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복판에 1메가톤 핵폭탄이 떨어지면 열선, 폭풍, 방사선으로 시민의 약 절반이 사망한다.
위험이 클수록 우리는 그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게 마련이다. 교통사고나 약물 중독에 대한 대응책이 그런 예이다. 그러나 위험의 정도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클 때 사람들은 차라리 그것을 잊어버리려 한다. 전면핵전쟁의 위험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핵전쟁의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불확실한 요인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핵폭탄의 위력과 폭발지점, 핵전쟁의 발발지점과 핵폭발시간, 그날의 풍향·풍속·습도, 대피장소의 질과 양 등은 핵전쟁의 영향과 직결된 문제들이다. 그러나 여러 국제기구들과 과학자들은 이런 복잡한 변수들을 감안해 핵전쟁이후의 '시나리오'를 짜는데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1979년 미국의회기술평가국은 핵전쟁에 의한 사망자를 추정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핵공격이 비핵시설, 유전, 석유정제시설, 산업시설, 인구밀집지역에 행해질 경우 미국인 사망자는 1억 6천만명 정도, 즉 총인구의 70%에 달한다는 것이었다.
한편 스웨덴왕립아카데미의 국제환경문제 기관지 '암비오'(AMBIO) 1982년 2·3월 합병호는 다수의 과학자들의 참여아래 전면핵전쟁의 영향을 다각적으로 분석했다. 이것은 핵전쟁의 영향에 관한 연구결과로서는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다.
'암비오'의 시나리오는 전면핵전쟁이 1985년 6월 뉴욕시간 오전 11시에 일어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미국과 소련은 전세계적으로 에스컬레이트된 핵전쟁에서 보유핵탄두의 $\frac{1}{3}$인 1만5천발의 핵탄두를 교환, 다음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 질병과 죽음 : 북반구 도시인구 13억 중 약 7억5천만명이 즉사, 3억4천만명이 중상. '생존자' 2억명도 방사능의 영향과 콜레라 결핵 이질 등 전염병의 만연으로 사망자 속출. 부상자 치료할 의료시설이 절대 부족하다.
△ 핵무기의 직접효과 : 화재와 폭풍이 대부분의 도시주민의 생명을 앗아간다. 나머지 생존자들을 기다리는 것은 방사선의 장기적 영향. 남반구와 농촌지역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다.
△ 기후변화 : 광대한 면적의 삼림, 곡창지대, 그리고 도시와 공업지대에 몇주일간 화재 계속. 석유와 가스형태로 비축된 최소한 15억t의 화석연료도 화재를 부추긴다. 이 화재로 짙은 연기층이 생겨 햇빛을 극적으로 차단, 황혼이 수주일 계속된다. 또한 대류권의 조성이 바뀌고 오존층이 파괴되며 자외선이 증가한다.
△ 해양생태계의 영향 : 지상보다는 피해가 적지만 해안과 강어귀는 특히 큰 타격을 입는다. 방사능의 먹이연쇄가 진행되고 햇빛감소로 식물플랑크톤의 대부분이 사멸한다.
△ 농업에의 영향 : 직접 전쟁에 말려들지 않은 지역도 방사성 강화물로 오염된다. 비료·농약이 부족하고 수송수단의 파괴로 식량공급이 어려워진다. 농경과 수확에 인력과 동물이외엔 의존할 것이 없는 19세기말 수준의 농업으로 후퇴. 특히 식량수입에 의존하는 제3세계 국가들은 큰 타격을 입는다.
△ 방사선의학적 영향 : 최소한 생존자 중 5백40만~1천2백80만명이 치명적 암에 걸리고 1백70만~3백10만명이 생식능력을 상실한다. 핵전쟁후 1백년간 6백40만~1천6백30만이 유전장애를 일으킨다.
△ 인간행동에의 영향 : 공포, 불안으로 생존자중 적어도 3분의 1이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다.
△ 경제적 영향 : '세계적'이라는 개념이 없어지고, 의식주 의약품 등 생활필수품이외에는 생각할 겨를도 없는 '암흑시대'로 돌아간다.
