, 자원 및 환경관리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특성때문에 UN해양법협약(초안제123조)은 반폐쇄해에 면하고 있는 연안국들로 하여금 협약상의 권리와 의무를 다하는데 있어서 상호협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해양생물자원의 보호, 개발, 관리, 해양환경의 보전 및 해양조사연구에 대한 협력의 필요성을 해양법협약은 강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황해는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황해를 둘러싸고 있는 연안에는 상해(上海) 대련(大連) 천진(天津) 청도(青島) 진황도(秦皇島) 등 중공의 주요항구들과 인천 군산 목포 그리고 북한의 주요항인 남포가 위치하여 있다.

이와 같이 황해는 각국의 중요한 교역항로로서 경제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중공의 대외개방정책에 따른 무역량의 증가, 한국 일본의 대중공교역확대 등 앞으로 우리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경제적 변화만 고려하더라도 황해의 중요성을 쉽게 알 수 있다(그림 1, 2 참조).

이와 같이 황해가 지니고 있는 자연적 특성, 생태 및 환경특성 그리고 독특한 지정학적 위치 등으로 보아, 황해의 과학적조사·이용 및 개발을 위해서는 적당한 지역협력체제가 필요함에도 그동안 이 지역의 정치, 외교적 상황 때문에 실현될 수가 없었다.

황해 및 동지나해에 대한 물리자료는 약 50년전부터 주로 일본의 수산조사선에 의해 비교적 포괄적으로 조사된 바 있으나, 조사장비상의 문제뿐 아니라 조사해역도 제한되어 있어 이 해역의 물리적 특성을 설명하기에는 미흡한 상태이다. 해양지질부내에서는 1960년대 ASCAP/CCOP의 자료가 있으나 이 또한 황해의 지질구조를 설명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것이 통설이다.

물론 그간 각 연안국에 의해 각 연안해역에 대한 조사는 진행되어 왔으나, 조사장비, 조사방법, 조사시기 등이 달라 서로 비교, 통합될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황해의 과학적인 구명을 위해서는 역내 각국이 참여하는 공동연구조사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2) 황해를 통과하는 대중공수입량(1985)


아직 지질조사도 못해
 

(그림3) 1980~81 NOAA/SOA 공동조사해역 및 1983~84 AS/WHOI 공동조사해역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중공의 정치 경제적 개방이 확대되고, 과학을 포함한 다방면에 걸친 국제교류가 활발해짐에 따라 황해의 공동조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게 되었다. 1980년 미국의 해양대기청(NOAA)과 중공의 국가해양청(SOA)은 공동연구협약을 맺고 양자강과 그 주변해역에 대한 해양조사를 실시하였다. 그후 1983년 중공과학원과 미국우드홀 해양연구소는 황해조사를 위한 연구협력협약을 맺고 중공과학원 소속 조사선과 WHOI의 조사장비를 이용, 황해의 서역(124˚서쪽)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바도 있다(조사해역 그림3).

이러한 조사의 결과, 황해와 동지나해는 해양 지질학과 물리학적 조사가 124˚ 동쪽의 해역에 대해서도 동시에 병행되지 않는 한 그 특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따라서 한국 중공 일본이 공동으로 조사하지 않는 한 모든 해역에서의 해양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동의 조사팀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1985년 미국의 해양과학자들은 미국의 과학재단(National Scientific Foundation: NSF)에 공동의 연구계획서를 제출하였고, 동시에 한국 중공 및 일본의 해양학자들과 접촉, 연구팀을 구성하였다. 또한 연안국간의 관계를 고려하여 미국의 조사선을 이용키로 하였다.

1986년 2월 NSF의 지원으로 미국의 해양학자들은 워싱턴대학의 조사선 ‘토머스 톰프슨’호를 이용, 황해의 동·서간 횡단 연속 탄성파 단면의 작성을 연안 각국 해양학자와 함께 시도하였다.

