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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PCR 쟁점 3가지

‘1시간 안에 코로나19 진단’ 가능할까

지난 2월 서울대는 1시간 이내에 빠르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검사법인 신속유전자증폭검사(신속PCR)를 교내에 시범사업으로 도입해 캠퍼스 운영을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대는 공대 및 자연대 학생을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4월 말 심사 개시를 목표로 업체 입찰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방역 전문가들은 성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신속PCR이 방역 현장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반발한다. 신속PCR이 정말 생활과 연구 정상화를 위한 해답이 될 수 있을지 주요 쟁점을 살펴봤다.


6시간→1시간 vs. 신속은 간편함과 별개

 

신속유전자증폭검사(신속PCR)의 가장 큰 장점은 짧은 진단 시간이다. 기존 PCR 진단검사가 6시간가량 걸리는 데 반해 신속PCR은 1시간 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진단한다. 검사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대량 진단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코로나19 신속PCR 진단시약은 9종이며 이 가운데 2종이 정식허가를 받았다. 이들은 모두 저마다 다른 전략으로 진단 시간을 줄였다.


PCR 진단은 총 세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콧구멍 깊숙이 면봉을 넣어 비인두도말에서 검체를 채취한 뒤 여기서 RNA를 분리한다. 이후 RNA를 DNA로 합성해 코로나19의 원인이 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유전자를 증폭시킨다. 이때 유전자가 증폭이 됐다면 바이러스 RNA가 있다는 뜻이므로 ‘양성’으로 판정한다.


유전자를 증폭하는 과정에는 DNA를 합성하는 효소인 DNA중합효소(polymerase)와 온도가 관여한다. 먼저 온도를 95℃까지 끌어올려 DNA의 이중가닥을 분리한 뒤, DNA중합효소가 활성화되는 온도(55~60℃)로 낮춰 효소가 DNA 가닥에 달라붙어 합성을 진행하도록 한다.


본래 PCR 진단법은 유전자를 증폭하는 데 3시간 이상 소요된다. 하지만 신속PCR은 다양한 아이디어로 이 단계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였다. 업체에 따라 합성속도가 더 빠른 DNA중합효소를 사용하거나 반응물(DNA)의 용량을 줄여 온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데 드는 시간을 단축하는 전략을 쓴다. 


식약처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신속PCR 진단시약 중 바이오세움, 랩지노믹스 등 7개 업체 제품이 이런 식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유전자를 PCR이 아닌 다른 원리로 증폭시킬 수도 있다. 일정 범위의 온도(60~70℃)에서 DNA를 증폭시키는 루프매개등온증폭(LAMP) 기술이다. 핵산(DNA)을 증폭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엄밀히 말하면 PCR은 아니다. 식약처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업체 중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코스맥스파마 등이 LAMP 기술을 활용했다.


LAMP는 온도를 올려 이중가닥을 떨어뜨리는 과정이 없는 대신 프라이머(DNA에 달라붙어 합성을 시작하게 하는 작은 DNA)가 이중가닥에 비집고 들어가며 고리(루프) 구조를 만들고, 여기서부터 증폭을 시작하도록 한다. 고리 구조는 단일가닥으로, 여기에 다시 프라이머와 DNA중합효소가 달라붙을 수 있다. 한 번 고리 구조가 만들어지면 온도를 95℃까지 올릴 필요가 없어 PCR보다 빠르게 DNA를 증폭할 수 있다.


신속PCR로 분류되는 진단법이 기존 PCR에 비해 일부 과정(유전자를 증폭하는 과정)을 단축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홍기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신속PCR이 검체를 옮기는 과정을 단축하지는 않는 등 간편성 면에서 이점이 없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 굳이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신속PCR은 응급실 내에서 6시간 이내 수술이 필요한 무증상 환자를 선별하기 위한 용도 등으로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확도 낮아 위험 vs. 낮아도 쓸 만해

 

