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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겨울철새 타마사를 마치고「산교육」의 좋은 기회였읍니다.

박 : 만 4박5일간의 학습탐사가 이제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읍니다. 빡빡한 일정속의 강행군이었지만 이번 탐사를 통해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셨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이제까지 우리 교사들이 책에서 이론적으로만 배웠고 또 도감을 통해 일부만을 보았던 것을 실제로 경험하게 돼 산교육의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탐사는 매우 큰 의의가 있었다고 저 자신은 보고 있읍니다. 탐사를 마무리 짓는다는 의미에서 그동안 느낀 점들을 기탄없이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박교식 선생


어 : 무엇보다도 하구둑공사로 을숙도가 크게 파괴된 것이 가장 안타까왔읍니다. 하구둑의 완공으로 말미암아 상류에서의 모래 유입이 중단되고, 반면 바다의 침식은 심해져 삼각주가 사라져 버릴 운명에 놓여 있더군요. 수천년이상의 기간동안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이 퇴적물이 불과 몇년새에 없어져버린다는 건 철새도래지의 파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봅니다. 따라서 방조제를 쌓는 등의 대책이 뒤늦더라도 마련됐으면 합니다. 아울러 철새의 보호를 위해서 을숙도 근처를 운행하는 자동차에 속도제한을 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읍니다
 

어윤수 선생.


윤 : 낙동강하구의 환경변화에 따른 철새의 종류와 개체수변화는 충격적이었읍니다. 지난 20년동안 이처럼 큰 변화는 느껴보지 못했을 정도니까요. 변화의 내용은 한마디로 바다에 살던 철새들이 대거 이곳으로 몰려들고 대신 전에 많던 종이 자취를 감추었다는 거지요.
 

과거에 많았던 쇠오리 고방오리 알락오리 혹부리오리 등은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읍니다. 예컨대 혹부리오리는 1천2백마리 정도가 있었는데 이제는 불과 몇마리가 눈에 띌 정도였어요. 전체적으로 철새의 수가 많이 줄어들었읍니다. 또 철새도래지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을숙도 보다는 사람의 발길이 드문 대마 등 명지사이에 철새가 많아진 것은 철새가 얼마나 개발과 변화에 민감한가를 실감케 했읍니다.
 

윤무부 교수


권혁 : 이번에 낙동강 하구를 모두 조사한 건 아니지만 생태계가 변화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읍니다. 이를테면 예전에 70여종의 철새가 발견되던 을숙도에서 이번엔 28종밖에 볼 수 없었지요. 이는 아마도 민물을 따라 내려오던 먹이의 공급이 중단돼서일 것이라고 보입니다. 하구둑의 민물이 분출되는 수문 주변에 갈매기들이 새까맣게 몰려 갯지렁이 등 먹이를 찾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이 되겠지요. 이런 변화에 대응해 저는 새를 불러들이는 방법을 생각해 봤읍니다. 섬주변에 잔디를 심거나 작은 열매가 달리는 식물을 심으면 좋지 않겠읍니까? 숲을 만드는 방법도 있겠지요.
 

권혁두 선생


윤 : 대단히 좋은 생각입니다. 버려진 땅이 많은 을숙도 등에 달풀(갈대의 일종)이나 찔레나무 같은 재래종 종자식물 또는 오리가 좋아하는 보리 밀 밭벼 등을 심어두면 철새들의 훌륭한 먹이나 잠자리, 은신처가 될 것입니다.
 

김정선 선생


김 : 이번 탐사는 제가 새에 대해 관심을 갖게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읍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7~8년 전만 해도 철새들을 가까이까지 접근해서 관찰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안된다는 점입니다. 새들의 숫자도 줄고 인간에 대한 경계심도 높아졌기 때문일 거란 추측이 드는군요. 부산 앞바다의 오륙도에서 가마우지의 큰 무리가 월동중인 것을 발견한 일이 무척 인상깊었읍니다. 그때 2백20여마리가 관찰되었는데 이들이 오륙도를 잠자리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인데 앞으로 연구과제라고 봅니다. 아뭏든 이곳의 가마우지 월동지를 천연기념물 도래지로 지정해여 할 거라는 윤교수님의 지적에 공감합니다.
 

