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닥」은 수술대 위에서 뼈에 구멍을 뚫고 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금년 11월에 로보닥(Robodoc)이라는 이름을 가진 로봇의사가 탄생될 것으로 보인다. 무게가 1백 15㎏, 높이가 90㎝인 이 로봇은 아마도 최초로 인간을 수술한 로봇으로 남게 될 것이다. 전에도 인간의 뇌수술 현장에 로봇이 들어왔던 적은 있으나 그때의 임무는 수술도구를 집어주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 로보닥은 수술의 핵심적인 부분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로보닥은 실제로 수술대 위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최초의 로봇이 될 것이다."
엉덩이를 교정하는 수술을 로보닥과 함께 수행할 예정인 미국의 정형외과 의사 윌리엄 바가의 말이다.
이미 미국의 햅 폴 수의과병원에서는 관절염에 걸린 개를 수술할 때 로보닥을 활용하고 있다. 로보닥의 개발을 주도한 햅 폴은 개의 대퇴골 끝에 있는 병든 부위를 직접 잘라내고 난 뒤 뼈를 고정시키는 작업중 일부를 맡겼는데 로보닥은 그 일을 훌륭히 해냈다. 이 신통한 로봇은 이식물질을 삽입시 킬 수 있도록 재빨리 뼈에 구멍을 냈던 것.
로보닥은 주인인 폴이 손으로 드릴작업을 할 때 만큼 구멍뚫는 일을 빠르게 해내지는 못한다. 그러나 정확성에 있어서는 폴을 10배나 능가했다. 사실 정확하게 구멍을 뚫는 것은 그 수술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정밀하게 구멍을 내놓으면 구멍을 채우기 위해 따로 시멘트를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로보닥의 정확성 덕분에 이식물질과 뼈는 96% 접촉된다. 이에 비해 드릴로 직접 구멍을 뚫었을 경우에는 아무리 능숙한 의사의 솜씨라 할지라도 둘의 접촉률은 20%에 불과하다.
이식물질과 뼈가 단단히 맞물려 있으면 환자에게 크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즉 수술의 실패율이 줄어들고, 고통이 감소되며, 입원기간이 짧아지는 것이다.
원래 로보닥은 IBM사가 회로기판을 제작할 때 이용하려고 만든 일렬작업 로봇이었다. 그것을 폴이 수술에 적합하도록 개조한 것이다.
로보닥과 공동수술을 하기 전에 의사는 컴퓨터를 활용해 모든 계획을 수립한다. 이어서 환자의 대퇴골 단층촬영 결과가 로보닥의 컴퓨터에 입력된다. 그러면 로보닥은 모니터 화면에 나타난 3차원 영 위를 면밀히 살펴 정확한 작업 부위를 확인한다. 이제 준비완료 로보닥은 눈이 없기 때문에 의사가 미리 세개의 금속핀을 환자의 대퇴골에 삽입해 두는데, 로보닥은 이 세 핀을 기준삼아 위치를 파악한다. 의사는 환자의 둔부를 절개한 뒤 뼈가 어떻게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로보닥의 팔에 부착된 압력센서를 세개의 핀에 접촉시킨다. 이를테면 일단 '냄새'를 맡게 하는 것이다.
정확한 지점을 포착한 로보닥은 구멍을 뚫기 시작한다. 이제부터 로보닥은 순전히 자신의 기억에 의존해 작업을 완수해야 한다. 뼈에 완전히 구멍이 나면 로보닥은 즉시 작업을 멈춘다. 연(軟)조직에 닿는 순간 드릴 끝에 부착된 압력센서가 작동을 중단시키기 때문이다.
만일 이번 수술에서 로보닥의 활약이 두드러지면 앞으로 외과의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프로그램을 약간 바꿔주면 안과수술시 성공의 관건이 되는 정확한 절개임무를 떠맡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중이(中耳)에 있는 아주 작은뼈들을 교정하고, 뇌종양을 절제하는 데에도 유용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로보닥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테스트를 앞두고 있는데 모든 여건이 좋아 보인다. 특히 이 로봇의사에게 수술을 받겠다고 나선 지원자가 2, 30명에 이르고 있어, 임상실험을 할 때 흔히 겪게 되는 지원자 부족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벌써부터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