미하원 과학기술위원회는 지난 83년 8월 제출한 '핵전쟁이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위에 묘사된 핵전쟁의 직·간접적 영향을 인정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전면핵전쟁에서 어느쪽이 군사적 승리를 주장한다 하더라도 '승리'의 대가가 스스로의 삶을 지탱하는 지구환경의 상실이라는 점에서, 핵전쟁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소련의학아카데미의 간부이자 세계보건기구의 전문위원인 소련의 '니콜라이 보티코프'는 1984년 '핵전쟁의 건강에의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1메가톤이 인구 1백만의 도시상공에서 폭발할 경우 31만명이 즉사하고 화상으로 인한 사망자 15만, 폭풍에 의한 부상자는 20만, 그리고 이 두가지에 의한 부상자는 3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핵폭탄의 폭발에너지는 폭풍, 열선, 방사선, 방사성 강하물, 전자충격파(EMP)등 4가지 형태로 방출된다. 이들 각각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미의회기술평가국의 자료를 바탕으로 알아보자.
□ 폭풍 : 핵무기 폭발에너지의 절반가량이 폭풍으로 바뀐다. 1메가톤 원폭이 폭발할 경우 폭심지에서 6km 떨어진 지점의 풍압은 0.35kg/㎠ 이상으로 보통의 2층집 벽에 1백80t 이상의 힘을 미친다. 풍속은 초속 70m. 인체는 압력에 견디는 능력이 매우 강해(2.1kg/㎠까지 견딤) 이 정도의 풍압은 이길 수 있지만, 폭풍의 간접적 영향과 풍속으로 대던져져 사망한다. 현대식 빌딩도 풍압이 0.2kg/㎠에 이르면 붕괴한다.
□ 방사선 : 일반적으로 폭풍과 열선에 비해 영향이 미치는 범위는 작으나 오랜 기간동안 지속된다. 50렘이상의 방사선에 피폭되면 6~7일내에 영향이 나타난다. 피폭선량이 6백렘이면 90%가 수주내 사망하고, 3백렘이면 10%가 사망한다. 50렘의 피폭자는 몇년에 걸쳐 2.5%가 치명적 암에 걸리거나 중대한 유전적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느정도의 선량이면 안전한가에 대한 결론은 없으며, 최근에는 방사선의 영향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러한 직접적 영향 말고도 '죽음의 재'라고 일컬어지는 방사성 강하물이 피해를 끼친다. 이들은 성층권까지 상승해 몇 년에 걸쳐 서서히 강하하며, 생물학적 영향은 직접적 방사선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 열선: 폭발에너지의 35%가 열선이 된다. 핵폭탄이 폭발하면 섬광과 함께 열선이 닥치고 이어 폭풍이 시작된다. 폭심지를 향한 사람에게는 일시적 실명현상이 생기는데 맑은날 밤에는 이 현상의 범위가 반경 85km에 이른다. 1메가톤의 핵폭발시 8km반경에 있던 사람은 피부의 조직이 파괴괴는 3도화상을 입으며 11km지점에서는 강한 햇볕에 탄것같은 1도화상을 입는다. 열선에 의한 가장 큰 영향은 대규모 화재이다.
□ 전자충격파(EMP) : 핵폭발시 나오는 감마선이 공기와 지면에 흡수될 때의 2차 반응에 의해 생긴다. 높은 전기장을 갖고 있으며 몇초 사이에 소멸하는 충격파로서, 강도는 폭심지 부근에서 1만V/m, 먼곳에서는 수천V/m이다. 이 충격파는 전기회로를 태워 전화 TV 라디오 컴퓨터 각종 통신시설 등이 무력화된다.
이상은 각 요소의 단일한 영향일뿐, 화상과 피폭을 동시에 입는 등의 복합적 상승작용으로 피해는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만일 서울 한복판에 1메가톤급 핵폭탄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위의 자료를 바탕으로 할 때 예상되는 피해규모는 (표1)과 같다. 가장 낙관적으로 계산해도 2백30만의 사망자와 2백50만의 중상자가 나 서울시인구의 약 절반이 사상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