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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손이 다가온다

금세기 최고의 혜성



21년 전인 지난해 9월 21일 하늘에서 새로운 천체가 발견됐다. 러시아 천문학자를 중심으로 한 ‘아이손(ISON)’이라는 국제 연구그룹이 40cm 망원경을 이용해 발견한 천체였다. 처음에는 소행성처럼 보였지만 3일 뒤 다른 관측자가 천체 주위에 코마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소행성이 아니라 혜성이라는 증거였다. 결국 이 천체는 ‘아이손’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혜성(C/2012 S1)이 됐다.
아이손 혜성은 태양에 매우 가까이 다가갈 것으로 보이는데, 발견 당시만 해도 태양에 접근하면서 보름달만큼 밝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관측 결과 아직까지는 처음에 계산했던 것만큼 밝지 않다. 하지만 아이손 혜성이 11월에 지구인에게 멋진 우주쇼를 보여주리라는 기대는 여전하다.


하늘에서 가장 긴 머리카락

혜성이란 표면에서 가스나 먼지가 분출해 코마 또는 꼬리가 존재하는 태양계 소천체를 말한다. 혜성이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코메테스(kometes)’인데, 긴 머리카락이라는 뜻이다.
기원전 1000년부터 중국에서 관측기록이 있다. 기원전 550년에는 그리스 피타고라스학파 사람들이 혜성을 아침과 초저녁에 지평선 근처에 가끔씩 나타나는 떠돌이 행성이라고 생각했다. 기원전 330년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책 ‘기상학’에서 혜성을 천구 시스템에서 달이 있는 층보다 낮은 최하층에 있는 ‘먼지와 따뜻한 증기’로 묘사했다. 이런 생각은 서양에서 거의 천 년 동안 지배적인 생각으로 자리 잡았다. 더 나아가 하늘의 불길한 징조로 여겨진 경우가 많았으며, 최근에는 지구 충돌과 같은 괴담이나 영화의 소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근대적인 혜성 관측은 1400년경부터 시작됐다. 천문학자 티코 브라헤는 1578년 혜성 C/1577 V1을 정밀하게 관측해 이 혜성이 달보다 훨씬 먼, 지구 반지름의 230배에 해당하는 거리를 지나간다는 사실을 밝혔다(지구와 달의 거리는 지구 반지름의 60배). 그 결과 혜성의 궤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고, 결국 뉴턴이 1687년 그의 책 ‘프린키피아’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이용해서 혜성 C/1680 V1 의 궤도가 거의 포물선에 가까운 타원궤도이며, 태양에서 겨우 0.00154AU(1AU는 지구와 태양간의 평균 거리)만큼 가까이 지나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때 뉴턴이 관측한 1680년 대혜성은 당시 대낮에도 보일 만큼 꼬리가 밝고 길었다고 한다. 혜성에 관한 한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천문학자는 에드먼드 핼리다. 그는 1705년 많은 혜성의 주기성을 밝혔는데 가장 잘 알려진 핼리혜성(1P/1682 Q1)이 1758년 12월 핼리의 예측대로 다시 지구의 밤하늘에 나타나 첫 번째 주기혜성이 됐다.





내년 1월 지구에는 별똥별 쏟아진다

아이손 혜성은 발견되자마자 예전의 망원경 탐사자료를 활용해 정확한 궤도를 계산할 수 있었다. 이 혜성은 이 글을 쓰고 있는 10월초에 화성을 지나, 과학동아 11월호가 나오는 10월 25일쯤 화성과 지구궤도 사이를 지나며, 11월 28일에는 태양에서 150만km 거리까지 접근한다. 작년 화성에 착륙한 큐리오시티 로봇도 아이손 혜성을 관측할 예정인데, 화성에서 찍은 최초의 혜성 사진이 될 것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2014년 1월 지구가 아이손 혜성이 지나간 경로 근처를 지나갈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때 아이손 혜성이 우주에 뿌려놓은 부스러기가 지구 대기권으로 진입하면서 수많은 별똥별을 만들것이다. 하늘을 수놓은 별똥병을 보며 간절한 소망을 빌어보자.

전통적으로 혜성은 200년의 주기를 기준으로 장주기 혜성과 단주기 혜성으로 구분했는데, 최근에는 궤도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한다. 단주기 혜성을 목성형 혜성과 핼리형 혜성으로 구분해 공전주기가 20년보다 짧으면 목성형 혜성, 공전주기가 20년보다 길고 200년보다 짧으면 핼리형 혜성이라 한다. 단주기 혜성의 공전궤도면은 다른행성들의 공전궤도면과 거의 비슷하다. 반면 장주기 혜성은 200년보다 공전주기가 길며, 공전궤도면이 다른 행성의 공전궤도면과 상관없이 무작위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아이손 혜성은 장주기 혜성으로 그 기원이 오르트 구름으로 추정된다. 우리 태양계의 명왕성 너머 수십에서 수만배 거리에 엄청나게 많은 작은 천체들이 모여 있다. 이를 오르트 구름이라고 하는데,이곳에는 태양계가 처음 만들어질 때 수많은 원시 천체들이 충돌과 중력의 영향을 받아 날아와 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살고 있기 때문에 오르트 구름은 태양계 초기 물질과 우리 태양계 바깥의 환경 정보를 동시에 갖고 있다. 태양계 초기의 휘발성 기체 성분과 구성비, 먼지에 포함된 각종 원소 등 오르트 구름으로부터 오는 장주기 혜성은 태양계에 관한 많은 지식을 우리에게 전달해줄 것이다. 그래서 혜성을 태양계의 타임 캡슐이라고도 한다.