그러나 1차조사에서의 문제점은 각 연안국 영해내에서의 조사활동을 위해 연안국의 사전허가를 받는 일이었다. 사전에 어느 정도의 내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허가를 신청하였을 때는 각국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였다. 중공의 경우 123˚이동에서의 해양조사는 허가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으며, 이에 따라 다른 연안국들도 비슷한 태도를 취하게 되었다.

여기에서 문제의 핵심은 중공의 경우 한국해양 학자가 중공영해내에서의 해양조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였다는 데 있다. 따라서 123˚이동에서는 중공과학원 소속 조사선을 이용, 주로 물리적인 조사를 실시하였으나 장비관계로 해수의 습도조차도 측정할 수 없을 정도였다. 결국 조사팀의 관심의 대상이었던 황하의 강과 하구 주변의「쟝수」연안에 대한 탄성파단면도를 작성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지질조사는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1986년 6~7월, 제2차로 미국 스크립스해양연구소의 조사선 ‘토머스 워싱턴’호를 이용, 1차조사와 같은 목적으로 황해에서의 해양조사를 시도하였다(조사해역 그림4).

이번에는 중공 한국으로부터 해양조사를 위한 사전허가를 받았으나, 중공은 미국무성에 대하여 중공측 해역에 대한 중공의 영토권─해양조사활동에 국한된 것이나─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였고, 이를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자 중공해양과학자들은 조사선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한국, 일본 그리고 미국해양학자들만이 12해리 밖 해역에서 지질 및 물리조사를 실시하였다. 따라서 2차조사에서도 영해내에서의 지질조사는 불가능하였다. 다행히도 UN 해양법은 12해리내에서도 물리특성조사가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의 조사에는 한국과 중공의 해양학자들이 동참할 수 있었다.

결국 황해를 둘러싸고 있는 정치외교적 상황때문에 황해의 포괄적인 공동조사는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으나, 이러한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함으로써 공동연구에 대한 인식을 점진적으로 제고시키는 효과가 있었다고 하겠다.

특히 JECSS(Japan and East China Seas Studies) WESTPAC 등과 같은 해양관련 지역협력체의 활동이 더욱 활성화된다면 공동연구를 통한 완전한 황해의 이해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림4) 1986 한·중·일·미 공동조사 정점도(定点圖)


황해는 경쟁과 협력의 장

황해를 둘러싸고 있는 연안국들은 각기 황해의 자원을 개발하고 이용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황해와 황해의 자원에 대한 완전한 과학적 경제적 이해가 필요하다.

따라서 인접 연안국의 입장에서 볼 때 개발이라는 경쟁의 장이기도 하면서 공동조사라는 협력의 기회도 부여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중공의 경우 오랜 기간동안의 정치적 적대관계가 단기간에 쉽게 해소될 수는 없겠으나, 해양연구와 같이 서로의 협력이 필요한 부분에서부터 협력관계가 성립될 수 있다면, 앞으로의 경제협력도 좀더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으리라고 보아진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해양연구소는 미국의 동서문화센터와 함께 지난해 호놀룰루에서 중공 일본의 해양과학자 및 해양정책입안자들을 초청, 한국의 해양학자들과 황해에 관한 광범위한 의견을 교환하고 현안의 문제점들을 공동으로 도출함과 동시에 장래의 협력가능성을 모색하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이 학술회의는 새로운 연구결과의 발표나 토론보다는 서로의 자료를 비교하고 이를 통해 앞으로의 협력관계수립을 위한 기초를 다지는 데 목적이 있었다. 이 회의의 모든 참석자들은 이같은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는데 동감하였으며, 특히 89년에 다시 2차회의를 갖자는 데 합의하였다는 점은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계기를 통하여 우선 해양학자간의 교류를 시도하고, 이러한 관계를 점진적으로 해양공동조사를 위한 협력관계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면, 한국·중공간 관계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고 보아진다.

1988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정성철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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