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외계물체가 충돌하면 어떻게 될까. 오는 7월 목성과 충돌하는 슈메이커-레비 혜성의 결과는 이에 대한 간접적인 해답을 제시해줄 것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인류는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에너지 공급원인 태양을 매우 규칙적으로 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안정된 시스템이 무너진다는 것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 50억년 후 태양이 가지고 있는 핵융합원료인 수소와 헬륨을 다 소모하고 나면 지구도 우주공간에서 조용히 사라질 운명에 처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50억년까지는 지구의 존재가 보장되는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태양이 사라지는 것은 필연이지만 보다 우연적인 결과로 지구의 운명이, 혹은 태양계의 운명이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태양계 근처에서 초신성이 폭발하면 지구는 먼지로 분해돼 우주공간에 흩뿌려질 것이다. 초신성폭발이란 태양보다 10배 이상 질량을 가진 별들이 수명을 다하고 마지막으로 작렬하는 현상을 말한다. 천문학자들은 우리은하내에서 초신성폭발이 일어날 확률을 4백년만에 한번이라고 한다. 다행히 현재의 관측결과는 우리 주변에서 거대질량을 가진 나이 먹은 별(초신성폭발의 위험을 가진 별)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시각을 태양계 내부로 돌려도 위험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 위험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소행성과 지구충돌'이란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려(세종연구소 주최) 천문학자를 비롯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이번 심포지엄은 오는 7월 슈메이커-레비 혜성이 목성과 충돌하는 천문학계의 슈퍼이벤트를 앞두고 있어 참가자들의 열기가 매우 뜨거웠다.
토타치스 소동
92년 9월 프랑스 천문학자 르굴르베소는 3.97년을 주기로 지구에 접근하는 토타치스라는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 한때 천문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러나 실제는 92년 12월 8일 지구에서 3백50만㎞까지 접근하는데 그쳤다. 그 당시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에서 관측한 바에 따르면 토타치스의 크기는 지름이 3-5㎞ 정도로, 표면에는 다른 소행성과 충돌한 것으로 보이는 분화구를 갖고 있었다. 만약 토타치스가 지구와 충돌했다면 1천Gt(1Gt는 ${10}^{9}$t)의 충돌에너지가 분출된다. 인류가 만든 폭탄 중 가장 폭발력이 큰 3F 수소폭탄(폭발에너지 14Mt) 수만개가 동시에 터지는 것과 같으므로 인류는 물론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체가 멸종된다고 할 수 있다.
1991년에는 1991BA라는 소행성이 지구와 달거리 반(약 17만㎞)까지 접근한 적도 있다. 물론 이것은 지름이 6m 정도의 작은 것이지만 지구와의 상대속도가 수㎞/초나 되므로 충돌시의 피해는 엄청날 것으로 예상됐다. 1989년에는 1989FC가 약 80만㎞까지 접근했다.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이들은 지름이 1천㎞인 세레스와 1백-3백㎞짜리 몇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 미만의 작은 것들이다. 그러나 이들 또한 태양의 중력에 의해 운동하므로 작은 행성이라 불린다. 그런데 이처럼 일정한 궤도를 가지는 소행성들이 어떻게 궤도를 이탈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소행성들이 반드시 화성과 목성사이에 존재하는 것만은 아니다. 목성과 태양의 인력이 평형을 이루는 지점에는 트로이안 소행성군이 몰려 있고, 소행성대를 이탈해 태양으로부터 1AU(천문단위, 1AU는 지구와 태양 사이의 평균거리로 약 1억5천만㎞)까지 접근하는 아폴로군 소행성 그룹이 있는데 , 이들은 지구 궤도와 교차하기도 한다. 이들이 바로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이다. 아폴로군 소행성은 지금까지 약 80개 발견됐다.
그렇다면 과연 아폴군 소행성들이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어느 정도일까. 심포지움에서 '소행성에 의한 인류절멸'이란 주제로 발제를 한 일본 국립천문대의 이소베 슈즈 박사는 "3천만년만에 한번 정도는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면서 "이는 단지 확률일 뿐 언제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우주망원경을 통한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지구와 소행성총돌에 인류가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6천5백만년 전 갑자기 사라진 공룡의 멸종 원인이 소행성충돌에 의한 지구 기온의 한냉화 때문이라는 사실이 학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행성이 지표면과 충돌하면 화산재가 대기층을 뒤덮게 되고 몇년씩 태양빛을 차단, 한냉화를 가속시킨다. 소행성 중에 포함된 이리듐이 발견되는 지층의 생성연도를 측정한 결과도 6천3백만년 전으로 공룡의 절멸시기와 비슷하다. 1991년에는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에서 지름 1백80㎞에 이르는 분화구 자국이 발견됐는데, 이 연대도 6천5백만년 전인 것으로 드러났다.
6천5백만년 전에 소행성 충돌이 일어났다면 확률상 근래에 소행성충돌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이소베 박사의 의견. 그는 "주사위를 던져 1이 나올 확률이 언제나1/6이듯이 지금도 소행성충돌이 일어날 확률은 3천만년에 한번꼴"이라고 말했다.
슈메이커-레비 충돌의 메시지
한편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오는 7월 중순 이후 목성과 충돌 예정인 슈메이커-레비 혜성이 목성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해 경희대 김상준 교수의 발제가 있었다. 김교수는 "혜성이 목성에 근접할 당시. 조석력에 의해 파괴가 일어나 핵이 여러개가 되었다"고 밝히면서 "이번 충돌은 행성이 외계물체와 충돌시 발생하는 여러가지 현상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현재까지 진행된 컴퓨터 모의실험에 따르면 여러가지 현상들이 예견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목성은 단단한 지표가 없으므로 혜성이 충돌하면 표층에 교란이 생긴다. 또 이의 영향이 중심부의 단단한 부분에 반사돼 다시 표면으로 되돌아 올 수 있으므로 이를 자세히 관찰하면 아직까지 미지의 영역인 목성 내부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충돌은 지구 반대편 목성 표면에서 일어나는데 거대한 버섯구름(지름 약 3천㎞)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지구에서는 충돌 40분 후 충돌자국을 목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폭발할 때의 섬광으로 위성들이 평상시보다 매우 밝게 보일 것이며 잘 알려지지 않은 목성의 테도 관측이 가능하다. 또한 목성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원자나 분자는 이온화되므로 목성의 극 근처에서 일어나는 오로라 현상도 많이 변화될 것이다. 미국의 호라니 박사에 따르면 혜성의 꼬리에서 나온 물질이 3-4년 내에 목성 주위에 또 하나의 테를 만들지 모른다는 것.
우리나라는 7월 중순이 장마 기간이므로 관측조건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천문대와 일부 대학에서는 외국의 유명 천문대에 직접 관측자를 파견할 예정. 천문대에서는 미공군의 AMOS천문대에, 경희대에서는 칠레의 안데스 산맥에 있는 CTIO 천문대에, 충남대에서는 맥도널드 천문대에 직접 관측자를 보낼 계획이다.
충남대 김동하 교수와 목성의 이온층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광화학반응을 공동연구해온 김상준 교수는 "행성 천문학자 수백명의 모든 관측자료가 종합되면 지구에 외계물체가 충돌했을 때 생기는 여러가지 현상들을 예견하는데 유용하게 쓰일 것 "이라며 "이 자료는 6천5백만년전 소행성이나 혜성이 지구와 충돌해 공룡을 멸종시킨 충돌과정을 보다 정확하게 알아내는데 쓰여질 것"이라고 말했다.