혜성이 오르트 구름에서 왜 태양까지 날아오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태양계 가까이 지나가는 떠돌이별의 중력을 받아오르트 구름의 혜성 하나가 태양계 안쪽으로 떨어진다고 추측하고있다. 아이손 혜성 역시 이와 같은 이유로 태양을 향한 긴 여행을 시작했다가 토성을 지나 목성궤도를 지나올 때쯤 처음 발견됐다. 혜성이 이미 코마에 둘러 싸여 있어 핵을 직접 관측할 수는 없었지만,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최대한 관측해 추정한 아이손 혜성 핵의 크기는 400m~2km쯤 된다. 아이손 혜성은 보통 크기의 혜성으로 일반적인혜성의 크기는 수십m~수십km다.

태양에 매우 가까이 접근하는 혜성을 태양최접근혜성이라고 한다. 이들은 대부분 과거에 하나의 큰 태양최접근혜성이 부서져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크라우츠 그룹 혜성’이라고 부른다. 즉 대부분의 태양최접근혜성은 한 몸에서 나온 형제다. 하지만 아이손 혜성은 종류가 다른 태양최접근혜성이다. 비슷한 혜성으로는 앞에서 말한 뉴턴의 혜성, 즉 ‘1680년 대혜성’이 있다. 대낮에도 환하게 보였던 이 혜성은 17세기에 가장 밝았던 혜성이다. 따라서 아이손 혜성은 크라우츠 그룹 혜성이 아닌 태양최접근혜성으로는 뉴턴의 혜성에 이어 수백 년 만에 오는 혜성이 된다.

태양최접근혜성은 태양을 거의 스쳐지나가기 때문에, 일반적인 혜성보다 햇빛을 훨씬 많이 받아 내부온도가 매우 높아진다. 혜성이 물이나 다른 휘발성 기체의 얼음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면 엄청난 양의 기체가 분출돼 커다란 혜성 코마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한편 혜성이 태양에 가까이 접근하면 혜성이 태양을 바라보는 쪽과 반대쪽에서 태양이 당기는 중력의 힘이 혜성 자체의 응집력보다 커질 수 있는데 이 경우 혜성이 부서지게 된다. 크라우츠 그룹 혜성은 태양 근처에서 여러 개로 부서지는 것이 자주 관측됐다. 유명한 슈메이커-레비 9 혜성은 1994년 목성의 중력 때문에 부서질 정도로 응집력이 약했다.




내년 1월 유성우 축제 벌어질까

태양으로부터 매우 먼 거리에서 차가운 상태로 출발한 혜성은 태양에 가까워질수록 온도가 점점 올라간다. 해왕성 부근에 이르면 표면에 있던 질소, 일산화탄소 등의 기체가 증발하면서 혜성의 핵 주위로 코마를 형성해 점점 밝아지게 된다. 조금 더 태양에 가까워져 토성과 목성을 지나가면서 온도가 상승하면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메탄 같은 휘발성 기체의 얼음이 가장 먼저 증발해 코마를 크게 만든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를 지나면 물로 된 얼음이 본격적으로 증발한 뒤 햇빛과 반응해 커다란 수소 구름이 코마에 만들어지기도 하고, 태양풍에 밀려나가 푸른색의 이온꼬리로 발달하기도 한다.

각각의 혜성은 표면에서 휘발성 기체와 먼지의 구성이 다르고 온도에 따른 반응이 지역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모두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이손 혜성은 다른 혜성보다 태양에 훨씬 가까이 접근하기 때문에 내부에 있는 휘발성 기체를 충분히 증발시켜서 지금까지 봤던 것보다 엄청난 크기의 코마를 만들 수 있다. 이때 만약 엄청난 힘으로 기체들이 분출한다면 그 압력과 태양의 차등중력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혜성이 여러 개의 조각으로 부서질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 아이손 혜성의 궤도로 봤을 때 부서진 조각들이 내년 1월 지구에 더 많은 유성우로 떨어질 것이다. 즉 예전에 봤던 유성우가 혜성에서 떨어져나온 먼지 부스러기였다면 이번에는 혜성의 몸통이 유성우를 만드는 것이다. 아이손 혜성의 방문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우주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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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에디터 우아영 | 글 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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