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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의 날씨 기상업무 과학화를 절감케 한 태풍시비

기상관측의 입체화, 컴퓨터 통신망의 구축, 고급인력의 확보가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유난히도 비가 많이 내렸던 금년 여름의 날씨는 확실히 근래에 보기 드문 현상이었다. 중앙기상대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의 기상기록에 여러개의 신기록이 추가된 데서도 올여름의 이상스런 날씨를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중공에서도 대흥수가 일어나는 등 지구촌 곳곳이 근래에 잦은 기상재해에 시달리고 있다. 통계수치를 정밀분석, 우리나라의 올여름 날씨를 재검토해보고 태풍 '셀마'의 오보소동으로 부각된 기상예보의 과학화문제를 진단해본다.
 

7월22일 집중호우로 물바다가 된 서천일대


각종 신기록 세운 집중호우

먼저 엄청난 피해를 안겨준 집중호우 현상을 살펴보자. 전형적인 여름철에 해당하는 6∼8월까지의 월별강수량을 분석해보면 6월은 대구가 예년값 (1951∼80년 사이의 평균치)보다 20.1mm의 비가 더 내렸을 뿐 대부분의 지역(강릉 서울 부여 대전 광주 부산 등지)에서 오히려 적은 양의 비가 내렸다.

그러나 7월과 8월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주지하다시피 연일 많은 비가 쏟아져 예년값을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7월에는 전국에서 수백mm 이상 평균치를 상회했다. 극심한 물난리를 겪은 부여는 과거의 최고기록을 갱신할 정도였다. 즉, 1940년의 대홍수때 세워진 부여지방의 7월 최고기록이 8백91.5mm였으나 금년 7월에 모두 9백10.4mm의 비가 내려 신기록을 세운 것. 이 수치는 30년 평균값보다 무려 6백52.3mm가 큰 것이기도 하다.

7월에는 대전지역에서도 681.7mm로 종전최고기록(1940년의 610.5mm)을 깨뜨렸다. 부여나 대전처럼 신기록은 아니지만 서울(651.2mm) 전주(488.2mm) 광주(501.7mm) 등지는 예년값보다 2백mm 이상이 초과되는 비가 쏟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부여지방은 8월에도 기록적인 비가 내려 종전의 부여지방 8월최고기록인5백65.1mm(1936년)를 초과하는 6백21.6mm의 비가 쏟아졌다. 이는 예년값보다 무려 3백86.5mm가 불어난 것. 7월에 최고기록을 갱신한 대전은 8월의 최고기록(7백52.2mm)을 넘치는 않았으나 이에 근접한 5백80.2mm의 큰 비가 내렸다.

서울의 경우는 7, 8월 두달동안 내린비가 1천1백73mm나 돼 예년의 7, 8월 평균강수량 6백46mm의 2배에 가깝고 서울지역 1년 평균강수량과도 맞먹는다.

다시 여름철 3개월간의 강수량을 합쳐서 살펴보면 역시 부여와 대전이 두드러진다. 금년 여름 3개월간 부여에는 무려 1천6백73.1mm의 비가 내려 이 지역의 역대최고기록(1941년의 1천2백14mm)을 무려 4백mm나 갱신했을 뿐 아니라 국내 전지역을 통틀어 신기록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 역시 3개월 간 1천3백97.9mm의 비가 내려 최고기록(1936년의 1천75mm)을 세웠다. 전주와 광주는 신기록까지는 못미쳤으나 역대3위에 해당하는 많은 비가 내렸고, 서울은 대홍수가 있었던 1940년 여름 3개월간의 1천5백8mm, 을축년대홍수로 유명한 1925년 1천3백62mm, 1966년의 1천3백50mm등 역대기록에 근접한 1천3백3.7mm가 내려 '수십년래의 비많았던 여름철'이었음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1일강수량, 비공식 최고기록 수립

월별 혹은 여름철 3개월의 기록뿐 아니라 '1일강수량'에서도 주목할만한 기록들이 나왔다. 7월22일 하루동안 부여지방에 내린 5백 17.6mm는 역대최고기록(1981년 9월2일 장흥의 5백47.4mm)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었다.

그러나 부여의 이 기록은 중앙기상대의 기상관측소에서 측정한 공식기록에 나타난 것이고, 비공식기록 다시 말해 정규기상관측소가 아닌 '간이 및 외부기관'(주로 군청이나 면사무소)기록을 보면 더욱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돼있다.