신속PCR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정확도다. 신속PCR은 기존의 검사법에 비해 빠른 진단이 가능하지만 민감도(양성 환자를 양성으로 정확히 판정할 확률)와 특이도(음성을 음성으로 정확히 판정할 확률) 등 정확성에서는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홍 교수는 “특별한 중합효소를 쓰거나 최적의 시약과 온도를 찾는 방법으로 정확도를 ‘최대한 적게 떨어뜨리면서’ 검사 시간을 60분 이내로 줄인 것이 현재의 신속PCR”이라며 “국내 시약 일부도 정확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사용해 화제가 된 미국 애보트사의 신속PCR은 민감도가 72.6%에 불과했다. 국내 긴급사용승인 신속PCR의 경우는 제대로 된 정확도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업체 9곳 중 진단시약의 성능 정보를 공개한 곳은 정식허가를 받은 단 두 곳에 불과하고, 공개한 업체의 데이터도 200여 개가 안 되는 시료로 자체 실험한 결과다. 자체 평가한 정확도는 100%였다. 하지만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체내 바이러스가 많을 때 등 특정한 환경에서 측정한 결과로 추정된다”라며 “체내 바이러스량이 더 적은 일반적인 경우의 정확도는 더 낮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의견이 갈리는 지점은 이런 진단시약을 실제 방역 현장에 적용해도 될지 여부다. 신속PCR을 옹호하는 전문가들은 다소 정확도가 떨어져도 이를 적극 활용해 방역을 세밀하게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대부분의 음성 환자는 빠르고 저렴한 신속PCR로 관리하고 양성 판정이 나온 집단을 정밀 조사하는 방식을 도입하면 방역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방역 전문가들은 정확하지 않은 진단 기술이 오히려 방역에 혼선을 가져오고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장 큰 우려는 진단시약의 민감도가 낮아 양성 환자를 음성으로 잘못 판정할 경우(위음성)다. 환자를 놓쳐 지역사회에 감염 전파를 늘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위험하다. 특이도가 낮을 경우에는 실제로는 음성이지만 양성으로 잘못 나온(위양성) 환자를 다수 배출할 수 있다. 이들은 결국 다시 확진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 경우 선별진료소를 찾는 인원을 늘려 방역에 부담을 주거나, 불필요한 격리를 늘려 사회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4월 12일 주간지 ‘시사인’의 보도에 따르면, 경기 여주시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시범사업으로 실시한 신속PCR 검사 6만 3000여 건의 정확도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신속PCR로 확인한 양성 사례(109건) 중 재검자 108명의 40%(43명)는 환자가 아닌데 양성으로 잘못 판정된 위양성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주시가 시범사업에 사용한 진단시약은 신속PCR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9곳 중 하나인 에이엠에스바이오였다.


만약 100%라고 주장하는 기업의 자체 정확도 검사 결과가 체내 바이러스량이 많을 때의 결과라면 체내 바이러스량이 적을 때의 정확도는 낮아질 수 있다. 검출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무증상 감염이 많은데 이들 사이에서 무더기로 위음성이 나와 환자를 놓칠 수 있다. 이 시약을 교내에서 사용할 경우 무증상 감염 환자를 놓칠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홍 교수는 “바이러스 양이 적을 것으로 예측되는 무증상 감염자를 정확도가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선별해 검사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신속PCR 기술인 LAMP 원리를 적용한 진단 검사 역시 기술적인 한계로 정확도가 낮을 가능성이 높다. 열역학적으로 온도를 올려 DNA 가닥을 분리하는 과정이 있는 PCR보다 낮은 온도에서 프라이머와 DNA 중합효소가 결합해 DNA를 증폭하는 LAMP는 반응이 시작될 확률이 더 낮다. 박건수 한국화학연구원 CEVI(신종 바이러스 감염 대응) 융합연구단 연구원은 “LAMP는 기존 PCR 진단과 특이도가 비슷한 수준이지만 민감도는 조금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PCR은 유전자가 1~2가닥 정도로 소량만 있어도 증폭되는 반면, LAMP는 5~10가닥 있어야 증폭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비인두도말 vs. 타액 검체

 

또 하나 논란이 되고 있는 게 타액 검체를 이용한 검사다. 이현숙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연구처장)는 “기존의 비인두도말 채취는 채취 과정 자체가 굉장히 고통스럽다”며 “비교적 손쉽게 채취할 수 있는 타액 검체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타액 검체 검사는 환자가 스스로 검체를 채취할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해 주목받는 검사법이다. 여주시는 신속PCR 시범사업에 타액 검사를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확도가 비인두도말 검체를 사용한 검사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이 많다. 이상원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타액 검체를 사용했을 때 검사의 특이도는 비인두도말 방식과 비슷하지만, 민감도는 94% 수준”이라고 말했다. 6%p의 확진자를 놓칠 수 있다는 의미다.


더구나 현재 타액 검체를 이용한 코로나19 검사는 질병관리청의 승인을 받은 적이 없다. 허가 받은 진단기기도 없다. 이들 검사의 정확도를 입증할 데이터도 아직 충분치 않다. 서울대가 타액 검체 검사를 본격 도입하고자 해도 현재로서는 하기 어려운 상태다. 연구 목적으로 하려 해도 기관 생명윤리위원회(IRB)를 먼저 통과해야 한다. 


방역당국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타액 검체로 진단하겠다는 서울대의 계획에 대해 방대본은 2월 서울대에 답변서를 보내 “타액 이용 검사는 성능 검증과 허가된 제품이 없어 곤란하며 위양성, 위음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최승호 방대본 위기소통팀 사무관은 “신속PCR은 확진자가 많을 때 시간적으로 유리한 점이 있지만 방대본은 정확도가 높은 기존의 PCR 진단을 우선적으로 권고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방대본에서는 아직 승인받은 시약이 없다는 이유로 기본 검사법(비인두도말 검체)을 권고하고 있지만, 임시선별진료소, 여주시에서 진행한 타액 검사 결과가 있는 만큼 이를 토대로 타액 검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속PCR 진단시약의 정확도가 기존에 비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서울대의 이번 결정은 소수의 확진자를 찾아내는 것보다 대다수의 음성인 사람들을 관리하기 위한 최소한의 근거를 만들자는 것인 만큼 이제는 타액 검체 채취 등 용이성을 따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관악구 보건소 등과 협의를 거쳐 검사 시행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을 완료했고 4월 말 검사를 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4월 20일 현재까지 IRB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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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애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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