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근 발생한 KAL기 폭발사건이나 김포공항 폭발사건과 같은 대형참사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폭발과 그 폭발을 일으키는 폭발물은 인류가 불을 사용한 이래 문명의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해왔다. 이는 오늘날에도 탄광이나 대규모 토목공사 등에 폭발물이 사용되는 데서도 알 수 있다. 따라서 폭발은 사람이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그 자체는 자연계 현상의 일부일 뿐이다.
폭발의 현상은 일반 연소(燃燒, Combustion) 반응인 산화(酸化, Oxidation) 반응과 유사하나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외부의 산소공급이 있어야만 폭발이 가능한 경우이고, 둘째는 폭발물 자체에 산소가 포함되어 있어 공기(또는 산소)가 없어도 폭발이 자체적으로 가능한 경우다.
폭발의 메카니즘을 이해하기 위하여는 폭발물의 종류를 알아야 한다. 폭발물에는 첫째, 자체적으로 폭발이 가능한 종류로서 산소를 함유한 물질 즉, 각종의 화약류와 산소가 없이도 자체폭발이 가능한 물질(아세틸렌 등)이 있다.
둘째, 외부에서 산소공급이 되어야만 폭발이 가능한 종류가 있는데 기체상태의 물질(수소, 액화 석유가스 등), 액체상태의 물질(알콜, 휘발유 등), 고체상태의 물질(합성섬유 분진 등)로 대별된다.
폭발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폭발의 기본적인 메카니즘은 연소반응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다. 즉 연소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발생된 열이 평상시와 같이 주위에 서서히 전달되지 못하고 또한 이때 발생한 기체도 서서히 확산되지 못해 매우 빠르게 분출하게 된다. 이에 따라 주위의 온도와 압력이 급격히 상승하게 되어 주위의 물체에 충격을 가하게 되는 것이다. 폭발하는 현상은 위에 열거한 종류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으므로 보다 세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
자체적으로 폭발이 가능한 종류중 산소를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서 대표적인 화약류는 폭발물 중에서도 연소되는 속도가 매우 빠른 종류에 속하며, 이 폭발반응의 속도에 따라 폭연(爆燃, Deflagaration)과 폭굉(爆轟, Detonation)으로 구분한다.
폭굉과 폭연의 구분은 학자에 따라 기준이 다르나 통상 초당 1천m 이상의 경우 폭굉, 그보다 작을 경우 폭연이라고 한다. 폭연은 글자 그대로 폭발적인 연소라고 할 수 있다. 즉, 화약류가 연소되면서 발생하는 열에 의해 화약의 표면이 분해하여 산화되기 쉬운 분자량이 작은 물질로 되고, 이것이 다시 연소하여 열을 발생하는 반복적인 과정이 매우 빠르게(보통 음속이하) 진행되는 반응이다.
폭굉도 산화반응이지만 폭발의 진행방향이 충격파(Shock wave)에 의해 전달된다. (그림1)과 같이 충격파가 A의 미반응 폭약 방향으로 진행되면 충격파와 미반응 폭약이 부딪쳐 B의 충격대가 형성, 폭약이 저분자 물질로 분해되고 바로 뒤인 C의 화학반응대에서 연소반응이 일어나며 D의 방향으로 반응생성물이 나오게 된다.
폭굉은 폭연과 달리 연소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에너지 방출속도와 기체발생이 빨라 위력도 훨씬 강하다.
화약이 폭발을 하기 위하여는 이러한 산화반응이 시작되도록 충분한 자극을 주어야 한다. 이러한 자극에는 화염 열마찰 충격 전기적 자극 등이 있으며 이 자극이 충분히 전달되어 완전히 의도한 대로의 폭발효과를 얻기 위하여 폭발계열(Explosive Train)이 이용된다.
폭발계열은 폭발이 어떠한 경로로 이루어지는가를 나타내는 순서도이며 적은 양의 민감한 화약으로 시작해서 강력하지만 민감하지 않은 다량의 화약에서 끝난다. 폭발계열은 폭굉을 유도하는 폭약 폭발계열과 폭연을 유도하는 화약폭발계열이 있으며, (그림2), (그림3)과 같다.
폭약폭발계열은 다량의 둔감한 폭약을 폭발시킬 수 있는 전(傳)폭약과 이 전폭약을 확실히 기폭시킬 수 있는 기폭관, 이 기폭관을 폭발시킬 수 있는 위력의 외부자극에 민감한 뇌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화약의 폭발계열은 폭약폭발계열과 마찬가지이며 이2가지의 전형적인 예는 군용 탄약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용에서는 뇌관만으로도 폭약의 폭발이 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뇌관에 직접 폭약을 연결한다. 지난해 발생한 KAL기 폭발사고에 사용된 방법을 이 폭발계열에 대비하여 보면 시한장치가 연결된 뇌관에 전폭약으로 '콤포지션 C4'를 사용하였으며 폭약으로 위력이 큰 액체상 폭약을 사용한 것이다.