즉, 7월 22일 충남 서천의 종천 면사무소에서 집계한 바로는 무려 6백33.4mm의 비가 하루사이에 내려 1일최고기록을 단숨에 6백mm대에 올려놓았다. 같은 날 서천군 문산, 부여군 옥산, 부여군 임천 등지에서도 6백21.4∼5백73.5mm의 비가 쏟아져 비공식기록으로 역대 2,3,4,위를 점하게 됐다.

한편, 1일최고강수기록을 무더기로 수립한 비공식기록의 신뢰성문제에 대해 중앙기상대의 백운섭기후과장은 "군청이나 면사무소 학교 농촌지도소 등지에서 측정한 비공식기록은 정규 기상관측소보다는 신뢰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그런대로 참고하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 강수량이 작은 경우에는 관측에 지장이 없으나 금년처럼 큰비가 내릴 때는 비전문가에 의해 관측될 경우 시간의 정확성 등 착오가 있을 수 있다. 어쨌든 현재 세계적인 기록값들 역시 정규관측소의 것보다는 비공식기록이 많다. 일본의 각종 기록도 개인집이나 농업시설 등지에서 세워진 비공식기록이 많은 실정이다"고 평가했다.

중앙기상대측의 설명에 따르면 정규관측소나. '간이 및 외부기관'이 모두 우량계(20cm×20cm)를 이용해 강수량을 측정하고 있는데, 다만 자동기록기는 정규관측소에만 있다고 한다. 이 자동기록기는 시간당 강우량이 자동적으로 기록돼 강우강도를 알아보는데 유효하다는 것.

아뭏든 금년 여름에는 공식·비공식으로 많은 신기록이 쏟아질만큼 비가 많이 내렸음이 각종 기록에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유례가 드물게 비가 많이 내림에 따라 평균기온이 떨어지고 일조시간이 줄어드는 등의 현상이 나타난 것은 당연했다.

예년에 비해 오히려 강수량이 적었던 6월은 평균기온(1일 4회 즉, 3시 9시 15시 21시 관측치의 평균값)이 예년에 비해 약간 높았다. 그러나 비가 많았던 7월과 8월의 평균기온은 예년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주의 7월평균기온은 예년값보다 1.3도가 낮았고, 부여는 1.2도 광주는 1도씩 낮았는데 평균기온으로 1도가 떨어졌다면 '저온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기상대측의 견해. 8월에는 전주가 1.8도나 낮아지는 등 대부분의 주요도시에서 0.2∼1도씩 평균기온이 떨어졌다.

무더위가 얼마나 지속됐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하루중 최고기온이 섭씨 30도 이상을 기록한 날 즉, 혹서일수가 얼마인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여름철 3개월간 대구가 45일이나 '30도 이상'을 기록, 가장 더웠던 것으로 나타났으나 예년치에 비하면 2일이 줄어든 것이다. 부산의 경우는 단 2일만이 30도를 웃돌아 예년에 비해 16일이 줄어들어 가장 서늘한 여름을 보낸 것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서울은 16일로 예년보다 12일이 줄었고 전주는 30일로 13일이, 광주는 31일로 9일이 각각 줄어 거의 전국적으로 혹서일수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비가 많이 오고, 평균기온이 떨어졌으며, 혹서일수가 줄어든 금년 여름의 날씨는 확실히 예년에 비해 이상스런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같은 현상은 왜 일어났으며, 이를 비정상적인 이상기후라고 볼 수 있을까.

중앙기상대는 올여름의 기상현상에 대해 "북태평양보기압이 약해 우리나라가 미처 발달할지 못한 고기압의 경계에 들어 저기압의 길목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왜 고기압이 발달하지 못했는가라는 물음에는 아직 알 수 없다는 대답이다. 한편 기상전문가들은 금년 여름의 날씨는 비가 평균치보다 많이 왔을 뿐 '이상기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금년 여름의 월별 강수량(단위:㎝)


태풍의 남해안통과설과 내륙통과설

한편 태풍 '셀마'의 내습과 금강수계 및 수도권 등지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피해가 끊이지 않았던 금년 여름은 중앙기상대의 예보능력이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특히 태풍 셀마의 진로조작시비가 벌어져 국회에서도 문제를 삼았다.

