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정치가의 과학의식 선진국 진입의 성패를 좌우한다

과학적 사고방식을 갖추고 과학술의 중대성을 올바로 인식할 수 있는 이른바 '정치가의 과학의식'은 국가사회를 보다 합직적으로 이끌고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백인섭
 

정치란 무엇이고 정치가란 누구인가? 소위 정치부재로 일컬어지는 시대를 살아온 탓인지는 몰라도 명쾌하게 개념이 잡히지 않는다. 소위 자연과학자로서 또는 한 기술엔지니어로서 정치와 거리가 멀게 살아온 팔자이기에 더더욱 그럴듯 싶지만, 그래도 국가사회의 일원으로 살아오면서 개인의 이해가 사회나 국가의 이해와 상충돼 갈등을 느낄때마다 나름대로 정치라는 것을 생각하여 왔기에, 소견이지만 피력하여 보고자 한다.

사회가 발전하면 필연적으로 서로 이해가 다른 집단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서로 상충되는 이해는 풍습이나 개인의 사고방식대로라면 서로 팽팽히 대립되든지, 서로 충돌하여 상호 부정의 파괴로 이르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 이해충돌을 잘 다스려서 조화있는 질서를 유지시키는 일이 곧 정치의 기본일 것이고, 나아가서는 국가사회를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군사적으로 부강하게 만들며 국민 모두가 소외됨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로 만드는 것이 또한 정치일 것이다.

정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강력한 국가권력이 형성되어야 하며 국가권력이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여러가지 형태로 변천하여 온 듯하다. 중세 봉건사회에서는 대지주로서의 귀족계급이나 종교가 절대적 국가권력을 행사했으며 근대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시민계급이, 현대 민주사회에서는 국민도 국가권력에 참여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국가권력의 주체가 바로 정치가라고 생각된다. 즉 국가를 유지하기 위하여 공적인 규칙으로서 법을 만들고 이것을 집행하며, 법을 통제하는데 역할을 하는 사람이면 모두 정치가로 볼 수 있다. 옛날같으면 정치가는 최소한 귀족계급이었지만 주권재민의 민주시대에서는 우리 모두가 정치에 참여 내지는 일면 정치가 노롯도 한다고 볼 수 있겠다. 고로 정치가의 과학의식은 어쩌면 현대인의 과학의식이라고도 표현될 수 있다.

과학의식이란 크게 두가지 관점에서 보아진다. 우선 대상으로서의 과학기술의 정체와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고, 다음은 모든 사물을 과학적 사고방식을 통하여 파악하려는 것이다. 과학적 사고방식이란 경험적 사실을 토대로 하여 이제까지 아무도 반증하지 못한 확고한 보편성을 확보하고 객관성있게 귀납적으로 사물을 파악해 가는 방식이다. 이것은 실험과 분석이 토대가 되어 이루어진다.

과학적 사고방식의 실현으로서의 정치가의 과학의식은 나날이 복잡다양해지는 국가사회를 보다 합리적으로 정치하여가기 위한 결정적 조건이 된다. 이른바 과학적 정치를 말한다. 과학적 정치란 정치행위 자체에 과학적 사고방식이나 방법론을 사용하고 여러가지 과학기술을 도구로 활용하여 정치를 보다 합리적이고 정확하게 함을 뜻한다.

예를 들면 위법자 수사에서 범인 자백이나 증인의 증언 위주의 재래식 수사가 현대에 들어서면서 여러가지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과학적 방법으로 탈바꿈하여, 수사가 보다 정확해진 것에서 정치가의 과학의식의 좋은 한 예를 보게된다. 또한 텔리비전 방송과 전화 등을 이용한 미국의 대통령 후보 유세전에서 재래식 궁중집회를 통한 일방적이며 절대적 유세가, 쌍방향적이고 상대적이며 요란스럽지 않게 온 국민을 대상으로 동시에 실현돼 전혀 새로우며 그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을 볼 때 현대 정치가의 경이로운 과학의식을 볼 수 있다.

과학기술의 인식으로서의 정치가의 과학의식은 국가사회 자체를 합리적이며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게 하여 그것을 부강하게 만드는데 결정적 조건이 된다. 더구나 현대는 과학기술시대이므로 정치가의 과학기술 인식이야말로 바로 선진국이 되는냐 안되는냐의 성패를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서구 선진국들의 비옥한 농토가 천년도 더 전에 완벽하게 건설된 거미줄 같은 수로망에 의한 것임을 볼때 그들 선조 정치인들의 과학의식을 보며, 오늘날 그들의 부강한 운이 좋아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과학의식이 부재한 정치는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국가 사회구조나 산업구조를 만들 수밖에 없다. 임진왜란때 왜병의 과학기술 무기의 위력에 당하고서도 그것을 계속 경시하여 급기야는 그들의 식민지로 전락되었던 우리의 수치스런 역사속에서 과학의식이 부재했던 정치를 본다.