이필형 선생


권재 : 이번 탐사를 통해 개인적으로 여러가지를 배웠을 뿐 아니라 앞으로 교육적으로도 활용할 좋은 소재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생물교과서에는 '생물농축' 즉 먹이연쇄를 통해 농약 등이 최종소비자에게 농축되는 현상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요. 이번 주남저수지에서 본 죽은 오리들은 이런 설명을 보다 실감나게 만들겁니다. 또 교과서에는 철새도래의 원인으로 먹이온도 생식을 들고 있는데, 이번 탐사를 통해 볼 때 겨울철새의 경우 생식은 해당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말로만 듣던 천연기념물을 직접 목격한 것도 큰 도움이 되겠지요. 거제도 연안의 아비류 천연기념물 도래지도 인상깊었읍니다. 아비류는 무리를 지어 멸치떼를 포위해 잡아먹는다는데 이는 올챙이떼와는 달리 목적의식을 갖고 개체군을 이루는 전형적 예가 아닌가 합니다. 그밖에도 대열을 이루고 나는 철새들의 현장을 목격하고 거제도에 30cm씩이나 쌓여있는 가마우지의 배설물을 통해 질소순환을 생생하게 이해한 것 등은 앞으로의 교육을 위한 큰 성과가 아닐 수 없읍니다.
 

정미선 선생


윤 : 교과서도 우리나라에 맞는 내용으로 개편되어야 할겁니다. 현행 교과서는 미국이나 일본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철새에 어떤 종류가 많고 어떤 종류가 대표적인지를 알기가 어렵게 돼 있는 실정이지요.
 

이필 : 생태계는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로 구성돼 있다고 하는데, 을숙도의 경우 환경의 변화가 서식하는 생물에 영향을 미친 좋은 예라고 봅니다. 최근데 부각된 주남저수지에서는 많은 새들을 볼 수 있었지만 죽은 새들도 상당수 발견돼 가슴이 아팠읍니다. 보존대책이 시급함을 절감했지요. 게다가 최근엔 이곳을 찾는 탐조가의 수효가 급증하고 있어 새를 관찰하는 올바를 태도에 대한 계몽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거제도에서 본 아비류의 대집단은 무척 인상적이었읍니다. 알래스카에서 그곳까지 오며 새중에서 가장 깊이 잠수하며 또 진화가 덜 된 원시적인 종이라는 설명도 흥미로웠지만 물을 박차고 일시에 날아오르는 모습은 장관이었읍니다. 아뭏든 안오던 철새를 부를 환경조성과 있는 철새가 떠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웠으면 합니다.
 

정일각 선생


정미 : 이번 탐사는 교과서에 나온 단편적 지식 위주의 수업을 뛰어넘어 직접 눈으로 본 것을 실감있게 가르치는 교육을 어느정도나마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을숙도와 주남저수지 탐사에선 자연보호가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주남저수지엔 고니류 기러기류 오리류가 많고 희귀한 저어새와 재두루미가 있는데도 관찰자들이 너무 조심성이 없는것같아 아쉬웠읍니다. 이 새들이 인간과 가까와질 수 있도록 하려면 관찰자들이 새를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한편 먹이주기 등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유명한 주남저수지에 관찰자의 수칙이 적힌 간판 하나 없다는 건 문제거든요.
 

권재경 선생


정일 : 이번 탐사를 통해 얻은 바가 많습니다. 앞으로 수업을 해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예컨대 말로만 듣던 저어새를 주남저수지에서 관측한 일이 기억납니다. 구두주걱처럼 생긴 부리가 이채로운 이 새가 따오기처럼 예전엔 무척 많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에 3마리 밖에 안온다는 이야기는 자연보호에 관한 더할 수 없이 생생한 교육이었읍니다. 따라서 적극적인 철새의 보호책이 필요하겠지요. 저는 이와함께 철새의 생태를 잘 연구해 우리나라에 적응한 종류를 귀화시키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보았읍니다. 식물에도 귀화식물이 많거든요. 탐사를 끝내고 나니 내고장의 철새를 조사해보고 싶은 의욕이 나는군요.
 