화약류가 완전한 성능을 발휘하기 위하여는 이처럼 복잡한 계열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각 용도에 따라 여러 종류의 화약이 사용된다. 뇌관에는 외부자극에 매우 민감하고 쉽게 폭굉하는 성질을 가진 기폭약(起爆藥 : Primary Explosives)이 사용된다. 기폭관 등에는 비교적 작은 자극에도 쉽게 기폭하여 높은 폭발력을 내는 화약을 사용하여 마지막으로는 둔감하나 위력이 큰 폭약, 예를 들면 TNT 등이 사용된다.
화약은 이와 같이 용도에 따라 또는 조성에 따라 매우 많은 종류가 있으며 특히 화학공업이 발전함에 따라 현재는 수백 종류의 화약이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화약은 고려만 최무선으로부터 시작되었으며 그때의 화약은 가연물에 산화제를 섞은 혼합화약류인 흑색화약이었다. 당시 화약제조가 전 국력을 기울여야 할 거대한 사업인 이유는 흑색화약에서 산화제로 사용되는 염초(炎硝;KNO₃)의 공업적 제조가 불가능하였기 때문이다.
아울러 각종 제조시설이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이 발전된 현재에도 흑색화약의 제조공정은 매우 위험한 공정의 하나로 간주되는데 하물며 당시의 조악한 시설하에서의 제조작접은 목숨을 걸고 하는 작업이었을 것이다. 오늘날은 국내에서도 많은 종류의 화약이 생산되고 있으며 시설도 거의 완벽하여 오히려 다른 산업보다 안전한 편에 속한다.
화약류가 아니면서 폭발하는 경우
외부산소의 공급 없이도 자체적으로 폭발할 수 있으나 화약류에 속하지 않는 물질로는 아세틸렌(Acetylene)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체가 분해하면 분해열이 발생하고 이 열이 축적되어 폭발로 연결되며 압력이 높을수록 확률이 커진다. 아세틸렌의 경우 분해폭발을 일으키는 외부자극의 최소에너지는 압력이 2kg/㎠일 때 10.5J이고 15kg/㎠일 때 0.65J 정도이며 분해반응식은 다음과 같다.〔C₂H₂→ 2C+H₂+54Kcal〕.
이외에도 이러한 폭발성질을 가진 것으로는 메틸아세틸렌 등 대부분의 아세틸렌계 화합물과 에틸렌계 화합물 등이 있다.
자체적으로는 폭발할 수 없지만 외부의 산소가 공급되면 폭발가능한 물질은 앞에서 기술한 것과 같이 기체 액체 고체(분진) 상태가 있으며 이중 기체폭발물은 가정에서 연료로 사용하는 액화석유가스(LPG) 등이 있는데 일반연소반응과 유사하다.
가정에서 액화석유가스를 사용할 때 불꽃을 보면 주위에서 공기(산소)가 공급되어야 정상으로 됨을 알 수 있듯이 산소와 이 가스와의 적정한 비율이 맞아야 가장 효율적인 연소가 된다. 가끔씩 신문에 보도되는 LPG 폭발사고는 이 가스가 누출되어 공기와 적정 비율로 혼합된 상태에서 불을 켜는 등의 외부자극이 가해여 발생하는 것이다.
가스레인지 등에서 사용하는 것은 가스분출공 근처에서 연소가 완전히 되도록 설계되어 있으나 이처럼 누출되면 공기보다 무거운 LPG가 집안의 공기와 혼합되어 있다가 점화원에 의해 LPG가 채워져 있는 전 공간에 순간적으로 연소되고 이때의 발생열과 기체로 인해(주로 이산화탄소와 수증기) 폭발하게 된다.
몇가지 지체와 액체의 폭발농도범위는 다음(표1)과 같다. 이 (표1)에서 아세틸렌의 폭발농도범위가 2.5~100%라는 의미는 2.5%이하일 때는 폭발이 안되지만 그 이상에서는 폭발되며 100%의 의미는 산소가 없이도 단독으로 폭발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농도범위가 넓은 것은 그만큼 위험성이 크다는 뜻이다.
(표1)에서 액체로 표시한 폭발물의 폭발농도범위는 액체상태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이것의 증기가 공기중에 포함된 농도를 나타낸다. 통상적으로 연소반응은 물체의 표면에서 일어난다. 성냥불을 켜서 그 연소형태를 잘 관찰해 보면 성냥개비의 표면에서 가스상태의 물질이 발생하고 그 가스가 타는 것을 알 수 있다. 액체도 표면에서 증기가 휘발, 연소한다.