길에 이름이 없고 따라서 그것이 집주소에 표시되지 않아 집 주소만을 가지고 집 찾기가 거의 불가능한 비과학적 주소체계 때문에 겪는 불편함에서 과학의식이 부재한 정치를 본다. 평지길도 언덕길처럼 꼬불꼬불하게 만들어진 우리의 도로체계에서 시간성과 안전성을 경시한 과학의식 부재를 보며 치산치수는 힘이 들어 외면하채 가물면 하늘에 고사나 지내고 홍수가 나면 하늘을 원망하면서 지내온 우리의 농경풍습에서 또한 과학의식의 부재를 본다. 효율성이나 합리성이나 논리성은 아예 외면해버린 우리 국민의 의식구조나, 암기위주 내지는 선다형 교육과 입시위주 교육제도에서 또한 과학의식 부재의 정치를 본다.

오늘날은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과학기술정책을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것은 현대에 있어서 국가발전이나 국민복지 향상이나 국가 독림성 유지나 국제 경쟁력 강화 등에 있어서 과학기술이 절대적 중요성을 가지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기술 수준이 국력의 척도가 되고 선후진국을 판가름하는 척도가 되기에 이르렀다. 즉 오늘날의 경제선진국은 곧 과학기술 선진국임을 뜻하며 더구나 과학기술은 더욱 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어 미래로 갈수록 선후진의 격차는 심화될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오늘날 세계의 모든 곳에서 정치가의 과학의식이 보편화되었음을 뜻한다. 과학의식이 보편화된 이상 이제는 정치가의 과학의식 유무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가 없다. 과학의식의 질과 실천만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누가 더 합당한 과학의식을 가지고 빠르게 효과적으로 실천하느냐가 선후진국을 판가름하는 척도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절대적이며 이상적인 과학의식의 추구가 아니고 자국의 현실에서 출발하면서 주변의 것을 빠르게 배우고난 다음 새로운 것의 창조를 시도하는 상대적 의식을 말한다.

과학기술 또한 모든 자연의 사물처럼 탄생에서 성장을 거쳐 성숙된 것으로 활용되다가 퇴화되어 소멸되는 생의 주기(life cycle)를 가진다. 기술발전의 가속은 이러한 주기를 점점 짧게 만들며 이중 성숙 활용과 소멸단계가 탄생 성장단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더욱 짧아짐을 뜻하게 된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과학기술 비용이 점점 비싸지는 효과를 초래한다.

일반적으로 과학기술 선진국은 그들의 충분한 부를 주기의 전 단계에 투자할 수 있으나 개도국이나 후진국 상황에서는 부의 제한으로 인해 기술주기의 후반단계에 있는 기술을 선진국으로 부터 도입하여 이용하는 실정이며 이러한 입장은 갈수록 심화되는 추세에 있다. 따라서 선후진의 격차는 갈소록 심화될 수 밖에 없다.

개도국이다 후진국이 이러한 악순환에서 탈피하기 위하여는 매우 현명한 과학기술 정책이 필요하다. 기술도입도 완전 성숙된 제일 비싼 상태에서의 도입이 아니라 아직 미숙한 상태의 기술을 싸게 도입하여 성장시켜 사용하는 방안도 보다 경제적일 수 있고, 태동단계의 기술을 잘 선별하는 혜안만 가지면 매우 싸게 미래의 값진기술 도입도 가능한 것이다. 그런다음 스스로 새로운 기술의 태동을 위하여 투자하여 나가는 방식이라면 인적 물적자원의 제한을 가지고 서서히 선진대열로의 진입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과학기술이 도입 가능하기에 지름길을 타고 보다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으나 선진 과학문화나 사회의 창조는 기술발전에 비햐여 매우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정과 부를 모두 올바르게 인식한 과학의식이 정치가의 의식구조속에 자리하면서 그들이 국가 경제 사회 문화 안전을 이끌어가면 우리도 머지않은 장래에 선진의 대열 속에서 자신을 찾게 되리라 기대해 본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87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백인섭 연구소장

🎓️ 진로 추천

  • 정치외교학
  • 사회학
  • 경제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