정동 : 탐사를 해보니 이제까지 실제와는 거리가 있는 이론적인 수업을 해왔다는 자책감이 드는군요. 철새탐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새를 사랑하는 마음을 우리 모두가 가져야겠다는 겁니다. 유럽에서는 새가 사람과 노닐기도 한다는데, 우리나라에선 2백mm 망원렌즈로 찍어도 아주 작게밖에 모습을 볼 수 없는 형편이지요. 철새가 우리를 피하는 건 인간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릴때 저는 경북 청도에서 자랐는데, 그곳 저수지엔 철새가 물이 안보일 정도로 몰려들었읍니다. 하지만 요즘엔 그 수가 아주 줄어들었어요. 독극물로 밀렵을 하고, 지나가다가도 철새가 모여있으면 돌을 던져 날려보낸 덕분이지요. 앞으로 이번 탐사대원들은 각자의 고장에서 철새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일줄로 알지만, 서로 연락을 통해 지속적인 조사작업을 펴는 게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정동도 선생


박 : 이번 탐사를 통해서 조류에 대한 조사가 다른 분야의 조사보다 훨씬 어렵다는 걸 실감했읍니다. 새들이 사람의 접근에 민감하고 육지와 호수 바다에 걸쳐 빠른 기동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조사가 쉽지 않게 되겠지요. 따라서 탐사선의 제공 등 행정적인 편의가 제공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또 한가지 탐사에 꼭 필요한 것으로 철새의 자신과 이름을 기록한 포켓용 탐조가이드북이 있다면 국민들의 새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는데 훌륭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 : 탐조활동에는 여러가지 장비가 필요하고 경비도 들어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참가하는데는 애로가 따릅니다. 따라서 주남저수지 같은 경우에도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하기보다는 '필드스코프' 등 장비를 설치해 두면 탐조뿐 아니라 철새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권혁 : 이번 탐사에 참가하긴 선생님들께서 각자 학교에서 탐조서클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의외로 우리주변엔 탐조지역이 많거든요. 예컨대 부산의 낙동강하구, 대구의 수성천변, 서울의 한강, 경기도 강릉, 강원도의 속초와 송지호·경포호, 충청도의 금강주변, 제주도의 성산포 등은 모두 새를 관찰할 수 있는 훌륭한 곳이지요.
 

권재 : 좋은 생각입니다. 요즘 아스팔트와 시멘트속에서 자라난 도시 학생들의 메마른 정서를 풍족하게 하는 첩경은 생물과 가까이 하는 것이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탐조는 도시학교에도 권할만하다고 봅니다.
 

윤 : 이번 탐사를 정리해 본다면 인위적인 환경변화에 따라 철새도래지와 철새에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치고 있음을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었읍니다. 낙동강하구에는 삼각주자체가 없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철새의 종류가 급변하고 있으며 숫자도 많이 줄었지요. 하구둑으로 매일 얼마씩이라도 일정하게 민물을 방류하는 등의 대책이 있어야 할 겁니다.
 

이영만 씨


주남저수지의 경우는 세인의 주목을 받아 사람들이 몰려들자 새들이 주변의 조용한 다른 저수지로 이동하고 있읍니다. 이들이 편안하게 지내고 갈 조용한 환경을 마련해야겠지요. 바다새의 보고였던 거제도연안의 철새도 실망할 정도로 많이 줄어들었읍니다. 저유탱크기지의 건설, 조선소의 건설, 폐수의 유출 등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새는 자연생태계에서 가장 민감한 존재입니다. 또 생태계의 가장 눈에 잘 띄는 징표로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지요. 여러분들이 탐사를 통해 새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쁩니다. 아뭏든 이번 탐사를 통해 여러분은 철새의 대변인이 된 셈입니다. 아무쪼록 학교에 돌아가서도 새에 대한 애착을 잃지말기를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귀중한 현장교육의 기회를 마련해주신 '과학동아'와 동아문화센터 그리고 쌍용그룹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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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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