중앙기상대가 진로를 조작했느냐의 여부를 떠나서 실제로 태풍이 어느 지점으로 통과했는가에 대해서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박긍식과기처장관이 국회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7월15일 23시 태풍 셀마의핵이 여수 앞바다에 이르렀을 때 중심기압이 9백72mb였는데, 똑같은 시간에 지리산 남단 내륙지방에도 중심기압 9백72mb의 저기압이 발생, 태풍의 남해안 통과설과 내륙통과설이 각각 제기됐다는 것이다. 결국 중앙기상대는 구름사진과 각종 기상정보를 종합해 내륙에 발생한 저기압은 태풍으로 인해 흔히 발생하는 부저기압으로 보고 남해안통과설을 채택, 예보했다는 것.

그러나 태풍이 스치고 지나가자 부산·경남을 중심으로 경북 전남 등지에까지 피해지역이 됨으로써 오보문제가 제기됐다. 부산과 대마도 사이를 거쳐 동해로 빠져나가리라던 남해안통과설은 오보였고 대신 태풍이 내륙에 상륙한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일본기상청이 작성한 셀마의 실제진로도 남해·삼천포로 상륙, 경남남부지역을 휩쓸면서 경북 영덕을 거쳐 북상한 것으로 돼있다.

이에 반해 중앙기상대는 태풍의 실제진로가 거제도가 부산 등 내륙과 거의 접근하면서 포항 앞바다를 거쳐 동해로 북상한 것이었다고 발표, 차이를 드러냈다. 결론적으로 태풍의 예상진로는 물론, 통과후의 실제진로에 있어서도 서로 다른 주장들이 있었던 셈이다.
 

차도까지 침수된 서울의 양평동, 7월27일


적중률 85%를 위한 필수조건들

국내의 기상전문가들은 현재 75% 정도에 불과한 예보적중률을 85%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첫째 기상관측의 입체화, 둘째 컴퓨터통신망의 구축, 세째 전문·고급인력의 확보를 필수조건으로 들고 있다.

기상관측의 입채화에는 위성과 함께 고공30km에서의 풍선관측 및 지상의 여러곳에 설치된 기상레이더가 필수장비로 꼽힌다. 그러나 현재 기상대가 보유중인 위성사진수신장비는 일본기상청으로부터 평면적 구름사진만을 받는 구식장비. 구름외에 상층권에서의 바람의 이동방향과 해수의 온도 습도까지 알려주는 신형장비가 없다. 지상레이더도 관악산에 1대뿐이어서 내륙의 호우분포를 살피는데 그치고 있다.

컴퓨터의 경우, 기류의 움직임을 정확히 판단해 호우의 진로를 감시할 수 있는 수치컴퓨터가 아직 없고, 전국 72개소의 측후소·관측소중 44개소에 통신용 컴퓨터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기상정보전달이 전산 및 팩시밀리 등에 의존. 영상통신이 불가능한 상태.

전문인력의 확보 역시 요원하다. 전국의 기상요원이 총 7백10인데, 이중 박사학위소지자는 단 3명으로 '인력의 고급화'와는 거리가 멀다. 이외에 석사학위자 24명, 학사학위자 89명인데 기상학전공은 그나마 30명선. 나머지 약 6백명은 전문대학이나 고교출신들로 양성소를 통해 훈련받은 초급기술자인 실정이다.

기상대측은 수준높은 기상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상 물리 화학 수학 등을 전공한 기상관련전문인력이 최소한 3백명은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낙후된 기상업무를 개선하기 위해 중앙기상대는 85년부터 기상업무 현대화 5개년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5개년계획의 중요한 내용을 보면 컴퓨터를 주축으로 한 자동관측시스팀을 완성하고, 고층관측을 위한 원격관측망을 구성하며, 인공측정자료를 온도 해류 등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또 해양관측을 강화해 서해안에 기상관측'부이'(부표)를 설치하고 해양관측선도 연차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5개년계획도 차관사업으로 추진, 총예산이 1백38억원선에 불과해 금년 여름의 풍수해복구예상액 7천여억원이 비하면 2% 남짓한 규모밖에 안된다. 거의 매년 수백억 내지 수척억원의 기상재해가 되풀이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기상업무현대화에 과감한 투자를 할수록 오히려 경제적이라는 관계자들의 주장이 설득력있다고 하겠다. 아뭏든 장마와 태풍 집중호우로 일관한 금년 여름의 날씨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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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황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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