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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 아동교육

반드시 고쳐야할 습관아니다

부모들은 식탁이나 책상에서 왼손으로 밥을 먹고, 글을 쓰는 자녀를 발견하면 오른손으로 '교정' 하기 위해 심하게 닥달한다. 아이들의 우세손 결정에 부모가 개입하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아이들의 우세손 결정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


최근 몇십년 동안의 관찰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젊은 연령층에서 왼손을 우세손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한다. 1977년 영국의 인구 센서스 결과 55세에서 65세의 사람 중 3%가 왼손잡이인데 비해, 15세에서 24세의 사람들 중에는 11%가 왼손잡이었다. 이와 유사한 결과는 미국에서 실시된 연구에서도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연구자들은 왼손잡이의 탄생률이 높아진 것이 아니라 왼손잡이에 대한 문화적 압력이 완화되면서 일어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주변에서 왼손잡이 기미가 보이면 오른손을 사용하도록 가혹하게 훈련받는 아이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개인의 인성과 능력을 계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가정과 학교에서 왼손잡이는 여전히 ‘고쳐야 할 습관’인 것이다.

그러나 부모나 교사가 지나치게 아이의 우세손 결정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가 자신의 우세손을 스스로, 자신의 속도에 의해 결정할 수 있도록 놔두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부모의 ‘욕심’과 달리 수저들기, 글쓰기, 던지기, 칼질 등 일상생활 중 쉽게 우세손을 판별할 수 있는 행동 가운데 한두가지를 고친다고 해서 완전한 오른손잡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왼손을 사용하는 가족구성원이나 친구와 함께 만들기를 하는 등의 행동을 계속함으로써 왼손잡이 자녀에게 자신감을 주는 것이 스트레스를 주는 것보다 훨씬 권할 만하다.

아이들은 대개 생후 6개월 무렵부터 우선 한손을 주로 발달시키고 난 다음 그 반대편 손을 주로 사용한다. 그리고 한동안 양손을 능숙하게 사용하고 나면 발달시킨 손으로 되돌아 온다. 따라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하는 손이 우세손으로 결정되기 쉽다. 그러나 이 과정은 매우 변화무쌍하며 복잡해서 모든 경우에 들어맞는 ‘법칙’은 아니다.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특히 7-8세가 되기 전까지의 아동에게는 우세손에 대한 선호가 완전히 결정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오른손 사용을 강요하는 것은 심각한 학습상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부모나 선생님으로부터 손을 바꾸라고 강요당한 왼손잡이 어린이들이 말을 더듬거나 읽기, 쓰기가 곤란해지는 등 학습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심하게 왼손잡이 경향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면 천천히 오른손을 쓰도록 지도하는 부모를 탓할 일도 아니다. 이는 양손을 골고루 사용해 뇌를 발달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나 사회에서 왼손잡이가 겪는 불편함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차원의 교육이기도 하다. 더구나 외국처럼 왼손잡이 용품이 이것 저것 갖추어지지 않은 우리나라의 실정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물론 이 때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절대 왼손잡이를 ‘질환’으로 취급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

사실 왼손잡이 아이들이 학교에서 겪는 불편함은 적지 않다. 책상이나 악기, 운동 용구 등의 교육 기자재가 오른손잡이만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쓰기를 배우는 일. 우세손에 따라 종이를 놓는 위치부터 연필잡는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른쪽만 손잡이가 달린 책상은 왼손 아이들에게 보통 불편한 게 아니다.

또한 장비 조작법을 서술하는 시험을 본다면 왼손아이들은 제 시간에 답을 내지 못할 수 있다. IQ테스트도 마찬가지. 이를 테면 공간 감각을 테스트하는 질문에서 “다음의 도형을 왼쪽(오른쪽)으로 돌렸을 때 같은 모양은?” 식의 문제는 왼손잡이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때 "자주 사용하는 손이 오른손이다" 혹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물체를 이동시키며..."식으로 예를 드는 것은 절대금물이다. 대개의 현상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든, 그 역의 경우이든 결과는 같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 따라서 학교는 이들을 위한 배려를 해야 하며, 선생님도 "왼손이 편한 사람은 그 반대로 하라"는 등의 말로 신경을 써주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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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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