따라서 폭발성 액체는 보다 엄밀하게 말하면 휘발성이 큰 가연성 액체인 것이다. (표1)의 액체 중에서는 에테르가 가장 위험함을 알 수 있다. 학생들의 시위에 흔히 사용되는 화염병은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폭발물이라 할 수는 없겠으나 화염병이 깨지면서 증기가 발생하여 큰 위력을 나타낸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것이 고체분진의 폭발이다. 화약류를 제외한 고체물질은 덩어리 상태로는 폭발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연성 분진이 공기중에 적절히 섞이면 폭발한다. 이러한 가연성 분진에는 각종 합성섬유의 분진, 곡물의 분진(밀가루 등), 석탄분진등이 있다.
이러한 분진의 폭발은 알려진지 오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예전에 탄광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면 주로 메탄가스로 인한 것으로 추정하였으나 실제 조사결과는 석탄채광시 발생한 탄분진에 의한 것이 더 많인 것으로 밝혀졌다.
매우 다양한 이용분야
폭발물을 취급하는 데에는 많은 주의를 하여야 하지만 제대로만 이용하면 여러 산업분야에 이용할 수 있다. 단 전제조건은 임의로 조절이 가능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 조절기능 때문에 앞의 기체, 액체, 고체(분진)폭발물은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주로 화약류가 사용된다.
화약의 공업적 이용은 스웨덴의 노벨(Nobel)이 다이너마이트(Dynamite)와 뇌관을 제조함으로써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현재 많이 사용되고 있는 분야는 각종 광산의 채굴작업과 대형토목공사 등이 있으나 이외에도 정밀발파 금속가공 등 정밀한 분야도 있다.
정밀발파는 현재 도시내의 건축물 등의 철거가 필요할 경우 (특히 대형건물) 일일히 해체하고 대형기계로 벽체를 부수는 등의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공정 대신에 간단히 철거하는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즉 정밀한 계산에 의해 화약량 위치 발파시간 등을 산정, 구조물에 장착하여 발파하였을 때 건물이 크게 파괴, 비산되지 않고 그대로 주저앉아 파괴되도록 하는 방법이다.
또한 금속가공은 화약류의 폭발력을 이용하여 금속을 절단, 용접하는 방법으로 서로 용접이 불가능한 물질을 폭발압력과 열을 이용하여 압착시켜 용접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외에도 폭발압력을 이용한 다이아몬드의 제조, 충격파를 이용한 지하자원의 탐사, 인공위성이나 우주선 발사를 위한 추진화약, 차량운전자의 보호를 위한 긴급 가스발생기, 긴급조난신호용 각종 신호기, 밤하늘을 현란히 수놓는 폭죽류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분야에 이용된다.
그러나 이처럼 다양한 용도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대책이다. 폭발물은 그 위력이 큰 만큼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도 커지므로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이 많다. 폭발물은 앞에서 보았듯이 폭발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따라서 우선적으로는 이러한 조건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고 다음으로는 이러한 조건이 되었더라도 점화원 즉 외부자극이 생기지 않도록 하여야 하며 마지막으로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피해가 최소가 되도록 해야 한다.
폭발이 발생하는 조건으로는 기체의 경우 누출되어 밀폐된 공간에서 공기와 혼합되는 것이고, 액체는 증발해서 공기와 혼합되고, 분진의 경우 비산하여 사고의 요인이 생기므로 누출되는 부분이 없게 하고 연결부위는 비눗물 등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액체물질은 항상 용기의 마개를 막고 분진은 비산되지 않도록 포장하여야 하며 이러한 일이 생겼을 때는 문을 열고 환기를 하여 폭발물의 농도를 낮추어 폭발농도범위 이하로 하여야 한다. 폭발농도의 측정은 일반가정에서는 불가능하므로 오랜 시간 환기를 시켜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누출되거나 비산되어 있을 때는 불을 켠다든가 전시 스위치 작동, 금속성 물질에 충격을 가하는 등의 행동을 하면 안된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어느 정도 관리 가능한 범주에 속한다. 각종 테러에 이용되는 화약류는 의도적으로 다수의 피해를 노리고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에 언급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화약은 특별한 형태 등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대부분이 유기화합물이기 때문에 쉽게 탐지되지도 않는다. 다만 앞의 폭발계열에서 보았듯이 화약류의 폭발에는 반드시 뇌관이 사용되어야 하며 뇌관은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으므로 금속탐지기의 사용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화학의 한 분야인 화약학은 다른 분야에 비해 비교적 연구가 덜된 학문분야이다. 따라서 일부 책자 등에 나와있는 화약제조방법은 안전대책이 고려되어 있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더구나 전문적인 시설과 보호장치 등이 있는 곳에서도 위험한 작업인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제법에 따라 개인적으로 폭발물을 만들어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